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64)
‘방술에 의한 금제……’
목경운은 죽은 겸창의 시신을 보며 확신했다.
잔여물과 같은 불쾌하면서도 흉흉한 주력이 몸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스스스스스!
물론 이것을 볼 수 있는 자는 드물다.
목경운처럼 귀안(鬼眼)을 개안한 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 정도 주력은 처음 보네.’
자신의 고문으로 인해 피폐하고 약해지기는 했으나, 벽을 넘은 고수의 머릿속에 저주를 각인시켜 금제를 내릴 정도면 주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방사들의 등급은 신일월기묘수(神日月技杳輸) 여섯으로 나뉜다.
그 중 최상위에 속하는 방일(方日)의 칭호를 받은 원살각주 인서옥과 삼안(三眼) 조태청을 경험했던 목경운이었다.
‘두 배…..아니 세 배.’
그들 역시도 굉장한 주력을 지녔었다.
그런데 잔여 흔적만으로도 이 저주의 금제를 가한 자의 주력이 그 몇 배에 이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방신인가?’
방신(方神).
방사들 중에 단 여섯만이 받은 칭호다.
그들을 일컬어 육방신이라고 한다.
방신의 칭호를 받은 그들은 방술에 있어서 정점에 이른 자들이었고, 나아가서는 그 주력과 술법이 반선(半仙)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마저 있을 정도였다.
어쩌면 죽은 겸창에게 저주의 금제를 건 자는 육방신 중에 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방신이라…..’
정말로 방신의 경지에 이른 자가 이 조직과 연루되어 있다면 더욱 복수를 하는 것이 힘들어질 수도 있었다.
목경운은 성가시다는 눈빛으로 시신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진실에 접근할수록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었다.
어쨌거나 애매한 부분이 많았으나 지금까지와 다르게 많은 정보를 입수했다.
관건은 역시나 귀검(鬼劍)이라는 점은 변한 게 없었다.
그가 아닌 제 삼자가 죽였을 수도 있지만, 겸창의 말대로라면 그는 표식의 조직에 있어 제 일계(一界)에 속하는 상위간부였다.
그와 접촉해야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짜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슥!
목경운이 몸을 일으켜 세우며 누군가에게 다가갔다.
그는 혈도가 점해져서 기절해 있는 금의위 지휘첨사 상익서였다.
상익서에게 다가간 목경운은,
-타타타탁!
점했던 그의 혈도를 풀어주었다.
그러자 얼마 있지 않아 상익서가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린 상익서가 머리가 터져서 죽어있는 금의위 백호 겸창을 보며 내심 기겁을 하고 말았다.
‘힉!’
막 깨어난 그의 입장에서는 목경운이 저리 만들었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이에 목숨의 위기를 느낀 상익서가 목경운의 앞에 납작 엎드렸다.
“사, 살려주….으윽.”
그런데 엎드리는 순간 복부가 굉장히 아파왔다.
이에 의아해진 그가 본능적으로 아픈 부위를 쳐다보았다.
언제 그랬는지 복부 쪽에 상처가 있었다.
‘이게 대체?’
자신이 알고 있는 게 맞다면 복부의 저 부위에 암컷 고독인 영고(令蠱)가 있었다.
한데 어째서 저 부위에 상처가 나있는 거지?
게다가 상처가 난 부위가 굉장히 아팠다.
장기 쪽에 화끈거리며 뭔가로 지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는데, 억지로 참아내려고 해도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그때 목경운이 그의 머리채를 잡아서 들어올렸다.
-팍!
“헛?”
피로 세수를 한 듯한 목경운의 얼굴, 정확하게는 서창의 태감 호 공공의 얼굴을 본 상익서가 당혹감에 눈을 마주치질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복부에 영고를 빼내고 다른 선물을 드렸는데 마음에 드실까 모르겠네요.”
“다, 다른 선물이라면 대체?”
“그걸 대체할 만한 독(毒)을 드렸죠.”
“독?”
그 말을 들은 상익서의 표정이 굳어졌다.
“영고를 빼내는 도중에 독이 장기로 침투했으니 지금쯤 오장육부 전체로 퍼져나갔겠군요.”
“…….”
목경운이 그런 그의 귓가에 대고 이죽거리며 말했다.
“어때요? 배가 타들어갈 것 같나요?”
“흐으으…..”
부정하기에는 갈수록 복부의 타들어가는 통증이 강해졌다.
‘빨리 독기를 몰아내야 해.’
이에 당황한 상익서가 진기를 끌어올려 독기를 체외로 밀어내보려 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혈도가 점해져 기절한 바람에 목경운의 말처럼 이미 독기가 오장육부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래서인지 진기를 끌어올리는 것조차 힘들었다.
오히려 운기를 하려하자,
“아악!”
고통이 몇 배로 강해져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미 오장육부가 아니라 독기가 혈맥에도 퍼져나갔다.
이 통증을 버티기 힘들었던 지휘첨사 상익서가 목경운에게 애원을 하듯이 말했다.
“사…..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달라라……그건 그쪽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어떻게 나오냐는 건 대체?”
“저기 저쪽 분과는 어떻게 알게 된 사이죠?”
목경운이 고개 짓으로 가리킨 것은 머리가 터져 죽은 겸창의 시신이었다.
이 물음에 살고자하는 의욕이 강한 상익서가 황급히 답했다.
“저, 저자가 먼저 저희에게 접근해서 도와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뭘 도와준다는 거죠?”
“그, 그건……”
“살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나보네요. 그럼 그냥 이대로…..”
“아닙니다. 저희 일파를 돕겠다고 했습니다.”
“그 일파가 뭐죠?”
“…….항윤파 태사 어른이 이끄는 파벌입니다.”
“항윤파? 아아.”
황궁에는 나라를 좌지우지 하는 네 명의 실세가 있다.
황제 폐하의 아우인 경친왕(鏡親王) 그리고 가장 유력한 황위 후보였던 황제의 둘째 황자 종왕(棕王), 그리고 현 황태자의 모친인 서 황귀비, 마지막으로 삼공(三公) 중 태사(太師)와 중앙도독부의 제독을 겸하고 있는 대신 항윤파가 있었다.
금의위 지휘첨사 상익서는 바로 이 항윤파의 파벌에 속한 자였다.
“재밌네요.”
“그게 무슨?”
“온통 네 파벌의 사람들 투성이고, 서로 얽히고 얽혀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네요. 정작 나라를 다스리는 황제 폐하에게 충성하는 분은 한 사람도 없네요.”
“……..”
그 말에 상익서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한 점의 부끄러움을 느껴서일까?
물론 그건 아니었다.
이런 말 한 마디로 부끄러움을 느꼈다면 애초에 항윤파의 파벌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늙고 병 들어서도 여색이나 밝히는 망할 황제가 아니라, 네 파벌 중 하나라도 속하지 않으면 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데,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그것이 상익서의 진짜 속내였다.
하나 뱃속에 독으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속내를 드러낼 순 없었다.
상익서는 비굴함 따위는 개의치 않는지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목경운에게 애원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뭐든 다 하겠습니다.”
그는 죽는 것보다 개똥밭이라도 이승이 무조건 낫다는 주의였다.
그렇기에 자존심 따위는 상관없었다.
이런 그를 보며 목경운이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
“마냥 무보수로 돕겠다고 접근했을 리는 없을 테고 저 자는 그쪽에 무슨 조건을 걸었죠?”
“그건…..”
“그렇게 늦장 부려서 좋을 게 없을 걸요. 독기가 더 퍼져나가면 살고 싶어도 아무 소용도 없을 테니까요.”
“배, 배화교의 잔존 세력들을 찾아내 잡아들이고 그런 그들에 대한 처분권을 달라고 했습니다!”
‘!?’
다급한 그의 말에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배화교도들에 대한 처분권이라고?
할아버지에 관한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대뜸 그들이 배화교도에 대한 처분권을 달라고 했다고 하니 의문이 생겼다.
‘왜 배화교지?’
저들 조직이 배화교와 척이라도 진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황궁이라는 중원 전체를 아우르는 군권력을 움직여 배화교도들을 잡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배화교는 황궁뿐만 아니라 도가와 불가에서도 배척했고, 심지어 무림인들조차 그들을 꺼려서 탄압하는데 일조했다고 했었다.
이에 목경운은 사고를 달리했다.
‘처분권이라는 게 꼭 처리하기 위함은 아닐 수도 있겠네.’
그들과 뭔가 밀접한 연관이 있거나 그들에게 원하는 무언가가 있어서일 수도 있었다.
이에 목경운이 그에게 물었다.
“처분권을 받았다면 그들을 어떻게 했죠? 죽였나요?”
“…….여러 방법을 통해 그들을 금옥에서 빼내서 데려갔습니다.”
“데려갔다고요?”
“그렇습니다.”
사고를 달리한 추측이 들어맞았다.
죽이지 않고 그들을 데려간 걸로 보아 예상대로 표식의 조직은 배화교와 어떤 연관이 있거나 그들에게 어떤 목적이 있는 것만은 확실해졌다.
응?
그런데 배화교도를 여러 방법으로 빼냈다는 것은 지하금옥에서 자연스럽게 빼낼 방법이 있는 건가?
잘됐다.
“그럼 그쪽은 언제든지 누군가를 금옥에서 빼내는 게 가능한 거네요?”
“그렇게 마음대로 빼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어느 정도 사전에 작업을 해야 가능하고, 그리고 일반 금옥은 몰라도 지하금옥에라도 수감되면 빼낼 수가 없습니다.”
“……..”
이 말에 목경운이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만약 가능했다면 자신이 들어갈 필요없이 이 자를 이용해서 빼내려 했는데, 그건 아무래도 힘들 듯 했다.
하지만 이 자는 지휘첨사이니 필요한 권한들이 있지 않을까?
회주가 내린 기밀 임무인 성화령주를 탈취하는 것을 성공해야만 그와 접촉하여 귀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도 지하금옥을 관리하는 건 금의위인데, 방법을 강구하자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지하금옥에 갇히는 죄수들은 대역죄 급의 특별관리 대상이기 때문에 황제 폐하와 삼공(三公-세 재상) 그리고 형부상서(刑部尙書) 등 전부의 재가가 떨어지지 않고는 방면이나 사면이 불가능합니다.”
“……..”
황제에 삼공, 형과 법을 집행 관리하는 형부상서 등 이들 전부의 의견이 일치될 확률은 과연 몇이나 될까?
사실상 지하금옥에 한 번 갇히면 기간을 채우거나 죽을 때까지 평생 나오지 못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황궁이 아니랄까봐 절차가 까다롭다 못해 복잡했다.
‘별 수 없네.’
결국 배화교의 성화령주를 빼내려면 직접 지하 금옥에는 들어갈 수밖에 없을 듯 했다.
그건 표식의 조직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
생각해보니 황궁 지하금옥에 갇혀 있는 배화교의 성화령주를 탈취해내라 명을 내린 것은 천지회 회주다.
그런데 귀검은 분명 회주와 어떠한 연관이 있었다.
이를 떠올리니 목경운은 문득 한 가지 추측을 해낼 수 있었다.
‘……..혹시 천지회 회주도 이 조직과 밀접한 연관이 있거나 혹은 조직에 속해 있는 건 아닐까?’
그러지 않고는 공교롭기 그지없었다.
지하금옥은 절차가 복잡하기에 직위가 높은 금의위 지휘첨사조차 어떤 식으로든 빼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곳에 자신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성화령주를 빼내기 위해 파견되었다.
뭔가 절묘할 정도로 아귀가 맞아떨어졌다.
목경운이 엎드려서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는 지휘첨사 상익서를 빤히 쳐다보았다.
자신의 추측이 어느 정도 맞을지 확인해볼 방법이 있었다.
이에 목경운이 그에게 물었다.
“그럼 저쪽 조직에서는 지하금옥에 갇혀 있는 배화교도를 빼내는 건 포기했나요?”
그 물음에 지휘첨사 상익서가 미간을 찡그렸다.
“지하금옥에 배화교도가 있는걸 어찌 아셨…..”
“묻는 말에나 답변하시죠.”
“…….그게 포기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모호하게 답변을 하시네요.”
“소, 속이려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저 자가 직접 들어가 몇 번 시도를 해본 것 같지만 무간금옥에 갇혀 있는지라 빼내는 건 포기한 것 같습니다.”
“무간금옥? 그게 뭐죠?”
처음 들어보기에 물어보았다.
“무간금옥은 지하금옥의 최하층에 있는 금옥입니다.”
“최하층이요?”
“네. 죄수들 중에서 가장 최악으로 규정한 자들을 가둔 곳입니다.”
“최악으로 규정했다라…..무간無間)이라 표현했을 정도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게 경계가 삼엄한가보군요.”
“……지하 금옥이 지어진 이래 딱 한 번 그곳에서 탈출한 자가 있긴 합니다. 해서 그것을 계기로 보완되어 만들어진 곳이 무간금옥이라 들었습니다. 그곳이 지어진 이래로 갇혀서 빠져나온 자는 누구도 없습니다.”
‘벽을 넘어선 고수조차 쉽사리 빼내지 못할 정도의 경계라면 대체 어느 정도지?’
금옥 안에 들어가는 것 이상으로 힘들어질 듯 했다.
속으로 혀를 차던 목경운이 질문을 바꿨다.
“포기했다면 그 배화교도는 방법을 강구할 때까지 그냥 방치시켜뒀겠군요.”
“그건 아닙니다. 빼내는 것보다도 뭐가 그리 급한지 겸창 저 자가 심문을 통해 배화교도에게서 뭔가를 알아내려는 듯 했습니다.”
“뭔가를 알아내려는 듯 하다고요?”
“네.”
“그게 뭐죠?”
사실 이 물음에 상익서는 답변을 하지 못해야 했다.
그러나 서로의 필요에 의해 손을 잡았다고는 하나, 그 역시도 겸창을 완전히 믿지 못하기에 아주 은밀히 감시를 했다.
하나 워낙 뛰어난 고수였기에 많은 것을 알아내진 못했고, 그가 지하금옥에 갇혀 있는 그 배화교도를 통해 알아내려하는 것의 명칭은 알아냈다.
“정확하게 무엇에 쓰이는지는 모르겠으나 보주(寶珠)라는 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려는 것 같았습니다.”
“보주? 그게 뭔지는 모르다고요?”
“정확히는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추측하는 건 있습니다.”
“추측요?”
“네…….그 배화교도가 다른 교도들과 다르게 유독 혼자만 무간금옥에 갇히게 된 중대한 이유와 관련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대한 이유?’
성화령주가 배화교에서 높은 직위를 가진 중요 인물이라서 그런 게 아닌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그게 뭐죠?”
의아해하는데 상익서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배화교도가 성화(聖火)인가 뭔가 하는 것의 계시를 받아 미래를 예지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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