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
1화 기회 (2)
괴한은 의아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내공을 수련한 자들조차도 무방비 상태로 수면향에 당하면 깊은 잠에 들기 마련이었다.
하물며 무공을 익히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조금만 맡아도 느닷없이 잠이 드는 게 이 수면향이다.
그런데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관청 금옥에 있는 모든 자들이 잠들었는데, 이 녀석은 멀쩡하게 눈을 뜨고 있었다.
‘이놈 대체 뭐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년의 복부에 손을 갖다 댔다.
그리고 진기를 불어넣어 보았다.
조금이라도 내공을 익혔다면 반탄력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반탄력이 없다.’
내공을 전혀 익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낮에 관의 지인에게 들었던 것처럼 평범한 일반인이 맞았다.
한데 어째서 수면향이 통하지 않은 것일까?
‘…….이 녀석?’
게다가 이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수면향을 버틴 것은 그렇다치고, 금옥에 낯선 자가 침입해 자신을 점혈술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다.
마치 관찰하듯이 말이다.
‘달라.’
사형수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나이 대 여느 평범한 소년들과는 뭔가 달랐다.
께름칙한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고 해야 할까?
괴한은 순간 고민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그때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못 찾은 것이냐?”
금옥 뒤로 누군가 걸어 들어왔다.
마찬가지로 복면을 쓰고 있었는데 체구가 그리 크지 않았다.
아니 호리호리하고 신장이 조금 작은 것이 다 큰 성인이 아님을 알게 해주었다.
괴한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도련님. 밖에서 동태를 살피면서 기다려달라고…..”
“그놈이냐?”
괴한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소년으로 보이는 괴한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점혈수로 움직이지 못하는 봉두난발의 죄수 소년이었다.
이에 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군. 감 호위. 머리카락을 들춰봐라.”
얼굴을 확인해보려는 듯 했다.
그 말에 괴한이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점혈술로 몸이 굳어진 소년의 머리카락을 위로 들추었다.
그러자 복면을 쓴 괴한 소년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
괴한 소년은 진심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그의 태도에 봉두난발의 죄수 소년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이렇게 움직이지 못하게 한 괴한도 그렇고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그때 괴한 소년이 쓰고 있던 복면을 벗었다.
‘!?’
소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복면 속의 소년의 얼굴.
그것은 마치 동경을 보는 것처럼 자신과 닮아 있었다.
흡사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닮은 얼굴에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머리카락을 정리한 것부터 얼굴에 미묘한 차이점들이 있었지만 비슷하게 꾸민다면 오랫동안 봐온 사람들조차 구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닮았나?”
“……거의 흡사합니다.”
“정말…..놀랍군.”
“저도 이 녀석을 처음 보았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럴 만도 하네.”
생판 남인 자가 이렇게 비슷한 얼굴을 가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죄수 소년과 복면을 벗은 소년은 너무도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놀라워하던 차에 복면을 벗은 소년이 가까이 다가가 죄수 소년에게 말했다.
“너. 사형수라지?”
“…….”
아혈(啞穴)까지 점해져 대답을 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소년이 괴한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괴한이 죄수 소년의 가슴에 타혈을 했다.
-타타타타탁!
타혈을 마치자 소년이 말했다.
“이제 대답할 수 있을 거다. 너 사형수라지?”
그 물음에 죄수 소년이 잠시 가만히 있다가 답했다.
“……그렇습니다.”
공손한 답변에 소년이 입 꼬리를 올렸다.
“네 처지를 잘 파악하고 있구나.”
하긴 제 아무리 사형수라고 해도 평범한 일반인에 불과했다.
무림인 앞에서는 범 앞의 고양이나 다름없는데 공손히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소년이 팔짱을 끼며 오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듣자하니 모레 사형을 집행한다고 한다지?”
“그렇습니다.”
“만약 좀 더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쩔 테냐?”
“…….살고 싶습니다.”
“후후후. 그래 그렇겠지.”
소년이 흡족함을 감추지 못했다.
선택지가 없는 사형수가 살려준다는데 바짓가랑이를 붙잡지 않고 어떻게 배기겠는가.
소년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이런 기회가 쉽게 오는 게 아니지. 사형수 주제에 참 운이 좋은 녀석이구나.”
“……기회를 주시는 겁니까?”
“그래. 아주 큰 기회지.”
“그게 무엇입니까?”
“고작 닷새에 불과하다고 해도 너 같은 놈이 대 연목검장(硏杢劍牆)의 셋째 공자인 목경운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흔치않지.”
‘연목검장?’
처음 듣는다.
들은 대로라면 어딘가 큰 장원인 듯 했다.
소년은 잘 알지 못했지만 연목검장은 안휘성 북부에 있는 유서 깊은 무림 세가였다.
이를 알 도리가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대역(代役)을 원하시는 겁니까?”
죄수 소년의 물음에 목경운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멍청하진 않구나. 그래. 네놈 같은 사형수 놈이 왜 필요하겠느냐? 내게 필요한 것은 네놈의 그 얼굴이다.”
똑같은 얼굴을 찾은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그것은 대역을 맡기기 위함이었다.
“……..그저 대역만 하면 되는 것입니까?”
“고작 닷새에 불과한데 무슨 큰일이라도 기대했느냐? 네놈이 할 일은 그저 가만히 장원의 별장에 틀어박혀 본 공자인척이나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군요.”
“닷새 동안 명문 세가의 공자로 즐기고 그 대가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데,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이겠느냐?”
분명 맞는 말이었다.
맞기는 한데 소년은 어리석지 않았다.
애초에 대역이라는 것은 진짜를 대신하여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 아닌가.
분명 숨기고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대역이라…….’
하지만 이런 기회도 없었다.
애초에 관청 금옥을 어찌 탈출할지 고민하고 있었던 그였다.
가만히 있게 되면 사지가 찢겨나가는 거열형에 처해지게 된다.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기회를 주십시오.”
“훗.”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더니 손짓을 했다.
그러자 복면을 쓰고 있는 괴한이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 같은 것을 꺼냈다.
이에 의아해진 소년이 물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먹어라.”
“…….?”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괴한이 주머니 속에서 검은색 단환을 꺼냈다.
역한 냄새가 흘러나왔는데 누가 맡아도 약과는 관련이 멀었다.
괴한이 단환을 소년의 입으로 가지고 왔다.
소년이 그것을 쳐다보며 물었다.
“……독입니까?”
이에 목경운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설마 사형수 따위인 네놈을 그냥 믿을 거라 여겼더냐?”
“……..”
“네놈이 무사히 대역을 마친다면 해독약을 주도록 하마. 후후후.”
허튼 짓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애초부터 말살시키겠다는 소리였다.
괴한이 그의 입술에 독단을 들이밀며 말했다.
“입을 벌려라.”
선택권은 없었다.
비릿하게 웃고 있는 목경운을 쳐다보며 소년은 천천히 입을 벌려 독단을 받아들였다.
우물우물 씹는 모습을 보며 괴한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보통 독이라는 것을 안다면 오만상을 쓰며 괴로운 기색을 보일 텐데, 아무렇지 않게 씹어서 넘기고 있었다.
그냥 삼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역시 이놈은 달라.’
도련님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독종이다.
그러니 무공을 익히지 않고도 많은 사람들을 죽여서 사형수가 된 것일 테지만.
‘미리 독단을 준비하길 잘했구나.’
이것이라도 먹였으니 살고 싶다면 괜히 도망친다거나 하는 허튼 짓은 못할 것이다.
소년이 우물거리는 것을 멈추고 입을 활짝 벌렸다.
“삼켰습니다. 도련님.”
입안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이 확인되었다.
삼킨 척 하고 넘어가기에 독단의 크기는 입안에 숨기기에는 컸다.
확인이 되자 목경운이 명했다.
“이제 풀어줘라.”
“알겠습니다.”
괴한이 챙겨두었던 열쇠 꾸러미에서 열쇠를 찾아, 소년의 두 손과 두 발을 묶고 있던 나무 형틀을 풀어주었다.
‘후우.’
손발이 풀려나자 소년은 살 것 같았다.
말이 나무 형틀이지 안쪽은 쇠로 만들어져 손목을 짓누르고 무겁기 그지없었다.
괴한이 금옥의 입구 쪽으로 다가가며 조용히 말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네놈은 내 뒤에 붙어라. 도련님은 녀석의 뒤에서 따라와주십쇼.”
“알겠다.”
독단을 먹었으니 도망가진 못하겠지만 만약을 위한 조처였다.
자신이 앞장서고 뒤에서 도련님이 감시한다면 제 놈이 무슨 수로 도망치겠는가.
사형수라고 해봐야 무공을 익힌 자들에 비하면 아이나 다름없다.
“따라오십쇼.”
그렇게 금옥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할 때였다.
“너! 어억!”
-우드드득! 털썩!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놀란 괴한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목이 완전히 꺾여서 돌아간 목경운이 경악한 얼굴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괴한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런 그에게 소년이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거 어쩌죠? 대역을 맡을 사형수가 죽어버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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