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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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옥 안에 있던 노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경운이 갑자기 표식을 그린 것부터 시작해 일계를 들먹이기에 저들과 한패라고 여겼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오판이었다.
-촥!
-팍!
‘아니?’
두 손을 모아 포권지례를 하는 위무사 묵섬의 팔을 대뜸 맨손으로 베어버리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닥에 떨어진 그의 두 손 신경이 아직 살아있는지 꿈틀댔다.
이윽고 자신의 잘린 두 팔에 당황한 위무사 묵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려 했다.
“끄아아······.”
-퍽!
-우득!
비명이 미처 튀어나오기도 전이었다.
목경운이 그의 턱을 위로 걷어 차버렸다.
고개가 위로 솟구치는 것을 넘어서 상체가 저절로 일으켜질 만큼 공력이 실린 발차기에 턱이 강제로 닫히며 이빨이 부서지고 말았다.
“끕.”
-퍽!
거기서 멈추지 않고서 목경운이 일으켜 세워진 그의 복부로 일장을 날렸다.
-파아아앙!
“크헉!”
복부를 얻어맞은 위무사 묵섬의 신형이 그대로 동굴의 벽면에 부딪히고 말았다.
-쾅!
동굴에 몸이 반쯤 박혀버린 묵섬이 피를 마구 토해댔다.
“끄어어어. 으웩.”
단전이 있는 곳을 맞는 바람에 진기가 온통 꼬이며 괴롭기 그지없었다.
고통스러워하는 묵섬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아무래도 단전이 부서진 것 같다.
복부를 중심으로 진기가 빠른 속도로 흩어지고 있었다.
-솨아아아아아!
무림인에게 있어서 진정한 죽음은 단전의 파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평생을 쌓아온 무(武)와 내공을 날려버리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흩어져 가는 내공에 묵섬의 흰자로 핏대가 섰다.
울컥하는 것을 넘어서 수많은 복잡한 감정이 밀려 들어오는 찰나에 그의 목을 목경운이 움켜쥐고서 들어 올렸다.
-꽉!
“끄으으으.”
“아아. 출혈이 꽤 심하네요. 이건 배려해드려야겠네요.”
-타타타타탁!
목경운이 그의 잘린 팔 부근에 지혈점을 눌렀다.
그리고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계 급의 간부는 지휘첨사 곁의 겸창이라는 분이 다라고 생각했는데, 황궁이 꽤 중요하긴 한가 보네요. 한 분 더 있는 걸 보니까.”
‘이, 이놈 대체 뭐지?’
위무사 묵섬이 떨리는 눈으로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그는 나름 일계를 바라볼 만큼 스스로 심계가 뛰어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 허무하게 속고 말았다.
아니 속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조직의 이계 이상 급만 알고 있을 법한 것들을 너무 당당하게 나열해대니 속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네놈······정체가······뭐냐? 정말······. 배화교의 사람이 맞느냐?”
평소대로라면 글쎄요 하며 이죽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금옥 안에 배화교의 성화령주가 지켜보고 있었기에 목경운은 빙그레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그럼 정말로 그쪽 사람인 줄 아셨나요?”
“끄으으.”
-주르륵!
속에서부터 피가 역류하며 묵섬의 입에서 계속 핏물이 흘러나왔다.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지 목경운이 그를 빤히 쳐다보다 이내 반대 손으로 대뜸 그의 핏방울을 검지에 묻혔다.
묵섬이 대체 뭐 하는 거지? 하고 의아해하는데,
-슥! 슥!
목경운이 이내 그의 이마와 목젖 부근, 그리고,
-쫙!
가슴팍을 찢어서 심장부 쪽에다 무언가를 새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방(防)이라는 글자였다.
주력(呪力)을 담아 자신의 피로서 부(符)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이를 적어낸 목경운이 이내 수결을 맺으며 중얼거렸다.
‘면우신차력법 비방위술.’
“봉청 북두대력신 천우지우두우군 육정육갑사령신 조오대력 진건곤······.”
방술의 주술을 외우는 모습에 불길함을 느낀 묵섬이 이내 목경운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단전이 파괴되면서 급격하게 진기가 쇠해지고 있는 와중에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꽉!
“켁!”
오히려 목경운이 목을 움켜쥐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면서 숨 막혀 괴롭기만 하게 되었다.
수결을 맺고서 주술을 외우던 목경운이 이를 멈추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슥!
‘!?’
갑자기 묵섬의 입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러던 이내,
-뿌득!
“으읍!”
묵섬의 앞니 중 윗니를 그대로 뽑아버렸다.
이빨 하나가 뽑힌 묵섬은 도통 이자가 무엇을 하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빨을 뽑은 목경운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서,
-뿌득!
묵섬의 이빨을 또 뽑았다.
하나도 아니고 계속 뽑더니 기어코 여섯 개를 뽑았다.
덕분에 앞니들이 전부 뽑히면서 텅 빈 부위로 피를 울컥울컥 흘리는 묵섬의 인상은 보기 안쓰럽게 되어버렸다.
-스스스슥!
그렇게 뽑아낸 이빨에 목경운이 글씨를 새겼다.
그것은 육갑신의 이름이었다.
육갑신의 이름을 새긴 후에,
“행인행인 육갑음신 수신수호 용즉성인 근청상봉 삼청금지 옥황칙령 속용속령섭.”
시해주(尸解呪)를 일곱 번가량 외운 뒤, 숨을 일곱 번 들이쉬고는 그것을 동쪽에 뿌렸다.
그리고는 묵섬의 신발을 벗겨 한 짝은 동쪽 3걸음 위치에, 또 다른 한 짝은 서쪽 3걸음 위치에 던져두었다.
‘대체 뭘 하는 거지?’
금옥 안에 있는 노파조차 목경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했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다 끝났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묵섬에게 말했다.
“이제 준비가 됐군요.”
“대체······. 뭘······하는······거냐?”
“아아. 별건 아니고요. 그쪽에 금제가 가해져서 그걸 좀 대비한다고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묵섬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금제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금제는 애초에 삼계에서 오계에 해당하는 자들이나 받는 것이었다.
중위 간부라고는 해도 간부의 호칭을 받는 제 이계의 계층을 받은 자들은 그런 금제를 받은 기억도 강요받은 적도 없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말했다.
“본인도 본인이 금제 당한 걸 모르시나 보군요.”
“무슨 소리를 하는······.”
“겸창이란 분도 모시는 그분을 언급하다 여기······.”
-툭툭!
목경운이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말했다.
“머리가 터져 죽었거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우린 그런 금제 따위를 당한 적이 없다.”
“그럼 시험 삼아서 그쪽이 모시는 분을 얘기해보시죠.”
“뭐?”
“금제를 당한 적이 없다면서요. 그러니까 그쪽 분이 모시는 분을 뭐라 부르는지 이야기해보라고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묵섬이 입을 다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분에 대한 것과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은 발설하면 안 된다.
그것은 조직에 있어서 무조건 지켜야 할 철칙이었다.
한데 목경운이 금제 어쩌고 하면서 께름칙한 소리를 해대는 통에 더욱 입을 열기가 곤란해졌다.
“무슨 말을 하는지······.”
-푹!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목경운의 손가락이 그의 안구 아래로 파고들었다.
그로 인해 묵섬이 새하얗게 질려서 꼼짝하질 못했다.
‘이······이런······미······친······.’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 대답하지 않으면 이대로 한쪽 눈알을 뽑도록 할게요. 한 번도 본 적이 없죠? 자신의 눈알은?”
그 말과 함께 활짝 웃어 보이는데,
-오싹!
그 모습에 묵섬은 등골부터 소름이 끼쳐왔다.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정말로 무언가를 저지를지 아닐지를 판단할 수 있다.
목경운의 눈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걸 행할 눈빛이었다.
이에 묵섬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 역시도 발설하는 순간 금제로 인해 머리가 터진다는 말인데 내가 말할 수 있을 것 같나?”
“걱정 마시죠. 그래서 몸에는 주력을 막는 부주를 행했고, 시해법으로 그쪽을 대신하여 시신을 만들어놓았으니까요.”
“시신?”
“네. 그러니 마음 편히 얘기하시죠. 물론 말하기 싫다면 그냥 입을 다무셔도 됩니다.”
“······.”
“단 셋을 센 후에 그쪽의 이 눈알을 뽑아버릴 거예요. 그리고 다시 셋을 센 후에는 반대쪽 눈. 그리고 다음에는 코를 비틀어 뜯어낼 거고······. 뭐 다음은 언급하기 귀찮으니 알아서 추측해보세요.”
“······.”
위무사 묵섬은 굳어진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는 정말로 죽음을 각오한 자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입을 열 수밖에 없으리라 여겼다.
그만큼 목경운의 한 마디, 한 마디와 행동은 두렵기 그지없었다.
이런 위압감에 결국 위무사 묵섬이 입을 열었다.
“그, 그분을 뭐라 부르는지만 말하면 되는 것이냐?”
“그 외에도 몇 가지만 더 대답해준다면 목숨만큼은 보장하죠.”
“······.”
묵섬이 찰나에 고민에 빠졌다.
그래도 개똥만도 못해도 이승이 저승보다 나을 테니 목숨만이라도 건지는 게 답일까?
-슥!
그러다 이내 잘려 있는 자신의 팔과 파괴된 단전으로 눈이 갔다.
살아남아도 자신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아.’
게다가 어차피 무인으로서는 가치가 없게 되어 조직에서도 쓸모없어진 자신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죽일 게 틀림없었다.
결국 묵섬은 차라리 조직에 대한 충성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냥 죽······.”
“잘린 팔과 단전도 복구시켜드리죠.”
“뭐? 그게 어찌······.”
“못 믿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가능하다는 사실만 알려드리죠. 단, 시간이 늦어질수록 복구가 되지 않으니 서두르는 게 좋을 거예요.”
“······.”
목경운의 그 말에 충성을 지키려던 묵섬이 이내 마음을 바꿨다.
“말하겠다.”
“좋은 선택이로군요.”
자신의 팔을 쳐다보는 모습과 결연한 눈빛을 보고서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단번에 읽어낸 목경운이었다.
“자, 얘기하시죠.”
“······알겠다. 우리는 그분을 세 번째······.”
-콰직!
바로 그 순간이었다.
동쪽 3걸음에 놓여 있던 묵섬의 신발이 퍽하고 터져버렸다.
“이, 이게?”
묵섬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반면 이를 바라보던 목경운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역시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
술법에 있어서 저주는 상대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만 해지될 수 있다.
이에 목경운은 시해법으로 술법으로 저주를 속일 수 있는 묵섬의 가짜 시신을 만들어 냈다.
물론 보기에는 단순한 신발이지만 주술적으로는 그의 시신이었다.
시신이라고 해서 저주를 피해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슥!
목경운이 묵섬에게 계속 말하라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터진 신발에 움찔거리던 묵섬이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어갔다.
“목간(目艮)라 부른다.”
-콰직!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쪽 방향의 3걸음에 놓여 있던 신발이 터져버렸다.
이를 보며 묵섬이 떨리는 눈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 금제인가 뭔가가 걸려 있었던 걸까?
아니면 이자의 농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분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온몸이 떨리며 머리의 피가 거꾸로 치솟는 느낌이 들었던 걸 보면 정말로 위험했던 것 같······.
-콰직!
그 순간 묵섬의 머리가 터져버리고 말았다.
터져버린 그의 머리를 움켜쥐고 있던 목경운이 피범벅이 된 살점을 소매로 훔치며 중얼거렸다.
“······실패했네.”
저주의 주력을 속여서 흘려보내는 데 성공했다고 여겼다.
그런데 저주가 어찌나 강한지 결국 이자의 머리가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리고 말았다.
나름 묘책이라 여겼는데 금제를 건 자의 주력이 자신보다 훨씬 높았다.
심지어 죽음을 속이는 시해법으로도 저주를 끝내 피하지 못하는 걸 보면 술법이 정말 고차원에 이른 자인 듯했다.
‘성가시네.’
목경운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저주를 극복해낼 수 있다면 좀 더 정보를 빼낼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아쉽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아냈다.
저들의 우두머리가 ‘세 번째 목간(目艮)’이라 불린다는 것은 말이다.
‘세 번째 목간이라······.’
왜 그렇게 부르는 것일까?
그대로 해석하면 ‘세 번째 보는 것을 거스르다.’라는 게 된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려웠다.
하나 지금은 이 뜻을 추리하고 있을 틈이 없는 것 같다.
-저벅저벅!
목경운이 발걸음을 돌려 금옥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오래 기다리셨죠.”
“······.”
“좀 더 많은 걸 알아내고 싶었는데, 보시다시피 이들은 대답할 처지가 못 되는군요. 그러니 성화령주께서 말씀해주셨으면 하군요. 왜 이런 자들이 당신과 그 보주라는 걸 노리는지 말이죠.”
이런 목경운의 말에 노파, 아니 성화령주가 입을 열었다.
“자네······. 정말 본교의 교인이 맞는지 모르겠군.”
“왜 그러시죠?”
“본교의 교리는 성스러운 불을 숭상하면서 선을 행하고 악을 제거하는 것이야.”
“해서요?”
그 반문에 성화령주가 목경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 아무리 봐도 자네는 악(惡) 그 자체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