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60)
어젯밤.
-투둑! 투둑!
목경운의 몸에서 떨어지는 피부 조각들을 보며 청령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신수에 한없이 가깝다는 육마(六魔) 중 하나인 백면왕 금모구미호의 요력을 일부 흡수했기에 이를 체화하면 기운이 진일보할 거라고는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은 진일보의 수준이 아니었다.
목경운의 몸, 즉 근육과 골격이 또 다시 재구축되며 진화를 이뤄냈다.
‘환골탈태…..’
이를 두고 환골탈태(換骨奪胎)라고 한다.
자신이 보는 앞에서 두 번째 환골탈태를 이루는 것을 보게 될 줄이야.
이것은 단순히 체내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정도가 아니다.
저 기운을 감당하기 위해 최적의 상태로 바뀌었다.
-고오오오오!
목경운에게서 느껴지는 방대한 마기(魔氣)는 이미 완숙, 아니 화경의 극(極)을 넘어서고 있었다.
자신 역시도 죽기 전에 벽을 넘어섰었다.
그러나 벽의 벽을 넘어서진 못했고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정확하게 목경운이 기운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판단내리기는 힘들었으나,
‘……기운만으로는 현경에 한없이 가깝지 않을까?’
현경(炫境).
그것은 벽의 벽을 넘어선 경지를 말한다.
화경을 뛰어넘은 경지이고 진기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 숨을 쉬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무인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영역이라 할 수 있었다.
한데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목경운은 벽의 벽을 넘어서는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깨달음이 없이 환골탈태가 가능하다?
이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거지?’
두 번째 환골탈태.
보통은 스스로가 감당할 수 없는 기운은 체외로 빠져나가게 되어 있었다.
과한 것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그렇기에 육체가 남아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기운들을 내보내며 스스로 이를 조절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목경운은 기어코 이를 체화시켰다.
전부 자신의 것이 되었다.
‘진화라는 개념과는 달라. 이건 마치 중생 이놈의 육신이 극한의 상황에 맞춰서 적응….아!’
그래.
그 표현이 어울렸다.
육신이 끊임없이 적응하고 있었다.
그 적응력이 워낙 말도 안 되는 수준인지라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혀를 내두르던 청령이 속으로 확신했다.
‘지금의 이 녀석이라면 팔성과도 충분히 자웅을 겨룰 수 있겠어.’
현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우는 육천팔성(六天八星).
그녀는 목경운의 공력이라면 아직 육천에는 미치지 못해도 그 밑이라 할 수 있는 팔성과는 겨뤄서 절대 밀리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 * *
-툭! 챙강!
바닥으로 떨어진 도를 쥐고 있는 오른손.
무의식적으로 이를 보게 된 금의위 백호 겸창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극쾌(極快)라 불릴 만한 발도술을 펼쳤다.
그런데 어떻게 무방비 상태였던 놈이,
“아아. 적당히 하면 베일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힘 조절이 안 됐네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놈이 어느새 자신의 뒤에 있었다.
-푸슉!
그때 잘린 그의 손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단면을 워낙 완벽하게 베어서 피의 분출이 뒤늦게 일어났다.
이에 겸창은 황급히 오른팔의 지혈점을 눌렀다.
-타타타타탁!
그러자 흘러나오던 피가 이내 멎었다.
-팟!
피가 그쳤다고 해도 손목이 잘려나갔기 때문에 그 고통이 말로 이루기 어려울 정도일 텐데, 그는 신음 한 번 내지 않고서 몸을 움직여 목경운과 대치했다.
물론 일그러진 얼굴과 안색은 좋지 않았다.
“호오. 인내심이 제법 좋은가 보네요. 아프면 아프다 티 내도 괜찮아요. 어차피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갈 일은 없을 테니까요.”
‘!?’
그 말에 겸창을 비롯한 금의위 지휘첨사 상익서가 눈을 굴리며 집무실을 살폈다.
진기로 소리를 차단했다고 했는데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묘하게 집무실 안이 으스스해진 느낌이 들었다.
하나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대체 이 자는 누구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정말로 서창의 태감 호 공공이라 여겼었다.
그러나 그는 호 공공과 몇 차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기에 그 목소리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 자의 목소리는 호 공공처럼 간드러지거나 연륜이 묻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굉장히 젊었다.
‘…….인피면구구나.’
지휘첨사 상익서는 저 얼굴이 인피면구라 확신했다.
만약 자신이 인피면구라는 것을 몰랐다면 조금 더 혼란스러워했겠지만, 이미 그것에 대해 잘 알았고 활용하려 했기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다.
단지 더 놀랐던 것은 다른 두 가지 때문이었다.
‘……..이놈 대체 뭐지?’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분명 금의위 백호 겸창이 먼저 발도술을 펼쳤다.
그런데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는데, 어느새 겸창의 손목이 잘려나갔다.
‘남진무사가 아니면 상대가 될 자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 말을 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겸창이 허세를 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무위를 보았었기에 오히려 상대가 굉장한 괴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대체 정체가 뭐지?’
무위도 그렇고 영고의 존재를 알고 있다.
처음 한 쌍의 고독을 가져왔을 때 금의위 백호 겸창이 말했었다.
[이것은 체내에 자리 잡고 있을 때에는 조금도 숙주에게 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장기 기관에 들어온 노폐물이나 찌꺼기로 생존하기에 몸에 도움이 되죠.] [고독이라고 한 것치고는 특이하구려.] [이게 이것의 장점입니다. 체내에 해를 입히지 않고 일정 이상 있게 되면 오히려 장기 기관도 이것을 이물질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그게 대체?] [체내에 있음에도 이물질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건 의원이 되었든 누가 되었든 간에 뱃속에 고독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겁니다.] [오오!]겸창은 고독도 그렇고 영고도 그렇고 어떤 누군가도 알아낼 수 없다고 하였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단언했었는데, 이 자는 대체 그걸 어떻게 알아낸 거지?
의아해하고 있는 오른손이 잘려나간 겸창이 왼손을 내밀자,
-우우웅!
그의 왼손에 강기(罡氣)가 서리며 도(刀)의 형태를 갖추었다.
화경의 고수였기에 진기를 누구보다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 이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지,
“후우…..후우…..”
상대가 보통 고수가 아님을 알았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극쾌의 발도술을 먼저 펼쳤는데도 자신의 손목을 자를 정도의 고수라는 건 명백히 자신보다 한 수 위임을 의미했다.
그때 지휘첨사 상익서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대는 누구요?”
그 물음에 서창의 태감 호 공공의 얼굴을 하고 있는 정체 모를 자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보시다시피 호 태감입니다.”
“………”
지금 그걸 자신들이 믿을 거라 여기는 건가?
하는데 호 공공의 인피면구를 하고 있는 정체 모를 자가 도강을 맺고서 언제라도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겸창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차이를 인지했을 텐데요.”
“후우….후우…..”
“남은 팔이라도 건재하시길 바란다면 그냥 옆으로 비키시죠.”
오만하기 그지없는 태도에 겸창이 이를 갈았다.
분하기는 했으나 이 정도 무위를 지닌 자라면 충분히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그러나 상대가 자신보다 한 수 위라고 해서 물러날 상황이 있고 그렇지 아닌 상황이 있었는데, 지금은 명백히 후자였다.
곁눈질로 지휘첨사를 힐끔 쳐다보던 겸창이 입을 열었다.
“후우…후우….정체는 모르겠으나 영고를 언급했다는 건 당연히 마라 천호와 연관이 있는 자이겠지?”
“글쎄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대답이었다.
그러나 이런 모호한 대답만으로도 겸창은 관계성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럼 영고를 가진 자가 위험해지거나 목숨이 위태로워지면 후에 양쪽 모두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나?”
“양쪽 모두?”
“숙주가 죽으면 영고도 죽는다. 그렇게 되면 기생하고 있던 수컷 영고도 숙주를 해하며 죽는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줄 알겠지?”
기생형이 숙주하고 있는 천호 마라현도 죽는다는 말이었다.
“………”
이에 목경운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나 별다른 대답이 없고 웃음이 없어진 걸 보면 말 귀는 분명 알아들은 듯 했다.
여기서 겸창이 쇄기를 찍기 위해 말했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위협을 받아도 그렇지만 자체적으로 영고를 죽이는 것 또한 가능하다. 그리 되면 마라현도 죽는다.”
주도권을 잡았다고 여긴 겸창이 경고를 날렸다.
이런 그의 협박이 통하기라도 한 걸까.
호 공공의 인피면구를 하고 있는 정체 모를 자의 표정이 꽤나 굳어져 있었다.
시선도 아래로 내려가 있는데,
‘아래?’
지금 어딜 쳐다보고 있는 거지?
방금 전까지 지휘첨사 상익서에게로 향해 있던 시선이 어느새 자신의 아래쪽으로 향해있었다.
그것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잘린 오른손이었다.
저걸 왜 쳐다보고 있는 거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호 공공의 얼굴을 하고 있는 자, 아니 목경운이 그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휘릭!
바닥에 떨어져 있던 오른손, 아니 오른손이 쥐고 있던 그의 독문병기인 이평도(利泙刀)가 떠올라 목경운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자신의 도를 왜 가져간 거지?
하고 의문을 품고 있는데,
-팍!
도를 잡고 있던 오른손을 떨궈낸 목경운이 도병의 끝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를 본 겸창의 눈동자가 이내 커졌다.
‘설마?’
바로 그때였다.
-스륵!
목경운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이내 어느새 겸창의 뒤에서 나타났다.
-흠칫!
‘빠르다.’
긴장하면서 집중하고 있던 겸창이 너무도 빠른 움직임에 당황해하면서도 황급히 앞으로 신형을 날리며 거리를 벌려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가 바닥을 박차는 순간,
-촥!
어느새 도강을 형성하고 있던 그의 왼팔 어깨로 날카로운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의 독문병기인 이평도였다.
이내 바닥으로 그의 잘려버린 왼팔이 떨어졌고 균형이 무너지려는 순간 목경운이 그의 머리를 움켜잡고서 바닥에 얼굴을 찍어버렸다.
-쾅!
“꾸읍.”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의 머리를 잡은 채 목경운이 그대로 바닥의 끝을 향해 얼굴을 밀어버렸다.
-쿠구구구구구구!
그 힘이 어찌나 우악스러운지 얼굴이 통째로 갈려나가는 겸창의 입에서 기괴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으게게게겍.”
-파파팍! 콰직! 콰득!
이빨도 전부 부러지고 눈알에 나무 가시와 돌파편들이 마구 박혔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그렇게 괴로워하고 있는데 이윽고 머리채가 잡아당겨지며 그의 얼굴이 위로 젖혀졌다.
‘히익!’
피투성이가 되다 못해 끔찍해진 얼굴에 지휘첨사 상익서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경고를 듣고도 이런 일을 저지르다니, 천호 마라현의 목숨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인가?
그러는데 목경운이 입 꼬리가 양 귀까지 닿을 만큼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드디어 찾았네요.”
희열로 가득 찬 목경운의 왼손에 들려 있는 도병의 끝에는 묘한 형태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죽은 할아버지에게 남겨져 있던 상흔과 같은 표식이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