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94)
-하여간 정말 약았구나.
청령의 말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했다.
약았다고 표현했지만 이런 식으로 전제를 깔지 않았다면 마라현이 복수심에 불타서 무슨 짓을 벌일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괜한 변수를 만드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당근을 약조하는 편이 나았다.
적어도 당근을 얻기 위해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래도 나름 기회를 제공했으니 친절하다고 해주시죠.
-친절?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어질 수도 있는데 말이냐?
그런 청령의 말에 목경운이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성화령주에게서 원하는 정보를 전부 얻게 되면 천지회주와의 접선을 위해 그에게 넘길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지회의 회주는 육천(六天)의 일인이었다.
병상 중이라고 해도 대종사 급의 절세고수인 회주의 손에 성화령주가 들어간다면 마라현에게 있어서는 지금과 같은 기회는 요원할지도 몰랐다.
물론 목경운에게 있어 그것은 딱히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슥!
고개를 돌린 목경운이 성화령주를 바라보았다.
마라현이 누군지 알고 나서는 왠지 모르게 초조한 기색의 그녀였다.
‘일단은 개봉을 벗어나야겠지?’
성화령주에게서 묻고 싶은 게 꽤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황도 개봉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기에 추적의 위험이 있었다.
소예린과 육혈성 담백하가 없는 상황에서 육천의 일인인 남진무사 구성백이라도 나타나게 된다면 지금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에 목경운이 모두에게 말했다.
“일단 하남을 벗어나도록 하죠. 모두 수레에 타세요.”
“알겠습니다.”
“네. 주군.”
“오오. 그 거대한 괴조(怪鳥)를 타볼 수 있는 건가?”
“······그리 좋아할 일이 아니네.”
모두가 그렇게 잔반통을 치우고 인원이 줄어 넓어진 수레 위로 오르려는데, 성화령주가 목경운에게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야선 교부의 제자.”
“호칭이 길군요. 목경운이라 부르시죠.”
“목경운?”
“네.”
“알겠네. 목 형제. 이 괴조를 타고서 이동할 건가?”
“네.”
“그냥 말을 구하는 건 안 되겠나?”
“그래도 상관없기는 한데 이런 깊은 산골에서 무슨 수로 말을 구하죠? 그리고 개봉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서두르지 않으면 추적대에 따라잡힐 수도 있는데 괜찮나요?”
“아아······.”
이런 목경운의 말에 성화령주가 창백한 얼굴로 요수 흠원을 쳐다보았다.
빠르긴 해도 저 거대한 괴이의 발톱에 의존해서 하늘을 나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기억이 아니었다.
그러나 선택권이 없기에 그녀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갈까요? 그냥 수레에 타기 힘들면 다시 잔반통 안에 계셔도 돼요.”
“······알겠네. 그런데 그 전에 목 형제. 할 말이 있네.”
“할 말요?”
“그렇네. 야선 교부가 안배해둔 게 있겠지만 그 전에 보주(寶珠)를 찾아야 하네.”
“보주······. 그러고 보니 그 보주라는 게 뭐죠?”
그렇지 않아도 그게 무엇인지도 궁금했던 차였다.
표식의 조직도 그렇고 금의위에서도 윗선의 명을 받고서 그 보주라는 것을 찾으려 했다.
중요한 물건이 아니고서야 그들이 그렇게까지 노렸을 리가 없었다.
성화령주가 목경운의 수레에 타고 있는 이들을 힐끔 쳐다보더니 이내 목경운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성화령일세.”
“······성화령?”
“야선 교부에게 듣지 못했나?”
“네, 그저 성화령주를 황궁 금옥에서 탈취하라는 지시만 받아서요.”
“아아. 야선 교부가 교리대로 잘 가르쳤군.”
‘교리?’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그 성화령이라는 것에 대해서 배화교의 교도들도 일부만 아는 모양이었다.
성화령주가 목경운에게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본래라면 이르지만, 목 형제는 야선 교부의 뒤를 이을 테니 알려주겠네. 성화령이 있어야 노부는 계시를 받을 수 있네.”
“계시라면 설마?”
“자네가 알고 있는 그 예지가 바로 계시일세.”
‘호오.’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보주가 예지 능력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짐작은 했었지만, 정말인 모양이다.
이에 목경운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보주가 없으면 계시를 받을 수 없는 겁니까?”
“보주는 본교에 대대로 내려온 성물이네. 그게 있어야만 성스러운 불의 계시를 받아 길을 열 수 있네.”
“계시를 내린다면 꼭 필요하겠군요.”
“그렇네. 또한 성화령이 있어야만 교인들을 다시 모으고, 현세에 나타난 화신······. 아닐세. 이것까진 아직 자네가 알 필요는 없네.”
‘화신?’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녀가 말한 화신은 혹시 암종주 환야선이 지니고 있던 그 파사국(波剌國)의 언어로 적혀 있던 그것을 말하는 것인가?
[아흐리만의 화신이 현세에 나타날지니 경계할지어다.]그 화신이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암종주 환야선도 그렇고 배화교인들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중요한 계시인 듯했다.
물론 목경운은 이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의 관심은 오직 할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그 배후를 알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주라는 것을 찾기는 해야 할 듯했다.
천지회의 회주가 황궁 지하금옥에까지 사람을 보내 성화령주를 탈취하라고 한 데는 단순히 보고 싶다는 이유만이 아닐 것이다.
분명 그 예지 능력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필요하겠군.’
예지 능력이 없는 성화령주는 반쪽짜리에 불과할 거다.
회주도 인정하지 않을 거다.
이에 목경운이 물었다.
“그 보주, 아니 성화령은 어디에 있죠?”
“노부의 손녀에게 맡겼네.”
손녀가 있었나?
하긴 이렇게 연로한데 홀로 산 게 아니라면 충분히 손자를 볼 나이였다.
“그렇군요, 그럼 손녀분은 어디에 있죠?”
“그곳의 가주와 옛날부터 연이 닿아있어 부탁했네. 무림의 무가인데 자네도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니 들어보면 알 걸세.”
“무림의 무가? 그곳이 어디죠?”
“사천당가일세.”
‘!?’
* * *
사천당가(四川唐家).
당씨 혈족으로만 이루어진 무가로 무림 칠대세가의 하나다.
명문무가이면서도 암기, 금나수, 독(毒)으로 명성이 드높은 사천당가는 칠대세가 중 모용세가, 남궁세가와 더불어 가장 큰 세력과 영향력을 구가한다.
-펄럭펄럭!
흠원의 발톱에 잡혀 있는 흔들거리는 수레를 붙잡고 있는 몽무약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목경운에게 말했다.
“주군······. 사천당가는 정의맹 소속입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하늘 위로 올라서야 목적지를 들은 그로서는 우려가 될 수밖에 없었다.
황궁의 임무 역시도 위험하기는 했으나, 그나마 중립 지역이나 다름없었기에 탈취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천당가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사천당가는 정의맹 소속이었기에 천지회와는 완전히 척을 지고 있었다.
그 말은 적지로 들어가게 됨을 의미했다.
더군다나,
“당가도 당가지만 사천성은 완전히 정파의 영역입니다. 청성파와 점창파, 아미파까지 있어서 까딱 잘못하면 천라지망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천라지망(天羅地網).
그것은 천 명 이상의 무인들이 펼치는 대규모의 포위 추적진이다.
그 포위망이 굉장히 넓기에 빠져나가기조차 힘든 이 진법은 한 번 걸려들면 운기조식이나 체력을 회복할 틈조차 주지 않을 만큼 압박을 가한다.
그냥 천라지망도 이럴 진데 독공과 암기술에 능한 사천당가가 가담하게 되면 더욱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별로 안 좋은가 보군요.”
“······위험합니다. 황궁에서처럼 대종사급의 고수인 육천(六天)이 없다고 해도 사천당가에는 살법으로는 그에 비견된다고 알려진 팔성(八星)의 일인인 당인해가 있습니다.”
천독수(千毒手) 당인해.
그는 중원과 세외를 통틀어 알려진 독공의 고수 중에 팔독사장(八毒蛇杖) 구양소와 더불어 독공의 최고 경지라 불리는 독인(毒人)의 경지에 이른 고수였다.
일반적인 무공과는 궤를 달리하는 독공은 오직 파괴와 죽음에 특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사천당가로 가는 것이 유독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섭춘도 이에 동의하는지 거들었다.
“이건 무약의 말이 맞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황궁보다 사천당가가 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주군 재고해보심이 어떻겠습니까?”
“재고라. 그렇다고 해도 별수 있나요? 보주라는 게 없으면 회주께서 원하는 상태가 아닐 수도 있는걸요.”
“하오나 회주께서 내린 명에는 그 보주라는 게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황궁 임무와 다르게 사천당가 행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섭춘의 이런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파계승 자금정이 호리병의 술을 한 모금 들이키며 말했다.
“크으. 뭘 그리 겁을 먹는 게냐? 우리가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고 저 늙은 보살님의 손녀를 데리러가는 건데 말이다.”
“입장의 차일세. 정의맹과 본 회는 적이네. 싸우는 것에 명분이 필요치 않네.”
“그렇다면야 별수 없지만 정히 불안하면 이 땡중이 저 늙은 보살님을 데리고 다녀와 주리?”
“뭐?”
“아직까지 이 땡중이 여기 목 공자를 주인으로 모시는 게 소문이 나진 않았으니 다녀온다고 해도 상관없지 않으냐?”
“······.”
이런 자금정을 섭춘이 빤히 쳐다보았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파계승 자금정은 삼광(三狂)의 일인이라 불린다.
그 이유는 정파든 사파든 상관없이 기행을 저질렀기에 미치광이라는 이명을 받은 것이었다.
그런 그가 사천당가로 들어가려 한다면 그들이 곱게 들여보내 주겠는가?
“······이보게. 정말로 사천당가에서 자네를 들여보내 줄 것 같은가?”
“크흠. 뭐 운이 없으면 내쫓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본인의 악명은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는 듯했다.
섭춘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이내 목경운에게 말했다.
“주군 부디······.”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흠칫!
목경운이 갑자기 허리춤에 차고 있던 악즉검을 뽑아 들었다.
-스릉!
“주, 주군?”
갑자기 검을 뽑아 의아해하는데, 목경운이 이내 수레의 손잡이로 뛰어올라 아래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에서 날카로운 예기가 일어나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파캉!
예기에 무언가가 부딪치자 금속성과 함께 푸른 불꽃이 튀며 부서졌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분명 아래에서 날아온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뭐야?”
“추적대?”
이에 놀란 섭춘과 몽무약, 마라현이 얼굴을 내밀고서 수레 아래쪽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래쪽에서 여기저기서 번쩍이더니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쇄도해왔다.
화살이라고 하기에는 뭉툭하고 짧은 무언가였다.
그것이 노리는 것은 다름 아닌,
‘흠원?’
이에 목경운이 흠원에게 소리쳤다.
“피해!”
목경운의 외침에 흠원이 힐끔하며 밑을 내려다보더니, 피하는 것이 아니라 날갯짓으로 날아오는 그것들을 황궁에서의 화살처럼 역풍으로 튕겨내려 했다.
-파아아아앙!
흠원의 거대한 날갯짓에 굉장한 돌풍이 몰아치며 쇄도해온 무언가들이 이내 밑으로 튕겼다.
대부분의 무언가를 튕겨냈다고 여기던 순간이었다.
-슉!
날갯짓의 돌풍을 뚫고서 무언가가 흠원의 몸통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것이 닿으려던 찰나의 순간 목경운이 뛰어올라 그것을 악즉검으로 베어냈다.
-챙강!
베어낸 무언가가 공교롭게도 수레 위로 떨어졌다.
반 토막이 되어 떨어진 그것을 본 모두가 특이한 모양에 그게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것을 알아본 이가 있었다.
그는 파계승 자금정이었다.
이것은 바로,
“금강저?”
금강저(金剛杵).
이것은 인간 번뇌를 부숴버리는 보리심(菩提心)을 상징하며 불가의 승려들이 불도를 닦거나 항마(降魔)를 행할 때 쓰이는 법구였다.
‘설마?’
이를 보고서 화들짝 놀란 자금정이 수레 밑을 내려다보려 했다.
그런데 그러기도 전에 또 다른 금강저 두 구가 날아들며 그중 하나가 흠원의 오른쪽 날개를 관통하고 말았다.
-푸슉!
금강저가 날개에 관통하자 흠원이 괴성을 질러댔다.
-키케게게게게게게겍!
‘하나는 못 막았네.’
날아오는 두 개의 금강저 중 하나는 악즉검을 던져서 막아냈다.
그러나 다른 하나는 완전히 반대쪽 날개로 날아들면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목경운이 손을 뻗어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날아가던 악즉검이 방향을 틀어 다시 목경운을 향해 날아왔다.
-팍!
검을 붙잡는 순간이었다.
-오오오오오오!
괴성을 질러대던 흠원의 우측 날개에서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장엄한 기운이 흘러나오며 기묘한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옴 소마니 소마니 훔 아리한나 아리한나 훔 아리한나 바나야 훔 바나야 훔 바아밤 바아라 훔 바탁.
기묘한 현상이었다.
소리가 어떻게 이리 선명하게 들리는 거지?
이에 의아해하는데 파계승 자금정이 다급히 소리쳤다.
“주인! 항마승들의 항마진언(降魔眞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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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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