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50)
“너 같은 인간도 과연 욕망 앞에서도 타락하지 않을지가 궁금하거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금모구미호의 몸을 감싸고 있던 적금색의 화사한 옷이 스르륵하고 내려갔다.
그와 함께 너무도 아름다운 나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러난 그녀의 여체는 괴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인간으로서는 완벽에 가까웠다.
봉긋하게 솟은 가슴에 잘록한 허리, 하얀 피부에 흐르는 윤기.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떠한 남자라도 이런 그녀의 환상적인 나신을 보게 된다면 욕망의 늪에 빠져 정신을 차릴 수 없을 것이다.
-배시시!
금모구미호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목경운에게 말했다.
“나 어때?”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운 몸에 자부심이 있었다.
오랫동안 요력을 쌓아와 인간화를 할 수 있게 된 이매망량 중에서도 자신만큼이나 완벽에 가까운 육신을 가진 자는 드물었다.
‘호호호호홋.’
이 몸을 보고서 넘어가지 않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은나라의 주왕도, 심지어 그를 쓰러뜨린 주나라의 무왕, 이젠 역사로 남게 된 수많은 왕들과 왕자, 무장, 영웅들이라 불렸던 존재들조차 욕망을 이기지 못했다.
그것은 수컷이라는 존재가 버틸 수 있는 그런 영역이 아니었다.
수컷은 본능적으로 최고의 여자를 찾게 되어 있었다.
‘욕망에 굴복하게 된 자는 빠르게 타락한다.’
그녀는 유혹에 넘어간 수많은 남자들을 타락시켰다.
그 타락이 미치는 영향은 컸다.
일개 개인일 때는 주변의 가족들과 친지에 불과했지만, 그것이 어깨에 막중한 책임을 지닌 존재라면 그 타락은 국운마저 좌지우지 하게 되었다.
이는 금모구미호에게 있어서 최고의 유희였다.
한 인간의 나락을 통해 벌어지는 아비규환과 절망으로 가득해진 세상.
그녀는 그 과정을 즐겼다.
‘너도 예외일 순 없어.’
금모구미호가 자신의 꼬리에 묶여 있는 목경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게 하기 위하여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런데,
‘!?’
금모구미호의 한 쪽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그도 그럴 것이 나신이 된 자신을 과연 어떤 눈빛으로 바라볼지 궁금했는데, 정작 목경운의 눈빛은 무미건조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이것은 평범한 사물을 바라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너······.”
금모구미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놈 뭐지?
설마 참고 있는 건가?
약관조차 되지 못한 인간 수컷들이라면 더욱 성욕이 넘쳐날 시기가 아닌가.
상황이 아무리 이러해도 자신의 이런 완벽한 여체를 보고나면 욕망에 사로잡혀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지?
뭔가 기분이 나빠지려 한다.
‘잘한다. 중생.’
이를 보고 있던 청령이 내심 좋아했다.
내심 여자가 보아도 탄성이 나올만큼 아름다운 금모구미호의 나신에 목경운이 유혹에 넘어가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저 무표정한 얼굴을 보고 나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인내심이 제법이네.”
금모구미호가 입술을 삐쭉 내밀더니 이내 혀를 날름거리며 목경운의 뺨을 매만졌다.
-슥!
“참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얼마나 갈까”
“······.”
그녀의 손이 천천히 요력탄에 넝마가 된 목경운의 옷자락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이내 상의를 움켜잡고서 이를 뜯어냈다.
-찌익!
목경운의 상의가 찢어지며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근육이 잘 발달한 상반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본 금모구미호가 윗입술을 혀로 핥았다.
“어린 녀석이 꽤 괜찮은 몸을 가졌네.”
그러고 보니 얼굴도 상당히, 아니 굉장히 미형이었다.
인간 수컷 중에서 이 정도 되는 얼굴은 수천 년 동안에도 거의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헤에.’
누군가를 유혹하여 타락시킨다고 해도 금상첨화라는 말이 있다.
이왕이면 건드릴 맛이 나야 좋지 아니한가.
목경운의 상의를 찢어서 위를 벗겨버린 금모구미호의 손이 이번에는 목경운의 하의로 향했다.
-꽉!
이에 목경운이 마기를 끌어올려 자신의 몸을 구속하고 있는 그녀의 꼬리를 풀어내려했다.
그러나 애초에 신수(神獸)에 가까운 존재인 금모구미호의 요력은 망망대해(茫茫大海)와도 같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반항하려 하는 목경운에게 금모구미호가 타이르는 표정으로 말했다.
“가만있어. 이 누나가 알아서 해줄 테니까.”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손이 목경운의 바지 허리까지 왔다.
바짓자락을 움켜쥐려 하자 청령이 황급히 소리쳤다.
-안 돼!
이와 함께 청령이 목경운을 지키기 위해 피로 만들어진 가시를 솟구치게 하여, 금모구미호의 꼬리를 노렸다.
-파파파팍!
그러나 청령이 만들어낸 피의 가시는 금모구미호의 꼬리에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했다.
오히려 흐물거리며 피가 방울방울 흩어지고 말았다.
“너 좀 귀찮게 한다. 너 먼저 죽여······.”
-흠칫!
그 순간 금모구미호가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무미건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묘하게 살의가 느껴졌다.
아주 희미한 살의였지만 그녀는 이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놈 봐라.’
원혼을 죽이려는 의지를 내비치자 이놈 처음으로 희미한 감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이 모습에 그녀는 흥미를 느꼈다.
죽음에 대한 공포마저 보이지 않을 만큼 상당히 무감정에 가까운 녀석이라 여겼는데, 살아있는 인간도 아니고 고작 원혼에게 반응하고 있었다.
이 녀석들 대체 무슨 관계지?
-우우웅!
격이 낮은 괴이들은 보이지 않겠지만 금모구미호의 눈에는 보였다.
그들에게 이어져 있는 연(緣)의 끈.
이것은 이들이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주종의 술인 식신을 맺고 있음을 의미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들에게서 유대감이 느껴지는 걸까?
-씨익!
금모구미호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그녀는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인간을 타락시켰기 때문에 그 인간이 가진 감정적으로 약한 빈틈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에,
-팟!
-이런!
금모구미호가 손을 뻗자 요력으로 만들어진 결계가 생겨나며 그것이 순식간에 청령을 가둬버리고 말았다.
당황한 청령이 영력으로 이를 뚫어보려 했지만,
-파치치칙!
-하윽!
요력에 닿는 순간 도리어 튕겨지고 말았다.
타들어갈 것 같은 고통 때문에 그녀의 영체로 이루어진 두 손이 순식간에 까맣게 바뀌었다.
그 모습이 마치 요력에 침식 당한 것처럼 보였다.
“어이. 원혼. 소멸되기 싫으면 가만히 있는 게 좋을걸. 괜히 더 나대다간······”
-으득!
금모구미호의 경고가 끝나기도 전이었다. 이를 악다문 청령이 이내 다시 한번 결계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녀는 모든 기운을 날카롭게 바꾸어 스스로가 하나의 검(劍)이 되어 이 결계를 부수려고 했다.
-촥! 파치치치치칙!
영체가 되었음에도 그녀는 한 사람의 검수였다.
그리고 그녀 역시도 목경운과 함께하며 여러 깨달음을 얻었다.
원혼으로서의 힘이 아니라 검수로서의 의지는 그 영력마저 일순간 초월할 정도였다.
-파치치치칙!
‘!?’
금모구미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격이 높은 원혼이라고 해도 자신의 요력으로 만들어낸 결계에 균열이 가고 있었다.
이 원혼······.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상관없다는 건가?
금모구미호의 입술이 실룩거렸다.
‘그렇게 둘 순 없지.’
이 원혼이 소멸되게 되면 이 흥미로운 인간의 감정이 침체될 게 뻔했다.
그렇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파치치치치칙!
-아아아악!
결계 안에서 벼락이라도 치는 것처럼 푸른 빛줄기의 뇌전이 일어나며 청령을 뒤덮었다.
이런 뇌전에 영체에 타격을 입은 그녀가 이내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꽈아아아악!
그때 목경운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금모구미호의 꼬리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이 녀석 안에 있던 흉폭한 검은 기운이 갑자기 더 강해졌다.
이를 통해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무감정한 게 아니야.’
감정이 있다.
그 감정이 그저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완전히 감정이 없는 존재라면 모를까 그것이 드러나지 않을 만큼 내재된 것이라면 상황이 달랐다.
-팍!
그녀의 꼬리 중 하나가 목경운의 뺨을 날렸다.
그냥 뺨을 날린 것처럼 보였지만 굉장한 요기가 실려 있어서 골 속의 뇌까지 흔들릴 지경이었다.
어지러움이 강했는지 목경운의 고개가 비틀거렸다.
-할짝!
그런 목경운의 뺨을 금모구미호가 혀로 핥으며 말했다.
“가만히 있는 게 좋을걸. 안 그러면 저 원혼을 정말로 소멸시킬 거니까.”
그녀가 눈짓으로 가리킨 곳에는 결계 속에서 영체에 크나큰 타격을 입은 청령이 넋이 나간 얼굴로 바닥에 엎어져 있는 게 보였다.
영체가 저 정도까지 불투명해졌다는 것은 심각한 상태임을 의미했다.
그녀가 엎어진 채 저렇게 꼼짝하지 않는 건 흩어져가는 자신의 영체를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서일 거다.
“······협박이신가요?”
“농담 같으면 시험해보든지.”
“그런 협박은 제게 딱히······.”
“딱히 뭐?”
이런 금모구미호의 말에 목경운이 순간 입을 다물었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소멸시키든 말든 상관없다고 마음대로 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리만큼 청령이 소멸되는 게 보고 싶지 않았다.
‘······뭐지?’
자신에게 복수와 악의라는 감정 이외에 남아있는 게 있었던가?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자비나 동정심 같은 건 비합리적이라 여겼기에 지금 이 기분은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성적으로는 그러한데 어째서 청령이 죽는 게 싫은 걸까?
이해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대충 상황을 인지한 것 같으니 그럼 하던 걸 계속해볼까?”
-촥!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금모구미호의 손아귀에 목경운의 바지가 뜯겨나갔다.
그렇게 바지가 찢어지며 목경운의 몸이 완전히 나신이 되고 말았다.
“호호호호.”
금모구미호가 활짝 웃으며 이 상황을 음미하듯이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수컷에게 있어서 그곳만큼 정직한 곳이 없었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자손을 남기기 위해 저절로 사정을 할 만큼 이성이 제어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이렇게 완벽한 여체가 가까운 상황에서 과연 어떨지 한 번 봐······.
‘······.’
순간 금모구미호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적어도 어느 정도는 반응을 보였을 거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변화가 없는 목경운의 그곳을 빤히 바라보던 금모구미호는 수천 년 만에 처음으로 자존심이 상하려고 했다.
‘그렇다 이거지?’
이에 오기가 생긴 금모구미호가 목경운에게 다가가 천천히 몸을 포갰다.
-뭉클!
그녀의 봉긋한 가슴과 목경운의 탄탄한 근육이 겹쳐졌다.
-팍!
그 상태로 늘씬한 한쪽 다리로 목경운의 둔부 쪽을 감싸더니, 귓가로 야릇한 숨소리를 내며 속삭였다.
“하아. 널 짐승으로 만들어줄게.”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