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03)
항마각주가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방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는 다른 항마승려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두 눈으로 방금 전에 벌어진 일을 보고도 놀라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방금······. 뭐야?“
“이, 이게 대체 무슨?”
갑자기 나타난 목경운이 위에서 마수(魔獸) 알유의 머리로 뛰어내렸다.
이미 여기서부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그의 무게가 그리 무거운 것도 아닐 텐데, 알유가 앞으로 고꾸라지더니 이내 그 머리통이 동굴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그때 항마각주가 입을 열었다.
“시주, 대체 어디에 있던 것이오?”
“생각보다 동굴의 벽이 많이 약하더군요. 그나저나 길게 자리를 비운 것도 아닌데, 일이 좀 커진 것 같네요.”
“쿨럭쿨럭.”
“한데 한 번 제압했었다고 한 것 치고는 상당히 곤경에 빠진 것 같은데 맞나요?”
“지금 빈정대는 거······. 시주!”
욱하는 마음에 뭔가를 말하려던 항마각주가 이내 놀라서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리가 바닥에 박혀 있던 마수 알유의 꼬리가 이내 채찍처럼 목경운에게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기세가 굉장했는데, 목경운이 꼬리가 날아드는 방향으로 팔을 들어 올렸다.
-차아아아악!
살갗을 찢는 듯한 타격음과 함께 목경운의 팔목으로 꼬리가 끝부분이 감겼다.
이 모습에 항마각주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분명 꼬리가 날아드는 기세가 머리 위에서 목경운을 날려버리려는 듯했다.
그런데 꼬리가 팔목을 감싸져 있는데, 다른 노림수가 있었나?
‘이놈 뭐야?’
물론 그건 아니었다.
마수 알유가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갑자기 목경운에 의해 머리가 짓밟힌 알유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고개를 황급히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알유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이에 무슨 술법을 펼친 건가 싶어 알유는 일단 꼬리로 목경운을 쳐내려 했다.
당연히 꼬리에 맞은 목경운이 튕겨 나갈 거라 예상했다.
한데 그 예상이 벗어났다.
‘이놈 무슨 힘이?’
목경운의 팔에 꼬리가 감긴 것은 타격을 받았음에도 놈이 수백 년 동안 뿌리내린 거대한 고목 나무 마냥 이를 버텨냈기 때문이었다.
-꽈악!
요력을 꼬리에 집중하여 팔목을 끊어보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당연히 당기는 것도 통하지 않았다.
이놈 대체 뭐지?
갑자기 아까와는 사뭇 달라진 느낌이다.
그러는데 마수 알유의 귓가로 목경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근추(千斤錘)는 이번에 처음 써보는데 많이 무거우신가 보군요. 바닥에 박혀서 이리 꼼짝도 못 하시는 걸 보니 말이죠.”
‘이 빌어먹을 인간 놈이!’
-까드드드득!
도발에 가까운 목경운의 말에 마수 알유가 화를 참지 못했다.
한낱 인간 따위가 자신의 머리 위로 올라가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데, 당장 이놈을 찢어발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항마각주가 이런 목경운의 도발에 우려되어 경고했다.
“쿨럭쿨럭. 시주. 요물을 너무 자극하지 마시오. 일단 놈을 그리 묶어두기만 하시오. 곧 지원이 올 것이오. 그때 빈승과 항마승들이 다시 구속구로······.”
-쿠르르르르!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동굴 바닥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다,
그것은 천근추를 펼치고 있는 목경운과 고개뿐만이 아니라 발굽에 힘을 주며 일어나려 하는 마수 알유의 힘겨루기로 인해 벌어진 현상이었다.
“헛?”
“각주!”
이에 근방에 있던 항마승들이 황급히 알유의 머리 앞에서 비틀거리고 있던 항마각주를 부축하며 최대한 멀찌감치 거리를 벌렸다.
-쿠르르르르! 쩌저저저적!
바닥이 더욱 심하게 흔들리며 갈라지기마저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목경운은 마수 알유의 머리 위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우득! 우득!
그러자 마수 알유의 요력이 극도로 치솟더니, 이내 붉은 털들이 가시처럼 곤두서며 그곳에서 보랏빛 연기의 산이 뿜어져 나왔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수 알유의 머리가 들썩이더니 이내 입에서 보랏빛 연기를 토해냈다.
그 덕분에 바닥이 녹아내리며 이내 지독한 산이 바닥을 타고서 사방으로 퍼져 나가려 했다.
“피해! 피해라!”
“이, 이걸 무슨 수로?”
하나 우그러진 철문 근처에 있는 항마승들은 몰라도 경신법을 익히지 않고서야 이 짧은 찰나에 닿는 즉시 무엇이든 녹여버리는 연기를 피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러는데 그 순간 목경운이 약식으로 빠르게 수인을 맺었다.
-팍! 팍! 팍!
병(兵)! 투(鬪)! 열(裂)! 진(陳)!
구자활법의 수인이었다.
순식간에 엄청난 주력과 함께 연기가 퍼져나가는 방향으로 네 개의 기둥이 솟구쳤다.
-고오오오오오!
이 광경에 동굴 벽면 끝에 붙어 있던 항마승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항마승으로 법력을 익혔기에 주력이나 요력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을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목경운이 검결지를 입가에 붙이고서 작게 중얼거렸다.
“사봉연쇄술(四峰聯鎖術).”
-솨아아아아아아!
네 개의 기둥으로 면이 생겨났다.
그렇게 면이 생겨나자 항마승들을 향해 퍼져나가던 보랏빛 연기가 이내 주력의 벽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절묘한 순간에 산으로 이루어진 연기가 차단된 것이었다.
이 광경에 젊은 항마승려들의 일부가 자신들도 모르게 환호성을 치고 말았다.
“와아아아아!”
“헙!”
그러다 이내 항마각주와 항렬이 높은 선배들의 눈치가 보였는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정작 항마각주는 목경운의 이러한 방술 실력에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방술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이해하기로 방술 역시도 주력과 술식(術式)의 조화를 통해 펼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빠르다.’
한데 술식이 이뤄지기까지의 속도가 굉장했다.
이는 주력이 빠르게 형태를 갖췄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산으로 된 저 연기에 동굴 속에 있는 모든 이들이 녹아버렸을 것이다.
한데 놀라움도 잠시였다.
‘엇?’
-꽉!
그때 목경운이 손을 움켜쥐는 시늉을 하자 기둥들이 움직이며 점점 거리를 좁혀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력의 면에 막혔던 연기들도 밀려나며 모여 들어갔다.
이에 항마각주가 놀라서 소리쳤다.
“시주! 이게 무슨 짓이오? 당장 멈추시오!”
미친 짓이었다.
기둥들이 좁혀지게 되면 연기가 한 방향으로 모일 수밖에 없었다.
주력으로 만든 벽이야 요력이 담긴 저 연기를 차단할 수 있다지만 한낱 인간의 육신을 가진 저 시주는 아니었다.
산에 녹아서 죽을 수도 있었다.
“시주!”
한데 사봉연쇄술의 안에서는 그 목소리가 닿지 않기라도 하듯 목경운은 그의 외침을 전혀 듣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저 안에서 끝장이라도 보려는 것처럼,
-슥!
꼬리에 묶여 있지 않은 반대쪽 주먹을 위로 들어 올리더니 이내,
-쾅!
연기를 토해내며 그 반동으로 겨우 몸을 반쯤 일으켜 세운 마수 알유의 양 뿔 사이 정수리를 강하게 내리찍었다.
“끼게게게게겍!”
그러기가 무섭게 마수 알유가 괴로움에 산 연기를 내뿜던 것도 멈추고서 고통의 포효를 내질렀다.
그러나 이 광경을 밖에선 볼 수 없었다.
어느새 사봉연쇄술의 사면이 보랏빛 연기로 인해 가려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연기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쾅! 쾅! 쾅!
동굴 바닥을 흔들리게 할 만큼 강렬한 굉음뿐이었다.
항마각주를 비롯한 항마승들은 이를 그저 넋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키리리리리리리!”
계속되는 주먹질에 괴로워하던 마수 알유가 어떻게든 목경운을 자신의 머리에서 떼어내기 위해 일단은 팔목을 붙잡아뒀던 꼬리를 풀며 머리를 움직였다.
-파아아악! 파악!
“내려와! 당장 내려오라고!”
마수 알유의 뿔을 잡고 서 있는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한번 주먹을 위로 들어 올렸다가 강하게 마수 알유의 정수리를 내려쳤다.
-쾅!
“키게게겍!”
-콰쾅!
주먹에 맞은 마수 알유의 턱이 결국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분노로 어떻게든 이를 버티려 했지만, 마수 알유는 지금 머리로 연달아 가해진 통증으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목경운은 마수 알유의 머리를 또다시 내리찍었다.
-쾅!
머리를 얻어맞은 알유의 턱이 바닥을 파고들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목경운은 일정한 힘으로 알유의 머리를 계속해서 내리쳤다.
-쾅! 쾅! 쾅!
반복되는 고통에 알유의 입에서 이내 소리쳤다.
“끼리리릭! 그, 그만! 그마아아안!”
너무 아파서 자존심이고 뭐고 없었다.
그러나 목경운은 이를 개의치 않고 마수 알유의 머리통을 계속 내리쳤다.
-쾅! 쾅! 쾅! 우저적!
아무리 균일한 힘으로 내려친다고 해도 이것이 계속되다 보면 당연히 부서지고 함몰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끼게게게게게!”
마수 알유의 머릿속으로 과거의 그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금모구미호에 의해 머리가 부서지고 뜯겨나가는 동족들의 처참한 모습이 말이다.
이를 떠올리자 소림의 항마승들에게 끌려왔을 때조차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던 마수 알유가 이내 기겁을 하며 미친 듯이 애원했다.
“키릭 키리릭! 사, 살려줘! 제발 살려줘!”
* * *
-우르르르르!
‘!?’
갑작스럽게 더욱 많은 수의 나한각의 무승들이 몰려와, 이내 광장의 중심에서 대기하고 있던 목경운의 수하들인 파계승 자금정과 몽무약, 섭춘, 마라현, 그리고 이번 임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성화령주를 포위했다.
‘왜 숫자를 더욱 늘리는 거지?’
‘뭔가 이상하다.’
원래도 요수(妖獸) 흠원 때문에 포위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새로이 나타난 나한각의 무승들은 경계심이 가득 한 눈빛으로 봉술의 기수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당장에라도 싸울 기세다.
게다가 이들이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는 형태는 명백히 진법이었다.
이 한가운데 있자니 진법의 기운 때문에 공기가 무거워져 숨쉬는 게 힘들 지경이었다.
이에 섭춘이 나서서 소리쳤다.
“아직 주군께서 성공했는지 아닌지도 모르는데 이게 무슨 짓들입니까?”
“설마 소림의 어른께서 하신 약조를 어기려는 겁니까?”
이를 몽무약도 거들었다.
이런 그들의 항의에 역근경전주 무성 대사도 나서며 말했다.
“아미타불.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진정하시고 잠시 기다리시지요.”
이렇게 그들을 달랜 무성 대사가 나한각의 무승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아직 항마동으로 간 시주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나한각의 무승들은 어찌 이들을 포위하는가? 당장 진을 풀게.”
소림의 방장을 제외한 배분 상 가장 어른인 무성 대사의 명에 나한각의 무승들이 어쩔 줄 몰라 하다 이내 일제히 고개를 돌리며 뒤편의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그는 다름 아닌,
“아미타불.”
계율원주 대덕 대사였다.
대덕 대사의 곁에는 갑주를 걸친 군관이 한 사람 있었다.
그는 시위부령인 강학이었다.
거만하게 뒷짐을 지고 있는 그를 발견한 역근경전주 무성 대사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군관께서 어찌 사내로?”
그 물음에 대덕 대사가 나섰다.
“아미타불. 대사. 이 군관께서는 개봉 황궁에서 온 시위부령이십니다. 황제 폐하의 명을 받고서 병사를 이끌고 대역죄인들을 쫓아 본사까지 오신 겁니다.”
“황제폐하? 대역죄인?”
이런 대덕 대사의 말에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무승들조차 영문을 알 수 없어 했다.
대역죄인은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반면 목경운의 수하들은 난처함을 금치 못했다.
‘젠장.’
가장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요수 흠원이 항마승들에게 공격당해 소림사의 한복판에 떨어진 데다, 그로 인해 이곳에 발목을 붙잡힌 처지라 상당히 조마조마했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기어이 황궁의 추적이 이곳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이를 어쩌지?’
아무래도 분위기가 약조와 별개로 무승들이 대역죄인으로 몰아가 압박할 듯했다.
아직 주군도 오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이미 나한승들이 포위를 했기에 벗어날 수도 없었다.
계율원주 대덕 대사의 광대뼈가 실룩거렸다.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일이 생각보다 원하는 대로 풀려서 기분이 들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약조를 했든 말든 간에 대역죄인이라는 명분이 있으니, 규율대로 행할 수 있게 되었구나. 덤으로 이걸 빌미로 덕문으로부터 무상대능력의 구결까지 회수한다면 일거양득이겠군. 아미타불. 이 모든 것이 부처님의 인도로다. 허허허.’
대덕 대사가 속으로 흡족해하더니 이내 한 손으로 반장을 한 상태로 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미타불. 소림의 제자들은 들으라. 저들은 황궁의 대역죄······”
-쿵!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굉음과 함께 광장의 바닥이 떨려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그때 무승 중에 누군가가 외쳤다.
“저, 저길 보십시오!”
이에 말을 하다 끊겼던 계율원주 대덕 대사를 비롯해 장내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소림의 후원으로 가는 길목 쪽이었다.
그곳에서 전신의 털이 붉고 머리는 뿔이 달려 용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대한 괴이가 육중한 몸을 이끌고 걸어오는 게 보였다.
그런데 그 머리 위로 누군가 타고 있었는데,
“주군!”
이를 가장 먼저 알아본 섭춘이 화색이 돌며 소리쳤다.
그는 바로 목경운이었다.
항마동에 갇혀 있어야 할 마수(魔獸) 알유를 타고서 위풍당당하게 나타나는 그 모습에 계율원주 대덕 대사의 인상이 이내 일그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