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15)
“마, 말하겠소! 뭐든 말할 테니 제발 멈춰주시오!”
팔이 뽑힐 위기에 처하자 기겁을 하며 부탁하는 구양가의 가주 구양소.
그런 그의 모습에 흉터의 중년인 이광이 다그쳤다.
“어르신!”
지금 구양소의 행동은 적에게 굴복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직의 초빙(招聘)으로 데려온 구양소와 달리 오랫동안 조직의 일원이었던 자신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굴복하면 안 되오!”
이런 그의 외침에 구양소가 탈골이 된 어깨를 붙들고서 소리쳤다.
“자네 팔이 아니라고 남 일처럼 말할 텐가?”
무인에게는 단전뿐만 아니라 팔, 다리 모두가 소중하다.
그중 하나만 잃어도 균형이 무너지면서 무위가 현저히 낮아진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구양소는 기를 쓰고서라도 팔이 뽑히는 것을 피하려는 것이었다.
‘아직 당인해 그놈과의 승부도 이루지 못했고 만독지체의 경지에도 이르지 못했는데, 팔 하나를 잃을 수는 없다.’
당인해와의 승부도 그렇고 독으로 끝을 보는 숙원도 이루지 못했다.
바라는 것이 많은 구양소는 스스로에 대한 애착이 강했기에 조직보다는 스스로를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는 것은 전부 알려줄 테니 제발 멈춰주시게.”
“처음부터 이렇게 고분고분 말씀하셨다면 다칠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죠.”
“호기를 부리지 않겠네. 하니······.”
구양소가 뒷말을 잇지 않고서 목경운의 손을 쳐다보았다.
제발 놓아달라는 듯이 애처롭게 말이다.
‘구양소 저 늙은이가!’
이광은 안 되겠다 여겼다.
연배도 있었고 경험도 출중하기에 적에게 굴복하는 일은 없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원래부터의 조직원도 아니고 초빙을 해서 그런가 스스로에 대한 애착이 이렇게 클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
이에 이광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다.
‘폭형삼검(爆形三劍)!’
이광이 검결지로 삼각 형태로 찌르기를 했다.
그러자 그의 검결지에서 탄검강 세 줄기가 뻗어 나와 목경운을 향해 쇄도했다.
-촤촤촥!
쇄도하는 두 줄기의 탄검강이 노리는 것은 목경운의 머리와 심장부였다.
그리고 나머지 한 줄기의 탄검강의 궤도는 구양소의 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아니?’
날아드는 탄검강의 기세에 고개를 돌린 구양소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설마 입을 틀어막기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노리는 건가?
이광에게 있어서는 옳은 선택이라고는 하나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목숨을 노리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슥!
그때 목경운이 날아드는 탄검강의 빛줄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허공으로 물결의 파동이 생겨났다.
상대의 힘을 튕겨내는 이기진경(移氣眞經)의 묘리였다.
-파파팡!
물결의 파동에 부딪친 탄검강이 휘어지며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콰콰쾅!
덕분에 애꿎은 주변의 건물들만 부숴졌다.
탄검강의 초식이 너무 쉽게 막아낸 목경운이 이광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그쪽은 배에 구멍 하나는 내고 나서 대화를 해야 할 것 같군요.”
‘빌어먹을!’
이광의 안색이 급격이 어두워져 갔다.
역시 순수한 혼자의 힘으로는 육천(六天)의 경지에 이른 대종사 급의 고수를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대체 저놈은 뭐지?
무슨 짓을 했기에 고작 반년도 되지 않아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수준까지 강해졌단 말인가?
무림사를 통틀어 이런 일이 있었던가?
그간 무공을 익혔던 세월들이 허탈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꽉!
입술을 질끈 깨문 이광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검을 쳐다보았다.
새까맣게 탄 듯한 저 흑색 검은 그분이 준 것이었다.
문득 그분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배알했을 때가 떠올랐다.
* * *
어둠으로 둘러싸인 곳.
자신이 엎드려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빛 한 점 없어 얼굴조차 볼 수가 없었다.
그런 그의 귓가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은 이색의 아들이라지?]뭔가 긁는 듯한 그런 목소리였다.
하나 이를 개의치 않고서 답했다.
[그렇습니다.] [제 이계(二界)에 불과했던 네 부친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본좌를 배알한 적이 없다.] [알고 있습니다.] [한데 본좌가 왜 너를 보자고 한 것 같으냐?] [모르겠습니다.] [부친의 사명을 이어서 본좌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 맹세하겠다고 했느냐?] [네.] [대를 잇는 충성이라. 고작 백 년을 살지 못해도 인간이란 존재는 이런 점이 마음에 들어.] [네?] [됐다. 그저 혼잣말이다.]-푹!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광의 앞에 있는 바닥으로 무언가가 떨어지며 꽂혔다.
그것은 새까맣게 탄 듯한 흑검이었다.
영롱함조차 없고 투박한 형태의 검이었지만 이광은 검에서 느껴지는 묘한 기운에 사로잡혔다.
[이게······. 무엇입니까?] [네게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특별한 선물?] [그래. 매우 특별하지. 그게 뭘로 만든 것 같으냐?] [······모르겠습니다.] [부친에게 검을 배웠다고 하더니 식견이 생각보다 낮구나.]그 말에 살짝 울컥해진 그가 답했다.
[흑철로 만든 겁니까?] [흑철이니 만년한철이니 그런 것으로 만든 건 아니다. 그런 것이었다면 쉽게 다듬을 수 있었겠지.] [하면 무엇입니까?] [맞춰보라고 하지 않았느냐?]이런 그분의 말에 젊은 이광이 망설이다 검날에 손을 갖다 댔다.
부친은 검과의 감응을 매우 중요시했다.
그렇기에 검을 만져보고 그것에 담겨 있는 무언가를 직접 느껴보려는 것이었다.
이광이 검날을 만지다 이내,
-촥!
손이 베이고 말았다.
새까맣게 탄 것 같은 끝 부분을 제외하고는 날 자체가 투박해 보였는데, 의외로 그은 것도 아닌데 베일 만큼 날카로웠다.
그런데 피가 검에 닿는 순간,
-파르르르르!
검날이 살아있는 무언가처럼 심하게 떨려왔다.
그와 함께 손바닥에 닿아 있는 부분을 통해 기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은 굉장한 흉폭함이었다.
-크와아아아아아!
그 순간 이광이 놀라서 검에서 손바닥을 떼고서 엉덩방아까지 찍고 말았다.
‘이, 이게 대체?’
방금 그건 뭐지?
순간 환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선명한 무언가를 보았다.
무언가가 포효하는 모습이었는데, 그것은 호랑이나 곰과 같은 맹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흡사,
[용?]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짝짝짝!
이와 함께 그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법이군. 큰 기대는 없었는데 애송이 주제에 그 잔재와 감응하다니.] [이, 이게 대체 무엇입니까?] [기뻐해라. 네놈은 한없이 신수(神獸)에 가까운 영수의 비늘로 만든 흑검을 얻게 되었으니 말이야.] [영수?] [그래. 그것은 교마왕(蛟魔王) 아니지 이렇게 말하면 와 닿지 못하겠군. 그래. 수천 년 묵은 교룡(蛟龍)의 비늘로 만든 것이다.]이런 그의 말에 이광이 반신반의하는 표정이 되었다.
조직에서 이매망량을 다루는 자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부친께 듣기는 했지만, 그것이 그분일 줄은 몰랐다.
한데 교룡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맞는 건가?
일부 이매망량을 본 적이 있기는 했지만 용(龍)이라는 존재는 그건 그저 전설에나 존재하던 상상 속의 영물이 아니었던가?
의아해하는 그분이 말했다.
[아주 소중히 여기거라. 가장 절실한 순간에 그것이 네게 큰 힘이 되어줄 테니.]* * *
‘가장 절실한 순간······.’
흑색 검을 빤히 쳐다보던 이광이 이내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진기로 인해 검이 부웅하고 뜨며 그에게로 날아왔다.
-탁!
흑색 검의 검병을 붙잡은 이광이 다소 긴장된 눈으로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이에 목경운이 반대로 꺾여 있는 구양소의 팔목에서 손을 떼고는 그를 옆으로 밀쳤다.
“크윽.”
그리고는 그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다행이군요.”
“······.”
“내심 그냥 굴복하지 않기를 바랐거든요. 아무리 살려줄 기회를 준다고 했어도 적당히 빚은 갚아주고 싶었으니까요.”
“역시 그때의 판단이 옳았다.”
“뭐가 말이죠?”
“네놈은 필히 죽여야 할 놈이다.”
고작 반년도 안 되어 무공을 익히지 않았던 애송이 녀석이 대종사 급의 고수가 되어 나타났다.
이놈은 너무 위험하다.
육천, 아니 그분이 찾는 예언의 그것보다도 말이다.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그때 죽였어야죠.”
-스륵!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경운의 신형이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초고속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이광이었지만 애써 목경운을 찾지 않았다.
오히려 대뜸 흑색 검의 검병을 거꾸로 쥐더니 이내,
-푹!
‘!?’
순간 목경운이 그의 앞에서 멈춰 섰다.
그러더니 이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싱거운 결론이로군요. 아니 자결을 해서라도 입을 막겠다는 건가요?”
“끄으으으.”
고통의 신음성을 내고 있는 이광.
그는 예상치 못한 돌발행동을 했다.
그것은 자신의 흑색 검을 스스로의 가슴 심장부에 박아넣은 것이었다.
누가 봐도 이것은 자결 행위였다.
“아아아.”
목경운이 그런 그의 지독함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적당히 고통을 느끼게 한 뒤에 그의 입을 벌리게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힘에 굴복하여 입을 여는 것이 아니라, 자결을 선택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팍!
목경운이 비틀거리며 뒤로 쓰러지려 하는 그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한데 곱게 죽게 둘 순 없군요. 다른 건 몰라도 이 두 가지 만큼은 당신에게 들어야 하거든요.”
“끄으으으.”
“두 가지만 얘기해준다면 편하게 보내드리죠. 귀검은 누구······.”
-흠칫!
순간 목경운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광의 눈동자가 어느새 하얗게 되어 백안(百眼)이 되어있었다.
그런데 변화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불룩! 불룩!
어느새 그의 목과 얼굴 피부에 오돌오돌한 비늘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것은 흡사 뱀의 비늘과 닮아 있었다.
‘!?’
뭐지? 이 기괴한 변화는?
의아해하는데 이광이 이가 급격하게 날카로워져 가며 기운도 바뀌었다.
이 기운은 내공이 아니었다.
진기가 요력(妖力)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설마?’
목경운이 그의 가슴에 찔러 들어가 있는 흑색 검을 쳐다보았다.
혹시 하는 마음에 목경운은 검병을 붙잡았다.
그 순간 흉폭한 요성이 폭발적으로 올라와 그것이 목경운을 강하게 거부하며 밀어냈다.
-파앙!
공중으로 살짝 떠오른 목경운의 신형이 여덟 보가량 떨어진 곳에 착지해졌다.
밀려난 목경운이 가늘어진 눈매로 이광을 쳐다보았다.
귀안(鬼眼)을 개방한 목경운의 눈에는 이광의 배후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요력이 형태를 갖추는 것이 보였다.
대체 얼마나 격이 높은 요력이기에 기운이 형태마저 갖추는 것일까?
-고오오오오오!
사슴처럼 솟은 검은 뿔과 타오를 듯한 붉은 등 깃.
뱀처럼 길게 이어지는 비늘의 거체.
그것은 서책에서나 보았던 전설적인 존재인 교룡(蛟龍)이었다.
그 모습에 목경운의 입술이 실룩거리며 올라갔다.
“이것 참······. 숨겨진 한 수가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