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0)
9화 구여(犰狳) (1)
‘이게 대체…….’
방사 삭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방금 전 그 감각은 잘못 느낀 게 아니라면 틀림없이 황령(黃靈)의 격을 넘어섰다.
역살이 되받아쳐진 고통보다도 이게 더 예상 밖이었다.
황령 급 이상의 원혼이라니?
“삭 방사? 괜찮아요?”
대부인 석 부인이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이 물음에 삭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역살이 되받아쳐지기는 했으나 수호 부적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치명적인 내상은 피했다.
“쿨럭쿨럭……”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역살을 보낸 것을 받아쳤어요.”
“역살을 받아치다뇨? 그게 대체 무슨 소리죠?”
“말 그대로에요. 묘신 사제는 원혼의 살(殺)에 당해 목숨을 잃었어요. 이에 북제의 도움을 받아 살을 내렸던 원혼에게 역으로 그것을 돌려보냈어요.”
“한데 그걸 튕겨냈다는 말이에요?”
“네.”
그녀의 대답에 석 부인이 미간을 찡그렸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묘신보다 뛰어난 방사인 그녀가 역살을 보낸 것을 튕겨 내다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하면 이 일을 해결할 수 없는 건가요?”
-슥!
그런 석 부인의 물음에 방사 삭이 입가의 검은 핏물을 닦으며 말했다.
“해결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게 무슨 소리죠?”
“상정했던 것보다 일이 너무 위험해졌습니다.”
심각해진 삭의 목소리에 석 부인이 우려의 눈빛으로 되물었다.
“위험하다뇨?”
“격이 황령 급 정도라면 역살(逆殺)을 보내고 약화된 원혼을 부적술로 제령했으면 됐어요. 한데 그게 틀어졌어요.”
“틀어졌다는 건……”
“그보다 훨씬 격이 높은 사악한 원혼이에요.”
그런 삭의 말에 석 부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물었다.
“원혼에도 격이라는 게 있나요?”
“네. 위험도의 척도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그럼 방금 전에 황령? 황령이라고 했나요? 여튼 그 황령 급보다 더 격이 높은 원혼이라고 했는데, 대체 얼마나 더 위험하다는 거죠?”
그 말에 그녀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답했다.
“사실 황령 급만 되어도 사람에게 직접 살(殺)을 끼쳐 목숨을 잃게도 할 수 있기에 많이 위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상은 괴이들을 상대해온 방사들조차도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방사들도요?”
“네. 녹령(綠靈) 이상의 원혼은 상당히 보기 드문 편입니다.”
“어째서요?”
“녹령 이상의 원혼이 되려면 수십 년 동안 그 원한이 지속되거나 크나큰 고통을 겪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원혼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원한이 옅어져가 저절로 제령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럼 녹령이란 것들은 오랜 세월 속에서도 살아남은 원혼이란 건가요?”
“네. 수십 년이나 존재해온 원혼. 그것이 녹령이죠. 그 정도 되는 격이 높은 원혼은 이 일을 전문으로 하는 방사들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가장 낮은 칭호인 방수 다섯 이상이 목숨을 걸고 제령해야 하는 경우가 대다수죠.”
방사 묘신과 같은 방수의 칭호를 받은 자들은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녹령이었다.
이런 삭의 말에 석 부인이 조심스레 물었다.
“하면 그놈에게 씌운 원혼이 그 수십 년 된 녹령이라는 건가요?”
“아마도요.”
삭은 그렇게 짐작했다.
그 이상 급은 그녀조차도 단 두 번밖에 본 적이 없었다.
그것들은 거의 재앙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리라 보았다
애초에 그 정도 격의 원혼이라면 이곳 연목검장은 이미 피로 물들었을 것이다.
반경 범위 자체가 녹령 이하들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녹령이라 확신했다.
“삭 방사……그렇게 위험한데 혼자서 처리할 수 있나요?”
그런 석 부인의 물음에 삭이 손을 내밀었다.
“……..무슨 의미죠?”
“추가 은전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뭐에요?”
“녹령 급이면 은전 오백으로는 부족합니다. 천으로 올려주셔야 합니다.”
“……….”
이 상황에서 설마 흥정을 할 줄이야.
삭의 그 말에 석 부인이 아니라 오히려 호위 호앵이 어처구니가 없어 끼어들었다.
“은전 천이라뇨?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은전 오백으로도 쌀 가마를 얼마나 살 수 있는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은전과 목숨은 비교할 순 없죠.”
“목숨? 하! 마님께서 의뢰했다고 뭔가 착각하나 본데 여긴 무가에요. 평범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 아니….”
“그렇다면 호위무사님이 해결하면 되겠네요.”
그 말과 함께 방사 삭이 창고를 나가려고 했다.
‘이년이 정말!’
이런 그녀의 행동에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호위무사 호앵이 앞을 가로막았다.
“누구 마음대로 그냥 가겠다는 거지?”
“비켜주시죠.”
“받은 걸 도로 뱉거나 그런 게 아니면…..”
“아냐. 괜찮아.”
“뭐?”
뜬금 없는 말에 호위무사 호앵이 의아해했는데, 삭이 자신의 어깨에 있는 조대 위를 힐끗하고 쳐다보더니 달래듯이 중얼거렸다.
“진정해. 구여.”
‘!?’
조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한데 괜히 신경 쓰이게 왜 저런 혼잣말을 하는 걸까?
이게 거슬렸는지 호위무사인 호앵이 물었다.
“조대에 뭐가 있다고 그딴 소리지? 아까도 그렇고 뭐라도 있는 것처럼 말을 하는…..”
-파스스스!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귓가를 통해 들려오는 미묘한 사각거림.
이에 호앵이 그곳을 쳐다보았다.
‘응?’
자루들이 쌓여있었고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또 다시 귓가로 사각거림이 들려왔다.
그것도 여기저기서 말이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슥!
호앵이 긴장된 얼굴로 허리춤에 있는 검병으로 손을 가져갔다.
기분 나쁜 소리였다.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굉장히 거슬렸다.
그러자 삭이 손을 휘저으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구여. 그만.”
그러기가 무섭게 방금 전까지 여기저기서 들리던 사각거리던 소리가 한순간에 멎었다.
괜히 불길해진 호앵이 다소 기가 죽은 목소리로 물었다.
“바….방금 그건 뭐죠?”
이런 그녀의 물음에 삭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구여를 자극하지마세요.”
그 말과 함께 삭이 조대 위의 빈 허공에 손을 가져가 쓰다듬는 시늉을 했다.
아까도 그랬는데 대체 무슨 짓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 것도 없는데 대체…..”
“구여는 부끄러움이 많아요.”
“아니. 구여가 대체 뭐 길래 계속……”
“구여는 갈산의 끝에 있는 여아산의 토착 이매망량이에요.”
“이매망량? 설마 요괴?”
“비슷하죠.”
이매망량(魑魅魍魎).
정확하게 산속의 도깨비나 요괴를 이매(魑魅)라 하고 강이나 바닷속에 사는 요괴들을 두고서 망량(魍魎)이라고 한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것들을 붙여서 이매망량이라고 했다.
“구여는 제 식신이 된 이매망량이에요. 물론 부끄러움이 많다고 해도 주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죠.”
-화륵!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횃불이 일렁이며 조대 뒤편으로 특이한 그림자가 비춰졌다.
‘이, 이게 뭐야?’
그림자를 본 호앵이 겁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을 쳤다.
조대 위에는 분명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달팽이처럼 빙빙 꼬여있는 몸에 새의 부리, 그리고 뱀의 꼬리를 가진 커다란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도 기이했다.
“더 볼일이 없다면 이만 비켜주시죠.”
삭이 겁에 질린 호앵을 지나쳐 가려고 했다.
그 순간 석 부인이 말했다.
“잠깐!”
“……..”
“정말로 그 녹령인지 뭔지 하는 원혼을 처리할 수 있나요?”
그 물음에 등지고 있던 삭의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어차피 거절하지 못하리라 여겼다.
격이 녹령 정도 되는 급이면 굉장히 위험하다고는 하나, 식신을 부릴 줄 아는 방기(方技)인 자신이라면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었다.
삭이 입가의 미소를 지우고서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역살을 받아쳤으니 원혼이 많이 화가 났을 겁니다. 당장 서둘러 처리하지 않으면 더 큰 사달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석 부인이 날카로워진 눈으로 삭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이내 결정을 내렸다.
“좋아요. 은전 천. 지불하도록 하죠.”
“선불입니다.”
“………”
이 방사 계집.
은근히 돈에 환장한 것 같다.
* * *
목경운이 감았던 눈을 지그시 떴다.
정상적인 운기법으로 양생의 기운을 받아들였을 때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
오히려 역행의 토납법으로 받아들인 이 싸늘하고 음한 기운들은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유롭게 운기할 수 있었다.
심지어 뱃속 아래로 들어와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게 답이었나.’
굳이 몸에 맞지 않는 양생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이게 나았다.
더군다나 운기마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적어.’
양생의 기운보다도 이 죽음의 기운은 현저히 적었다.
거의 십분지 일 수준도 되지 않았다.
메마른 샘물과도 같은 수준이었기에 아무리 운기를 해도 제대로 채워지지가 않았다.
‘아쉽네.’
좀 더 많은 기운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 죽음의 기운으로도 단전이라는 것을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차라리 적당히 누군가를 죽여서 착의 식으로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는 편이 빠를까.
‘흐음.’
목경운은 찰나에 그런 고민을 했다.
하나 그건 당장에는 힘들어보였다.
사람을 함부로 죽이면 죽일수록 제약이 생겨나기에 누군가를 죽인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철저한 계산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전처럼 곤란하게 될 수도 있었다.
‘차라리 그들에게 물어볼까?’
원혼(冤魂)인 마승이나 청령이라면 이런 죽음의 기운이 어디에 많이 분포했는지 알지도 몰랐다.
그래서 마승을 찾았는데,
‘응?’
마승의 상태가 꽤 안 좋아 보였다.
바닥에 주저앉고서 기대고 있었는데, 몸 곳곳에 상처가 나있었고 회색빛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호위 고찬이 기묘한 자세로 약당 침상 위에 기절한 것처럼 잠들어 있었다.
‘뭐지?’
자신이 운기하고 있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건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흥. 손이 많이 가는구나. 중생.
목소리의 주인은 청령이었다.
곰방대를 물고서 자욱한 연기를 뿜으며 침상 위에 앉는 그녀.
그녀가 곰방대 끝으로 목경운의 턱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너 정말 살아있는 인간이 맞느냐?
“설마 죽었기라도 했을까 봐요. 멀쩡히 심장이 뛰고 있답니다.”
-흐음. 멀쩡히 살아있는 놈이라면 죽음의 기운이 아니라, 양생의 기운을 끌어당기고 제대로 된 운기 행공을 했었어야지.
“그게 잘못 되기라도 했나요?”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청령이 콧방귀를 뀌었다.
잘못 되었다의 그런 개념이 아니다.
이치를 벗어난 것에 호기심이 생겨났을 뿐이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다거나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은 없나?
“네 그런데요.”
-희한하군. 희한해. 너 같은 중생은 정말 처음이다.
“그런가요? 한데 저도 뭐좀 물어봐도 될까요?”
이런 목경운의 물음에 청령이 곰방대를 다시 입에 물고서 깊게 들이 마쉬었다가 내쉬며 귀찮다는 투로 말했다.
-후우. 뭐가 알고 싶은 거지?
“별건 아니고요. 죽음의 기운이란 건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모을 수 있을까요?”
-그걸 모아서 어쩌려고? 정말로 그 기운으로 단전이라도 형성해볼 작정이더냐?
“정확하네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청령이 붉은 입술을 실룩거렸다.
자신을 얽매이게 만든 이 중생 놈이 굉장히 밉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는 했다.
양생이 아닌 죽음의 기운으로 단전을 형성하고 그것을 다룬다면 어떤 형태로 힘이 발휘될지 말이다.
‘살아있는 인간의 몸에 죽음의 기운이라…….’
꽤나 흥미롭다.
곰방대를 손가락으로 까딱까딱거리던 그녀가 말했다.
-좋아. 알려주지.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그게 뭐죠?”
-죽이면 된다.
“…….죽이는 거라면?”
-사람이든 뭐든 살아있는 것들은 죽게 되면 양생의 기운이 죽음의 기운으로 변질 된다. 네가 흡수했던 것도 그런 거겠지.
처음에는 청령도 설마 했었다.
애초에 살아있는 인간은 죽음의 기운을 흡수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입맛을 살짝 다시며 말했다.
“아쉽네요. 저도 그 편이 빠를 것 같긴 한데, 그렇게 되면 상당히 귀찮아지거든요. 그래서 당장은 마구 죽이기는 힘들 것 같군요. 다른 방법은요?”
‘아쉽다라……’
이놈 알면 알수록 확실히 여느 평범한 인간들과 다르다.
사고가 완전히 다르다고 해야할까?
-그게 힘들다면 장소와 때를 바꿔라.
“장소와 때?”
-애초에 약당 같은 이런 곳은 사람을 살리는 곳. 양생의 기운이 넘쳐나는데서 죽음의 기운을 모아봐야 얼마나 될 것 같으냐?
“호오.”
목경운이 이해가 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본 청령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말을 이어갔다.
-양생의 기운이 절정을 이루는 시각은 해가 뜨기 전 새벽이다. 생명이 태동되는 시기이기에 양생의 기운이 충만하지. 반대는 언제일까?
“해가 질 무렵일까요?”
그 말에 청령이 피식하고 웃었다.
-아니.
“아니라고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기(死氣)가 충만한 시각은 따로 있지.
“그게 언제죠?”
-자시(子時)부터 인시(寅時) 중엽까지. 이를 망자들의 시각이라고 한다.
“망자들의 시각? 그럴 듯 하군요.”
-가장 절정을 이루는 것이 그 사이인 축시 초경이다. 그때가 되면 죽음의 기운이 가장 충만하게 되지.
“하면 그때를 노려야 겠군요. 그럼 장소는 음한 기운이 넘쳐나는 곳이 좋겠군요. 가령 무덤가라든지.”
-그 정도 머리는 돌아가는구나. 중생.
청령이 붉은 입 꼬리를 올렸다.
그러다 이내 자신의 표정을 의식했는지 금방 정색 했다.
이런 청령의 모습에 목경운이 속으로 피식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알려줘서 고맙군요. 한데 고찬 호위도 그렇고 마승은 왜 저러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이것도 궁금했던 차였다.
-빨리도 궁금해 하는구나. 저 중생 놈은 네놈이….
역행 운기로 자살 행위를 하려는 것을 막으려 하기에 저랬다고 말하기가 아차 싶었는지, 청령은 재빨리 대상을 바꿨다.
마승을 곰방대로 가리키며 이야기 하려고 하는데,
-우여우우우우우여…….
밖에서 기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새가 우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고 어떻게 들으면 여우가 우는 소리처럼도 들렸다.
이에 의아해하는데 어디선가 이번에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경운이 그곳을 쳐다보았다.
‘뭐지?’
침상 좌측 부근인 것 같았는데 아무 것도 없었다.
-사각사각!
그런데 그 소리가 이번에는 우측 쪽에서 들려왔다.
해서 다시 그곳을 바라보았는데, 이번에도 아무 것도 없는 듯 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던 차였다.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마구 들려왔다.
이에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어느새 검은 무언가가 스멀거리며 바닥을 메우고 있었다.
그것들은 다름 아닌 벌레였다.
그것도 온갖 종류의 벌레들이었는데, 그 수는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게 뭘까요?”
-생각보다 귀찮은 게 꼬였구나. 중생.
“네?”
-구여다.
중원 삼대 금서(禁書) 중 하나인 산해경(山海經)에 이렇게 나온다.
여아산의 깊은 산속에 구여(犰狳)라는 흉수가 살고 있다.
입에는 새 부리가 나있으며 부엉이 같은 눈과 뱀과 같은 꼬리를 하고 있다.
구여는 사람을 기피한다.
구여의 울음소리는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들린다.
구여가 나타나는 곳은 반드시 벌레가 들끓고, 쌀 한톨 거두지 못하여 결국 황무지가 되고 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