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8)
8화 죽음의 기운 (3)
목경운을 빤히 쳐다보던 호위 고찬이 이내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 녀석이 하는 모든 이야기가 거짓말처럼 들린다.
무공, 아니 내공에 대한 정확한 정의도 알지 못하는 녀석이 혼자서 비급서를 보고서 독학으로 반나절도 안 돼서 기(氣)를 느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있을 수야 있겠지.
무에 대한 재능이 거의 천고의 기재라고 할 만해야 가능할 것이다.
‘기감이 타고난 자들도 첫 시작은 힘들다.’
한데 목경운은 그것을 했다고 한다.
솔직한 심경으로 도저히 믿기지 않지만 이 마귀 녀석이 이런 걸로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럼 이것은 간단한 문제였다.
그냥 확인하면 된다.
정말인지 아닌지 말이다.
“공자. 속하가 직접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어떻게요?”
“공자께서 토납법을 통해 기운을 받아들였다고 하니 그걸 그냥 하시면 됩니다. 속하가 도중에 기운을 운기하는지 확인하겠습니다.”
“그게 가능한가 보죠?”
“확인하는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군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목경운이 침상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뭐 여기까지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니 잘못될 것도 없었다.
이렇게 자세를 잡은 목경운이 눈을 감은 채 천천히 호흡을 해나갔다.
“후우.”
이를 고찬이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침상에서 내려와 목경운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확인하기 위함이니 신경쓰지 말고 계속 토납법에 집중하시면 됩니다.”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의 목의 혈자리 중 한 곳에 두 손가락을 모아서 갖다댔다.
옅은 기운이라도 토납법을 통해서 운기가 되고 있다면 느낄 수 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혹시 모를…..
‘!?’
고찬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무슨 일이지?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는가라고 여겼던 그였다.
한데,
‘…….하.’
진짜로 기운이 혈맥을 타고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이 말은 제대로 기(氣)를 감지하고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된다.
고찬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기감(氣感)이 가장 예민하다고 알려진 3세에서 4세에도 반나절도 안 돼서 기를 감지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뛰어나도 보름은 기본이었고 운이 없으면 몇 달도 허다하다.
한데 목경운은 혈맥에 상당히 노폐물도 쌓였고 기감도 떨어지는 시기일 텐데 불과 하루 만에 기(氣)를 느끼다니.
‘이놈 정말 무재가 있는 건가?’
고찬의 눈빛이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는 반신반의 했지만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에는 무조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다.
목경운이 그런 존재일 수도 있었다.
‘한 번 살펴보자.’
기운이 흩어진다고 했으니 직접 확인해야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고찬이 목경운에게 조용히 말했다.
“내공을 불어넣어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거북해도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
심법을 행하는 중이었기에 목경운은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슥!
고찬이 집중하여 목경운의 기문혈(期門穴)로 진기를 불어넣었다.
량문과 중완을 통과시켜 단전 부근으로 진기를 이어나가 목경운의 운기 경로를 추적했다.
그 과정에 고찬은 또 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 뭐야?’
어릴 때부터 토납법을 해야 그나마 운기 경로에 노폐물이 쌓이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목경운의 혈맥에는 노폐물이 거의 없었다.
마치 3세에서 4세 아이를 보는 듯 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분명 내공을 익힌 적이 없을 텐데?’
정말 기이한 현상이었다.
토납법을 행하지 않고 이 나이가 되도록 이렇게 혈맥이 깨끗하려면 심후한 내가고수에게 오랫동안 추궁과혈(推宮過穴)이라도 받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고찬이 의문스러운 얼굴로 목경운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산속에서 할아버지와 둘이 살았다고 하지 않았었나?’
대체 뭐지?
의구심이 들어하던 고찬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일단은 단전 부근으로까지 진기를 보냈다.
거의 다와간다.
일단 추측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아마도 흩어지는 이유는 막 기운을 받아들였기 때문일 확률이 높아보이는데.’
보통은 그랬다.
고작해야 토납법을 행한지 반나절도 되지 않은 목경운이다.
아무리 기운을 모았어도 그 양이 너무 작고 제대로 단전을 형성한 게 아니라 흩어졌을 확률이 높았…..
-흠칫!
순간 고찬은 닭살이 돋았다.
뭔가 시리면서도 소름 돋는 뭔가를 느꼈다.
그런데,
‘어?’
손바닥을 뗀 게 아닌데 연결되어 있던 진기가 끊겼다.
이게 무슨 현상이지?
눈살을 찌푸리던 고찬이 이내 혹시 하는 마음에 다시 기문혈로 진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다시 단전 부근으로 이를 보냈다.
한데,
-흠칫!
또 다시 그 기묘한 감각과 함께 보냈던 진기가 끊겼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흩어졌다.
고찬은 순간 멍해졌다.
‘뭐야?’
이 현상이 뭔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목경운 본인이 흡수한 기운도 아니고 자신의 진기였다.
그런데 그것이 단전 부근에 가는 순간 통제권을 잃고서 그대로 흩어져서 사라졌다.
왜 이런 거지?
진기를 직접 끊는 것이 아닌 이상 이럴 순 없었다.
이해할 수 없어하는데 목경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찬 호위의 기운도 흩어졌네요?”
“………그것도 느끼셨습니까?”
“네.”
‘기가 막히는구만. 이 녀석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기감이 타고났다.’
이 정도면 본능적으로 타고 났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기(氣)를 막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 타인의 기운을 관조할 수 있을 정도라니.
혀가 내둘려진다.
이 녀석이 만약 어렸을 때 무공을 배웠다면 어땠을까?
‘막내 공자에 맞먹는 무재였을지도 모른다.’
연목검장의 막내 공자 목유천.
그 재능은 연목검장의 삼대에 걸쳐서 나올까 말까 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열네 살에 일류 고수의 경지에 이르고 불과 2년 뒤인 열여섯의 나이에 절정의 초입에 이른 괴물이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재능이다.
그런데 이 녀석 역시도 일찍 시작했다면 그에 근접했을지도 모른다고 여겨졌다.
다만 한 가지 문제만 없다면 말이다.
‘왜 흩어지지?’
방금 전에도 한 번 더 보내봤다.
그런데 역시나 같았다.
본인이 토납법으로 끌어모은 미세한 기운이 흩어진다면 이유가 극명했겠지만 이건 도저히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공자…….”
“왜 그런지 알겠나요?”
“송구하오나 속하의 실력으로는 이유를 알기 어렵습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고찬은 이류에 불과했다.
무림인들은 일류부터의 경지부터를 고수라고 칭했다.
그만큼 이류까지는 보통 사람들보다 강하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고수나 달인의 영역에 이르렀다고 할 수도 없었다.
“속하보다 좀 더 고수가 살피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려울 듯 합니다.”
“그래도 무공을 익혔으니 조금이라도 추측가는 것도 없나요?”
“…….모르겠습니다. 공자의 단전 부근에 뭔가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지는데 그것이 뭔지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내공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했다.
워낙 싸늘하면서도 기분 나쁜 무언가인지라 이걸 기운이라 불러야 맞는지도 확신이 가지 않는 고찬이었다.
이런 고찬에게 목경운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그냥 돌려서 묻지 않을 게요. 계속 이러면 단전을 형성할 수 없나요?”
단도직입적인 물음.
이에 고찬이 난처해하다 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계속 토납법으로 모은 기운들이 흩어진다면 단전을 형성할 수 없습니다.”
“결국 ‘그게’ 문제가 된다는 거네요.”
“네?”
“아뇨. 아뇨. 혼잣말이에요.”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고찬이 정확하게 파악하진 못했지만 원인은 아무래도 극명해진 듯 했다.
단전 부근에 있는 사기(死氣)가 원인인 것 같다.
‘흐음.’
이를 어쩔까나.
토납법으로 흡수하는 기운은 이것과 맞지 않는지 흩어진다.
그리고 이 토납법이나 운기 방식으로는 사기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 방법을 해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곤란한데.’
애초에 목적은 무공을 익히는 것이었다.
그때 만났던 그 괴물 같은 사내.
그 감각을 그대로 되살려 보았을 때 여전히 그 사내를 이길 엄두, 아니 상대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무공을 익히지 못하는 건가?’
그렇게 된다면 굳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목경운은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직은 확실하게 낙담하긴 어려웠다.
고찬의 말대로 그는 고작 이류 밖에 되지 않았기에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걸 수도 있었다.
그런 제대로 된 고수의 도움을 받는 게 답일까?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허참 희한합니다. 진기를 흩어지게 만드는 걸 보면 정상적인 운기로 생겨난 기운과는 완전히 상반된 것 같은데……”
“상반?”
목경운의 반문에 고찬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 그냥 제 추측입니다. 너무 귀 열어 들으실 필요는…..”
“상반……..상반…….”
목경운은 미간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상반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에 자신이 처음 이 싸늘하면서 음(陰)한 이 죽음의 기운을 흡수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다.
호흡을 통해 받아들이는 기운은 생기(生氣) 즉, 살아있는 기운이라 치면 이것은 말 그대로 사기(死氣).
그럼 애초에 방식이 잘못된 게 아닐까?
목경운이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말했다.
“고찬 호위의 말이 맞네요. 운기 요결과 토납법을 역(逆)으로 해봐야 겠어요.”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두 눈을 감았다.
자신이 깨달은 것을 그대로 행해보기 위함이었다.
‘뭐?’
순간 고찬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운기 요결과 토납법을 역으로 행한다고 했는가?
한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토납법은 애초에 도가(道家)에서 파생된 양생법(養生法)의 일종으로 생기와 양기를 북돋게 만드는 수법이었다.
그런데 이를 역행한다는 건 말 그대로 죽음과 음한 기운을 받아들이는 행위였다.
게다가 운기 역시도 거꾸로 하면 역혈의 대법이라 하여 스스로를 마(魔)로 빠뜨리게 한다.
“고, 공자! 멈추십시오! 주화입마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주화입마(走火入魔).
이는 몸속의 기가 조금만 뒤틀려도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한데 조금만 뒤틀려도 이러는데 운기 방향 자체를 완전히 역행해버린다면 스스로 자멸을 택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풋!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청령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저 바보 같은 녀석이 뭘 하나 했더니 어설픈 지식으로 멍청한 짓을 하고 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지?
본파에서 오랜 연구 끝에 만든 역혈대법조차 시전 후에 단전이 파괴되거나 부작용이 심해서 폐인이 되거나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단전도 형성하지 못한 애송이가 스스로 운기를 역으로 행한다니.
말 그대로 자살 행위였다.
-잘하면 자유를 찾을 수 있겠구나.
청령이 이죽거리며 마승에게 말했다.
외부로부터 해를 입거나 식신이 해를 입히려하면 그것은 결국 살로 돌아가게 된다.
하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도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을 지도 몰랐다.
-방해하지 마라. 중생아.
-슥!
청령이 곰방대를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목경운을 만류하려고 했던 고찬의 몸이 저절로 밀려나며 이내 자신이 누워있었던 침상에 강제로 눕혀지며 달라붙고 말았다.
-꽈악!
“이, 이게?”
당황한 고찬이 내공을 끌어올려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한데 꼼짝도 하지 않았다.
“고, 공…..으읍!”
-쉿. 조용히 해야지.
청령의 손짓 한 번에 고찬은 입술도 옴짝달싹 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목경운은 이미 토납법과 운기를 역(逆)으로 행하고 있었다.
이를 보며 청령이 붉은 입술을 실룩거렸다.
-스스로 죽게 된다면 네 혼(魂)을 직접 오체분시 해줄게.
참으로 기대가 됐다.
그런데,
-솨아아아아아!
운기를 하고 있는 목경운에게서 하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
그 입김은 따뜻한 기운이 아니라 매우 싸늘하면서도 음(陰)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목경운이 무리해서 운기를 역으로 행하다 주화입마를 입어서 죽을 거라 여겼던 청령이었다.
한데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자 한 쪽 눈썹이 절로 치켜 올라갔다.
‘뭐지?’
생전에도 본 적이 없는 모습이다.
역으로 운기를 하는데 어째서 주변에 음한 기운들이 모여들고 있는 거지?
청령의 귀안(鬼眼)에는 그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세상에는 생기(生氣)와 양기(陽氣)만이 퍼져있는 게 아니었다.
당연히 음양의 기운이 균형을 이루기에 사기(死氣)와 음기(陰氣) 역시도 이에 상응하게 고루 퍼져 있었다.
한데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존재는 이 반대 되는 기운을 감지할 수도 느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어떻게?
살아있는 존재인 목경운이 죽음의 기운을 끌어당기는 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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