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05)
소림삼승(小林三僧)의 일인인 계율원주 대덕 대사.
그는 현 소림사에서 세 번째 배분의 법명을 가지고 있으나, 실상 그 윗 배분들과는 일이 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내공 수위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세수진경(洗髓眞經)과 대승범천신공(大乘凡天神功)을 익혀 정사 무인들을 통틀어 내공으로는 육천팔성이(六天八星) 아니고는 견줄 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데 그런 그가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신예, 그것도 고작해야 이십대 중반 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자에게 내공에서 밀렸다.
‘허어. 놀랍구나.’
‘대덕을 공력으로 압도했다고?’
이는 같은 소림삼승인 장경각주 공전 대사나 역근경전주 무성 대사의 입장에서도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목경운이 보통 고수가 아님은 어느 정도 예측했었으나, 내공으로는 가장 정순하면서도 탄탄하기로 유명한 소림의 내가 고수를 상대로 앞서리라 누가 예측했겠는가.
-스스스스!
그때 계율원주 대덕 대사의 손과 어깨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이는 상대의 기운을 해소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공력도 공력이지만 기이한 기운이다.’
닿는 순간 내공이 일부 흩어졌다.
정순함으로 가득한 소림의 내공이 아니라면 이 현상이 더욱 심했을 것이다.
-꽉!
대덕 대사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오랫동안 불도를 닦았다고는 하나 다른 배분 높은 승려들에 비해 성정이 예민한 그로서는 이를 용납하기 어려웠다.
‘어찌 이런 망신이 있을 수가.’
소림의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수치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존장으로서 이를 대놓고 티를 내기는 자존심이 있었기에 대덕 대사는 애써 표정 관리를 하며 말했다.
“아미타불. 젊은 시주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구려.”
“노스님은 오랜 세월 동안 내공 연마를 한 것 치고는 내공이 약하시군요.”
“……..”
이런 목경운의 말에 대덕 대사의 귓불이 파르르 떨려왔다.
젊은 놈이 자신을 일부러 도발하고 있다.
이미 자신이 내공으로도 우위라고 판단했기에 저러는 듯 했다.
이에 대덕 대사는 내심 화가 났지만 평정심을 지켰다.
‘후우.’
내력에서 밀린다는 것이 완전한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시 일대일로 대결하게 된다면 패배할 확률이 현저히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대덕 대사는 직접적인 대결보다는 상황을 몰아가는 것만이 답이라 여겼다.
“시주. 그대의 무공이 보통이 아님은 잘 알았네. 하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지금 이건 용납할 수 있는 게 아닐세. 당장 군관을 풀어주게.”
“아아. 이분요?”
목경운이 자신의 손에 뒷목이 잡힌 시위부령 강학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그렇네.”
“글쎄요. 제가 왜 그래야 할까요?”
목경운의 이 말에 대덕 대사가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래. 그렇게 나와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악인의 역할에 충실해준다면 이쪽은 그 반대로 나가면 된다.
대덕 대사가 목경운을 향해 소금강산수(小金强酸手)의 기수식을 취하며 언성을 높였다.
“아미타불. 대역죄인이라 하여 반신반의하기는 했지만 정녕 이런 식으로 인질을 잡고서 뜻대로 하겠다는 건가?”
-웅성웅성!
이런 대덕 대사의 외침에 이를 지켜보고 있던 나한각의 무승들의 반응이 사뭇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배분이 높은 소림삼승들 간에 의견이 갈리면서 어찌해야할 바를 몰라했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소림의 한복판에서 인질을 붙잡은 경우라면 달랐다.
-우르르르르!
주변에 있던 무승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그러더니 열여덟 명의 무승들이 목경운의 주위를 둘러싸며 십팔나한진(十八羅漢陣)을 치고서 봉을 겨냥했다.
“시주. 당장 인질을 놓으시오!”
무승들 중 누군가가 외치자 대덕 대사의 입술이 실룩거리는 것을 겨우 참아냈다.
의도한 바대로 되었다.
소림의 승려들은 불제자들이기에 늘 옳고 그름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그것은 젊은 승려들이거나 나이든 승려들이거나 할 것 없이 평생의 공부이기에 모두의 공통된 문제였다.
하지만 정의에 대한 확실한 명분만 주어진다면 그들은 달라진다.
‘시주…….자네는 절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없네.’
자신 한 사람만 상대하는 거라면 모를까 소림을 상대하는 건 달랐다.
설령 벽을 넘어선 절세고수라 할지라도 소림이 작정하고 나선다면 절대로 방심, 아니 승부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던 차였다.
-꽉!
“어억.”
목경운이 시위부령 강학의 목을 세게 움켜쥐고서 말했다.
“인질의 의미를 잘 모르는가보군요. 이런 식으로 굴면 목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어찌!”
이런 목경운의 협박에 포위하고 있던 나한 무승들의 눈에 노기가 휩싸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인질을 잡는 행위는 비겁함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계율원주 대덕 대사가 소리 높여 말했다.
“시주께서 그리 비겁하게 나온다면 빈승도 어쩔 수 없구려. 나한 무승들은 당장 저들을 포위하라.”
“합!!!!”
대덕 대사의 명에 대기하고 있던 나한 무승들이 동시에 외치며 목경운의 수하들인 몽무약, 섭춘, 마라현, 파계승 자금정, 그리고 성화령주를 포위했다.
그들의 곁에는 요수 흠원이 있었기에 64명의 나한 무승들이 쭉 둘러서 포위진을 쳤다.
“대덕 대사! 지금 무얼 하는 거요?”
마찬가지로 동료들을 위협하는 비슷한 대응에 역근경전주 무성 대사가 그를 다그쳤다.
그러자 대덕 대사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저 간악한 시주가 인질까지 붙잡은 마당에 언제까지 약조니 뭐니 하며 끌려다닐 작정입니까? 대사야 말로 부디 정신 차리십시오!”
“대사!”
“항마승들은 나한 무승들에게 해가 없도록 요물들을 제압하라!”
대덕 대사가 무성 대사의 일갈을 무시하며 항마승들에게 명을 내렸다.
그런데 뜻대로 된 나한 무승들과 달리 항마승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에 대덕 대사가 언성을 높였다.
“어찌 가만히 있는 건가?”
그러자 항마승들 사이에서 누군가 비틀거리며 나섰다.
법복의 가사가 부상으로 피투성이가 된 그는 바로 항마각주였다.
“아미타불. 쿨럭쿨럭. 소승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뭐라?”
“쿨럭….송구하오나 저 시주께서는 역근경전주와의 약조를 성공시켰습니다.”
“항마각주! 지금에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라는…..”
“상관있습니다. 쿨럭쿨럭. 폭주하여 날뛰는 요물로 하여금 저를 비롯한 항마승들의 목숨을 저 시주께서 구했습니다. 한데 은혜까지 입은 마당에 이를 갚지는 못할망정 어찌 저희가 약조를 어기겠습니까?”
“하!”
이런 항마각주의 거부에 계율원주 대덕 대사가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항마승들인 그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요물을 제압하는 게 힘들어지기에 희생이 생길 수도 있었다.
‘항마각주 하필 이럴 때 고집을.’
그의 명 거부에 난처해하던 대덕 대사가 이내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규율을 지키고 소림의 명예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면 다소 희생이 따르더라도 행해야만 했다.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무승들이 위험해지면 나설 수밖에 없을 거다.’
이에 대덕 대사가 나한 무승들에게 명했다.
“나한 무승들은 어서 대역죄인들을…..”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아미타불! 모두 멈춰라!”
그때 역근경전주 무성 대사가 사자후와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고막을 울리는 내공이 실린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무승들이 누구 할 것 없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런 그의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외침에 마라현이 내심 혀를 내둘렀다.
‘소림삼승 중 최고라 일컬어진다더니 대단한 내공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내공을 실은 소리였지만 누구 하나 부상을 입은 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무성 대사가 진기를 다루는 것에 있어서 경지에 이르렀음을 의미했다.
갑작스러운 무성 대사의 외침에 놀란 계율원주 대덕 대사가 입을 열었다.
“대사 어찌……”
“대덕은 조용히 하라.”
“……..”
강경한 그의 목소리에 대덕 대사가 굳어진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가 각주의 직책을 맡았다가 계율원주까지 올라오면서 그 위치를 인정해준 무성 대사는 높은 배분임에도 그를 늘 대사라고 불러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법명으로 부른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지금 심기가 불편해져 있는지를 짐작하게 했다.
이를 느낀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장내 모든 소림의 승려들 역시도 무성 대사의 이런 감정을 느꼈는지 시선이 그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러자 무성 대사가 합장을 하더니 목경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먼저 시주들께 사죄드리겠소.”
‘!!!!!!’
이에 놀란 대덕 대사가 이를 만류하려했다.
“대사…..”
“대덕은 조용히 하라 하였다.”
“……..”
두 번이나 이어지는 경고에 결국 대덕 대사가 입을 다물고서 합장을 했다.
차기 방장이자 가장 배분이 높은 그가 이렇게 강하게 나오면 아무리 그라고 해도 함부로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가 입을 다물자 무성 대사가 말을 이어갔다.
“시주들과 약조를 했음에도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은 모두 빈승의 부덕으로 벌어진 일이오.”
“대사!”
그 말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약조를 했다고 해도 저들이 황궁의 죄수를 탈옥시킬 만큼의 대역죄인들이라면 굳이 저렇게까지 스스로를 낮출 필요는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가장 배분이 높은 무성 대사가 이렇게 나오니 아무리 존장이라 해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때였다.
“끄으으. 정녕 소림은 대역죄인들을 비호하려는….”
-꽉!
“악!”
“시끄럽군요.”
시위부령 강학이 분노를 토해내려 하자 목경운이 목을 움켜쥐어 말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상태로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하군요. 하면 약조대로 괴이들과 함께 저희를 보내주시는 겁니까?”
“아미타불. 시주.”
“네.”
“송구하나 이젠 그럴 수 없게 되었소.”
“어째서죠?”
“빈승은 소림의 존장이자 소림의 제자요.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이상 시주들을 그냥 놓아줄 수 없게 되었소. 이는 입장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니 부디 빈승을 원망하여도 어쩔 수가 없소.”
‘그럼 그렇지.’
설마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었는데 저들을 그냥 보내려는 건가 싶었는데, 사과와 달리 달라진 무성 대사의 입장을 돌리자 계율원주 대덕 대사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무리 강직한 무성 대사라 해도 이런 상황에서 저 혼자 의리 있는 척 고고한 척 고집을 부릴 수가 없을 것이다.
만약 저들을 독단적으로 그냥 보내주게 된다면 황궁과 척을 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색의 빌미를 주게 된다.
나아가서는 대역죄인을 그냥 놓아준 것이 정도 무림에 소문이라도 난다면 소림의 명예가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
“뭐 결국 노스님도 저기 저 노스님과 같은 의견이라는 거로군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경운의 귓가로 전음성이 들려왔다.
-아미타불. 그건 아니오.
전음입밀(傳音入密)에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러고보니 그에게 이를 가르쳐준 초음곡주 항여량이 정도 무림 중에서 유일하게 소림에서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는데 무성 대사가 말했다.
-놀라지 마시오. 시주. 이는 시주만 들릴 수 있게 빈승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오.
-알고 있습니다.
목경운이 전음으로 이를 답했다.
그러자 무성 대사가 내색하지 않으면서도 놀랍다는 듯이 답했다.
-시주께서는 빈승을 여러모로 놀라게 하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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