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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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제대로 됐네.’
생도 안종후의 얼굴을 벗겨서 새로이 인피면구로 만든 목경운이 금옥전도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것은 기관장치 함정에 죽은 금의위 총기가 갖고 있던 금옥전도였다.
이 금옥전도는 목경운이 보았던 다른 멀쩡한 것과 동일했다.
그렇기에 기억하고 있는 전도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보다는,
“흐음.”
목경운이 금의위 총기의 얼굴을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날아오는 화살비가 얼굴은 맞지 않도록 해놓아서 이것 역시도 인피면구로 써먹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내 목경운이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고 서둘러야 했기에 더는 얼굴을 바꿔치기하는 게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머지않아 저들도 이상한 것을 눈치챌 테니 말이다.
‘총기의 시신 위치만 다른 함정이 있는 곳으로 옮겨놓자.’
오히려 그편이 시간도 지체시키고 혼란을 가중할 수 있을 듯했다.
* * *
아래층인 무간금옥의 어딘가.
-드르륵!
화산파의 제자인 생도 염경이 배식 수레를 끌다 말고 금옥전도를 펴보았다.
전도를 살피던 염경이 이내 미간을 찡그렸다.
‘이상하다.’
분명 전도대로 이동하고 있는데 전혀 알지 못한 곳으로 왔다.
원래는 우측에 통로가 있어야 하는데, 그곳은 막혀 있었고 좌측이 뚫려 있었다.
기묘한 것은 좌측 편으로 가는 곳은 경사가 져있고 더욱 습했다.
해서 뭔가 모르게 오싹했다.
‘젠장. 명색이 금의위라는 곳에서 이런 전도 따위도 제대로 못 그리나.’
이거 아무래도 길을 잃은 것 같다.
왔던 길을 도로 돌아가야 하나 염경이 고민했다.
그런데 이제 겨우 배식 하나를 마쳐서 이대로 돌아가면 사수로 온 금의위 총기에게 혼날지도 몰랐다.
‘벌점을 주려나?’
그건 곤란했다.
이에 결국 염경이 고민하다 배식 수레를 끌고서 좌측 통로로 들어갔다.
전도를 잘못 그렸다면 어차피 길은 이곳 하나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끌고 들어가던 차였다.
-화륵!
‘뭐야? 안쪽에서 바람이 부네.’
들고 있던 횃불이 일렁였다.
이런 지하 깊은 동굴에 바람이 불리도 없을 텐데 말이다.
그 때문인지 괜히 신경 쓰였다.
설마 길을 잘못 든 건가?
하는데 귓가로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끼리릭!
‘응?’
-끼리릭!
마치 뭔가를 긁는 소리 같았다.
좀 더 동굴의 안쪽에서 들려왔는데, 대체 무슨 소리지?
혹시 금옥 안의 죄수가 벽이라도 긁고 있는 걸까?
의아해하던 생도 염경이 이내 수레를 끌고서 앞으로 쭉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데 동굴 바닥에 붉은 선이 칠해진 것이 보였다.
‘뭐야? 이건?’
하고 많은 색 중에 붉게 그어놓으니 꼭 피처럼 보여 괜히 등골이 오싹해지는 그였다.
그때 안쪽에 또 다시 박박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훨씬 크게 들리는 걸로 보아 꽤 가까워진 듯했다.
-화르륵!
염경이 앞으로 횃불을 들어 비추었다.
그러자 대략 열두 보 너머에 두꺼운 철창과 함께 안쪽에 사람의 인영으로 보이는 것이 보였다.
‘아! 제대로 온 건가?’
길을 잃은 게 아닌 모양이었다.
이에 생도 염경이 배식 수레를 끌고 앞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붉은 선을 넘어서 가던 차였다.
-끼리릭!
긁는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그 순간 수레를 끌고 가던 염경의 눈동자가 멍해지며 동공이 풀리고 말았다.
-쿵!
눈이 풀린 염경이 이내 수레의 손잡이를 놓았다.
그리고는 멍한 눈으로 금옥을 향해 횃불을 들고 걸어갔다.
횃불이 가까워지자 금옥의 철장의 안에 있는 인영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인영은 두 눈을 안대로 채워놓았고 입에도 두꺼운 가죽으로 재갈을 물려놓았다.
양팔 손목과 양쪽 다리의 발목을 전부 무거운 추가 달린 구속구로 채워놓아 움직일 수 없게 고정해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끼리릭!
구속되어 있는 죄수가 손가락을 움직여 바닥을 긁자,
-탁! 탁!
눈이 풀린 염경이 철창의 이곳저곳을 건드리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마치 그 행동이 철창을 열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염경이 건드리는 철창의 위쪽에 부근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百二十六]* * *
무간금옥의 또 다른 어딘가.
-주르륵!
날카로운 쇠가시를 움켜쥔 주운향의 손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선천진기로 방비를 했으나 낙하하는 힘 때문에 가시에 손바닥이 찢겨나갔다.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떨어졌다면 그대로 가시에 박혀 낭패를 보았을 것이다.
‘횃불이 먼저 떨어져서 다행이다.’
밑에 가시가 박혀 있는 것을 미리 봤길 망정이었다.
가시밭으로 된 주변을 둘러보던 주운향은 3장(丈) 정도 떨어진 곳에 가시들이 없는 바닥을 발견했다.
“후우······후우······.”
손이 찢기는 고통을 참고서 주운향은 한 손을 내려 가시밭 사이에 덩그러니 있던 횃불을 쥐고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손잡이를 입으로 물었다.
‘은사께 풍운보를 배우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어.’
이렇게 불안정한 자세로 물구나무를 서서 버틸 수 있던 것도 풍운보(風雲步) 덕분이었다.
안 그랬으면 얼굴부터 구멍이 났을 것이다.
주운향은 천천히 허리에 힘을 주고서 팔꿈치를 굽혔다.
‘큭.’
손바닥이 더 찢기며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이를 못 참고 놓게 되면 그대로 저세상이다.
-팍!
팔을 굽혔던 주운향은 그대로 힘을 주어 몸을 밀어냈다.
그렇게 주운향의 몸이 가시들이 없는 바닥을 향해 날아가서 안착했다.
물고 있던 횃불을 떨군 주운향이 찢겨 피범벅이 된 손바닥을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손이 타들어 갈 것 같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가시 함정이었다.
쇳독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젠장.’
주운향은 통증을 참아가며 자신의 품속에 있던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작은 복주머니였는데, 그 안에 혹시 몰라서 챙겨온 피독단이 있었다.
쇳독에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주운향은 삼분지의 일을 물어 꼭꼭 씹은 뒤, 침과 섞어 손바닥에 뱉었다.
“끄으으읍.”
통증이 장난이 아니었다.
주운향은 이를 악물며 그것을 찢긴 양 손바닥에 슥슥 문질렀다.
화끈거리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견뎌냈다.
“하아······하아······. 씨발.”
욕이 절로 나왔다.
숨을 거칠게 내쉬던 주운향은 남아있던 피독단의 삼분지의 일을 우물우물 씹어서 목구멍으로 삼켰다.
나머지 삼분지의 일은 혹시 모르니 복주머니에 넣어뒀다.
-찌익!
소매를 더 찢어 주운향은 그것을 양 손바닥에 붕대처럼 감았다.
신기한 게 처음에는 불로 지지는 것처럼 아팠는데 어느 순간부터 통증이 사라졌다.
피독단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정도 지혈이 된 듯하니 주운향은 현실로 돌아왔다.
‘하······.’
기가 찼다.
임규월이 이런 이중 함정을 준비할 줄은 몰랐다.
아무리 자신을 원망한다고 해도 다른 생도인 염경에게도 가짜 전도를 주었을 줄이야.
덕분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아주 얼얼할 정도네.’
이자가 이렇게 책략에 능할 줄은 몰랐다.
거의 두 수 앞을 읽은 책략이었다.
‘염경 녀석도 낭패를 보았겠군.’
그 잘못된 전도로 움직였다면 놈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에 중요한 건 녀석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이었다.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주운향은 횃불을 들어 올리며 위를 쳐다보았다.
저 위로 기어 올라가서 다시 막혀버린 천장을 뚫어야 원래 돌아왔던 길로 되짚어 돌아갈 수 있게 된다.
한데 그러기에는 꽤 높았다.
저 가시들을 전부 제거하고 나서 매끈한 벽에 매달려서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기관장치가 있으면 더 낭패다.’
주운향은 혹시 하는 마음에 가시가 있는 곳에 바닥에 있는 돌멩이를 집어 들어 던져보았다.
그러자 가시가 있는 곳의 주변 벽들에서 또 다른 가시가 튀어나왔다.
-푸푸푸푸푸푹!
‘돌겠군.’
시험해보지 않았다면 벽에 매달리는 순간 꼬챙이 행이었다.
가지고 있는 것은 몸뚱이 하나와 이 횃불이 다였다.
차라리 병장기라도 가지고 있다면 뭐라도 해볼 텐데, 금옥에 들어가려면 맨손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이를 어쩐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언제 어디서 기관장치가 튀어나올지 몰랐기에 섣불리 이동하는 것도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여기에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차라리 버티고 있을까?’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임규월이 함정을 쳤다고 하나 천호 막명보는 아니었다.
그는 견습으로 들어간 생도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책임자로서 그들을 찾기 위해 수색을 벌일 것이다.
‘그때까지 그나마 기관장치가 없는 이곳에서 버틴······.’
-슈우우우!
그때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주운향이 그곳을 바라보니 가시밭의 밑에서 스멀스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가지가지 하네.’
이를 본 주운향은 질렸는지 혀를 내둘렀다.
연기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독(毒)일 확률이 높았다.
피독단이 있다고 하나 장시간 직접적으로 노출되면 좋을 게 없었다.
‘젠장!’
주운향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들을 챙길 수 있는 만큼 챙긴 후에 연기가 닿기 전에 뚫려 있는 통로를 향해 달렸다.
-탁! 파파파파팍!
돌멩이를 두세 번 던질 때 한 번꼴로 기관장치가 발동되었다.
살벌하게 튀어나오는 함정에 주운향은 한시도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무간금옥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정말 잘 지었네.’
여기서 탈출한다는 것은 정말 요원한 일인 듯했다.
횃불이 없다면 완전 어둠 그 자체일 것인데 무슨 수로 여길 나간단 말인가?
스무 보에 한 번꼴로 기관장치가 나오는데, 미칠 지경이었다.
‘탈출을 시도했다간 무조건 죽음이다.’
한참을 기관장치들을 가동시켜 가며 달리던 주운향이 멈춰 섰다.
벌써 주웠던 돌멩이를 다 썼다.
여기서부터는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흠.’
주운향은 겉옷을 벗어서 찢은 뒤, 그것을 꼬아서 줄처럼 만들어 연결해나갔다.
그리고 신발을 벗어 줄을 감아서 묶었다.
길이가 2장(丈)이 채 되지 않았지만, 이걸로 충분한 듯했다.
-팍!
주운향은 줄이 감긴 신발을 앞으로 던졌다.
그리고 천천히 신발을 잡아당겼다.
-드르르르!
그러자 어느 지점에서 기관장치가 가동되는 특유의 소리와 함께 벽면에서 추쇠와 같은 암기들이 튀어나와 맞은편 벽에 박혔다.
‘됐다.’
주운향은 신발을 잡아당겼다.
신발에 추쇠 몇 개가 박히긴 했으나 이 정도는 떼고서 다시 활용할 수 있다.
주운향은 이런 방식으로 천천히 기관장치들을 가동시켜 안전한 디딤 바닥을 찾아가며 이동해나갔다.
이렇게 힘겹게 이동하며 주운향은 생각했다.
‘하아······. 이래저래 경험 많은 나조차 이럴진대 염경도 그렇고 배지석······. 아니 그 녀석도 기관진식에 빠져서 고생 꽤나 하겠······. 헛?’
하마터면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지금은 남을 걱정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이곳을 무사히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 * *
무간금옥의 안쪽으로 들어가는 초입.
생도 안종후의 얼굴을 하고 있는 목경운이 주변을 살피며 생각했다.
전도를 외우고 있어서 머릿속에서 입체화할 수 있는 목경운에게는 어디로 이동해야 할지가 눈에 훤했다.
그래서 지하 금옥 3층의 모든 기관진식 함정과 간수들의 거점지를 피해서 이곳까지 쉽게 내려올 수 있었다.
다만 이쪽 갈림길에서 문제가 하나 있었다.
가운데 통로로 들어가야 기관진식이 없이 무사히 지나갈 수 있는데, 이곳을 통과하게 되면 무간금옥의 간수들의 여덟 거점지 중 한 곳을 지나쳐야 했다.
‘흐음.’
그들을 처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간수 거점지마다 적습이나 탈출을 대비한 무언가가 있다고 들었다.
해서 섣불리 건드리는 건 피해야 할 듯했다.
이에 목경운이 좌측의 통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별수 없네.’
기관진식이 있는 한 곳을 지나쳐야 할 듯했다.
여기만 지나가면 성화령주가 갇혀 있는 금옥 백삼십 호실에 가까워진다.
다소 성가시긴 하지만 하나 정도의 기관진식을 통과 못 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목경운이 기척을 죽이고서 좌측 통로로 들어갔다.
통로로 들어서서 몇 발자국 걷지 않았을 때였다.
-탁!
-끼리리리릭!
바닥이 안으로 파고들며 이내 뭔가 기계음 같은 것도 벽면 안쪽에서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천장에서 수많은 구멍이 생기며 화살 비가 쏟아졌다.
-슥!
그때 목경운이 앞으로 걸어가며 손을 위로 휘저었다.
그러자 떨어지려 하던 그 많은 화살이 허공에서 멈추더니 이내 역으로 방향을 틀어서는 천장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파파파파파파팍!
이에 목경운은 아무렇지 않게 앞을 향해 걸어갔다.
-드륵!
-끼리리리릭!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벽면에서 거대한 세 겹의 날붙이들이 연달아 튀어나왔다.
날붙이는 순식간에 목경운의 몸을 네 조각으로 나누려고 했다.
그러나,
-드득드득!
날붙이들은 목경운의 몸에 부딪히기도 전에 도중에 멈춰서 제대로 움직이질 못했다.
벽면 사이에서 기계음이 들렸는데 뭔가에 막힌 것마냥 시끄러웠다.
이는 심후한 진기에 의해 날붙이가 붙잡혔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그 상태로 목경운이 위에 있는 날붙이로 손가락을 튕기자,
-채가가강!
위쪽 날붙이가 부러지며 아래쪽 날붙이들을 전부 동강 내고 말았다.
목경운이 다시 앞으로 이동했다.
다섯 발자국 정도 걸었을 때였다.
-슉! 슉!
앞에서 들려오는 파공음에 목경운이 멈추지 않고서 고개만 살짝 휘저었다.
그러자 날아오며 어깨를 관통하려 했던 두 날카로운 창대가 휘어지며, 이내 양옆의 벽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콰쾅!
“흐음.”
목경운이 양옆을 힐끔 쳐다보다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또 다시 다섯 보가량 걸었을 때였다.
바닥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연기는 독(毒)이었다.
‘금초산 뿌리가 들어간 거 보니 마비독 계열인가 보네.’
-스스스스스스!
독무(毒霧)가 어느새 통로 전체를 가득 메웠지만 목경운은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걸어갔다.
애초에 최고의 독 그 자체였기에 이런 독무는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혹시 몰라서 기관진식에 대응하기 위해 천천히 걷고 있던 목경운이 입을 벌리며 하품을 했다.
‘이게 다인가?’
기대한 것보다 시시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