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95)
-옴 소마니 소마니 훔 아리한나 아리한나 훔 아리한나 바나야 훔 바나야 훔 바아밤 바아라 훔 바탁.
장엄하게 울리는 경(經)을 읊는 소리.
그것은 불가(佛家)에서 마(魔)를 굴복시키는 항마진언(降魔眞言)이었다.
항마진언이라는 말에 마라현이 커진 눈으로 말했다.
“항마진언? 그건 불경이 아니오? 설마······.”
“망할 괴조 같으니. 요물 주제에 하필 날아가도 소림의 위로 날아간단 말인가?”
‘!!!!!!’
파계승 자금정의 말에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소, 소림이라고?’
그것은 매우 공교롭게 벌어진 일이었다.
보주를 맡고 있다는 성화령주의 손녀를 찾기 위해 사천당가로 향해야 했기에 요수(妖獸) 흠원은 황도 개봉에서 서남쪽으로 남하했다.
그런데 이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황도 개봉에서 서남쪽으로 가는 길목에는 오악산 중 중악인 숭산(嵩山)이 있었다.
이곳이 단순한 산이라면 별다른 문제가 없었겠지만 숭산에는 불가의 성지이자 정도 무학의 발원지라 알려진 소림사(少林寺)가 자리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섭춘의 입에서 거친 소리가 튀어나왔다.
운수가 사납다고 해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하도 많은 곳 중에 정도의 중심이라 불리는 소림사와 이런 식으로 엮이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는데,
-옴 소마니 소마니 훔 아리한나 아리한나 훔 아리한나 바나야 훔 바나야 훔 바아밤 바아라 훔 바탁.
항마진언의 경을 읊는 소리가 더욱 커져왔다.
그러자 그렇지 않아도 법구인 금강저에 의해 오른쪽 날개를 당한 흠원이 괴로움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키케게게게게게게겍!
“어엇!”
“모, 모두 수레를 붙잡아!”
흠원이 몸을 비틀면서 수레 역시도 기울자 모두가 당황해하며 수레의 이곳저곳을 붙잡았다.
“으아아악!”
그때 잔반통이 넘어지면서 그 안에 있던 성화령주가 떨어지려 했다.
그러나 그 찰나에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팍!
그는 다름 아닌 가면의 마라현이었다.
절묘한 순간에 그녀를 구한 마라현의 눈빛이 묘해졌다.
‘젠장.’
마음 같아서는 그냥 죽게 내버려 두고 싶었다.
그러나 망할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 아는 자는 이 빌어먹을 노파뿐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떨어져 죽게 할 순 없었다.
그러는데 요수 흠원이 금강저에 당한 상처와 항마진언을 견디지 못하고 이내 밑으로 떨어지려 했다.
“이, 이런!”
“어어어어! 떨어진다!”
아무리 무공을 고수라고 해도 이런 높이에서 떨어지면 충격으로 죽을 수 있었다.
“주, 주군!”
섭춘이 흠원의 배면의 깃을 붙잡고 있는 목경운을 불렀다.
요수 흠원을 길들이고 다룰 수 있는 것은 주군뿐이었기에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경으로 부른 것이었다.
-중생. 금강저를 뽑아야 한다.
그때 청령이 다급히 목경운에게 말했다.
이에 목경운이 낙하로 심하게 흔들려 정신없는 와중에 고개를 돌려 흠원의 우측 날개를 쳐다보았다.
귀안(鬼眼)을 개방한 목경운의 눈에는 금강저의 장엄한 기운이 보였다.
저것이 흡사 독(毒)처럼 흠원의 체내로 퍼져나가 요력을 증발시키고 있었다.
-본좌는 저것에 손을 댈 수 없다.
-그렇겠네요.
저 장엄한 기운은 철저히 음(陰)에 속한 기운들과 대립했기에 원혼인 청령이 손을 댈 수 없었다.
이에 목경운 두 손으로 흠원의 배면 털을 꽉 잡았다.
자세를 고정하고 목표물을 포착한 목경운이 이내 두 발을 박찼다.
-팍!
목경운의 신형이 용수철처럼 튕겨 나가며 이내 힘을 잃고서 이리저리 펄럭이는 흠원의 우측 날개를 향해 쇄도했다.
목경운이 날개깃 중 하나를 붙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 순간 흠원이 몸이 옆으로 빙글거리며 도는 바람에 그것을 놓치고 말았다.
‘앗?’
그러면서 목경운의 몸이 날개를 빗겨나가 흠원에서 멀어졌다.
-슈우우우우!
-이런!
안 되겠다 싶었는지 청령이 목각인형에서 나오려 했다.
바로 그 찰나였다.
목경운이 몸을 틀어 신형을 돌리더니 이내 허공을 박찼다.
-파앙!
마치 허공에 벽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를 걷어찼는데, 목경운의 신형이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가며 이내 다시 흠원의 우측 날개로 날아갔다.
‘중생 이 녀석?’
청령이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금 목경운이 보인 수법은 다름 아닌 허공답보(虛空踏步)의 묘리였다.
위기의 순간에 이런 놀라운 묘리를 해낼 줄은 몰랐다.
하나 지금 중요한 건 허공답보의 묘리를 해냈다는 게 아니었다.
그렇게 허공을 박차서 역으로 날아간 목경운이 이내 흠원의 날개깃을 붙잡고는 장엄한 기운이 퍼져나오는 곳을 향해 반대 손을 집어넣었다.
-푹!
-키케게게게게게게겍!
괴로웠는지 흠원이 괴성을 질러댔다.
목경운은 이를 개의치 않고서 살 더욱 깊숙이 손을 집어넣어 결국 금강저를 찾아냈다.
금강저를 찾아낸 목경운이 이내 그것을 빼내기 위해 움켜쥐었다.
그 순간,
-치이이이익!
금강저를 쥔 손바닥으로 타들어 갈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금강저에서 흘러나오는 장엄한 기운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사기(死氣)와 마기(魔氣)에 영향을 주는 듯했다.
‘성가시게 하네.’
이에 목경운이 더욱 강한 사기를 일으켜 금강저의 기운을 압박했다.
그리고는 이내 그것을 흠원의 날개 살점에서 뽑아냈다.
-팍!
그렇게 뽑아낸 금강저를 황급히 던져버렸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괴로워하면서 비틀거리며 떨어지던 흠원이 좌측 날개를 힘차게 저으며 어떻게든 균형을 잡으려 했다.
-펄럭펄럭!
금강저를 뽑아냈다고 하나 이미 엉망이 된 우측 날개를 쓸 수가 없었기에 한쪽 날개만으로 날아오르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나,
-펄럭펄럭!
미친 듯이 날갯짓을 한 덕분에 낙하하던 가속만큼은 줄일 수 있었다.
그렇게 지상에 떨어지기 전에 겨우 속도를 낮추는 데 성공한 흠원이 가까스로 착륙했다.
“우웩.”
그러기가 무섭게 성화령주와 파계승 자금정이 바닥에 토를 해댔고, 수레를 붙들고 있었던 다른 이들도 창백한 얼굴로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털썩!
“하아······하아······.”
“진짜 죽을 뻔 했네.”
흠원을 타고서 편하게 가려다 제대로 지옥 구경을 한 셈이었다.
한데 무사히 지상으로 내려왔다고 해도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그들이 내려온 곳은 다름 아닌,
-우르르르!
‘아아. 망했군.’
소림사의 한복판이었다.
어느새 그들의 주변으로 법복을 입은 수십여 명의 항마승들을 비롯해 곤봉을 들고 있는 주황색 승복의 무승들이 몰려와 포위하고 있었다.
-웅성웅성!
그렇게 흠원을 빙그레 둘러 포위한 승려들이 이내 목경운과 일행들을 발견하고는 다소 놀란 눈으로 수군거렸다.
“뭐야?”
“저들은 뭐지?”
그러는데 항마승들의 사이에서 흰 수염에 연륜이 있어 보이는 노승이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세 개의 금강저가 들려 있었는데,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장엄한 기운이 주변을 아우를 정도로 대단했다.
-오오오오오오!
‘저자였네.’
목경운은 그가 흠원의 날개에 금강저를 날렸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흘러나오는 기운 자체가 차원이 달랐다.
방사로 친다면 방일(方日)의 경지는 훌쩍 넘어설 만큼 이 장엄한 기운은 바다처럼 방대하고 넓은 포용력을 지니고 있었다.
-보통 법력이 아니구나.
-법력이요?
-그래. 방사들이나 도사들이 영력을 갈고닦는다면 불가의 승려 중에는 법력(法力)을 갈고 닦는 이들이 있다고 들었다. 본좌도 처음 보는 기운인데 매우 성가신 듯하구나.
-······그렇네요.
저 노승을 비롯해 항마승들이 풍기는 법력 때문에 요수 흠원이 잔뜩 움츠러들어서 경계심이 극도로 치솟아 있을 정도였다.
‘아닌가.’
목경운이 주변을 훑었다.
저들의 법력만이 아니라 이 절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장엄하면서도 깨끗하고 정순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잡귀나 약한 이매망량의 기운마저도 느껴지지 않았다.
‘괜히 불가의 성지(聖地)라 불리는 게 아니구나.’
목경운이 성가시다는 눈빛으로 내심 혀를 찼다.
겨우 황궁을 빠져나왔더니 하필 이런 곳에 발목을 붙잡히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는데 앞으로 나온 노승이 합장을 하며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시주들은 누구이기에 해악을 끼치는 괴이와 함께 있던······.”
“항마각주!”
노승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나섰다.
그는 파계승 자금정이었다.
깨져있는 염주를 비롯해 승려들의 복색과 비슷한 그의 모습을 살피던 노승이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덕문? 덕문이로구나.”
자금정의 불가 시절의 법명이 바로 덕문(德門)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다소 거칠게 변한 모습에 한 번에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노승이었다.
그러나 그를 알아보고 나니 이게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덕문 네가 어찌 괴이와 함께 있는 것이냐?”
“오해입니다. 항마각주. 이 괴이는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 것이옵니다.”
“길들여져? 그게 무슨 해괴한 소리냐?”
그때 무승들의 틈 사이에 있던 한 중년의 승려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
그를 알아본 자금정이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미타불. 나한각주께 인사······.”
“파문된 제자가 어찌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하는 게냐? 합장을 거두어라.”
“······.”
단호한 나한각주의 말에 자금정이 씁쓸한 표정으로 합장하던 두 손을 뗐다.
그의 말대로 자신은 파계승이었기에 합장을 하며 인사할 자격이 없었다.
그러는데 나한각주가 흠원을 손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저것을 어찌 길들였다는 것이냐? 저것은 짐승이 아니라 인간을 잡아먹고 죽이는 요물이다. 한데 어떻게······.”
“제 식신(式神)입니다. 스님.”
‘!?’
나한각주가 고개를 돌렸다.
중간에 끼어든 자는 다름 아닌 목경운이었다.
“식신?”
식신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지 나한각주가 의아해하는데, 항마각주가 말했다.
“아미타불. 방금 식신이라 하였소? 시주.”
-슥!
목경운이 두 손을 모아 포권 지례의 예를 갖추며 답했다.
“네. 저것은 괴이이기는 하나 제가 식신으로 부리는 존재입니다. 하니 통제가 되기에 보시는 것과 다르게 위험하진······.”
“갈(喝)!”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항마각주가 일갈을 내질렀다.
그러더니 이내 흠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식신이라 함은 방사들이 강제로 연을 이어 괴이를 사역하는 수법이 아니오?”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불도를 닦는 승려라 방술에 대해 잘 모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맞습니다. 한데 어찌 그리 일갈을 지르신 건지?”
의아해하는데 노승인 항마각주가 흰 눈썹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도가의 술법에서 파생된 방술은 자연의 법도와 그 이치에서 벗어난 위험한 술법이오. 젊은 시주가 어찌 그런 사이한 것을 익혔단 말이오?”
“······방술이 사이한 것입니까?”
“말하지 않았소. 시주. 방술은 그 이치에서 벗어난 수법이오. 식신이라는 것도 결국 강제로 연을 이어 존재를 사역하는 짓이오. 이는 타의 의지를 벗어난 행위요. 어찌 이것이 사이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소?”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
“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이에 항마각주가 금강저로 흠원을 겨냥하며 답했다.
“아미타불. 이는 시주를 위해서 드리는 말이니 심기 불편해하지 마시고 새겨들으시오. 이치에 어긋난 방술은 시주께 필시 해가 될 것이오. 하니 더 이상 방술을 행하는 것을 멈추고 괴이와 강제로 이은 연도 끊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