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6)
8화 죽음의 기운 (1)
“비수도 내공도 당신 거예요.”
‘!?’
이런 목경운의 말에 감 호위의 눈동자가 떨렸다.
가슴 한 가운데 박혀 있는 비수.
비수에 실려 있는 내공이 자신의 거라고?
하면 이 녀석 자신에게서 강제로 가져간 내공을 활용했단 말인가?
‘……말도 안 돼.’
내공 간에는 그 고유의 성질이란 게 있다.
문파, 종파 여러 분파에 의해서 변형된 기(氣)의 변질로 인해 타인의 내공을 가져간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독이 될 뿐이었다.
같은 문파의 사제들 간에 내공을 물려받아도 운기법으로 정제시켜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이를 곧바로 활용할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그것을 썼다고?
‘대체 이놈 정체가 뭐지?’
절대로 평범한 민간인이 아니었다.
사형수라 해도 무림인이 아니기에 통제할 수 있을 거라 여겼던 감 호위였다.
한데 그건 오산이었다.
이놈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기이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괴이(怪異)마저 다룬다.
‘실수다.’
이놈을 데려와서 안 됐다.
무공을 익히지 않았으니 통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다니.
어리석었다.
괴이를 이용해 자신의 시선을 끌어낸 후에 흡수한 내공을 담은 비수를 던져서 치명상을 입힐 만큼 비상한 머리를 가진 놈이다.
저 녀석이 정말 무서운 것은 그런 점일지도 몰랐다.
“후우……후우……”
감 호위가 호흡을 겨우 가다듬었다.
가슴에 박힌 비수로 숨을 쉬는 게 힘들 지경이었다.
가슴을 중심으로 체온이 식어가고 있다.
위치가 너무 치명적이었다.
이걸 뽑는 순간 출혈까지 심해서 회생이 힘들어질지도 몰랐다.
-슥!
감 호위가 고개를 들어 목경운을 노려보았다.
어차피 이놈과 자신은 절대로 같이 갈 수 없는 운명이었다.
어떻게든 끝을 봐야 했다.
어차피 자신도 그랬지만 녀석도 갈비뼈 사이로 박힌 비수와 허벅지에 박힌 걸로 움직이는 게 힘들긴 마찬가지일……
‘!?’
감 호위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 녀석이 던진 것은 자신의 허벅지에 박혀 있던 비수였다.
한데 왜 출혈이 고작 저 정도지?
그 위치면 허벅지 부근 뿐만이 아니라 바지 아래쪽은 이미 피로 젖어있어야 했다.
한데 그 부근을 제외하곤 피가 흐르지 않는 듯 했다.
‘지혈이나 혈도를 통제했을 리가 없는데.’
그런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하면 대체 뭐지?
괴물을 보듯이 목경운을 어이없이 바라보던 감 호위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쩌다가 이런 괴이한 녀석과 척을 지게 됐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하나 자신에게는 아직 비장의 수가 있었다.
이때를 위해 복용시키지 않았던가.
“…….네놈…..독단을……잊었느냐?”
그것은 바로 독단이었다.
혹시나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굴거나 도망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독단을 먹였었다.
이런 감 호위의 말에 목경운이 입술을 뗐다.
“아? 독단요?”
“그래.”
“깜빡하고 있었네요.”
“하.”
목경운의 그 말에 감 호위가 기가 차했다.
자신의 목숨이 저당 잡혀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는 게 말이 되나.
무슨 생각인건지는 상관없었다.
저 영악한 놈이 그걸 잊었을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하아…..하아…..거래하자.”
“거래요?”
“이대로 싸우던 것을 멈추고 비급서만 넘긴다면 나도 네놈을 놓아주마.”
“놓아준다고요?”
“네놈이 바라던 바가 아니더냐? 어차피 이곳에 있어봐야 가짜의 삶이고 언제 들킬지 모를 위험부담을 가져야 한다.”
이 말에 목경운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그건 그렇네요.”
“…….하니 네놈에게 해독제의 제조법과 노잣돈을 주마.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의원들이라면 충분히 제조할 수 있을 거고 노잣돈으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거다. 쿨럭쿨럭.”
말이 길어지자 감 호위는 목이 쉬어갔다.
서둘러서 응급 처치를 받고 운기 조식을 하지 않으면 위험해진다.
내공으로 버티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선택해라. 어차피 이렇게 계속 싸워봐야 둘 다 손해다.”
“확실히 일리가 있네요.”
긍정의 의사를 보이는 목경운.
그런 목경운의 모습에 감 호위는 안도의 숨을 내쉬려고 했다.
급한 불을 끝내고 후에 녀석을 제거해도 늦지 않았다.
지금은 녀석을 안심시켜야 한다.
“일단 안정제를 먼저 주마. 각자 치료……쿨럭……”
그때 감 호위의 입에서 기침이 나왔다.
피가 섞인 기침이었다.
부상을 입었으니 그럴 수도 있었지만 여기서 감 호위는 이질감을 느꼈다.
‘피가…….’
피에서 뭔가 역한 향이 맡아졌다.
순간 당황한 감 호위가 가슴 팍을 열어젖히려 했다.
그런데 손이 심하게 떨려서 움직여지지 않았다.
‘손이 어째서…..’
-쿵!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윽고 감 호위는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한 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말았다.
그러더니,
“끄웩!”
감 호위가 검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내공으로 가슴과 장기를 보호한다고 미처 몰랐는데, 오장육부로 뭔가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며 손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설마?’
감 호위의 눈이 커졌다.
이 증상은 틀림없는 독(毒)이었다.
뭔가 이상했다.
이 녀석은 독을 쓰지 않았는데 어째서 자신이 독에 중독되었단 말인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고통스러워하는 그에게로 비틀거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후우. 여기 비수가 박히니까 많이 아프긴 하네요.”
“네놈……대체…..뭘 한 거야?”
“아까 깜빡하고 말씀 못 드린 게 있네요.”
“뭐?”
“비수랑 내공 말고 제 피도 드렸네요.”
“피?”
“네. 허벅지에 꽂혔던 비수의 피를 닦아서 드리기에는 촉박했거든요. 사실 뭐 의도한 거긴 하지만요.”
“대체 무슨 소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감 호위에게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못알아 들으시겠죠. 고찬 호위한테만 이야기 했으니까.”
“고찬?”
“네. 별 건 아니고요. 어렸을 때부터 제가 독초 같은 걸 많이 먹어서 그런지 제 피는 독성을 띄거든요.”
‘!?’
이 말에 감 호위는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피에 독성이 띄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
그럼 제 놈이 사천당가의 독인(毒人)과도 같단 말인가?
‘이놈 대체…….하!’
황당했다.
대체 얼마나 많은 걸 숨기고 있던 거지?
한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내공으로 가슴 부위 뿐만 아니라 독이 퍼지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무슨 독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독할 정도로 화끈거린다.
“쿨럭쿨럭…….”
“고통스럽죠?”
“네놈……네놈이라고…..무사할 성 싶…..으……”
“파두, 개당귀, 복수초, 반하……”
‘!?’
목경운의 입에서 나오는 약재들에 감 호위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것들은 전부 독단에 쓰인 약재들이었다.
“자리공, 무당버섯, 회향초.”
“너…..너…..어떻게?”
“뭐. 이 정도 간단한 약재들은 혀만 살짝 대봐도 어느 정도 각이 나오지 않나요?”
맛을 보면 안다고?
이놈 대체 정체가 뭐야?
황당해하는 감 호위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목경운이 무릎을 굽히며 그와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사실 해독제 따위는 필요 없어요.”
“네놈…….나를……쿨럭쿨럭…..가지고 논 것이냐?”
그 물음에 목경운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감 호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창백한 얼굴도 그랬고 눈빛에 두려움과 공포심에 서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무림인이고 일류고수든 간에 고통과 죽음 앞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별반 차이가 없네요.”
-오싹!
그 말을 듣는 순간 감 호위는 등골부터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사람의 껍질을 쓰고 이런 말을 할 수 있고, 이런 죽은 자와 같은 눈동자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인간을 앞에 두고 있는 느낌이 아니다.
이놈은 마귀(魔鬼)다.
-파르르르르!
감 호위는 떨림이 멈춰지지 않았다.
호흡이 거칠어져갔고 두려움 때문에 숨을 쉬는 게 힘들어졌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간사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전히 자신이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겼기에 우습게 보았고 긴장 같은 건 없었다.
한데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떨고 있네요.”
“사……살려다오.”
감 호위는 자존심을 버리고 목숨을 구걸했다.
이렇게 죽을 수 없었다.
언제 비명횡사 할지 모를 그 비정한 살수의 세계에서 나와 안정된 삶을 꿈꿨던 그였다.
한데 이렇게 목숨을 잃는 건 너무 억울했다.
목경운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살려달라라.”
“충성……충성을 맹세하겠다. 아니. 맹세하겠습니다. 제발…..제발 살려주십시오.”
애원하는 그를 보며 목경운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야 태도가 마음에 드네요.”
“오, 오직 공자님을 위해서 살겠습니다.”
“그러면 저야 고맙죠.”
이런 목경운의 말에 감 호위의 표정이 밝아지려 했다.
그런데,
-푹!
“크헉!”
자신을 살려주는 건가 싶었는데 목경운이 가슴에 박혀 있는 비수를 손잡이까지 박혀 들어가도록 꽉 눌렀다.
괴로워하는 감 호위의 귓가에 대고 목경운이 속삭였다.
“필요에 따라서 얼마든지 쉽게 줄을 갈아타는 분이 충성은 무슨 충성이에요.”
“끄으으…….”
“그냥 죽으시는 편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슥!
“우읍!”
그 말과 함께 헐떡이는 그의 입과 코를 손으로 틀어막았다.
눈동자에 핏줄이 선 감 호위가 손과 발을 파닥거리며 괴로워했지만 목경운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전신의 꿈틀거림은 곧 멎었다.
핏대가 서서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숨은 거둔 감 호위.
목경운은 감흥이 떨어졌다는 듯이 바라보다 이내 코와 입을 틀어막았던 손바닥을 뗐다.
‘생각보다 빨리 처리했네. 운이 좋은 건가.’
애초에 어떤 식으로든 감 호위를 죽일 생각이었던 그였다.
자신이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자를 굳이 살려둬 봐야 귀찮아지기 때문이었다.
목경운은 고민이 되었다.
‘고찬 호위도 죽일까?’
고찬 호위까지 처리하면 더 이상 진실을 아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이내 목경운은 고개를 저었다.
‘살려두지 뭐.’
고찬은 아직 쓸모가 있었다.
이것저것 뒤처리를 시키기도 좋았고 말이다.
그리고,
‘입도 제법 무거운 것 같고.’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고 해서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두려워서이든 독 때문이든 상관없었다.
자신의 뒤통수만 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써먹을 용의가 있었다.
-욱씬!
목경운이 자신의 갈비뼈 틈에 박힌 비수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기이할 정도로 회복력이 강한 몸이라고 해도 이걸 계속 박고 있으면 아픈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하나 이걸 지금 뺄 수는 없었다.
그럴 듯한 모양새는 갖추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누가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거추장스럽다.
“아!”
깜빡할 뻔했다.
목경운은 죽어있는 감 호위의 단전 쪽으로 손바닥을 갖다댔다.
그리고 착(着)의 식(式)을 펼쳤다.
한 가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죽어서 흩어지고 있는 단전의 내공이 착의 식을 통해 목경운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조일상과는 비교도 안 되는 양이었다.
‘그림의 떡이군.’
하지만 이건 어차피 흩어져서 없어질 내공이었다.
그보다 궁금한 건 다른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공이 흘러들어오는 것이 멈춰졌다.
뭔가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아닌가?’
라고 여기던 차였다.
그 순간 감 호위의 복부 쪽에서 싸늘하면서도 음한 사기(死氣)가 흘러들어왔다.
분명 조일상에게서 흡수했던 그 기운과 흡사했다.
아니 더욱 양이 많았다.
‘아아아!’
역시 있었다.
죽은 감 호위의 몸에 있던 사기(死氣)가 복부의 배꼽 아래쪽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조금씩 형태를 갖춰갔다.
이게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이 싸늘한 기운이 점점 마음에 들고 있는 목경운이었다.
-후우.
이런 목경운을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는 붉은 안광이 있었다.
그건 자욱한 연기 속에서 곰방대를 입에 물고 있는 청령이었다.
청령이 옆에 있는 마승에게 작게 속삭였다.
-땡중. 네놈이 왜 저 중생에게 휘둘리는지 알 것 같구나.
저 놈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녀 또한 본능적으로 이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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