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5)
7화 착(着)의 식 (4)
“둘째 공자한테로 기껏 갈아탔는데……이 가짜 놈이 손발을 맞춰주지 않고 둘째 공자의 호위 놈을 죽여 버렸네요. 이걸 어쩌나.”
‘!?’
목경운의 그 말을 듣는 순간 감 호위의 표정이 굳어졌다.
둘째 목은평의 호위 무사인 조일상의 죽음.
그것이 가장 낮은 확률이라 여겼다.
일류를 앞둔 무사의 무위는 단순히 힘이 세다는 것만으로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말도 안 돼.’
감 호위가 흔들리는 눈으로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자신이 줄을 갈아탔다는 사실도, 둘째 공자 목은평에게 목경운이 무공을 잃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을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 방증이었다.
“네놈……정말로……”
“네. 죽였어요.”
“무슨 수로 일류에 근접한…..”
“거꾸로 매달아서 목을 베어서 죽였지요.”
“뭐?”
“살려달라고 애처롭게 애원하더라고요. 고수든 뭐든 간에 죽기는 싫었나봐요.”
그 말과 함께 빙그레 웃는 목경운.
그런 그와 눈이 마주친 감 호위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목경운의 흉흉한 눈빛이 마치 자신을 옥죄이는 것 같았다.
‘이놈은 정말…….’
살인귀(殺人鬼)다.
새삼 이 가짜 녀석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사형수였다는 사실이 상기되었다.
자신 역시도 많은 사람을 죽였던 살수였지만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 달갑지 않고 염증을 느꼈기에 그만뒀던 것이었다.
한데 이놈은 평범한 이들과 다른 영역에 있다.
죽음을 가까이에 두고서 즐긴다.
‘빌어먹을.’
감 호위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둘째 목은평이 그에게 준 시간은 두 시진이었다.
그 안에 자신의 호위인 조일상을 찾아오라고 했는데, 그는 이미 죽었다.
결국 팔까지 걸며 호언장담한 게 무색하게 되어버렸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만약 찾지 못한다면 팔뿐만이 아니라 그 알량한 목숨도 내놓을 각오를 하는 게 좋을 거야]목은평의 살기 어린 경고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기껏 줄을 갈아탔더니.’
고작 하루 채 되지 않아 끊겨버렸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질 줄이야.
감 호위는 입이 바짝 말랐다.
그러다 문득,
‘…….이놈 설마 일부러 죽인 건가?’
생각해보니 그랬다.
이 녀석은 가짜이기에 매사에 조심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아무리 어디로 튈지 모를 녀석이라고 해도 이 녀석처럼 영악한 놈이 자신의 상황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 둘째 공자의 호위를 죽였다는 건.
‘내가 제 놈을 버리고 줄을 갈아탔기에 목은평의 호위 무사 놈을 죽였구나. 하……’
참으로 기가 막혔다.
어떻게 이렇게 영악할 수가 있지?
목은평의 호위를 죽임으로서 자신을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뜨렸다.
이리 되면 더 이상 다른 공자들에게 갈아탈 수가 없었다.
누가 자신을 믿겠는가?
-꽉!
이 영악한 놈의 의도를 깨닫게 되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무공도 익히지 않은 살인귀 놈이 자신을 이렇게 몰아붙이다니 말이다.
‘이놈 때문에 그간 준비했던 모든게……’
다 수포로 돌아갔다.
화가 났다.
“참 감정 변화가 다양하시네요? 얼굴이 빨개진 걸 보니까 화가 났나보네요.”
이죽거리는 목경운의 목소리에 감 호위가 노려보았다.
당장에라도 이놈을 죽이고 싶어졌다.
아니 죽일까?
어차피 둘째 공자 목은평이 자신의 목숨을 노릴 테니 연목검장에 남아있는 건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고 해도……
‘아!’
순간 감 호위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팍으로 향했다.
그의 가슴 팍에는 연목화심법(然木化心法)의 겉표지와 내용물 두 장이 있었다.
두 장뿐인 내용물을 보는 순간 감 호위는 깨달았다.
이것이 진본이란 걸 말이다.
‘고찬 그놈이 끝까지 입을 다물었지만 이걸 가지고 있었다는 건.’
목경운 이놈이 비급서를 구했다는 의미였다.
대체 비급서를 어떻게 구한 거지?
의문이 들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팍!
감 호위가 목경운의 갈비뼈로 비수를 들이밀며 속삭였다.
“비급서의 나머지…..네놈이 가지고 있지?”
“비급서요?”
-팍팍!
감 호위가 자신의 가슴팍을 치며 말했다.
“이거 말이다. 이거.”
“아아. 그거요?”
“그래.”
“당연히 가지고 있지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감 호위의 얼굴에 한순간 화색이 돌았다.
역시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됐다! 됐어!’
장주의 목숨이 오늘 내일 하는 상황이다.
후계를 정해놓지 않은 상황이기에 가신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장주만이 익힐 수 있는 비급서를 가지고 있거나 그 무공을 익힌 핏줄이 있다면 가장 후계자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었다.
‘목숨 값을 대신할 수 있다.’
둘째 목은평 역시도 이 비급서를 탐낼 수밖에 없었다.
이걸 가진다면 죽은 호위 조일상의 목숨 값으로 상쇄 할 수 있을 것이다.
-팍!
감 호위가 비수를 더욱 가까이 붙이며 말했다.
“긴말 하지 않겠다. 죽고 싶지 않으면 비급서를 내놓아라.”
“비급서가 굉장히 필요하신 가봐요.”
“네놈과 말장난을 할 시간 따윈 없다.”
“꽤 아쉬운 처지인가요?”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그럴 리가요. 저는 그저 아쉬운 처지는 제가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위협을 해도 괜찮냐는 거죠.”
이런 목경운의 말에 감 호위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나를 고찬이나 조일상과 같다고 생각하지 말거라. 네놈을 이 자리에서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죽이는 것은 내게 일도 아니다.”
은퇴 했다고 하나 본업이 살수였었다.
죽이는 방법이야 수십, 아니 수백여 가지에 달한다.
그리고 자신은 일류 고수였다.
일류 고수에 근접했다와 정말 일류 고수 간의 격차는 확실했다.
조일상 따위는 한 손으도 죽일 수 있다.
“나를 더는 자극하지 마라.”
“이거 무서운…..”
-푹!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비수의 끝 부분이 목경운의 갈비뼈 사이 살을 살짝 파고들었다.
“더는 묻지 않겠다. 비급서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비수를 완전히 박아넣을 거다. 이 사이로 비수가 파고들면 무조건 즉사다.”
“…….여기서 제가 죽으면 더 손해를 볼 텐데요.”
목경운이 그 말과 함께 약당에 있는 일꾼들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이들이 지켜보는데 자신을 정말로 죽일 수 있겠냐는 의미였다.
이에 감 호위가 옅은 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러다 이내,
-팟!
목경운에게서 손을 떼더니 약당에 있는 일꾼들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 몸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순식간에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간 감 호위가 이내 전광석화와 같은 손짓으로 그들의 요혈에 비수를 꽂았다.
-푸푸푸푹!
약당의 일꾼들이 순식간에 요혈이 찔려 죽고 말았다.
비수가 꽂혔는데도 피가 거의 나오지 않았고 비명도 없었다.
살수 출신답게 깔끔한 솜씨였다.
‘약당 일꾼 세 명 정도는 둘째 공자가 처리할 수 있을 거다.’
자신은 몰라도 둘째 공자는 입막음이 가능할 거라 확신했다.
그렇기에 모험을 거는 감 호위였다.
“이래도 내가 네놈을 죽일 수 없다고 확신하나?”
감 호위가 목경운을 향해 다가가며 말했다.
이 정도면 아무리 녀석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긴장은 할 거라 여겼다.
그런데,
-피식!
‘웃어?’
목경운은 웃었다.
순식간에 약당 일꾼 세 명이 죽었는데 말이다.
그걸 보고도 웃어?
“네놈이 정말 현실 파악이 안 되나 보구나. 하면 고통을 몸으로 직접 체감해야 입을 열겠구나.”
-팟!
감 호위가 경신법(輕身法)을 펼치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는 목경운을 향해 금나수의 수법을 펼쳤다.
-파파파파팍!
팔을 움켜쥐고서 뒤로 꺾은 감 호위가 목경운의 오른손 손가락 하나를 움켜쥐고서 비수를 갖다대며 말했다.
“고통에 꽤 강한 것 같더구나.”
감 호위는 처음 목경운을 보았을 때를 떠올렸다.
목창살 안에 갇혀 구경꾼들에게 돌멩이를 맞는데도 신음성 한 번 내지 않았었다.
그걸 보고 독종이라고 여겼었다.
“한데 말이다. 네놈이 독종이라고 해도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거든. 그 고통을 극대화 하는 방법을 나는 알고 있지.”
-팍!
비수가 손가락을 파고들었다.
감 호위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과일을 깎듯이 네 손가락 살을 한 줄씩 깎아주마.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고통일 게다.”
“그런 가요?”
“언제까지 그 여유가 유지되나 보자꾸나.”
감 호위가 그렇게 비수의 날을 위로 빗겨 올리려 했다.
그때 목경운이 입을 열었다.
“시작하기 전에 드릴 말씀이 있네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감 호위의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러면 그렇지.
아무리 살인귀였어도 고작 17살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여유를 부려도 결국 다가올 고통에 대한 두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얘기해라.”
“어떻게 활용할까 싶었는데 참 감사하네요.”
“뭐?”
이게 무슨 개소리지?
뭘 활용해?
‘!?’
그 순간 감 호위는 이질감을 느꼈다.
목경운의 손가락을 움켜쥐고 있는 손바닥이 뭔가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꽉 쥐어서 그런가 싶어서 살짝 힘을 뺐는데,
-팍!
손바닥이 손가락에 달라붙었다.
‘이게 무슨…….’
뭔가 이상하다고 여긴 감 호위가 손으로 공력을 끌어올려 손바닥을 떼어내려 했다.
그런데,
-솨아아아아!
그 순간 손바닥으로 집중했던 내공이 이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헉!”
갑작스러운 현상에 감 호위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손이 흡착되어서 내공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는데, 운기의 흐름마저 방해받아 손바닥을 떼어내기가 힘들었다.
벌써 상당한 내공이 빨려 들어갔다.
손가락을 쥐고 있는 왼손과 왼팔에 힘이 빠질 지경이었다.
‘이놈 어디서 이런 사술을?’
이건 정도(正道)의 무공이 아니었다.
타인의 내공을 흡수하다니?
벌써 1할의 내공이 빨려 들어갔는데, 계속 이러다가 정말 사달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놔라!”
감 호위가 비수를 거꾸로 쥔 주먹으로 목경운의 목을 내리치려했다.
기절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목경운이 목을 비틀어서 어깨에 맞았다.
“풋!”
하나 일류 고수는 일류였다.
내공이 실린 주먹에 충격을 받은 목경운의 입에서 피 기침이 뿜어져 나왔다.
그럼에도 목경운은 손가락을 놓지 않았다.
“끄으으! 이놈!”
-퍽퍽!
화가 난 감 호위가 목경운의 목과 등을 마구 쳤다.
내공이 실린 주먹에 목경운은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끝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이 독종!’
이에 감 호위가 결국 목경운의 갈비뼈 사이로 비수를 박았다.
-푹!
“흡!”
갈비뼈로 비수가 반이나 파고들자 호흡이 끊기며 착의 식이 끊겼다.
흡착력이 사라진 순간 감 호위는 목경운의 등을 발로 걷어차며 거리를 벌렸다.
-팍!
-타타타타탁!
일곱 보 가량 물러난 감 호위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의 손바닥을 쳐다보았다.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는 왼손에서는 내공이 느껴지지 않았다.
운기를 해서 다시 순환시키면 되겠지만 이런 께름칙한 감각은 처음 느껴보았다.
감 호위가 비틀거리고 있는 목경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뭐냐? 네놈 대체 무슨 사술을 익힌 게야?”
“후우….후우….”
목경운이 갈비뼈 사이로 박힌 비수를 움켜쥐고서 비틀거리다 겨우 자세를 바로잡았다.
“확실히……일류네요.”
“말해라. 방금 그건 뭐냐?”
“이것만 가지고는 상대하긴 어렵겠네요.”
-으득!
감 호위가 이를 갈았다.
이 건방진 놈이 방금 전의 사술이 잠깐이나마 통했다고 자신을 어찌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건가?
그런 거라면 오산이다.
감 호위가 운기를 하며 비수를 빼내서 기수식을 취했다.
더 이상의 방심은 없다.
‘팔 다리를 전부 잘리고도 그딴 짓거리를 할 수 있나 보자꾸나.’
-팟!
감 호위가 겨우 자세를 잡고 있는 목경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손바닥이 닿는 것만 주의한다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팍! 푹!
감 호위가 던진 비수 하나가 목경운의 허벅지에 꽂혔다.
이에 목경운이 비틀거렸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서 감 호위가 손목에 숨겨뒀던 비수 하나를 더 꺼내들며 목경운의 어깨로 날리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마승.”
-오싹!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감 호위는 순간 전신에 소름이 끼치는 감각과 함께 뒤에서 무언가가 자신의 손목을 잡으려는 것을 느꼈다.
당황한 감 호위는 그 기괴한 감각을 피하기 팔을 내리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곳을 쳐다보았다.
‘!?’
감 호위가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뒤에서 소름 끼치는 기묘한 감각을 느꼈는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놈 무슨 짓을 한 거지?’
보이지 않는데 이 기묘한 느낌은 뭐란 말인가?
당황해하던 감 호위가 눈동자를 움직여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방금 뭘 한 거지?”
“어떤 걸 말이죠?”
“시치미 떼지 마라. 분명 뒤에서 뭔가가 내 손목을 쥐려 했다.”
“확실히 감각이 예민하시네요.”
“…….역시 뭔가를 했구나.”
“뭐 저는 아니고요. 이 친구가 그랬죠.”
“이 친구?”
이게 무슨 소리지?
설마 진짜로 조력자가 있는 건가?
기감을 높혀서 주위로 눈을 굴리는 감 호위에게 목경운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궁금해 하시니까 보여드리죠. 마승.”
그 말이 끝나는 그 순간이었다.
-스르르르르!
‘!!!!!!!!!’
감 호위는 순간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바로 코 앞에 피에 젖은 가사에 해골 염주를 걸고 있는 거구의 승려가 아지랑이처럼 나타나더니 섬뜩한 안광을 내뿜으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이건 아무리 봐도 살아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흡사 귀신…….
당혹스러워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푹!
그 순간 승려를 통과한 뭔가가 가슴 한가운데 꽂혔다.
그것은 바로 비수였다.
“이제 됐어요.”
-스르르르르!
그 말과 함께 승려의 몸이 흐릿해지며 사라졌고, 그 뒤로 무언가를 던진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목경운이 보였다.
“이……이런……”
감 호위가 비수가 박힌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내공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는데, 비수에 실린 내공으로 인해 깊숙이 박혔다.
감 호위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이런 그에게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비수도 내공도 당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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