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89)
남진무사 구성백.
황제를 호위하는 그의 또 다른 호칭은 북파도왕(北派刀王)으로 현 무림의 정점이자 육천(六天)의 일인이다.
그에 대한 가장 유명한 일화는 장강에서 장강수로채(長江水路寨)가 이끄는 커다란 배 세 척을 단 일도에 갈라버린 것이었다.
그 대단한 일전으로 인해 남진무사 구성백은 원래는 오천(五天)이라 불렸던 무림의 정점에 새롭게 그 위명을 올리게 되었다.
-스릉!
도를 뽑고 있는 남진무사 구성백의 눈빛이 인피면구를 쓰고서 궁인으로 분장해 있는 목경운을 비롯해 궁녀 복장에 검은 복면을 쓰고 있는 육천호 소예린, 온몸이 잔반으로 범벅이 된 육혈성 담백하를 스쳐 지나갔다.
‘확실하군.’
황제의 명을 받고서 내궁을 시작으로 외궁 전체를 빠르게 둘러보던 그였다.
기감을 최대한 넓혀가던 그는 단번에 이들을 찾아냈다.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무리 기운을 갈무리한다고 해도 중원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는 육천의 일인인 그가 작정하고 나선다면 못 찾아내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다.
‘미약한 기운.’
세 사람을 지나쳐 구성백의 시선이 한 잔반통을 향했다.
가려져 있었지만 그는 미세한 기운을 감지해냈다.
아마도 기운이 지극히 평범한 걸로 보아 숨겨서 빼내려는 대상으로 판단되었다.
그 외에는,
‘배신자가 있었군.’
구성백의 시선이 가면의 금의위 천호 마라현에게로 향했다.
그와 눈이 마주친 마라현이 이내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뒷걸음을 쳤다.
‘이게······. 육천······.’
마라현은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깨달음을 얻어서 한층 강해졌다고 여겼는데, 단순한 기운의 위압만으로도 숨을 쉬기 어려울 만큼 저것은 괴물 그 자체였다.
바로 그때였다.
-팍!
구성백이 한 손으로 자신의 독문병기인 보도 금오월(金旿月)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그의 도가 푸른빛으로 일렁였다.
이는 도강(刀罡)이었다.
‘무슨 기의 응집이?’
섭춘과 몽무약이 그 광경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를 들어 올리는 순간 전조도 없이 형성되는 푸른빛 도강이 경이롭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그 경이로움이 향하는 살의의 주체가 문제였다.
-팍!
한 손으로 커다란 보도 금오월을 들어 올린 남진무사 구성백이 이를 그대로 목경운과 소예린, 담백하가 있는 곳을 향해 휘둘렀다.
그가 도를 휘두르는 순간 푸른빛 도강이 하나의 거대한 도의 형태가 되어 무자비하면서도 패도적인 일도로 내리쳐졌다.
-콰아아아아앙!
장장 십여 장에 이르는 도강에 바닥이 갈라지고 파편들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먼지 폭풍으로 시야가 잠시 가려졌으나, 이는 구성백의 가벼운 손짓만으로 사라졌다.
뿌연 먼지가 사라지자 구성백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두 손이 붉은 혈옥수로 물든 육혈성 담백하와 푸른빛 검강으로 일렁이는 검을 들고 있는 복면의 소예린으로 인해 피해 여파가 마라현, 섭춘, 몽무약, 잔반 수레에는 미치지 못했다.
“제법이군.”
벽을 넘어선 이들이었기에 봐준 일격은 아니었다.
그런데 절묘하게 저 두 고수가 자신의 일도의 힘을 흘려보냈다.
보통 자들이 아니었다.
‘붉은 두 손. 불로장생의 마녀로군.’
구성백은 육혈성 담백하의 혈옥수(血玉手)를 보자마자 그녀가 탈옥한 죄수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 역시도 금의위였기에 이 정보들을 알고 있었다.
구성백의 예리한 시선이 잔반통으로 향했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탈옥을 시도한 죄수들과 이를 도우려는 탈취자들이었다.
-슥!
구성백이 왼손으로 잔반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안에 든 자는 누구지? 누구를 데려가려는······.”
-스륵!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흐릿한 무언가가 구성백의 뒤로 나타나 그의 목을 단숨에 베려고 했다.
그는 바로 인피면구를 쓰고 있는 목경운이었다.
소예린과 담백하가 구성백의 일도를 막아내는 찰나에 명현수월보(明顯水越步)를 펼치며 초고속이동을 한 목경운은 그의 뒤를 노렸다.
그런데,
-팟! 채애애앵!
구성백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도를 뒤로 움직이며 목경운의 검을 막아냈다.
‘시선조차 주지 않고서 막아?’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구성백의 도와 검이 부딪치는 순간,
-파아아앙!
강한 반탄력에 의해 목경운의 신형이 뒤로 십여 보 가까이 밀려나고 말았다.
-촤르르르르르르르!
밀려난 목경운의 검이 심하게 떨려왔다.
그러더니 이내 금이 가버렸다.
-쩌저저적!
‘그냥 검으로는 못 버티네.’
시위부 무사의 것 하나를 가져왔는데, 한 번의 부딪침에 검의 수명이 다해버렸다.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상대가 상상을 초월하는 강자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만났던 어떤 자들보다도 강했다.
인간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게 현 무림의 정점······.’
황궁에 단 한 사람의 육천이 있음을 듣기는 했다.
남진무사 구성백.
‘다르네.’
목경운은 또 한 사람의 육천의 일인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천지회의 회주였다.
회주를 만났을 때는 지금보다 무위가 떨어졌고, 회주 본인도 병상으로 많이 약해진 상태라 그런지 강함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위압감을 느껴보진 못했다.
그런데 멀쩡한 육천은 과연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야말로 초인(超人)의 영역에 이르렀다.
-중생!
그때 위에서 지켜보던 청령이 목경운이 있는 곳으로 내려오려 했다.
그 순간 구성백이 허공을 향해 왼손을 베었다.
그러자 날카로운 예기가 일렁이며 빈 허공을 갈라버렸다.
-청령!
-······괜찮다.
내려오다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간 청령이 혀를 내둘렀다.
무위가 높을수록 기감이 예민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영력을 최대한 숨기고 있는 데다 아직 거리가 있었던 차였다.
그런데 자신을 향해 정확히 예기를 날려버릴 줄은 몰랐다.
“흠.”
예기를 날린 남진무사 구성백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목경운을 향해 말했다.
“묘하군. 분명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
“그나저나 자넨 좀 특이하군. 분명 벽을 넘어섰는데 느껴지는 기운 자체가 별로 없어. 둘 중 하나겠지. 특이한 운기법을 익혔든지 아니면 본관을 속일 수 있을 만큼 강하든지.”
-팟!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남진무사 구성백의 신형이 목경운의 바로 앞에서 나타났다.
-촥!
구성백의 보도 금오월이 목경운의 목을 베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잔상을 베었다.
-스륵!
목이 베어진 잔상이 흩어지며 어느새 목경운의 신형이 구성백의 우측으로 파고들었다.
초고속이동 덕분에 어느 정도 속도 면에서는 비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슥!
목경운의 예기가 실린 검결지를 가볍게 뒤로 고개를 저어 피한 구성백이 전광석화와 같은 금나수의 수법으로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목경운의 복부를 쾌속하게 걷어찼다.
-퍽!
‘큭.’
목경운의 신형이 위로 솟구쳤다.
그에 맞춰 구성백이 목경운을 향해 도강이 실린 금오월을 휘두르려 했다.
그 찰나에 푸른빛의 검강(劍罡)이 구성백이 날리는 도강을 막아냈다.
아니 완벽하게 막은 것은 아닌지 뒤로 튕겨 나갔다.
‘강해.’
튕겨 나간 자는 다름 아닌 복면을 쓴 소예린이었다.
목경운의 위협을 감지한 그녀는 도중에 끼어들어서 도강을 막은 것이었는데, 그 위력이 너무 강해서 도리어 튕겨 나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촤촤촤촤촤촥!
그 순간 구성백이 연달아 그들을 향해 도강을 날렸다.
그것은 탄도강(彈刀罡)이었다.
날아드는 푸른빛 도강은 위로 솟구치고 튕겨 나간 목경운과 소예린을 정확하게 노려오고 있었다.
-육천호!
소예린의 귓가로 목경운의 전음성이 들려왔다.
그녀가 뒤를 쳐다보니 어느새 목경운이 그녀를 향해 발을 내밀고 있었다.
이에 뒤로 튕겨 나가던 소예린이 황급히 공중제비를 돌아,
-휘리릭!
신형을 틀어 목경운의 발바닥을 향해 자신의 발바닥을 걷어찼다.
-파앙!
허공에서 서로 발바닥을 걷어찬 두 사람의 신형이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덕분에 날아드는 탄도강이 아슬아슬하게 그들 사이로 스쳐 지나갔다.
워낙 빈틈이 없는 공격을 해오는 덕분에 경계심이 강해진 소예린이 튕겨 나가는 와중에도 구성백을 찾았다.
‘어디지?’
그런데 어느새 남진무사 구성백이 잔반통이 있는 곳으로 향해 있었고, 이를 육혈성 담백하가 저지하고 있었다.
‘혈옥수(血玉手) 제 8초식 혈조천쇄(血爪千碎)!’
혈옥수를 극성으로 끌어올린 그녀가 절초를 펼치며 구성백을 공격했다.
그녀의 조강이 파죽지세로 구성백을 찢어놓으려 했는데, 구성백은 오른손의 금오월을 움직이지도 않은 채 왼손만으로 이를 가볍게 막아냈다.
-파파파파파팍!
‘하?’
담백하가 기가 차했다.
강기가 실린 혈옥수의 절초를 이리도 쉽게 막아낼 줄은 몰랐다.
특별한 초식을 펼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절초에 맞춰서 가벼운 장법의 식(式)만으로 막아내는데, 그것이 매우 절묘하기 그지없었다.
그 덕분에 그녀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놈······. 벽의 벽을 넘어섰구나.’
담백하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대재앙의 날로 인해 구무림의 세대가 무너져 내려 더는 이런 대종사급의 고수가 나타나지 않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자신이 갇혀 있는 수십 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괴물 같은 놈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걸 보면 말이다.
-파파파파파팍!
-울컥!
구성백과 손을 부딪칠 때마다 그녀는 속이 팽배해지는 것을 느꼈다.
오장육부를 타고서 기운이 전해지며 신물이 올라왔다.
스스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 구성백이 공력을 끌어올리면서 그 여파가 빠르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으득!
담백하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본녀가 비록 지하금옥에 갇혀 아무것도 못 하고 기운만 쇠했다고는 하나, 명색이 대혈교의 육혈성이다.’
-파칙! 파칙!
담백하의 오른손에서 푸른 뇌전의 불꽃이 튀어 올랐다.
‘음?’
뇌력(雷力)의 발현을 감지한 구성백이 찰나의 순간 황급히 보도 금오월로 얼굴을 막았다.
-파치치치치치칙!
그 순간 강한 뇌전으로 인해 그의 신형이 뒤로 세 보가량 밀려났다.
‘뇌력에 기운이 마비된다. 그렇다면······.’
밀려나던 구성백이 이내 금오월로 기운을 응집시키지 않고 흘려보내는 것을 택했다.
이화접목의 수법을 펼치며 도를 위로 들어 올리자,
-파치치치치칙!
도를 타고 들어오던 뇌전이 이내 허공으로 퍼져나갔다.
나무뿌리처럼 타들어 가는 푸른 불꽃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흥.”
담백하는 짜증이 났는지 콧방귀를 뀌었다.
벽의 벽을 넘었기에 뇌력에도 어느 정도 대항할 수 있을 거라 여기긴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를 이화접목의 수로 흘려보냈다.
대응, 판단이 너무 빨랐다.
그때였다.
목경운과 소예린이 초고속이동으로 빠르게 남진무사 구성백의 뒤로 쇄도해오고 있었다.
이에 맞춰서 담백하도 다시 한번 뇌전을 일으키며 그를 정면에서 압박하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팍!
구성백이 바닥을 향해 자신의 보도 금오월을 내리꽂았다.
‘지쇄파금형(地碎波削形)!’
-촤촤촤촤촤촤!
금오월을 꽂아 넣은 곳을 중심으로 바닥이 갈라지더니 이내 그의 주변으로 도강과 함께 갈라지며 만들어진 바닥의 파편들이 암기처럼 날아들었다.
‘하?’
‘이런!’
이에 그를 동시에 공격하려 했던 목경운과 소예린, 담백하가 날아드는 도강과 파편들을 황급히 방어 초식을 펼치며 막아냈다.
-채채채채채채채챙!
단지 막아내는 것에 불과했지만 쇳소리와 파공음이 벼락소리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어찌나 울리는지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게다가 튕겨 나간 파편들이나 여파로 인해 주변의 궁궐 벽이 부서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콰콰콰콰콰쾅!
이런 이들의 대결을 보며 마라현을 비롯한 몽무약, 섭춘 등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미 이 싸움은 자신들이 끼어들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돕는답시고 잘못 끼어들었다간 오히려 저들이 날리는 한 수에 큰 부상을 입거나 목숨이 날아갈지도 몰랐다.
“······이게 초인들의 대결인 건가?”
“빌어먹을. 이런 곳에서 발목이 잡히다니.”
섭춘의 탄식에 가까운 말에 몽무약이 거친 소리를 내뱉었다.
하필 고지를 앞두고서 다른 자도 아니고 무림의 정점에 이른 절세고수가 나타나리라 누가 알았겠는가.
그때 마라현이 다가오며 그들에게 말했다.
“여기에 있어 봐야 우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렇게 된 이상 저분들이 싸우고 있을 때 이동해야 한다.”
“이동하자고?”
“그래. 계속 있으면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마라현의 판단이 옳다고 여긴 두 사람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된 이상 방해되는 것만이라도 피해야 했다.
이에 그들이 남은 잔반 수레를 버리고 성화령주가 타고 있는 잔반 수레만이라도 챙겨서 이동하려 했다.
그런데,
-우르르르르르!
“저기다!”
“저기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가야 하는 외궁 남문 방향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시위부 무사들과 서창의 환관들이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우르르르르르!
“와아아아아아아아!!!”
“저곳이다! 시위부 비영대는 서북쪽으로 향해라!”
“시위부 조창대는 북쪽으로 가는 길목을 막아라!”
‘젠장.’
이미 사방에서 황궁 내에 있는 무력을 쓸 수 있는 전력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궁궐의 담벼락과 건물이 부서질 정도의 대결을 펼치고 있는데, 이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게 더 이상한 일이긴 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세 사람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져갔다.
황궁 최고의 고수이자 중원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는 육천의 일인에게 발목을 붙잡힌 시점에서 이미 상황은 헤어 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끝인가?’
점차 절망을 느끼고 있을 무렵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솨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기묘한 일이 벌어졌다.
바닥에서 핏물이 올라오며 이내 그것이 허공으로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했다.
너무도 섬뜩한 현상에 몰려오던 시위부 무사들을 비롯해 서창, 동창의 환관들이 이내 멈추고서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이게 대체?”
마라현이 떠오르는 핏방울을 손으로 건드려보았다.
환각이라고 하기에는 역한 냄새부터 이 따뜻하면서 끈쩍거림은 핏물이 틀림없었다.
이 기이한 현상에 몽무약과 섭춘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건?’
그들은 이를 알고 있었다.
폭우가 내리던 그 날, 그 마을에서 겪었었기 때문이었다.
-솨솨솨솨솨솨솨솨솨!
그때 떠오르던 핏물들이 이내 허공으로 역류하며 쏟아지는 폭우처럼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어갔다.
사방이 피로 물들자 근방으로 몰려든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것은 말 그대로 지옥을 연상케 했다.
벌건 대낮에 이게 대체 무슨 괴이한 현상이란 말인가?
그러고 있는데 허공에서 역류하던 핏물들이 회오리치며 뭉쳐지더니, 그곳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면류관을 쓰고서 곰방대를 물고 있는 그녀는 바로 청령이었다.
-팍!
‘저게 대체?’
다수를 상대할 수 있는 대인 초식을 펼치던 남진무사 구성백이 바닥에 꽂아 넣었던 보도 금오월을 뽑아 들며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저 인외의 존재는 뭐지?
아무리 봐도 살아있는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하고 있는데 청령이 곰방대를 휘저었다.
-휙!
-솨아아아아아!
그러자 그들이 있는 곳 주변으로 이내 핏물이 거슬러 올라가는 폭포처럼 솟구치며 사방으로 벽을 만들어냈다.
‘설마?’
주위를 둘러본 구성백은 피의 폭포에 의해 주변과 단절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사방으로 몰려들던 시위부 무사들의 모습과 기척조차 차단되었다.
-저벅저벅!
그러는데 그의 앞뒤로 육혈성 담백하와 목경운, 소예린이 에워싸고 있었다.
-슥!
남진무사 구성백이 보도 금오월을 어깨에 올리더니 조금도 여유를 잃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무슨 사술을 벌인 건지 모르겠다만 이런다고 결과가 달라질 것 같나?”
“글쎄요. 아직 전력을 다한 건 아니라서요.”
“뭐?”
반문을 하는데, 목경운이 이내 손을 어딘가로 뻗었다.
그러자,
-콰직!
-슉!
잔반통 하나가 부서지며 그 안에서 두 자루의 검이 날아왔다.
그것은 바로 구야자의 요검인 악즉검과 겁살검이었다.
-팍!
양손에 두 요검을 쥐어지는 순간 목경운의 전신에서 요성과 함께 불길한 검은 기운이 치솟기 시작했다.
‘······기운을 숨기고 있었나?’
급격하게 치솟는 흉폭한 기운에 구성백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런데 여기서 다가 아니었다.
-고오오오오!
어느새 소예린의 머리카락이 붉게 물들며 그녀가 쥐고 있는 검신이 핏빛으로 물들어갔다.
굉장히 사이하면서도 살의가 넘치는 기운이었다.
-파치치치치치칙!
뒤에서는 전신이 푸른 빛의 뇌전으로 뒤덮인 육혈성 담백하가 보였다.
방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세 사람의 기운에 이내 여유롭기 그지없었던 남진무사 구성백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