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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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읍.”
육천호 임규월이 신음성을 내며 몸을 비틀려 했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저 독침이 눈알을 파고드는 순간 정신마저 불구가 될 수도 있다고 하니 어떻게든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때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으며 그의 척추에 박혀 있던 침 중 하나를 살짝 잡아당겼다.
침이 뽑히자 활처럼 휘었던 임규월의 허리가 곧게 펴졌다.
“헉······헉······. 네, 네놈!”
“네놈? 태도에 주의하는 편이 좋을 텐데요.”
-으득!
목경운의 나지막한 경고에 육천호 임규월이 이를 갈았다.
당장에라도 침을 뽑으라고 놈을 제압하고 싶었으나, 까딱 잘못했다가 반신불수가 되고 만다면 자신의 황궁 인생은 끝이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거냐? 후환이 두렵지 않은 것이냐?”
“후환? 지금 후환이라고 하셨나요?”
“아니 그, 그런 의미로······.”
“정신마저 불구가 된다면 대체 어떻게 후환을 갚을 건지 궁금하긴 하군요.”
“······.”
이죽거리는 목경운의 말에 육천호 임규월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녀석의 말대로 인지조차 못 하는 상태가 된다면 후환이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분하다는 듯이 목경운을 노려보던 임규월이 입을 열었다.
“대체 뭘 원하는 거냐?”
“말이 통하시는 분이라 다행이군요.”
“······.”
척추에 침을 박아넣고 독침을 눈에 갖다 대놓고서 무슨 말이 통한다는 것인가?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임규월은 애써 이것을 억눌렀다.
이 위기를 벗어난다면 언제든지 복수할 기회는 온다.
“일단 원하는 걸 말하기 전에 임 육천호께서 뭘 하려고 했는지부터 들어볼까요?”
그 물음에 임규월이 순간 움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오기 전까지 생도 배지석의 얼굴을 하고 있는 목경운과 생도 주운향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금옥전도로 흉계를 꾸몄던 그였다.
당연히 이를 물어보니 내심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가 시치미를 뗐다.
“······그게 무슨 소리냐?”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시진 않을 텐데요.”
“무슨 말? 나는 너희 견습 생도들을 시험하는 시험관이다. 그런 내가 너희들에게 뭐라도 하려 한다는 말이더냐?”
“흐음.”
“설마 아까 전 일 때문에 그런 거라면 나는 이미 잊었다. 그러니······.”
-꽉!
“웁.”
목경운이 그의 양 볼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손에 천천히 힘을 가했다.
그러자,
“우으으읍!”
양 볼에 들어간 힘 때문에 광대뼈를 비롯해 이빨이 부러질 것처럼 아파왔다.
괴로워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귓가에 대고 말했다.
“잊었다는 것치고는 내내 눈초리가 좋지 않아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런 눈을 하고 있는 분이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나간다라.”
“끄우웁······지······진쫘돠.”
“못 믿겠군요. 반신불구까지는 너무 한 것 같고 정신 불구 정도로 끝내면 저도 딱히 육천호를 걱정할 필요가 없겠죠?”
-슥!
목경운이 그의 눈가로 독침을 가져갔다.
자신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한 위협이라 여긴 육천호 임규월이 무조건 참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는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목경운의 표정 때문이었다.
마치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었는데, 그 웃음 속에는 온통 악의(惡意)로만 가득했다.
‘한다. 이놈은 무조건 해.’
보통이라면 단순한 위협이라 여길 것이다.
왜냐하면 금의위가 되고 싶은 자라면 이를 시험하는 시험관과 척을 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놈은 전혀 이를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과 눈빛이다.
이에 임규월이 황급히 말했다.
“보, 볼좀을 줘소······. 금의위 손볼에 탈롹······시키료······했돠.”
“벌점을 줘서 금의위 선발에 탈락시키려 했다고요?”
“고, 고래.”
임규월은 최대한 그럴듯하게 거짓으로 말했다.
진짜 계획대로 얘기하면 이놈이 더욱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니와, 후에 지금 벌인 짓에 대한 복수도 날아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럴듯하게 말했으니 속지 않을까 했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목경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나름 머리를 굴렸군요. 그런 식의 복수 방법이라······.”
-슥!
목경운이 움켜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후우······후우······”
그러자 육천호 임규월은 속으로 안도했다.
이 녀석이 괜히 믿지 않아서 더 캐물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속은 것 같다.
라고 여기던 찰나였다.
-꾸욱!
그때 목경운이 그의 이마 쪽으로 중지 손가락을 말아 엄지로 고정시키는 게 보였다.
이를 본 육천호 임규월이 미간을 찡그렸다.
‘딱밤?’
-빠악!
그 순간 튕겨 나간 중지 손가락이 그의 이마를 강타했다.
이마를 뚫고서 뇌를 관통하는 것 같은 엄청난 울림에 육천호 임규월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이 커지며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려고 했다.
물론 목경운이 그의 입을 틀어막아서 비명을 지를 수 없었다.
“끄으으으으읍.”
괴로워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웃으며 말했다.
“그걸 믿을 거라 생각했나요? 그런 식으로 유치하게 복수하려 했다면 아까 전에 상점이 아니라 벌점을 줬겠지요.”
“끄으으으.”
“원래 생각해두었던 바를 차근차근 말씀해보시죠. 봐주는 건 한 번뿐이에요.”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독침을 들고서 흔들어 보였다.
딱밤 한 대에 넋이 나간 임규월이 침을 주르륵 흘리며 멍하게 그걸 쳐다보았다.
말이 딱밤이지 실려 있는 공력이 어찌나 강한지 순간 이마의 뼈가 금, 아니 부숴졌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대답이 늦군요.”
“지, 지하금옥에 들어갈 때 잘못된 금옥전도를 보게 해서 길을 잃게 하려 했다.”
“잘못된 금옥전도?”
“그렇다.”
그러고 보니 지하금옥은 그 규모가 굉장히 커서 미로와도 같다고 했다.
금옥전도가 없으면 길을 헤매다 못해 금옥의 기관진식에 빠져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던 것 같다.
이에 목경운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이제 좀 그럴 듯하군요.”
“······.”
“그 잘못된 금옥전도는 어디에 있죠?”
“사······선부 집무실에 있다.”
“없으면 그냥 시간 낭비할 것 없이 이 침을 눈알에 찔러도 괜찮겠죠? 더 말을 섞는 게 귀찮아져서 말이죠.”
“거짓말이 아니다. 다른 금옥전도들과 다르게 붉은 실로 표시해둔 전도가 두 개 있다. 그것들이다.”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은 이번에는 진짜라고 확신했다.
말만 하는 것은 당연히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준비까지 해둔 것이 있다면 확실했다.
더군다나 하나도 아닌 두 개의 전도.
노리는 바도 확실했다.
‘나와 주운향.’
이에 목경운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진작 이렇게 얘기했다면 서로 피곤할 일이 없었을 텐데 말이죠.”
“······절대로 허튼짓을 하지 않겠다. 하니 제발 이쯤에서 끝내다오. 네게 벌점을 주거나 그런 짓도 하지 않을 거다.”
“당연히 그래야죠. 한데 아직 본론을 꺼내지도 않았는데요.”
“본론?”
“네. 사실 저는 금의위 선발이고 뭐고 간에 아무런 관심이 없답니다.”
“뭐?”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시위부 무시는 금의위 선발 과정이다.
여기에 참여했으면서 뭐가 대체 관심이 없다는 거지?
의아해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보다는 지하금옥에서 제가 원하는 인물을 조용히 빼냈으면 하는데. 이를 관리하는 사선부의 수장인 임규월 육천호가 도와준다면 더욱 손쉬울 것 같군요.”
‘!!!!!!!’
전혀 예상치 못한 목경운의 말에 육천호 임규월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 이 말은 지하금옥에 갇혀 있는 중죄인을 탈옥시킨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런데 이를 금옥을 관리하는 자신더러 도와달라고?
이에 임규월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네놈 미친 것이냐? 아무리 네놈과 척을 지어서 이런 꼴로 당하고 있다고는 하나 나는 사선부의 총 책임자다. 그런 내가 지하금옥의 죄수를 탈취하는 걸 도울 것 같으냐?”
임규월이 처음으로 금의위로서의 자존감과 기백을 드러냈다.
마치 이것만큼은 절대로 도울 수 없다는 그런 강한 결의마저 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웃으며 말했다.
“두 번의 경고는 없다고 했을 텐데요.”
“이, 이것만큼은 할 수 없다. 설령 협박을 한다고 해도 말이다.”
“호오. 제게 기개라도 보여주고 싶나 보죠? 그럼 그 협박이라는 방식을 조금 바꿔볼까요?”
“뭐?”
“그간 항윤파 태사를 돕기 위해 부처를 옮길 때마다 자금들을 줄곧 빼돌리고 있었더군요?”
‘!?’
그 말에 기개를 보였던 임규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최대한 표가 나지 않게 장부를 조작하여 자금을 모아왔던 그였다.
지금까지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놈이 어찌 아는 거지?
“무,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임규월이 강하게 발뺌했다.
그러자 목경운이 품속에서 서책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를 본 임규월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집무실에 숨겨놓았던 비밀 장부였다.
‘저, 저게 어째서?’
저놈 손에 있는 거지?
물론 이는,
[이건 사선부의 비밀장소에 숨겨져 있던 비밀 장부 중 일부입니다.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아서 챙겨놨습니다.]목경운의 수하인 몽무약이 몰래 사선부의 집무실에 들어가 챙겨온 것이었다.
자금의 횡령 장부라면 사선부의 수장인 그를 압박할 수 있다고 여겨서였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다.
“이걸 임규월 육천호의 윗선에서 안다면 딱히 좋을 게 없어 보이는군요. 까딱 운이 없으면 황궁 금옥에 갇히게 될까요? 재미있겠군요. 금옥 담당자가 자신이 관리하던 금옥에 갇힌다면 말이죠.”
이런 목경운의 말은 결국 쐐기가 되었다.
육천호 임규월은 이내 굴복했는지 고개를 푹하고 숙이고 말았다.
그렇게 목경운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기로 한 그는 사선부의 책임자 직인과 더불어 자신의 지장까지 찍고서 서류를 작성했다.
물론 여기서 그치지 않고서 목경운은 지휘첨사 상익서에게 한 것처럼 그를 독에도 중독시켜놓았다.
이런 지독할 정도의 철저함에 육천호 임규월은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 목경운이 그의 숙소를 나가려 하다 이내 궁금했는지 물었다.
“한데 생도 주운향은 왜 노리는 거죠?”
안 그래도 이 점이 궁금했다.
주운향에게 은근히 적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왜 노리는지 문득 궁금했다.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임규월은 대답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약점을 잡힐 대로 잡힌 처지였기에 마지못해 답했다.
“······육천호 소예린 때문이다.”
‘!?’
목경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육천호 소예린이요?”
“그래.”
“그녀와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요?”
“······그녀와 문제는 없다. 그저 공과 사에 철저한 육천호 소예린이 주운향 그놈을 신경 쓰는 것이 거슬렸을 뿐이다.”
“하!”
다른 이유가 있을까 했는데 의외의 대답에 목경운은 코웃음을 터뜨렸다.
느닷없이 감정적으로 굴었던 이유가 결국 감정적인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니.
‘질투심이라.’
참 인간은 감정 덕분에 비효율적인 것 같다.
목경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이내 그의 숙소에서 나갔다.
* * *
그렇게 목경운이 나가고 얼마 있지 않아 그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한 육천호 임규월이 화를 참지 못하고 숙소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부수며 분풀이를 해댔다.
-쾅쾅!
그의 인생에 있어서 이런 치욕은 난생처음 겪는 일이었다.
협박을 당하고 약점이 잡힌 것도 모자라 독에 중독되기마저 했다.
이 화를 어디에다라도 풀지 않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쾅!
그는 심지어 자신의 침상마저 부숴버렸다.
안에 있는 물건을 거의 다 부수고 나서야 그나마 진정이 되었는지, 바닥에 주저앉은 임규월이 이를 갈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으득!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라.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갚아주마.”
그는 훗날을 다짐했다.
지금 당장에는 놈이 원하는 대로 하지만 대장부의 복수는 십 년에 걸려 해도 늦지않다.
자신에게 이런 치욕을 준 놈에게 반드시 똑같이, 아니 두 배, 세 배로 갚아줄······.
“뭘 갚아줘요?”
‘!?’
그 순간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임규월의 표정이 굳어졌다.
뒤에는 아무런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헛것이라도 들은 건가?
하고 경직되어서 고개를 돌리는데, 숙소 문 앞에 목경운이 가짜 금옥전도 두루마리 두 개를 쥐고 서 있었다.
‘아······.’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