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83)
-촤촤촤촤촤촤촤!
회오리가 치며 폭풍과도 같은 기세로 몰아치는 육천호 소예린의 진 축아회검.
그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육천호 임규월을 비롯한 동인들이 전부 검세에 휩쓸리며 튕겨 나가버리고 말았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살았다며 좋아하던 임규월의 얼굴은 그야말로 ‘처참’ 그 자체였다.
그렇게 그들이 검세에 휩쓸리는 찰나에 공교로운 일이 벌어졌다.
닫히지 않고 있던 연기의 문이 그대로 닫혀버리고 말았다.
-스스스스!
완전히 문이 사라지자 검지와 중지에 차고 있던 보구가,
-파스스스!
부서지며 흩어져버렸다.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물건임을 확실히 증명했다.
부서진 보구를 빤히 쳐다보던 목경운이 고개를 슬며시 돌리며 육천호 소예린에게 말했다.
“······동료 분이 아니었던가요?”
그녀가 육선부의 수장이라면 임규월은 사선부의 수장이었다.
다른 부처였지만 같은 직위의 금의위 동료라 할 수 있는데, 느닷없이 절초를 날려버릴 줄은 몰랐다.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그녀가 답했다.
“일이 꼬이는 것보단 낫겠죠.”
육천호 소예린도 눈치라는 것이 있었다.
뻔히 이 자리에 탈옥수가 둘이나 있는데, 지하금옥을 담당하는 수장인 그가 빠져나오게 된다면 일이 꼬일 것은 자명했다.
이에 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절초를 날린 것이었다.
“서로의 이(利)가 들어맞았다고 봐도 괜찮을까요?”
“······.”
목경운의 그 말에 소예린이 말없이 고개를 돌려 구혈교의 육혈성 담백하를 바라보았다.
이에 담백하가 그녀에게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춰 말했다.
“그분의 피를 이으신 게 맞으시지요?”
이 물음에 소예린이 주변을 잠시 의식하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런 그녀의 대답에 이를 지켜보고 있던 가면의 금의위 천호 마라현이 탄성을 흘렸다.
애초에 마라현은 자신의 은사인 그녀가 이곳 금의위로 들어온 이유가 누군가를 찾기 위함임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자가 지하금옥에 갇혀 있던 죄수였을 줄은 몰랐다.
문득 마라현이 놀란 눈으로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그럼 역시 관련이 있던 건가?’
목경운이 탈옥시킨 두 사람 중 한 명이 육천호 소예린이 찾던 인물이라면 이 둘이 인연이 없다고 보는 것도 이상했다.
그러는데 담백하가 한쪽 무릎까지 꿇고서 붉어진 눈시울로 말했다.
-쿵!
“아아아. 너무도 오랫동안 찾아 헤맸습니다.”
“육혈성. 이러지 마세요.”
소예린이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하지만 담백하가 고개를 저으며 이를 거부했다.
“아닙니다. 아가씨께서는 본교의 맥을 이어주실 수 있는 유일하게 남은 적통이신데, 속하가 어찌 예를 갖추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본교를 이을 적통?’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대체 두 사람은 무슨 관계인 거지?
구혈교 육혈성 담백하는 ‘그분’이라는 자와 관련된 진가와 소가의 피를 잇는 자를 찾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목경운은 원래 가면의 금의위 마라현이 무언가를 알지도 모르니 그와 담백하를 만나게 해주려 했는데, 문득 육천호 소예린이 담백하가 찾던 그 소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한데 구혈교의 잔재라고 불리는 육혈성 담백하가 느닷없이 소예린더러 ‘본교를 이을 적통’이라고 말한 것은······.
‘진가와 소가는 멸문한 구혈교 교주의 가문인 건가?’
그렇게 되어야 아귀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
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소예린이 마찬가지로 한쪽 무릎을 꿇고서 담백하와 시선을 마주하며 말했다.
“제겐 그럴 자격이 없어요.”
“자격이 없으시다니요. 그분 역시도 본교의 교주이셨습니다. 그런 그분의 혈통을 이어받은 아가씨께서 자격이 없다면 누가 있단 말입니까?”
“······.”
이런 담백하의 말에 육천호 소예린이 입을 꾹 다물었다.
뭔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담백하가 이내 엎드리기까지 하며 말했다.
-팍!
“이 모든 게 하늘이 인도함입니다. 부디 속하를 비롯한 살아남은 교도들을 거둬주시어 본교를 다시 일으켜주십시오.”
“육혈성!”
이런 그녀의 태도에 소예린이 더욱 난처함을 금치 못했다.
구혈교의 간부인 그녀가 저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확실히 소예린이 멸문했다고 알려진 구혈교와 관련이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계속 이렇게 대화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다.
무간금옥이 내려앉게 되면서 지진도 일어나고 사태가 커졌을 테니, 황궁 전체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 틈을 타서 빨리 황궁을 탈출해야 했다.
이에 목경운이 끼어들어 정중히 말했다.
“두 분께서 어떤 인연인지 모르겠지만 감격적인 해후를 하신 것 같아 축하드립니다. 한데 여기서 더 시간을 끌면 황궁을 벗어나는 게 힘들어집니다.”
“황궁을 벗어난다고요?”
이 말에 소예린이 고개를 돌리더니, 목경운과 노파인 성화령주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그녀가 이내 엎드려 있던 육혈성 담백하에게 물었다.
“이분도 혈교의 분이신가요?”
“아! 아닙니다. 저 어린 노파는 저자가 진짜로 구하러 온 자입니다.”
“저 어르신을 구하러 왔다고요?”
담백하의 말로 인해 소예린은 방금 전까지는 설마하고 있었으나, 목경운이 자신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순전히 우연으로 인해 무간금옥에서 육혈성 담백하를 만났고 같이 나온 듯했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가면의 금의위 천호 마라현에게 말했다.
“마라 천호. 그건 준비해뒀나요?”
목경운의 물음에 마라현이 이내 본능적으로 답했다.
“그렇습니다. 창고 밖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치 수하라도 된 것마냥 공손히 답하는 모습에 소예린이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끼어들었다.
“마라 천호. 대체 언제부터 저자를 돕고 있었던 거죠?”
그는 무공을 전수한 제자이면서 오른팔 격인 부관이었다.
그런 그가 목경운에게 충성이라도 한 것처럼 구는 모습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자신이 아는 마라현은 절대로 누군가에게 굴복할 자가 아니었다.
“목경운 저 자에게 약점이라도 붙잡힌 건가요?”
“소 육천호······. 그건······.”
마라현이 난처해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마기(魔氣) 때문에 목경운에게 자연스럽게 충심을 가지게 되었으나, 육천호 소예린은 스승이자 은사이면서 상관이었다.
그런 특별한 존재였기에 그녀의 추궁에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러자 목경운이 끼어들었다.
“너무 이분을 다그치지 마시죠. 마라 천호가 고독에 중독되어서 약점에 잡혀 있던 걸 제가 도와드렸을 뿐이니까요.”
“네? 고독이라뇨? 그게 무슨 소리죠?”
그녀가 놀라서 목경운을 쳐다보며 물었다.
이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말 그대로인걸요. 금의위 지휘첨사 상익서라는 분이 여기 계신 마라 천호를 고독에 중독시킨 후에 계속해서 협박을 했거든요. 안 그런가요?”
“······그렇습니다.”
마라현이 힘겹게 대답했다.
이것에 관련되어서는 틀린 말이 없었다.
이에 소예린이 당혹스러워하며 말했다.
“마라 천호. 어째서 제게 그걸······.”
“말하지 못한 게 아니라 고독에 중독되면 금제에 걸려서 그걸 언급하는 것만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고 하더군요. 여태껏 그걸 몰랐다니 아랫사람에게 세심하지 못하시군요.”
“······.”
빈정대는 듯한 목경운의 말에 소예린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내심 화가 났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신의 사람만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한데 자신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그가 고독에 중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몰랐었다는 것에 자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소예린이 마라현을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마라 천호······. 나는······.”
“소 육천호······. 괜찮습니다.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었으나 소 육천호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찌 그게 폐가 되나요? 저는 당신이 그런 괴로운 상황에 빠진 것조차······.”
눈시울까지 붉어진 그녀의 모습에 마라현이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
자책하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쓰라렸기 때문이었다.
“절대······절대로 소 육천호에게는 책임이 없습니다. 이 모든 건 제가 부주의해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런 그의 말에 소예린이 빤히 바라보다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지금은 괜찮은 건가요?”
이 물음에 마라현이 찰나에 멈칫했지만 이내 망설임 없이 답했다.
“괜찮습니다. 여기 계신 목 공자께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저는 죽었을 겁니다.”
사실 아직 몸속에는 기생형인 수컷 고독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고독을 통제하는 주체가 지휘첨사 상익서에서 목경운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이에 관련하여 말을 할 수 없다는 금제도 있었지만, 은사인 소예린에게 차마 심려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마라현은 거짓을 고했다.
그녀의 발목을 붙잡느니 차라리 이편이 나았다.
“그게 정말인가요?”
“네, 그리고 목 공자 덕분에 지휘첨사 상익서가 저지르려 했던 암살 계획의 증거까지 확보했습니다. 그건 집무실의 그곳에 있습니다.”
“······.”
이런 마라현의 말에 소예린이 말없이 고개를 돌려 목경운을 바라보았다.
마라현의 말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자신이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그녀가 힐끔하며 육혈성 담백하도 쳐다보았다.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그 덕분에 자신이 생사를 확인하고 구하려 했던 육혈성마저도 이렇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자신과 연이 있는 생도 주운향 역시도 하마터면 무간금옥에 갇혀서 못 나올 뻔했는데 목경운이 구했다.
이렇게 따지고 보니 온통 빚투성이였다.
이에 육천호 소예린이 목경운을 향해 두 손을 모아 포권지례를 했다.
“아가씨?”
“소 육천호?”
의아해하는 마라현과 담백하의 물음을 뒤로 한 채 소예린이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 공자······. 그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이런 그녀의 태도에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일이 더욱 성가셔지면 어찌하나 싶었는데, 그녀가 자신에게 감사를 표할 줄은 몰랐다.
자존심이 꽤 강한 듯했는데 의외로 인정이 빨랐다.
‘뭐 그렇다고 딱히 감사받을 일은 하지 않았지만.’
그저 자신의 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부산물들이었다.
하지만 굳이 감사하다는데 이를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목경운은 그녀에게 마찬가지로 포권지례를 하며 인사치레로 답했다.
“의도하고 한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 하여도 목 공자에게 여러 가지로 빚을 진 사실이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하니 이 빚은 반드시 갚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속으로 피식하고 웃었다.
빚을 반드시 갚겠다고 하는데, 마치 원수를 갚겠다는 것처럼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빚을 지는 것이 내심 용납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좋은 패가 생겼다.
성화령주를 무사히 지하금옥에서 빼냈으니 이제 남은 관건은 황궁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여기서 그녀의 도움 역시 받을 수 있을 듯했다.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빚을 반드시 갚겠다고 하시니 드리는 말씀인데, 그렇다면 저희가 황궁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건 어떨까요?”
이 말에 육혈성 담백하도 잘됐다는 듯이 끼어들었다.
“아가씨. 이참에 저희도 이들과 함께 황궁을 벗어나는 게 어떻겠습니까? 본교를 재건하기 위해서라도······.”
“육혈성. 미안해요.”
“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육혈성이 말하는 그런 자격이 없어요.”
“아가씨······. 어찌 그런 말씀을 계속······.”
“송구해요. 그리고 저는 아직 황궁에서 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어요.”
“네?”
뜻밖의 거절에 육혈성 담백하가 미간을 찡그렸다.
당연히 소예린이 함께 갈 거라고 여겼는데, 갑자기 이를 거절할 줄은 몰랐다.
아니 혈교의 재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곳을 함께 나갈 거라 여겼었다.
“······어찌 이런 곳에 남으시려는 겁니까?”
“그건······.”
소예린이 머뭇거리다 기절해 있는 주운향을 힐끔하고 쳐다보았다.
그와 서로에게 약조한 것이 있었다.
[그래서 당신이 원하는 건 뭐죠?] [······저는 썩을 대로 썩은 이 나라를 안에서부터 뒤집어엎을 겁니다.] [주운향······. 지금 당신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고 있나요? 그건······.] [네, 이건 역모(逆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