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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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금옥의 입구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나 다름없었다.
갑작스럽게 무너져 내린 무간금옥으로 인해 사선부 금의위들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사선부의 수장인 육천호 임규월이라도 있었다면 지휘체제가 살아 있어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하려 했겠지만 지금은 지하금옥에서 탈출자가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는 것에만 급급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더욱 당혹스러운 사태가 벌어졌다.
그것은,
‘어…..어찌…..’
사선부의 천호 막명호가 긴장한 것을 넘어서 식은땀까지 흘리며 엎드려 있었다.
그의 앞에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존재가 있었다.
가마의 화려한 옥좌에 기대어 있는 황금빛 곤룡포에 병색이 완연하고 초췌한 기색을 하고 있는 노인.
그 존재는 바로,
‘폐하께서 이곳에 납신단 말인가?’
황제였다.
이 나라를 군림하는 황제가 직접 왕림하자 천호 막명호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선부 사상 최악의 사태로 이 일은 어찌 수습해야 하나 머리가 복잡해져 있는데 어찌 할 바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는데 황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색 연기라면 무간금옥이 무너져내린 것이냐?”
“……그, 그…..”
천호 막명호가 떨린 나머지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옆에서 누군가 다그쳤다.
“똑바로 대답하지 못할까?”
무게감 있는 목소리에 천호 막명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듣자마자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공식적으로 황제를 곁에서 보좌하는 두 호위이자 측근인 자들이 있었다.
그들 중에서 가장 이름이 널리 알려진 자이자 자신에게 있어서도 직속 상관이나 다름이 없는 자였다.
“어서 물음에 답하라.”
“그, 그렇습니다! 무간금옥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엎드려 있는 막명호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황제 폐하께서 직접 이곳에 온 이상 수습이고 뭐고 간에 끝났다.
겨우 수습한다고 해도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목이 날아갈 확률이 가장 높았고, 그게 아니더라도 귀향이나 금옥에 갇히게 될 것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상상하며 괴로워하는 그의 귓가로 황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면 누군가 탈옥을 시도하였다는 건데 나온 자가 있는가?”
“어, 없사옵니다. 신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지만 적색 연기가 피어오르기 전까지도 그런 전조는 조금도 없었사옵니다. 믿어주시옵소서.”
“무간금옥에서 탈옥의 시도는 있었으나 나온 자는 없었다 이 말이렸다?”
“그렇사옵니다.”
“흠.”
고민하는 듯한 신음성에 막명호는 입술이 바짝 타들어갔다.
분명 자신이 지켜보는 동안에는 탈옥자는 없었다.
아니 없어야 했다.
그래야 책임을 물어도 목숨만은 부지할 것이다.
그때 황제가 입을 열었다.
“성백아 네가 볼 때는 무간금옥이 무너져 내렸으니 탈옥자가 없을 것 같으냐?”
“무간금옥이 무너졌다면 탈옥을 시도한 자 역시도 지반이 무너질 때 떨어져 목숨을 잃었을 겁니다.”
“확신할 수 있느냐?”
“장담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왜 그렇지?”
“무간금옥에 갇힌 자들은 조금도 방심할 수 없는 기인이사들입니다. 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수십 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는데도 목숨을 이어나가는 괴물에 별별 자들이 있는 곳입니다. 변수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변수라……”
“………”
“성백아.”
“네. 폐하.”
“무간금옥에 있는 자들 아니 이 황궁 전체를 통틀어 너를 그 무공이라는 것으로 속일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느냐?”
그런 황제의 물음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이 나왔다.
“없사옵니다.”
“없다?”
“그렇사옵니다.”
대단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자 황제가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네가 마음먹는다면 황궁 전체를 돌아보는데 얼마나 걸릴 듯 하느냐?”
“삼각(三刻) 내로 충분할 것입니다.”
“하면 다녀오라.”
“하오나 폐하……”
“짐의 곁에는 대내행창의 곽 태감과 그가 있다. 신경 쓸 것 없다. 그보다 무간금옥에서 탈출 시도가 있었다면 단기간에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 아닐 터. 혹여 모를 일이니 어서 서두르라.”
“…….신 구성백 폐하의 명을 받듭니다!”
-스륵!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성백이라는 자의 모습이 사라졌다.
* * *
목경운이 잔반통에 튀어나와있는 구혈교 육혈성 담백하의 손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귀안을 개방해 있는 그에게는 보였다.
담백하의 손에서 퍼져나간 그 기묘한 형태의 파동을 말이다.
목경운은 그녀의 이 기묘한 형태의 기운이 무간금옥에서 자신에게 쓰려했던 것과 동일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이게 대체 뭐지라고 여겼다.
한데 이 기운이 사방으로 흘러나가자 흥미로운 결과가 생겨났다.
이것은 다른 것보다 기운에 접촉된 대상의 감각을 자극하여 속이는 듯한데, 전부 기절해버렸다.
‘…….소리. 기운의 형태는 구결이겠지.’
정확한 구결은 알 수 없지만 형태로 어림짐작했다
념(念)이 일정하게 반복된다.
그리고 그 반복되는 념(念)은 자극화 되어 상대의 감각을 속인다.
그렇다는 건 일종의 암시(暗示)다.
‘재밌네.’
목경운의 입 꼬리가 실룩거렸다.
그러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그거 무엇이냐?
청령이었다.
그녀는 공중에서 상황을 살피다 일이 꼬였다고 판단하여 내려와 도움을 주려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시위부 무사들과 서창의 환관들이 기절해서 의아해했다.
-글쎄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암시의 일종 같네요.
-암시?
-네. 전에 할아버지의 서책에서 본 적이 있어요. 소리나 보이는 것으로 자극을 주어 이를 반복하면……
-팍!
“푸핫.”
그때 잔반통 속에서 담백하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그녀만이 아니라 잔반 음식물 속에서 버티고 있던 성화령주도 못 참고 얼굴을 위로 내밀었다.
“하아하아.”
“어르신 괜찮습니까?”
섭춘이 그런 성화령주에게 물었다.
아무리 호흡을 참는 법을 알려줬어도 그녀는 노령인데다 무공도 익히지 않아서 더욱 버티기 힘들었을 거다.
“괜….괜찮네. 하아….하아.”
이런 섭춘의 물음에 성화령주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솔직히 말해서 잔반 냄새도 그렇고 호흡을 참는 것도 전부 힘들었지만 이를 악물고 참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목경운이 호흡을 고르고 있는 육혈성 담백하에게 다가가 말했다.
“방금 전의 그 수법을 계속 활용하는 게 어떨까요?”
“어떻게 말입니까?”
“그 수법이 암시의 일종이라면 상대의 인식 자체를 속일 수 있을 테니, 애초에 없는 사람처럼 받아들이게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
이런 목경운의 말에 육혈성 담백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이 수법에 대해 목경운에게 말한 적이 없다.
아니 애초에 말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목 공자는 이게 암시의 일종이라는 것을 어떻게 안 거지?
의아해하는데 그때 누군가 나타났다.
-스륵!
그들의 곁으로 다가온 자는 언제 겉옷을 궁녀들이 입는 옷으로 갈아입은 육천호 소예린이었다.
오른손에는 검은 복면까지 들려있는 걸 보면 정체를 감추고 무력을 동원하려 했던 것 같다.
그녀가 기절해 있는 시위부 무사들을 보며 말했다.
“환의경을 썼군요?”
“네. 역시 소저께서도 아시는군요. 스승님께서 그분께 직접 전수 받았습니다.”
“그렇군요. 하면 잔반통에 숨어있는 것보다 차라리 환의경을 쓰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군요.”
“……그건 힘듭니다.”
“어째서요?”
“그분의 혈족들과 다르게 속하는 선천진기를 익힌 게 아니라 암시를 연달아 쓸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영물의 피를 섭취해 원천 기운이 늘어나 이 정도까지 가능해졌지만 하루 사이에 계속 쓰는 건 힘에 부칩니다.”
“아……..”
이에 이해가 갔다는 듯이 소예린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그녀에게 육혈성 담백하가 말했다.
“아니면 아가씨께서 환의경을 쓰시는 건 어떠신지요?”
이런 그녀의 말에 소예린이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쓰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환의경은 제 아버지께서도 아직 소성주이셨기에 조부님께 전수 받지 못했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도 할 줄 몰라요.”
“아!”
그런 그녀의 말에 오히려 담백하가 탄성을 흘렸다.
왜 그러나 했는데,
“정말 기쁩니다. 그분께서 이 재주를 스승님께 전수한 것도 오직 이 날을 위해서 였던 것 같습니다. 그분의 혈손에게 이리 받은 은혜를 돌려드릴 기회가 생기다니.”
“육혈성……”
“이곳을 나가기 전에 아가씨께 환의경의 구결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그전에 서두르셔야 할 것 같아요. 중문에 있는 수색조가 전부 기절한 이상 곧 눈치 채고서 이곳으로 수색 전력이 전부 몰릴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잔반통 뚜껑을 닫고서 그들은 급히 출발했다.
중문을 지나친 이상 서둘러 외성 남문까지만 도달한다면 어떻게든 나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게 잔반통 수레를 끌고서 그들은 더욱 속도를 박찼다.
지상에서는 소예린이 공중에서는 청령이 주변 정찰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동 경로 자체에는 문제가 될 게 없었다.
거칠 게 없이 이동한 그들은 점차 남문에 가까워져갔다.
그런데 그렇게 한참을 이동하던 차였다.
-달달달달!
-흠칫!
수레를 끌고 가던 목경운이 갑자기 멈춰 섰다.
갑자기 목경운이 수레를 멈추자 몽무약과 섭춘도 이를 멈추고서 의아해하며 물었다.
“주군. 갑자기 왜 그러시는지요?”
“……..오고 있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팍!
그때 잔반통 속에 숨어 있던 육혈성 담백하가 갑자기 뚜껑을 열고서 튀어나왔다.
그녀가 경계심이 가득 찬 표정을 지으며 혈옥수의 기수식을 취했다.
담백하가 북서쪽 방향을 쳐다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기감이 이렇게까지 자극되는 건 오랜만이다.
“어이. 애송이들. 어린 노파랑 같이 숨어라.”
“네?”
-스륵!
의아해하는데 그들의 앞으로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육천호 소예린이 나타났다.
소예린은 어느새 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육천호?”
가면의 금의위 마라현도 이들의 반응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러자 소예린이 손을 뒤로 휘저으며 황급히 말했다.
“마라 천호. 물러나요. 어서!”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고오오오오오오!
숨을 쉬기 힘들 만큼 사방의 진기가 무거워지며 일순간 마라현은 어깨가 짓눌린 것처럼 두 다리가 휘청거렸다.
‘이, 이게 대체…..’
이는 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몽무약과 섭춘 역시도 엄청난 압박감에 인상이 일그러졌다.
‘이런!’
‘무슨 기운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기운이 이 주변 전체를 아우르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심장이 격하게 뛰는 것을 느꼈다.
-쿵! 쿵! 쿵! 쿵!
그런 그들의 시선이 천천히 한 곳으로 향했다.
-저벅저벅!
그곳에 검은색 비어복에 금색 혁대를 차고 있는 선이 굵은 중년의 미남자가 나타났다.
뒷짐을 지고서 걸어오고 있는 미남자를 본 소예린의 눈동자가 격하게 떨려왔다.
‘아아……하필이면.’
상정했던 상황 중에 가장 최악이 벌어졌다.
저 검은 비어복의 금의위는 북진무사 현순과 더불어 실무자로서 금의위의 정점에 서있는 자였다.
금의위 남진무사 구성백.
황제를 곁에서 호위하는 그는 황궁 최고의 고수이면서 무림에서는 이렇게 불린다.
육천(六天) 북파도왕(北派刀王).
“벽을 넘어선 자가 셋. 봐줄 필요는 없겠군.”
-스릉!
중원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는 여섯 하늘 중 한 좌(座)를 차지한 대종사 급의 고수가 지금 그들을 향해 자신의 도(刀)를 뽑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