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75)
그녀는 사부에게서 환술의 모든 것을 배웠다.
사부와 그녀에게 이 비술을 가르쳤다는 그분을 제외한다면 이 영역으로는 누구도 자신을 따르지 못한다고 자부했다.
코를 부여잡고 있는 그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어째서 통하지 않은 거지?’
극단적으로 스스로를 해하는 환술은 무의식적으로 육신이나 정신이 완강하게 거부하기에 굉장히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일시적으로 적의를 돌리는 것은 의외로 쉬웠다.
무의식적으로 반드시 적의의 대상만 선정하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한데 이 녀석, 환술 자체가 걸리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물론 환술이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었다.
이 역시도 상대가 깨달음이 극에 이르러 완전히 탈각하거나 혹은 자신보다 더욱 정신력이 강하다면 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손을 섞어보니 전자도 아닌 듯하고 후자는 더더욱 될 수 없었다.
지하금옥에 갇힌 후로 한 해가 흐르는 것을 잊고 지냈지만, 갇히기 전에 세월을 헤아리던 것만 하더라도 어언 백육십을 넘겼었다.
살아온 햇수도 그렇고 오랜 세월 동안 고문을 당하고 음식물 섭취조차 하지 않음에도 굴복하지 않은 자신의 정신력을 이런 애송이가 능가할 순 없었다.
‘실수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녀는 목경운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속으로 구결을 외우며 손가락을 튕겼다.
-딱!
‘지금부터 동료들을 죽이러 가라.’
“······뭐하시는 거죠?”
“하?”
그녀가 어처구니가 없어 했다.
정말로 환술이 통하지 않았다.
두 눈과 입을 틀어막아도 손으로 낸 소리만으로도 상대를 환술에 걸리게 할 수 있는 그녀로서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뭘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게 어떨까요? 제가 정말로 금의위라면 어떻게든 그쪽을 막으려 들었겠죠.”
“······.”
“전 오히려 그쪽이 풀려나도록 도와드렸는데 이렇게 공격하는 건 은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군요.”
“허튼소리!”
“허튼소리가 아닌데요.”
“본녀가 네놈의 말을 믿을 것 같으냐?”
“못 믿을 이유도 없지 않은가요?”
“못 믿을 이유? 그건 넘치고 넘치지. 네놈들은 본녀에게서 그간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심문에 고문에 온갖 회유책을 썼다. 한데 본녀가 입을 열지 않으니 이젠 그것도 모자라 곡기마저 끊어서 장장 수십 년을 굶게 만들었다.”
“수······십 년?”
목경운이 미간을 찡그렸다.
지금 본인 입으로 수십 년 동안 굶었다고 말한 건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건가?
며칠도 아니고 수십 년을 굶고서 어떻게 살았다는 거지?
인간은 며칠만 굶어도 핼쑥해지고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살이 빠져서 앙상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데 그녀에게서는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의아해하는데 그녀가 말했다.
“이쯤 되어서 실수인 것마냥 의도적으로 풀어주고서 희망을 준 뒤에 다시 제압하여 본녀의 의지를 굴복시키려 했나 본데, 이것이 네놈들의 미련한 실수임을 깨닫게 해주마.”
-고오오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에게서 기운이 솟구쳤다.
진기가 어찌나 강한지 풍압마저 일어나고 있었다.
이를 보며 목경운이 한숨을 내쉬었다.
적당히 이용 해먹을 수 있는 패라고 여겼는데, 오랫동안 갇혀 있어서 그런지 정신도 오락가락하는 것 같고 사람 자체를 전혀 믿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상황 자체를 함정으로 여기는 건가?’
그런 거라면 무슨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듯했다.
목경운이 이에 성가시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서둘러야 하는데 엉뚱한 곳에서 발목이 붙잡혔다.
‘아아.’
목경운이 이내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별수 없군요.”
그냥 최대한 빠르게 죽여버리는 편이 나을 듯했다.
이에 목경운이 기수식을 취하려고 하다 이내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뒤를 돌아보니 금의위 총기 한 사람이 당혹스러운 기색으로 서있었다.
동굴 통로가 떨릴 정도로 조강(爪罡)에 의한 충격이 컸는데, 이곳에 오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었다.
“이런 젠장······.”
금의위 총기는 풀려난 수감자인 그녀의 모습에 크게 당황했다.
바로 그때였다.
-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금의위 총기의 눈이 갑자기 풀려버렸다.
그러더니 이내 금의위 총기가 목경운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죽어랏!”
‘응?’
탈출한 수감자를 보고서 당혹스러워하던 자가 갑자기 자신을 향해 살의를 드러내며 달려들자 목경운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금의위 총기의 무위는 고작해야 절정 초입에 불과했다.
당연히 목경운의 상대가 될 리가 만무했다.
-슥!
목을 베려고 하는 그의 일도를 가볍게 피한 후에,
-팍!
그의 손목을 내려쳐 도를 떨어뜨리게 했다.
그렇게 떨어지는 도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그녀를 향해 도병을 걷어찼다.
-촥!
그러자 도가 그녀의 미간을 향해 뚫을 기세로 쇄도했다.
“흥.”
그녀가 고개를 훽하고 옆으로 돌리자 진기가 실린 긴 머리카락에 도날이 부딪치며 이내 그것이 벽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푹!
한데 거기서 끝나지 않고,
“으어억.”
그녀를 향해 환술에 걸린 금의위 총기가 날아왔다.
‘응?’
찰나에 그녀가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다 이내 날아오는 금의위 총기를 향해 붉게 물든 손으로 조강(爪罡)을 펼쳐 전신을 조각조각 내버리고 말았다.
-촤촤촤촤촥!
몸이 수십 조각으로 나뉘자 사방으로 피가 낭자하게 튀었다.
그런데 그 사이로 누군가 통과해오며 이내 그녀의 목을 향해 검결지를 찔러 들어왔다.
다름 아닌 목경운이었다.
-푹!
예기치 못한 일격으로 그녀가 검결지에 실린 예기에 왼쪽 어깨를 찔렸다.
‘이놈?’
그녀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자신의 동료를 던져서 시야를 가린 후에 그 틈에 공격해온다고?
이놈 뭐 하는 짓이지?
-촤촥!
의아하던 그녀가 이내 어깨에 이어서 자신의 목을 노리는 목경운의 검결지를 유려한 보법으로 피해내며 거리를 벌렸다.
-파파파팍!
거리를 벌리는 와중에 그녀의 찔렸던 어깨 부위가 스멀거리며 피가 그쳐갔다.
이를 발견한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상처가?’
낫는 속도가 인간의 범주를 넘어섰다.
그 역시도 상처의 회복이 빠른 편이지만 그녀의 속도는 그것을 훨씬 상회했다.
찔리고 나서 곧바로 나을 정도면 회복이 아니라 초재생의 영역이었다.
‘사기(死氣)에도 회복이 되는 건가?’
사기는 공력을 흩어지게 만든다.
그런데 그녀의 육신이 회복되는 것을 막진 못하는 듯했다.
그때 목경운의 눈동자로 그녀의 상처 부위로 뇌력(雷力)이 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저 힘이 재생을 부추긴 것 같았다.
놀라워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촥!
반격해오는 그녀의 조강에 목경운이 몸을 옆으로 틀었다.
그리고는 팔꿈치로 조강으로 절초를 펼치고 있는 그녀의 손목을 찍으려 했다.
그러자 그녀가 변초를 쓰며 이를 피해내고서 목경운의 목을 노려왔다.
-파파파파파팍!
찰나의 순간 두 사람의 손이 여섯 수가량 부딪치며 서로가 뒤로 밀려났다.
-촤르르르르르!
-촤르르르르르!
뒤로 밀려난 그녀가 한쪽 눈썹을 추켜세우며 그녀가 자신의 붉게 물든 손을 쳐다보았다.
‘혈옥수(血玉手)와 강기(罡氣)를 동시에 쓰고 있는데, 찰나의 순간마다 기묘한 강기로 막아내고 있어.’
손이 핏빛 옥처럼 물드는 그녀의 무공은 혈옥수(血玉手)라 불리는 조법과 장법이 합쳐진 신공으로 그 위력이 맨손으로 바위를 으스러뜨리고 철을 찢을 정도였다.
그런 혈옥수에 강기를 더하면 그 위력은 적수공권으로는 적수를 찾기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데 찰나에 발휘되는 흉악한 느낌의 강기가 이를 막아내고 있었다.
일반적인 강기와는 그 위력이 완전히 달랐다.
‘이놈 대체 뭐지?’
분명 겉보기에는 약관조차 되지 못했다.
아무리 몸이 아직 풀리지 않고 그 힘을 발휘하지 않았다고 해도 스무 해도 살지 못한 애송이가 자신과 거의 동수를 이룬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쉽게 제압할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제대로 하지 않고는 아무래도 그러긴 힘들 듯했다.
내심 혀를 내두르던 그녀가 이내 입을 열었다.
“네놈 보통 녀석이 아니구나.”
“그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군요.”
목경운 또한 그녀의 무위에 내심 놀라워하고 있었다.
정말로 오랫동안 지하금옥에 갇혀 있었던 자가 맞는지 의심이 갈 만큼 움직임이 민첩하고 살아있었다.
심지어 내공과 공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마치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이런 괴물 같은 여자를 대체 어떻게 가둬둔 건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청령의 말로는 공력에 있어서는 현경에 한없이 가까워져서, 현 정점인 육천(六天)을 제외하면 무림의 당대 최고수들이라 불리는 팔성(八星)이 아니고는 자신을 상대할 만한 자는 거의 없을 거라 했다.
그런데 그런 자를 꽤나 빨리 만난 것 같다.
‘······구혈교라 했었나.’
그러고 보니 몽무약도 그렇고 청령도 구무림 때의 수준은 지금보다도 훨씬 고수들의 무위가 높았다고 했었다.
확실히 이 여자를 보니 그런 것 같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데.’
워낙 깊은 지하 동굴이라 최대한 공력을 조절하고 있었던 목경운이었다.
해서 부딪치는 찰나의 순간만 마기(魔氣)를 일으켰었다.
그런데 그 정도로는 이 여자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한 듯했다.
이에 목경운이 최대한 조절하던 것을 풀고서 전신으로 마기를 운기시켰다.
그러자,
-고오오오오오!
목경운에게서 흉악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이를 본 그녀의 눈빛에 경계심이 생겨났다.
‘이놈 봐라?’
제법이라고 여기긴 했지만, 그 힘을 발휘한다면 삼십여 초식 이내로 죽일 수 있을 거라 여겼던 그녀였다.
그런데 목경운이 마기를 드러내자 생각이 바뀌었다.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삼십여 초 내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거 좀 긴장해야겠는걸.’
-파치치치치칙!
그 순간 그녀의 전신에서 푸른 불꽃이 마구 튀어오르며 뇌전(雷電)이 휘감겼다.
그녀가 숨겨왔던 뇌력(雷力)을 드러내는 순간 목경운이 먼저 움직였다.
상대가 제 실력을 발휘하기 전에 승부를 볼 생각이었다.
-타탁!
목경운이 바닥을 두 번 박차자 돌풍과 함께 신형이 둘로 나뉘며 그녀에게로 쇄도했다.
이것은 금의위 천호 마라현에게서 훔쳐 배운 풍신보(風神步)였다.
그런데 이렇게 둘로 신형이 나뉘어지는 목경운의 신묘한 경신법을 본 그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