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91)
10성 공력으로 끌어올린 남진무사 구성백의 기운은 살을 에워버릴 것처럼 예리하기 그지없었고 뿜어지는 것만으로 사방에 진기의 돌풍마저 일으켰다.
이런 그의 엄청난 기세에 세 사람의 눈빛이 더욱 경계심으로 물들었다.
“그럼 다시 시작해보세.”
-팍!
그 말과 함께 구성백이 바닥에 박혀 있던 보도 금오월의 도신 부분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금오월이 널찍했던 도신이 세 갈래로 금이 갔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모두가 의아해했다.
그런데 그때 구성백이 바닥을 향해 진각을 밟자,
-쿵!
바닥에 박혀 있던 금오월의 도신의 날이 세 개로 나뉘며 위로 떠 올랐다.
‘도가 나뉘었어?’
놀랍게도 금오월은 세 자루의 도가 하나로 합쳐진 이형의 병기였다.
구성백이 손으로 결을 그리자 떠오른 세 자루로 나뉜 금오월이 그의 주변을 헤엄치듯이 돌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육혈성 담백하가 혀를 내둘렀다.
‘한 자루도 아니고 세 자루의 도로 이기어술을 펼치다니······. 진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 정말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구나.’
아무리 적이더라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 자루의 병장기로 이기어술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진기와 심력의 소모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구성백은 세 자루의 이기어도를 보이고 있었다.
자신이 활보하던 구무림 시절에도 도(刀)로서 저 정도 경지에 이른 자는 굉장히 드물었다.
바로 그때였다.
-휙휙휙휙휙!
세 자루의 도가 된 금오월을 자신의 주변으로 빠르게 공전시키며 이기어도로 원진을 만들어낸 구성백이 그들을 향해 신형을 날려 왔다.
-팟!
목경운과 담백하, 소예린이 이에 맞춰서 움직였다.
구성백의 주변으로 공전하는 세 자루의 이기어도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그들은 섣불리 거리를 좁히지 않고 유지했다.
세 사람 중 가장 연륜이 깊고 경험이 많은 육혈성 담백하조차도 대종사 급의 고수가 이런 식으로 이기어도를 펼친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대체 뭐지?’
의아해하던 찰나였다.
“오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가도록하지.”
-스륵!
그 순간 구성백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그렇게 흐릿해진 신형은 눈 깜빡할 사이에 그들의 앞에 도달했다.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 구성백이 가장 앞에 있던 소예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촤촤촥!
그러자 공전하던 세 자루의 이기어도가 교묘하게 맞물리며 화려한 궤적을 만들었다.
‘헛?’
그것은 마치 세 사람의 고수가 합공을 하는 것만 같았다.
도를 직접 쥐고서 합공을 하게 된다면 서로 간에 부딪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리를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기어도 세 자루는 그렇지 않았다.
서로 부딪칠 일이 없다 보니 도의 궤적 간에 간격을 좁힐 수 있어 더욱 정밀한 합이 가능했다.
‘틈이 없어.’
이기어도 세 자루가 펼치는 합공 초식에서 빈틈을 찾지 못한 소예린은 이를 한 번에 받아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이에 그녀가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쿵!
그 상태로 검을 끌어당긴 소예린이 앞으로 이를 내질렀다.
‘진(眞) 축아회검(逐亞回劍)!’
그러자 검 끝에서 예기의 회오리가 일어나며 세 자루의 이기어도가 만들어내는 합공 초식과 부딪쳤다,
-채채채채채채챙!
절초와 절초가 격렬히 부딪치며 찢어질 듯한 쇳소리와 함께 파란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정면으로 부딪친 두 절초는 얼핏 호각을 이루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공력에서 밀렸기에 소예린의 두 발이 점점 뒤로 밀려가고 있었다,
-촤르르르!
그런데 이를 다른 두 사람이 그냥 지켜보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목경운과 육혈성 담백하가 좌우로 신형을 좁히며 이기어도를 펼치고 있는 구성백의 빈틈을 노리려 했다.
한데 이는 노림수였다.
-슥!
구성백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그 순간,
-촤촤촥!
-흠칫!
일검을 날리던 목경운이 황급히 신형을 틀며 몸을 뒤로 뺐다.
-촥!
찰나의 순간 목 옆으로 날카로운 무언가가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세 자루의 금오월 중 하나였다.
-푹!
“윽!”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목 옆 정도만 살짝 베인 목경운과 달리 육혈성 담백하의 허벅지를 금오월 중 한 자루가 관통했다.
그녀 역시도 기습적으로 날아오는 금오월 한 자루는 어떻게든 피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다른 한 자루는 피할 수가 없었다.
‘이걸론 안 돼.’
하지만 구성백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구성백이 가장 먼저 죽여야 한다고 여기는 자는 다름 아닌 담백하였다.
그것은 그녀의 초재생에 가까운 경이로운 회복능력 때문이었다.
-팍!
구성백이 허벅지가 관통당해서 신형이 흐트러진 담백하에게 따라붙더니 이내 한 자루의 금오월을 쥐고서 그녀의 목을 베어버리려고 했다.
아무리 불로장생을 한다고 한들 목이 베어서도 목숨이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파치치치칙!
이런 구성백을 견제하기 위해 담백하가 뇌력이 실린 혈옥수의 장력을 날렸다.
그러나 구성백은 이를 도강으로 가볍게 베어버리고는,
-촥!
그녀의 목마저 베어버리려 했다.
금오월의 도가 그녀의 목으로 거침없이 향하던 차였다.
-채앙!
그런 그의 도를 목경운이 겁살이 내리치며 담백하를 옆으로 걷어찼다.
-퍽!
덕분에 도의 경로가 벗어나며 담백하는 목이 베이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담백하를 죽이려던 것을 방해받은 구성백 이내 목경운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그러자 목경운에게로 두 자루의 금오월이 날아들었다.
-채채채채챙!
목경운이 요검 악즉과 겁살을 휘두르며 금오월의 두 자루를 막아냈다.
이렇게 두 자루의 금오월이 묶이자 이 찰나를 놓치지 않고서 담백하와 소예린이 구성백을 향해 절초를 펼쳤다.
이에 구성백이 도강(刀罡)의 크기를 다섯 장(丈)이 넘게 키우며 그들을 동시에 튕겨냈다.
-채아아아아앙!
두 사람이 밀려나자 이내 구성백이 뒤로 거리를 벌리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목경운을 상대하고 있던 두 자루의 금오월이 그에게로 다시 회수되었다.
구성백이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한 명씩 죽이는 건 포기하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구성백이 손을 내미는 순간 세 자루의 금오월이 교차하듯이 회전하며 엄청난 기세로 그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강기가 실린 세 자루가 일으킨 회오리의 힘은,
-콰콰콰콰콰콰콰쾅!
혈계로 바닥에 고여 있던 핏물이 사라지고 바닥에 거대한 여파를 남길 정도였다.
한 번만 제대로 당하면 그대로 몸이 갈가리 찢겨 사라질 위력이었다.
한데 문제는 이 금오월의 힘은 이기어도강의 절초였기에 구성백이 멈추지 않는 한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촤촤촤촤촤촤촤!
푸른 빛으로 회전하는 이기어도강의 회오리가 마치 용이 허공을 활보하는 것처럼 날아 그들을 향해 쇄도해왔다.
‘말도 안 되는 위력이야.’
담백하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는데 그녀의 귓가로 소예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목경운의 귓가로도 소예린의 전음성이 들려왔다.
-공자. 저건 저희가 막겠어요. 공자는 틈이 생겨난 순간 그때 저를 압도했던 그 일원화의 묘리로 남진무사를 노리세요.
-팟!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소예린이 앞장서서 신형을 날리자 육혈성 담백하도 따라붙었다.
두 사람은 용이 되어 날아오는 세 자루의 이기어도강을 향해 정면으로 부딪치려는 듯했다.
‘어리석군.’
구성백이 피식하고 웃더니 이내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뻗자 회전력이 더욱 강해지며 푸른빛의 용이 더욱 거대해졌다.
엄청난 기세에 주변이 날카로운 예기의 풍압으로 갈라질 지경이었다.
-쩌저저저저적!
-꽉!
소예린이 검을 꽉 쥐었다.
그리고는 바닥을 연달아 박찼다.
‘풍영팔류(風影八類)!’
그 순간 바람이 일어나며 그녀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둘도 아닌 여덟 잔상으로 나뉘어지기 시작했다.
‘!?’
그 모습에 구성백이 미간을 찡그렸다.
잔상이라는 것은 결국 초고속이동에 의한 것인데, 신형이 여덟으로 나뉠 정도라면 대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인다는 것인가?
-파파파파파파팍!
그렇게 여덟으로 나뉘어진 소예린의 신형이 푸른빛 이기어도강의 용을 향해 쇄도했다.
그러더니 이내 여덟으로 나뉜 소예린의 잔상이 각 방위로 퍼져나가며 바닥에 진각을 밟았다.
-쾅!
진각을 밟은 여덟 소예린의 잔상들이 동시에 검을 잡아당겼다가 내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검에서 생겨난 붉은 검세의 회오리가 푸른빛의 용을 향해 몰아쳤다.
여덟 방위에서 몰아치는 붉은 회오리는 마치 거대한 바람의 그물망이 되어 푸른빛의 이기어도강의 용을 압박했다.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
그 덕분에 기세가 묶인 용이 꼼짝을 하지 못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흐아아아압!”
-파치치치치치칙!
그렇게 붉은 회오리의 그물에 묶여 있는 세 도강의 회오리를 향해 높이 뛰어오른 담백하가 혈옥수의 정수와 모든 뇌력을 실은 거대한 탄강기를 날렸다.
뇌력은 경직과 마비의 성질을 지녔다.
그런 뇌력의 탄강기가 가둬진 이기어도강의 용에 적중하자 이내 회전하던 그 힘을 점차 잃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그 순간 기회를 엿보고 있던 목경운이 신형을 날렸다.
스물네 식의 검을 하나로 모아 그 역량을 한 점으로 합친 뒤 그의 심장을 노렸다.
-흠칫!
이기어도강을 조종하는 데 집중하고 있던 구성백의 시선이 황급히 돌아갔다.
구성백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을 향해 단 한 점으로 날아오는 일원화된 검(劍)을 보는 순간 그는 본능적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검을?’
믿기지 않았다.
지금 목경운이 펼치고 있는 이 일검은 벽의 벽을 넘어선 자신조차도 아직 닿지 않은 영역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찰나에 구성백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세 자루의 금오월로 펼치는 이기어도강의 절초는 진기와 심력의 소모가 굉장히 컸다.
이를 유지하던 것을 푸는 순간 그 여파가 고스란히 밀려오게 된다.
-으득!
하나 그 여파를 생각하고 자시고 할 틈이 없었다.
구성백이 절초를 유지하던 힘을 푸는 것과 함께 몸을 틀었다.
그 순간,
-채아아아아아앙!
허공으로 검은 선 하나가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스치고 지나간 자리로 목경운이 나타났다.
-스륵!
그와 함께 사방을 초토화시킬 기세였던 이기어도강으로 이루어진 푸른빛 회오리의 용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이에 겨우겨우 그것을 붙잡아 두고서 거의 대부분의 진기를 소진한 소예린과 담백하가 동시에 목경운 쪽을 쳐다보았다.
“하아······하아······.”
‘성공한 건가?’
하고서 남진무사 구성백을 쳐다보았다.
가슴 쪽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서 비틀거리고 있었는데, 역량을 모은 한 점이 그의 심장을 관통한 것일까?
-챙그랑!
그러는데 목경운이 왼손에 들고 있던 겁살을 떨어뜨렸다.
그러더니 그의 왼손에서 핏물이 떨어졌다.
-뚝뚝!
목경운이 자신의 어깨를 쳐다보았다.
어깨가 반쯤 베여 있었는데, 조금만 힘이 더 들어갔다면 한쪽 팔을 그대로 잃을 뻔했다.
이 모습에 소예린은 설마 그 역량을 모은 일검이 실패한 건가 했다.
그런데 비틀거리던 남진무사 구성백이 이내 한쪽 무릎을 꿇었는데,
-푸슉!
그런 그의 왼손이 통째로 날아가 피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이는 구성백의 판단으로 인한 것이었다.
절초를 펼치던 도중이 아니었다면 그나마 피했거나 어떻게든 해볼 수 있었겠지만, 진기를 거둬들인 여파로 내상을 입게 된 구성백은 찰나였지만 경직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찰나의 경직된 순간에 자신의 심장을 노리는 역량이 일원화된 일검.
이 한 점으로 모인 역량을 아무런 피해도 없이 막을 수 없으리라 여긴 구성백은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것은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었다.
그는 왼손바닥으로 모든 기운을 집중시켜 자신의 심장을 막았고, 일원화된 역량을 어떻게든 줄이기 위해 찰나에 어깨를 베는 것을 시도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후우······.후우.”
내상과 함께 왼손을 잃은 구성백이 빠르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운기를 했다.
비록 부상을 입었다고 하나 치명상은 아니었다.
조금만 내기를 다스리면 아직 싸울 수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차차차차차차창!
핏빛 하늘에 금이 가더니 어느새 사방을 뒤엎고 있던 혈계(血界)가 풀리고 말았다.
허공에 있던 청령이 지친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한계다.
밤도 아니고 대낮에 이런 광범위한 귀의영역을 유지하는 것은 그녀로서도 한계였다.
“엇?”
“바, 밝아졌다.”
-웅성웅성!
귀의영역이 풀리자 어느새 아비규환으로 혼란스러워하던 시위부 무사들과 동창, 서창의 환관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는데 초토화된 한 가운데 남진무사를 비롯해 목경운, 소예린, 담백하를 발견한 지휘관들이 소리쳤다.
“잡아라! 저들을 잡아!”
이에 시위부 무사들이 겨우 정신줄을 잡고서 달렸다.
사방으로 밀려드는 수많은 무사의 인파에 기운의 대부분을 소진한 소예린과 담백하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남은 기운으로는 저들 모두와 부상을 입었다고는 하나 아직 건재한 남진무사 구성백을 상대하는 건 힘들지도 몰랐다.
이런 분위기를 읽었는지 구성백이 입을 열었다.
“절대로 도망칠 수 없다. 항복해라.”
그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떨어뜨린 겁살검을 반대 손으로 주우며 말했다.
“아직 모르는 일이죠.”
“훌륭히 싸웠다만 너희들은 지쳤다. 반면 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본관이 곧 내기의 흐름만 회복하면 상황은 다시 원래대로 된다.”
“네, 그래서 이제 가려고요.”
“뭐?”
그때였다.
“흠원.”
목경운이 위를 쳐다보며 무언가를 불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혈계가 부서졌음에도 불구하고 지상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느닷없이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휘몰아쳤다.
이에 모두가 놀라서 위를 쳐다보았는데,
“저, 저게 뭐야?”
“새? 무슨 새가 이렇게?”
낙하하고 있는 그것은 너무도 거대한 새였다.
다만 그것은 일반적인 새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기형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새의 상반신과 침이 달린 말벌의 하체를 하고 있는 이것은 다름 아닌 요수(妖獸) 흠원(欽原)이었다.
흠원은 목경운이 유일하게 식신으로 삼은 이매망량이었다.
“수레에 타요!”
목경운의 외침에 마찬가지로 어안이 벙벙해하던 소예린과 담백하가 얼떨결에 잔반통 수레로 신형을 날렸다.
이미 목경운의 지시를 듣고서 성화령주가 있는 잔반통을 빼놓고 의아해하며 기다리고 있던 몽무약과 섭춘, 마라현 역시도 거대한 흠원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대체 언제 이런 것을 길들였단 말인가?’
그렇게 놀라워하고 있는데 어느새 소예린과 담백하, 이어서 목경운이 수레로 올라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낙하한 흠원이 커다란 발톱으로 수레를 낚아챘다.
-펄럭펄럭!
그렇게 수레를 낚아챈 흠원이 다시 하늘 위로 날아오르려 했다.
이에 흠원의 등장에 놀라서 잠시 당황해하던 지휘관들이 이내 시위부 무사들에게 소리쳤다.
“놓치면 안 된다! 화살을 쏴라!”
“도망가게 둬서는 안 된다!”
그 명에 궁(弓)을 가지고 있던 시위부 무사들이 다급히 활을 쏘았다.
그러나 흠원이 날갯짓하자 엄청난 풍압에 의해 화살들이 되려 튕겨 나가며,
-파파파파파팍!
“피, 피해라!”
“으악!”
역으로 날아드는 화살에 도리어 화살을 쏘던 자들이 부상을 입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흠원이 이십여 장 정도 위로 날아올랐을 때였다.
“쿨럭!”
남진무사 구성백이 검은 핏덩어리를 하나를 뱉어냈다.
운기를 통해 체내의 흐름을 되찾은 그였다.
빠르게 몸을 회복한 그가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이내 공력을 일으키며 세 자루의 금오월로 다시 이기어도를 펼쳤다.
“보내줄 것 같으냐!”
일갈과 함께 구성백이 궁신탄영(弓身彈影)의 수법으로 탄력을 이용해 하늘 위로 솟구쳤다.
순식간에 날아오는 그를 보며 소예린이 검을 뽑으려 했다.
그런 그녀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아아아. 전달이 된 모양이네요.”
“그게 무슨······.”
-흠칫!
그 순간 소예린이 놀란 눈빛으로 어딘가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육혈성 담백하 또한 눈이 휘둥그레져서 황궁의 어떤 방향을 쳐다보았다.
-고오오오오오오!
그곳에서 굉장히 불길하면서 요사스러운 기운이 몰아치고 있었는데, 그 기운이 어찌나 강한지 시선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 궁신탄영으로 허공으로 날아오르던 구성백이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폐하?’
그 역시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이 불길한 기운을 감지했다.
그런데 그것이 뿜어져 나오는 곳은 다름 아닌 황제 폐하가 있는 곳이었다.
이에 구성백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공중에서 자신의 이기어도를 펼치고 있는 금오월을 지지대 삼아 다시 한번 궁신탄영을 펼쳤다.
-파앙!
공중에 방향을 틀어 그곳으로 향하는 구성백의 모습에 모두가 털썩 주저앉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그들이 있는 곳에서 한참 떨어진 내궁 방향.
-고오오오오오!
인적이 드문 궁전에서 불길한 기운을 대놓고 뿜어대고 있는 한 존재가 있었다.
화려한 복색을 하고 있는 절세미녀는 다름 아닌 호 귀비, 아니 백면왕(百面王) 금모구미호였다.
노골적으로 기운을 드러내고 있는 그녀가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나한테 빚진 거다. 천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