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65)
“그 배화교도가 성화(聖火)인가 뭔가 하는 것의 계시를 받아, 미래를 예지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
그 말에 목경운이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래를……예지한다고요?”
이런 목경운의 반문에 지휘첨사 상익서가 답했다.
“네…..저도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걸로 시끄러울 만큼 윗선에서도 꽤 말이 많았습니다.”
“예지라…….”
미래를 예지한다라.
그런 일이 정말로 가능한 걸까?
흥미롭거나 신기한 걸 떠나서 목경운은 그것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애초에 그게 정말로 가능했다면 굳이 배화교도들이 탄압당하고 이렇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만약에 된다고 가정한다면 모두가 탐낼 만한 능력이긴 하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능력이었다.
향후에 일들을 대비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헷갈리게 되었네.’
회주가 표식의 조직과 한패라서 성화령주를 노리는 건지, 아니면 이 예지 능력 때문에 노리는 건지 애매해졌다.
예지 능력이라면 누구라도 탐낼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여기서 집고 넘어갈 게 있었다.
“한데 방금 전에 예지를 할 수 있었다고 했나요?”
“그렇습니다.”
“그 말은 마치 지금은 예지를 할 수 없는 걸로 들리는군요.”
“……..”
이런 목경운의 말에 상익서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작은 것 하나 놓치는 법이 없었다.
“아닌가요?”
“…….맞습니다. 할 수 있었는데 못하게 된 건지 처음부터 못한 건데 속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 자는 예지를 할 수 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죠?”
“처음에는 거짓으로 속일 수도 있다고 여겨 수차례 시험했습니다. 가령 독이 담긴 잔과 그렇지 않은 잔을 두고서 구별해보게 한다거나 하는 등 목숨에 지장을 줄만한 시험을 했는데도 정말로 예지 같은 것을 할 수 없었습니다.”
“무의미한 짓을 한 셈이 되어버렸네요.”
“네. 다만 그 덕분에 그 배화교도가 별 다른 게 없다고 판단한 윗선의 관심이 수그러들었습니다. 아니 거의 없어졌습니다.”
“흠. 그런데도 가둬두는 건 만약을 위한 것 인가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 일말의 가능성으로 배화교도가 필사적으로 숨기려하는 그 보주(寶珠)라는 것을 찾게 된다면 예지가 가능해질 수도…..어윽.”
그때 말을 하다말고 지휘첨사 상익서가 자신의 복부를 움켜쥐고서 신음성을 흘렸다.
얼굴이 창백하면서도 보랏빛을 띠고 있는 것이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는 독이 오장육부를 넘어서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증상이었다.
더는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끄웩.”
그 영향일까.
지휘첨사 상익서가 토악질과 함께 검은 피를 게워냈다.
바닥으로 떨어진 검은 피에서 역한 냄새가 올라왔다.
“주, 죽을…..것…..제, 제발 살려…..”
“흐음.”
피를 토한 상익서가 바닥을 기면서 애원하는 눈빛으로 목경운을 바라보았다.
이를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던 목경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이내 손가락에 상처를 내 그의 턱을 벌렸다.
“먹으세요.”
-뚝뚝!
그런 목경운의 피가 상익서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피를 먹으라니 의아했지만 살고자 하는 욕망이 강했던 상익서는 시키는 대로 그것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그러자 오장육부를 비롯해 전신이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이 멎기 시작했다.
“아?”
“한동안은 괜찮을 거예요.”
“한동안이라니?”
“주기적으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발작을 일으키다 숨이 끊어지겠죠?”
이것은 엄밀히 말해 해독이 아니었다.
이독제독(以毒制毒)의 원리로 독으로서 독을 누르는 원리였다.
목경운의 이 말에 지휘첨사 상익서의 표정이 굳어졌다.
“해, 해독해주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그런 말은 한 적이 없었는데요.”
“그게 무슨!”
-꽉!
“웁!”
목경운이 지휘첨사 상익서의 양 볼을 손으로 움켜 쥐고는 웃으며 말했다.
“살려준다는 말과 그건 엄밀히 차이가 있죠.”
‘이, 이런!’
처음부터 해독해줄 마음이 없었단 말인가?
속았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독으로 누군가를 부려봤으니 반대로 부림 당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겠군요.”
이 말에 상익서의 머릿속으로 금의위 천호 마라현이 스치고 지나갔다.
상익서는 고독으로 마라현을 이용했다.
그런데 이젠 자신이 독에 중독되어 이 자의 손에 부림을 당하게 생겼다.
이것은 말 그대로 인과응보(因果應報)였다.
* * *
볼일을 마치고 은밀히 움직이는 목경운은 생각에 잠겼다.
이전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것에 있어서 모호했다.
특히 할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싸고 자신이 몰랐던 많은 부분들이 드러났기에 점점 의문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대체 그들과 무슨 관계였지?’
어째서 표식의 조직이 할아버지를 노렸던 걸까?
그리고 할아버지를 정말로 죽인 자는 누구일까?
이 모든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핵심적인 인물은 오직 귀검(鬼劍)뿐이었다.
‘귀검…….’
공교로울 정도로 모든 것이 그로 귀결되고 있다.
이런 그와 접촉하기 위해서는 역시나 회주와 접촉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여기서 또 한 가지 공교로운 것은 성화령주다.
그도 그럴 것이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표식의 조직은 이 성화령주라는 자를 노리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성화령주의 능력을 원하는 듯 했다.
‘예지 능력.’
여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가능하다면 굳이 표식의 조직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노릴 만한 진귀한 능력이었다.
이런 능력을 지닌 성화령주도 의문의 일부를 풀어줄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었다.
적어도 그 능력의 진위여부를 떠나 그 본인은 표식의 조직이 자신을 노리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 이유를 알게 된다면 이용가치가 있을 거다.’
회주, 표식의 조직, 배화교.
이 모든 이들이 성화령주를 노리고 있다.
그들보다 먼저 이 자의 신변을 확보한다면 이를 빌미로 원하는 모든 것을 얻어낼 수 있을 수도 있었다.
그들의 숨겨진 관계도 알아낼 수 있을 테고 말이다.
* * *
금의위 육선부 집무실.
가면의 금의위 천호 마라현이 초조한 눈빛으로 뒷짐을 지고서 집무실 안을 빙빙 돌고 있었다.
목경운 그 자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식으로 갔는데 대체 뭘 하고 있을지가 의문이다.
‘차라리 따라갔어야 했나?’
일이 잘못되면 고독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되는 것은 자신이었다.
남에게 자신의 목숨을 맡긴다는 것이 이렇게나 사람을 피 말리게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목경운과 함께 움직이다 들키기라도 했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당했을 수도 있었다.
이래저래 자신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초조하게 응접용 탁자 주변을 빙빙 돌던 마라현의 벽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욱씬!
갑자기 복부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
이것은 단순한 통증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자신의 복부를 갉아먹는 듯한 강렬한 고통에 당황한 마라현이 복부를 움켜쥐고서 한 쪽 무릎을 꿇었다.
-쿵!
“흐헉.”
단전 부위로 전해지는 통증과 더불어 장이 비틀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마라현은 본능적으로 이것이 고독에 의한 것이라 확신했다.
‘이, 일이 잘못된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고통이 느껴질 리가 없었다.
목경운 그 놈을 믿은 것이 악수가 된 것인가?
마라현이 이를 악물었다.
만약 놈이 실패해서 지휘첨사 상익서가 고독을 발작시킨 거라면 사실상 자신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해볼 수 있는 것은 다해야 했다.
고통이 너무 심해 당장이라도 배를 부여잡고 뒹굴거리고 싶었지만 마라현은 이를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견디며 가부좌를 틀었다.
‘진기로 고독을 몰아내보자.’
지금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뿐이었다.
다행히 지휘첨사 상익서에게 들었던 협박과 달리 고독이 단전을 건드리지 않고 날뛰고 있어서 진기를 끌어낼 수 있을 듯 했다.
“후우.”
마라현이 진기를 끌어올려 고독이 날뛰는 곳으로 기운을 보냈다.
고독을 제어하기 위해 최대한 세심하게 기운을 움직이는데,
-우직!
기운을 근처로 보내는 순간 고독이 더욱 심하게 날뛰며 체내 장기들에 상처를 입혔다.
그냥 상처를 입혀도 고통스러울 텐데, 고독은 말 그대로 독이었다.
고독이 무는 순간 극독이 장기로 퍼져나갔다.
“끄으으으읍.”
초인적인 인내로 견뎌보려 했던 마라현이 이내 가부좌를 풀고서 몸을 뒤틀었다.
진기고 자시고 세심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파각!
그 와중에 가면이 벗겨졌는데도 이를 전혀 의식하지 못할 만큼 마라현은 고통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벽안의 눈까지 뒤집혀서 전신의 경련을 일으켰다.
얼굴에 보랏빛으로 핏줄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져갔다.
‘이, 이렇게 죽는 건가?’
점점 의식이 희미해져가는 마라현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마지막 순간이 오니 주마등처럼 모든 것이 떠올랐다.
[네 아버지는…….의 사명을 가지고 서쪽 아주 먼 곳에서 왔단다. 너무 그를 원망하지마렴.]어머니가 임종 전 마지막으로 그 망할 작자에 대해 했던 말도 떠오른다.
이게 왜 새삼 떠오른 걸까?
아직 이룬 게 없었는데, 이렇게 죽을 걸 생각하니 모든 것이 허탈해졌다.
그나마 다행은 은사인 소예린 육천호에게 그나마 민폐를 끼치지 않았다는 것 정도랄까.
증거품이 이렇게 있으니 영리한 그녀라면 지휘첨사 상익서를 잡을 수 있을 거다.
“으으으으.”
점점 의식이 멀어져간다.
그러던 차였다.
-슥!
그때 누군가가 마라현의 복부와 머리의 정수리인 백회혈로 손을 얹었다.
그러더니 체내로 무언가가 밀려들어왔다.
‘!?’
감기고 있던 마라현의 두 눈이 이내 뜨여졌다.
마라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체내로 밀려들어는 기운은 일반적인 양생의 기운을 띠는 내공과는 그 궤를 달리했다.
이것은 자신이 알고 있던 그런 진기가 아니었다.
마치 무저갱을 연상하는 것처럼 끝없이 들어가는 어둠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는,
-고오오오오오!
절망에 가까울 정도로 흉폭한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 알 수 없는 흉폭한 기운에 마라현은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이 위험한 기운을 배척해야 하는데, 오히려 전율과 함께 점차 이것이 익숙해져갔다.
아니 빠르게 침식되어간다고 하는 게 옳았다.
-스멀스멀!
어느 순간 마라현의 전신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마기(魔氣)였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