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53)
“옥좌는 모르겠다만 너야말로 내가 찾던 마(魔) 그 자체의 인간일지도 모르겠어. 아아! 그래. 네게 진짜로 어울리는 호칭은 바로 마(魔)야.”
마(魔).
금모구미호의 말에 목경운은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진짜 이름인 정(正)을 알고 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무슨 짓을 한 거지?’
아무리 정신이 몽롱해졌다고 해도 자신의 입으로 그걸 이야기했을 확률은 낮았다.
그런데 그녀가 정을 거론했다는 것은,
‘기억······을 본 건가?’
그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
그러는데 금모구미호가 목경운의 뺨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어때? 마(魔)라는 호칭 괜찮지? 그냥 마라고 하면 심심하니까 앞에 성 같은 거라도 붙이는 게 좋을까? 하늘에서 떨······.”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경운이 이를 끊고서 말했다.
“제 기억을 본 건가요?”
“어머. 눈치가 빠르네. 뭐 전부는 아니고 일부라고 해야 할까?”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의 기억을 염탐했다는 것에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기어코 강제로 자신과 관계를 가졌다.
아니 가지는 중이라고 해야 옳을까?
-꽉!
금모구미호가 두 다리로 더욱 감싸며 홍조가 띤 얼굴로 말했다.
“하아. 있잖아. 이왕 했는데 끝은 봐야 하지 않을까?”
“······.”
목경운은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이대로는 이 여우 괴이의 의도대로 무조건 끌려다니게 된다.
그렇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를 해야 했다.
이에 목경운은 체내의 남은 마기를 모두 끌어 올려 어떻게든 대항해보려고 했는데,
‘!?’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마기가 회복되었어. 아니 늘었어.’
체내의 마기가 본래의 양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늘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부상도 꽤 심한 상황이었고 정신까지 잃었었는데, 어째서 마기가 이 정도까지 늘어난 거지?
그런데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체내로 방대한 양의 요력(妖力)이 흡수되어 있었다.
그것은 괴물너구리인 시해왕(弑海王)에게서 흡수했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았고 심지어 요력의 순도가 굉장히 높았다.
‘······체화하기 힘들 정도야.’
요력이 워낙 방대하여 체화한다고 해도 남아돌 정도였다.
오히려 이것을 계속 체내에 지니고 있으면 독이 될지도 몰랐다.
목경운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그렇다면 이 순도 높고 방대한 요력을 활용할 방안이 있었다.
목경운이 이내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금모구미호가 목경운을 유혹하듯이 야릇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 모습은 싫어? 아니면 아까처럼 저 원혼의 모습으로 해줄까?”
-슥!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금모구미호가 얼굴을 손으로 훑으며 둔갑술을 펼쳤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청령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중생.”
심지어 목소리마저도 똑같아졌다.
그렇게 청령으로 둔갑한 금모구미호가 허리를 들썩이며 목경운의 귓가에 속삭였다.
“하아. 중생 눈을 떠······!?”
-흠칫!
그때 금모구미호가 날카로워진 눈으로 목경운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우득! 우드드득!
목경운의 오른손을 중심으로 팔 전체가 방대한 요력과 함께 핏줄이 울룩불룩 튀어나오더니 이내 시꺼멓게 변해하고 있었다.
이 광경에 금모구미호가 내심 어처구니가 없어 했다.
‘이 요력······.’
이것은 자신의 요력이었다.
놈에게 흡수당하기는 했으나, 애초에 요력은 인간에게 있어서 극독(極毒)이나 다름없었기에 곧바로 체화해서 사용하는 것은 힘들 거라 여겼다.
그런데 이 요력을 체화하지 않고서 당장에 써먹는다고?
‘이놈 진짜?’
인간 같지가 않았다.
정신 속에 갇혀 있던 그 존재와 별개로 이 육신은 분명 인간이다.
한데 이런 게 가능할 줄은 몰랐다.
금모구미호의 시선이 이내 목경운의 목으로 향했다.
당장 꼬리를 움직여 목을 비틀어버린다면 요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해치울 수 있다.
그러나 이 녀석이 정말로 강상 그놈이 예언했던 마(魔) 그 자체인 인간이라면 무엇을 이루기도 전에 잃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칫.”
결국 금모구미호가 감싸던 다리를 풀고서 목경운을 꼬리로 잡아 바닥을 향해 내던졌다.
-쾅!
목경운의 몸이 바닥을 뚫고서 깊숙이 파고들었다.
“에휴.”
지금 모여 있는 정도의 요력이라면 자신에게도 타격을 입힐 수 있기에 정신을 잃게 하는 것만이 답이었다.
금모구미호가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찼다.
오랜만에 욕구를 제대로 풀어보나 싶었는데 당장에는 그른 듯했다.
‘뭐 상관없지.’
계속 데리고 있으면서 꼬드기면 될 일이었다.
애초에 악한 녀석이라 굳이 타락시킬 필요 없이 자신의 것으로만 만든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라고 여기던 찰나였다.
-파파파파파팍!
금모구미호가 황급히 꼬리 네 개가 교차하며 방패처럼 앞을 가로막았다.
그와 동시에 검은 선이 스쳐지나가더니 이내,
-콰앙!
‘크윽.’
금모구미호의 몸이 경친왕의 처소 천장을 뚫고서 위로 솟구쳤다.
그렇게 구멍이 뚫려 있는 곳에서 누군가가 떨어지며 처소의 바닥을 향해 안착했다.
-탁!
안착한 자는 다름 아닌 목경운이었다.
-주르륵! 뚝뚝!
검고 흉측하게 바뀐 오른팔에서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목경운이 자신의 오른팔을 쳐다보며 거칠어진 숨을 내쉬었다.
“후우······후우······.”
금모구미호에게서 흡수한 요력을 역혈사공으로 폭증시킨 부작용으로 오른팔의 혈맥들이 파열되고 말았다.
확실히 체화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단 한 번에 불과했지만 금모구미호의 요력 그 자체를 이용하여 검의를 일원화한 일격을 날렸기에 그 위력은 가늠하기조차 힘들었다.
-중생!
그때 불투명해진 모습의 청령이 목경운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피투성이로 엉망이 된 오른팔을 쳐다보며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괜찮느냐?
“글쎄요.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그런 말이 어디 있느냐? 네 그 손과 팔······.
청령이 이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목경운의 방금 전의 일격에 담겨있던 엄청난 요력은 그녀조차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아마도 금모구미호에게서 흡수한 기운이었을 거다.
그런 엄청난 기운을 일시적이었다고는 하나 감당하려 했으니, 손과 팔이 이 꼴이 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목경운이 그런 축 늘어진 오른팔을 개의치 않고서 청령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휙!
청령이 당혹스러운 기색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도 그럴 것이 목경운은 지금 나신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남성이 굉장히 두드러진 상태라 차마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왜 그러시죠?”
-너······. 지금······꼴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청령의 모습에 목경운이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인지했다.
“아아.”
이에 목경운이 왼손을 처소의 좌측편을 향해 뻗었다.
그곳에 경친왕의 겉옷 몇 벌이 걸려 있었다.
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팔소매를 허리띠처럼 묶어서 하반신을 가렸다.
힐끔거리며 이를 확인한 청령이 이내 고개를 반쯤 돌리며 퉁명스러운 투로 말했다.
-아주 발정 난 짐승 같더구나.
“······.”
이 말에 목경운이 입을 다물었다.
평소라면 별 생각 없이 답변했겠지만 바로 청령이 바라보는 앞에서 청령으로 둔갑한 금모구미호와 관계를 가졌던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금모구미호의 술법에 당했다고는 하나 당사자를 앞에 두고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청령도 혹시 이것 때문에 그러는 것일까?
이에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목경운이 그녀에게 물었다.
“언짢으신가요?”
-언짢?
“네.”
-보, 본좌가 뭘 그런 걸로 언짢다는 것이냐? 어차피 본좌는 죽은 원혼이다. 네놈이 어떤 년들이랑 관계를 맺든 분탕질을 무슨 상관이겠느냐.
아무렇지 않다는 것 치고는 언성이 꽤 올라가 있었다.
심지어 말까지 더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목경운이 대놓고 말했다.
“그건 그렇다고 해도 그 여우 괴이가 청령의 모습으로 변해서 마치 청령과 한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혹시······.”
-그만! 그만! 그만!
“······.”
청령이 목경운이 말을 하지 못하도록 다그쳤다.
안 그래도 그 광경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서 미쳐버릴 것 같은 그녀였다.
방금 전에 했던 말대로 계속 자신은 이미 죽은 사람이고 그저 맺혀 있는 한을 푸는 것이 세상에 남아있는 목적이라고만 되새겼다.
그런데 그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가 않았다.
‘젠장!’
그 광경이 떠오르니 계속 목경운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이성이야 금모구미호가 목경운의 정신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저지른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랬다.
계속 지켜봤지만 녀석은 이성을 이성으로 여기지 않았다.
해서 자신과 닮은 그 천지회 회주의 셋째 제자 위소연과 관계를 가졌다고 했을 때도 그저 이용하기 위함이라고만 여겼다.
‘······대체 뭐냐고.’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왜 잘 버티다가 하필 자신의 모습으로 변하자마자 반응을 보이냔 말이다.
이걸 떠올리니 원혼 어쩌고 하면서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이 중생 녀석이,
‘······설마 본좌를 여자로 보는 것이냐?’
머리를 쥐어 잡고 있던 청령이 힐끔거리며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방금 전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이 녀석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눈빛으로 돌아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걸 보니 뭔가 화가 나기 시작한다.
괜히 자기 혼자서 이를 의식하고 야단법석을 피우는 것 같지 않은가.
기분이 들쑥날쑥해져서 주체가 되지 않는다.
그러던 찰나였다.
-슥!
그때 그녀의 머리로 무언가 손길이 느껴졌다.
영체에 직접적으로 촉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자는 오직 목경운 뿐이었다.
목경운의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지는 순간 영체임에도 불구하고 두 볼이 새빨개진 청령이 당황해하며 자신의 몸을 감싸며 소리쳤다.
-마, 만지지마!
“안 만지면 어떻게 한다는 거죠?”
-뭣?
이 말에 청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정말로 당황한 청령이 자신을 더욱 감싸며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너 진짜 짐승이냐? 불여우 같은, 아니 여우구나. 아무튼 간에 이매망량이랑 하고 나니까. 어? 죽은 사람이고 뭐고 간에 이젠 원혼이랑도 하고 싶고 뭐 그런 거냐?
“······.”
-아주 욕구를 풀지 못해서 안달이 났······.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무슨 소리라니 중생 네놈이 본좌에게······.
“계속 그 상태로 있으면 영체가 흩어져 소멸할 텐데요?”
-어?
“흡수한 요력을 나눠드리려고 하는데 뭔가 오해를 하신 것 같군요.”
-······.
순간 그녀는 민망함을 금치 못했다.
이런 그녀를 향해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가가 손을 뻗으며 물었다.
“미리 물어볼 걸 그랬군요. 요력 넘겨드려도 괜찮겠나요?”
-······.
목경운의 물음에 청령이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영체가 약해진 것만 아니었다면 당장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를 바라보는 목경운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그러다 이내 그녀의 영체에 손을 갖다 대고서 흡수한 요력을 불어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탁!
천장을 통해 누군가가 사뿐히 내려왔다.
그녀는 바로 금모구미호였다.
‘이런!’
목경운의 청령의 영체를 뒤로 밀어내며 마기를 끌어올렸다.
그 엄청난 요력을 한 점으로 모아 검의에 담아 날렸는데, 그걸 버텨낼 줄은 몰랐다.
거의 멀쩡하기 그지없었다.
단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꼬리 중 하나의 일부가 잘려나가 있었다.
그것도 끄트머리가 베여나간 정도였다.
‘······고작 꼬리 일부인가.’
육마(六魔) 그리고 신수에 가까운 대영수라는 칭호에 걸맞게 정말 격이 다른 존재였다.
애초에 상대가 되질 못했다.
이에 분위기가 무거워지며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는데,
-팍!
살벌한 얼굴을 하고 있던 금모구미호가 잘려나간 자신의 꼬리의 일부를 아무렇지 않게 툭하고 던지며 입을 열었다.
“순간 그냥 죽여버릴까 싶었는데 여기까지 하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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