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62)
-푹!
“끄으으으읍!”
발톱의 한 가운데를 파고드는 바늘 침에 겸창이 고통의 신음성을 흘렸다.
마음 같아서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입을 틀어막고 있는 천 뭉치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나름 각오를 다져보았는데 계속되는 고통을 이길 수가 없었다.
벽을 넘어설 만큼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그것이 무너지기까지는 고작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으읍읍…..으으읍….읍….”
“뭐라고요?”
-팍!
목경운이 그의 입에서 천 뭉치를 뽑았다.
그러자 겸창이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하아….하아…..제알…..제알…..주겨….주겨줘……”
“이제 다섯 번째군요. 아직이에요.”
-꽉!
“읍읍.”
목경운이 다시 그의 입에 천 뭉치를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발톱 옆으로 다시 바늘 하나를 천천히 밀어넣었다.
-푹!
“끄으으으읍.”
겸창이 온몸을 비틀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목경운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쑤셔 넣은 바늘로 그의 발톱을 흔들어 젖혔다.
괴로워하던 겸창이 결국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스르륵!
고개가 밑으로 떨궈지려는 순간,
-빡!
목경운이 그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쳐올렸다.
이에 기절하려했던 겸창이 다시 정신을 차렸다.
깨어난 겸창은 희미한 시야로 보이는 목경운의 얼굴에 심장이 덜컥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찰나에 다시 깨어나지 않기를 바랐으나 그것은 무의미한 바람이었다.
‘이…..이놈은 정말 악귀야.’
이렇게 지독한 놈은 처음 본다.
자신도 누군가를 심문한 적이 많았지만 이 정도까지 해본 적은 없었다.
이놈은 인간이 절명하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고문을 해대고 있는데, 여지를 주는 것도 쉴 틈을 주는 것도 없었다.
마치 화풀이를 하는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간절히 죽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양팔이 잘리고 몸이 이렇게 망가진 이상 죽음만이 안식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읍으으으…..”
그가 힘없는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그러자 목경운이 말없이 바늘을 박아 넣었던 발톱 하나를 그대로 뜯어내버렸다.
-뿌득!
“끄으으으읍.”
인간의 몸은 참 신기했다.
고통이 계속 되어서 익숙 될 만도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고통은 기존의 고통에 중첩되어 괴로움을 더욱 배가시킬 뿐이었다.
그런 그의 귓가로 목경운이 달콤하게 속삭였다.
“죽고 싶죠?”
“………”
“이대로 편안하게 눈을 감고 싶지 않으세요?”
“……..”
묘하기 짝이 없다.
죽게 해준다는 말이 이처럼 감미롭게 들린 적도 없었다.
당장이라도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만 해준다면 어떤 모든 것이라도 다 할 수 있을 것만…..
-꽉!
그 순간 겸창이 입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천 뭉치를 물었다.
한순간 나약해져서 놈의 유혹에 넘어갈 뻔했다.
아무리 괴롭다고 해도 자신을 고문하고 죽음으로 몰고가는 자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일만은 없어야 했다.
그때 그런 그의 희미한 시야로 목경운의 얼굴이 보였다.
입 꼬리가 귀까지 닿을만큼 찢어져 있었다.
-흠칫!
이를 보는 순간 겸창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자신이 겨우 결의를 다지고 있는데 실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대체 왜 기뻐하는 거지?
어째서 이런 악귀와 같은 얼굴로 웃고 있는 거지?
의문으로 가득해지는데,
-슥!
목경운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다행이네요. 마음이 약해져서 포기할까봐 걱정했거든요.”
‘뭐?’
“좀 더 버텨주세요. 그쪽이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거든요. 아직 밤은 굉장히 기니까요.”
‘!!!!!!’
이 말을 듣는 순간 겸창은 심장이 부서질 것처럼 아파왔다.
이놈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자신에게서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는 것만이 아닌 듯 했다.
자신의 고통과 괴로움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악귀…..이놈은 무간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흉악 그 자체인 악귀야.’
도저히 그렇게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공포감이 전신과 머릿속을 휘어감자 그렇게 다져왔던 결의가 일순간에 무너져내려갔다.
자신이 버틴다고 해서 과연 누가 알아주기라도 할까?
결국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 아닌가?
순간 울컥한다.
왜 자신만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는 거지?
여기서 자신이 충의와 의리를 지키고 끝끝내 고통스럽게 죽어나가더라도 그들이 과연 알아줄까?
결국 자신이 죽어도 영광과 혜택을 누리는 것은 오직 그들만이지 않는가?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자 자포자기라도 한 듯 겸창의 몸이 축 늘어졌다.
“흐음. 설마 벌써 포기하면 곤란한데요.”
“………”
축 늘어져서 아무 반응이 없는 겸창의 모습에 목경운이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좀 더 버티길 바랐으나 더 이상은 무의미한 듯 했다.
해서 그의 입에 물려 있던 천 뭉치를 빼냈다.
-팍!
“하아….하아…..”
천 뭉치가 빠지자 호흡을 고르던 겸창이 힘없이 입을 열었다.
“워하느게…..이스면…..마하고….주겨라. 더는……사고프….마으도…..”
-꽉!
“으어?”
그때 목경운이 그의 턱을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머리를 고정하더니 턱을 안쪽으로 밀어넣으며 위로 올렸다.
그러자,
-우드드득!
뼈가 울리는 소리와 함께 겸창의 어긋나 있던 턱 관절이 맞춰졌다.
얼굴이 갈리면서 이빨이 전부 부러진 것뿐만이 아니라 턱 관절도 빠졌던 그였다.
그렇기에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없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턱 관절이 맞춰지고 나니,
“이제 얘기해보시죠.”
“하아……하아……대체 얼마….아?”
이빨이 없어 발음이 여전히 새기는 했으나 아까보다는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은 그였다.
결국 이래나 저래나 편하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놈이 원하는 것을 들려줘야 하는 처지였다.
하나 그 전에 자신도 풀고 싶은 의문이 하나 있었다.
“……..대답하기 전에…..하나만….묻고….싶다.”
“아직 멀었나보군요.”
그 물음에 목경운이 다시 천 뭉치를 잡으려 했다.
그러자 겸창이 화들짝 놀라서 황급히 말했다.
“사, 사천당가가 어떻게 우리의 존재를 캐내려고 하는 건지 궁금했을 뿐이다.”
“사천당가?”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미간을 찡그렸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이 자가 왜 대뜸 자신을 사천당가와 결부시키는 거지?
의아해하는데 겸창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당금의 무림에서 독인(毒人)의 경지에 이른 자는 팔독사장(八毒蛇杖) 구양소와 사천당가의 가주 천독수(千毒手) 당인해뿐이다.”
“그래서요?”
“그 중 구양소는……이곳에 있을 리가 없을 테니 당연히 남은 건 천독수뿐이다.”
“구양소가 왜 이곳에 없을 거라 단언하는 거죠?”
“그건……”
머뭇거리는 그의 모습에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런 그의 태도 덕분에 한 가지를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아아. 구양소란 분에 대해 매우 잘 아는가보군요. 아니면 그분이 그쪽과 함께 하거나 말이죠.”
“………”
‘젠장. 멍청한 짓을 했다.’
목경운의 그 말에 겸창이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탓했다.
굳이 팔독사장 구양소를 언급하지 않아도 됐었는데 자신의 추측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게 오히려 쓸데없는 정보를 넘기고 말았다.
“걱정마시죠. 이건 별로 관심없으니까. 그보다 다른 걸 알려줬으면 하는군요.”
“다른 거라면?”
“당신의 도병에 있는 표식 그게 뭐죠?”
이 물음에 겸창이 미간을 찡그렸다.
표식에 대해서 무언가를 알고 있기에 이러는 거라 여겼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건가?
하는데 목경운이 그의 어깨를 세게 짓누르며 말했다.
-꽉!
“끄으읍.”
“묻는 즉시 곧바로 답변했으면 좋겠군요. 괜한 잔머리 굴리지 말고.”
“조, 조직을 상징하는 표식이다.”
“조직?”
“그….그렇다.”
‘역시 단체가 맞네.’
이건 예상했던 바와 거의 맞아 떨어졌다.
이에 목경운이 다른 질문을 했다.
“조직을 상징하는 건 알겠는데, 이 표식이 대체 무슨 의미인거죠?”
“…….그건……”
“안 되겠군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군요.”
목경운이 그 말과 함께 그의 입에 다시 천 뭉치를 집어넣으려 했다.
그러자 겸창이 화들짝 놀라서 말했다.
“나, 나도 정확한 의미는 모른다. 그저 둘에 하나를 더 했다는 것만 알고 있다.”
“둘에 하나를 더했다고요?”
이게 무슨 소리지?
목경운이 그 말을 곱씹으며 되새겼다.
둘에 하나를 더했다고 하니 [二]라 되어 있던 것이 획의 아래쪽이 더 길었던 게 확실히 두 이(二)를 의미했던 게 맞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종(세로)으로 관통한 선이 하나를 더했다는 건 무슨 의미지?
‘그냥 횡(가로)으로 하나를 더하면 되지 않나?’
그렇게 되면 석 삼(三) 자가 되어서 뜻이 맞게 된다.
한데 선을 왜 종으로 관통시켜놓고 그런 의미라고 하는 거지?
숨겨진 의미가 있는 건가?
“석 삼도 있는데 굳이 그게 말이 된다고 보나요?”
“…….나도 정말 모른다. 그저 있을 수 없는 것이 더 해졌다고만 들었다.”
“있을 수 없는 것이 더 해졌다고요?”
“흠.”
목경운이 턱을 쓰다듬었다.
너무 모호한 말이었기에 이것만으로는 무슨 의미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올지도 몰랐다.
이에 목경운이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으려 했다.
다른 것보다 이게 가장 시급했다.
“귀검이라는 자도 그쪽과 한패인가요?”
‘!?’
그 말에 겸창의 인상이 작게 일그러졌다.
“맞나보군요.”
‘이놈 대체 뭐야?’
겸창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여태껏 누구도 귀검이 자신들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혹스러워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가장 묻고 싶었던 것을 말했다.
“귀검이라는 자가 누군가를 죽이거나 할 때 당신네 조직의 표식을 남기나요?”
“죽이거나 할 때?”
“네.”
이게 확실해지면 범인은 귀검이 틀림없어진다.
목경운이 겸창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그런데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겸창이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을 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네?”
“누군가를 굳이 죽였는데 왜 표식을 남기지?”
“……..그게 무슨 소리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리고 죽은 시신은 썩어서 사라지게 되어있다. 하나 우리 조직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 굳이 죽인 자에게 왜 표식을 남기겠느냐?”
‘!?’
이 말에 목경운의 한 쪽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하기에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은밀하게 활동하는 조직이 굳이 자랑을 하듯이 흔적을 남길 이유가 없었다.
이에 목경운이 물었다.
“그럼 왜 죽인 자들이나 누군가에게 그런 표식을 남겨둔 거죠?”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오해?”
“우린 이미 죽인 자들에게 우리들의 표식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상흔으로 표식을 남기는 자는……”
“남기는 자는?”
“네놈이 귀검이라고 알고 있는 그 자뿐이다.”
-팍!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목경운이 겸창의 멱살을 쥐고서 끌어당기며 살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저와 농을 하나요? 귀검이라는 자가 이미 죽은 자에게 표식을 남겨놨는데 지금 그걸 믿으라는 건가요?”
“거, 거짓말이 아니다. 귀검이 그 표식을 남기는 건 일종의 경고다.”
“경고? 그게 무슨 소리죠?”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그저 귀검은 우리의 일과 관련되었던 자들에게 경고를 위해서 그런 상흔을 남긴다고 들었다. 그 경고를 무시하는 일이 생긴다면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게 하고 그 상흔을 지운다고…..”
-쾅!
“큭.”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경운이 그를 바닥에 넘어뜨렸다.
이에 당황한 겸창이 말했다.
“정말이다.”
“이미 죽여놓고서 그 상흔을 남겨놓은 걸 확인했는데 계속 저를 속이려하는군요.”
“상흔을 남겨놓고서 죽였다고?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만.”
“그럴 리가 없다. 말하지 않았느냐? 귀검이 뭐 하러 추적이나 단서가 될 만한 흔적을 그런 곳에다 남겨놓는단 말이더냐? 이건….끄아아악.”
겸창의 입에서 고통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목경운이 손가락이 그의 쇄골 위를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와중에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지다 못해 날카로워졌다.
‘…….죽은 자에게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목경운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까지 다가갔던 단서대로라면 귀검이 자신을 죽인 범인이어야 한다.
그런데 귀검은 죽은 자에게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했다.
한데 죽은 할아버지의 몸에는 표식과 같은 상흔이 남겨져 있었다.
‘오래 전에 남겨져 있던 것도 아니야.’
상흔의 핏물은 죽는 순간에 상처가 새겨졌음을 알리는 확실한 증거였다.
한데 이 자는 그것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둘 중 하나였다.
이 자가 자신을 교란시키기 위해 속이고 있다든지 혹은,
‘…….설마?’
목경운의 동공의 초점이 작아졌다.
이윽고 목경운이 파고든 손가락으로 쇄골을 붙잡아서 겸창을 끌어당겼다.
직접 뼈를 붙잡고 잡아당기니 고통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끄으으으으!”
그러거나 말거나 목경운이 물었다.
“귀검이 그쪽 조직의 사람이라면 적어도 그가 누구를 죽였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정도는 잘 알겠군요?”
이 물음에 고통스러워하던 겸창이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끄으으. 모, 모른다.”
“알게 해드릴까요?”
“정말이다. 우린 애초에 점 조직이라 내려온 명대로 움직일 뿐이라 각자가 하는 일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고요? 확실하나요?”
“그, 그렇다. 정말 숙지해야 할 정보가 아니면 공유 자체도 안 된다.”
“흠.”
거짓이라고 하기에는 필사적으로 피력하고 있었다.
이에 목경운이 그를 빤히 쳐다보다 말했다.
“그럼 문노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겠군요.”
“문노? 지금 문노라고 했나?”
“방금 전까지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 가요?”
그 말에 겸창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 모습에 목경운이 기이하게 여겨서 물었다.
“뭔가를 알고 있군요?”
그 물음에 겸창이 잠시 인상을 쓴 채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네가 말하는 문노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름이 맞다면 해영약선(解營藥仙)의 옛 이름이다.”
‘!?’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