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20)
-쩌저적! 쩌적!
숙소 건물의 벽이 갈라지고 기와마저 부서지기 시작했다.
지붕 기와에 서있던 마라현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거리가 꽤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살의(殺意)의 파동은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한낱 인간의 살의가 이렇게까지 격동을 들끓게 하는 것은 처음 본다.
“아미타불. 주인 놈의 속에 마구니가 가득하다 여겼는데, 그게 아니라 마구니 그 자체였구만.”
지붕 아래 팔짱을 끼고 있던 파계승 자금정이 깨진 염주를 만지작거리며 오랜만에 염불을 외웠다.
마구니(魔仇尼).
불도의 경전에서는 마(魔)를 그 자체를 두고서 여러 표현을 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마구니인데 이는 마군(魔軍) 혹은 천자마(天子魔)….그리고 천마(天魔)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상대능력을 익힌 자금정은 대자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대자연의 기운마저도 요동치고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저 살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분노하면 이 정도의 살의를 내보일 수 있는 거지?
자금정이 목경운을 바라보았다.
흘러나오는 마기(魔氣)에 뒤덮여 있는 모습이 마구니 그 자체다.
-고오오오오오!
‘이, 이놈 대체 뭐야?’
목경운의 진기에 붙잡혀 허공에 떠있는 이광은 난생 처음으로 두려움에 질린 표정이 되었다.
그분을 처음 배알했을 때조차도 이렇게 두려웠던 적은 없었다.
그저 위압감에 사로잡혔을 뿐인데, 지금은 눈조차 마주치기 힘들 정도로 심장이 마구 뛰고 있었다.
‘어째서….어째서 이러는 거지?’
이광은 두려워하면서도 당혹스러웠다.
찾고 있는 자가 하필이면 왜 문노 그 늙은이란 말인가?
그 늙은이에게는 혈육도 뭐고 아무 것도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에 이광이 이런 공포심을 겨우겨우 억누르며 입술을 뗐다.
그리고 난생 처음으로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이 엄청난 살의와 악(惡)으로 물든 심성.
“무…..무슨…..오해…..”
-슥!
그때 목경운이 손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손을 우측으로 살짝 젖혔다.
-뿌드드득!
그러기가 무섭게 이광의 오른팔이 강제로 들리더니, 이내 오른쪽으로 뜯겨져나가고 말았다.
“끄아아아아악!”
기껏 붙었던 팔이 다시 뜯겨져나감에도 그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며 이광이 거칠게 숨을 헐떡였다.
요력에 의한 재생 능력 덕분에 빠르게 뜯겨나간 부위가 아물고 있었지만, 멀쩡하던 팔이 뜯겨졌으니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비, 빌어먹을! 아파. 너무 아파. 끄으으.’
잘렸을 때보다도 더 아프다.
차라리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괴로워하던 이광이 무심결에 고개를 들었다가 목경운과 눈이 마주쳤다.
그저 눈을 마주쳤을 뿐인데 그 순간,
-촤촤촤촤촤촤촤촤!
전신이 검에 의해 난도질 당하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그것도 잠시가 아니었다.
마치 도살장에 묶여 있는 고깃덩이처럼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쉬지 않고 마구 베이는데, 그것이 끝이 없이 느껴졌다.
종일, 아니 며칠 동안 이어지는 것만 같다.
-푸슉! 푸슉!
‘이게 대체?’
살의 때문에 뒤로 물러나 있던 섭춘이 기이한 광경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광이 경련을 일으키는데, 전신이 저절로 베이며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예기조차 느껴지지 않는데 너무도 기이하여 섬뜩했다.
“하악!”
그러다 이광이 거칠게 호흡을 내뱉으며 허리를 뒤로 젖혔는데, 그의 입에서 검은 핏물이 쏟아져 나왔다.
검은 피를 쏟아내다시피 할 만큼 뱉어낸 이광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방금 그건 뭐지?
며칠 내내 난도질을 당한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찰나에 불과했다.
그저 환상에 불과한 건가 했는데,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심지어 오장육부마저 피폐해진 것 같다.
“끄으으으으.”
너무 아프다.
제발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만큼 힘들었다.
이에 이광이 애원을 하듯이 말했다.
“그, 그만…..제발 그만……”
“겨우 이 정도로 지치면 곤란하죠. 이제 시작이에요.”
-슥!
목경운이 이번에는 손을 좌측으로 살짝 젖혔다.
-뿌드드득!
그러기가 무섭게 이광의 왼팔이 들어 올려지며, 이내 왼쪽으로 잡아당겨지다 이내 뜯겨져나가고 말았다.
“끄아아아아악!”
이광의 백안(白眼)의 핏대가 터져나가며 두 눈이 붉어졌다.
심지어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체내의 요력 때문에 몸이 수복되느라 쉬이 죽지 못해서 더 괴로웠다.
목경운도 이를 알기에 마기(魔氣)나 사기(死氣)를 쓰지 않고서 그에게 고통을 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왜 그랬어요?”
“끄으으으. 무, 무얼……”
“문노를 왜 죽였냐고 묻고 있어요.”
“나, 나는……”
-푹!
“컥!
머뭇거리는 그의 복부로 목경운이 손이 파고들었다.
단단한 비늘마저 가볍게 뚫은 목경운은 손으로 그의 장기를 움켜쥐었다.
“끄아아아아아악!”
겉이 상처나는 것도 괴로운데, 직접적으로 장기에 고통을 가하자 이광은 금방이라도 실신할 것처럼 몸을 마구 떨어댔다.
심지어 유일하게 입고 있는 하의가 빠져나오는 체액과 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주, 죽어야 해.’
안되겠다 싶었는지 이광은 극단적인 선택을 마음먹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체내의 기운을 운기할 수 없는 것이 아니기에 이를 폭주시켜서 죽음을 유도하기로 마음먹었다.
해서 기운을 끌어올리려 하는데,
-꽉!
“허억!”
그때 복부로 파고들었던 목경운의 손이 어느새 그의 단전 쪽으로 향해 있었다.
단전의 목경운의 손이 닿자,
-파스스스스!
뭉쳐있던 내공이 기이한 기운에 의해 부식되듯이 흩어져갔다.
그렇게 흩어진 기운들은 그의 통제력에서 벗어나 피부를 통해 체외로 아지랑이처럼 빠져나왔다.
“으어어어.”
기운이 빠져나가자 그의 피부에 있던 비늘들도 점차 색을 잃어갔다.
그러자 지금까지 느끼던 고통이 점차 배가 되어갔다.
복부에 박힌 손을 조금만 움직여도 너무 아파서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끄아아아아, 제발! 제발 죽여줘.”
“그럴 수야 있나요.”
“죽여….죽이라고…..”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에 목경운이 입 꼬리가 양 귀에 닿을 만큼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이광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자신의 죽여달라는 애원은 이놈을 계속 즐겁게 만들 뿐이었다.
그렇다고 이를 억지로 참고서 견뎌보고 싶지만, 이미 한 번 두려움에 빠진 이후부터는 이미 그런 의지는 꺾여 나간지 오래였다.
견딘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으으으으으.”
“저는 당신이 제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그냥 계속 그렇게 괴로워하면 돼요.”
이것은 진심이었다.
목경운은 그에게 지옥보다 더 한 고통을 줄 생각이었고, 그것은 잠깐으로 끝낼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작정이었다.
고작 한 번으로 끝내려고 찾아다닌 게 아니었다.
그러는데 이광이 있는 힘을 다해 무언가를 말했다.
“대……체…..대체……문노와…..무슨…..관계이기에…..내게……내게 이러는….거냐?”
“아아. 그렇죠. 그래. 그걸 알아야죠.”
목경운이 고개를 슥 하가고 돌리더니 섭춘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섭춘. 잠시 저쪽으로 가있겠어요?”
“아, 알겠습니다.”
-팟!
목경운의 명에 창백해진 안색으로 지켜보고 있던 섭춘이 이내 부리나케 숙소 건물이 있는 곳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가 가자 목경운이 다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맞아요. 그쪽이 왜 고통스러워야 하는지 그 이유는 알아야죠.”
“으으으으.”
“제 할아버지예요.”
‘!?’
그 말에 이광이 두 눈이 커졌다.
지금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문노가 할아버지라고?
“그, 그게…..무슨?”
“들은 그대로에요. 문노는 제 할아버지이에요.”
“그럴 리가? 문노에게는 혈육이 없는 걸로…….엇?”
이광의 머릿속에 불타고 있는 집이 떠올랐다.
해영약선 그 미친 노친네가 자신들의 접근을 눈치 채고서, 살고 있던 흔적을 없애고서 도주하기 위해서 집을 불태운 줄 알았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집을 불태운 것은 자신이 살고 있었다는 흔적을 없애기 위함이 아니었다.
이놈을 숨기기 위해서다.
자신과 함께 있던 존재를 감추기 위해 집을 태운 거다.
‘잠깐……그런데 제 일계 귀검 공은 어찌…..’
-팍!
“끄아아아악!”
그때 목경운이 그의 장을 움켜쥐었다.
통증에 이광이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친 혈육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놀랄 건 없어 보이는데, 뭘 알고 있나보죠? 그게 할아버지를 죽인 이유인가요?”
“제, 제발 이걸 좀 놓고……끄으으으.”
“아픈가요? 참으세요. 금방 익숙 될 테니까요.”
이 미친 놈이 장기를 움켜쥐고서 금방 뭐가 적응된단 말인가?
이놈은 정말 악마(惡魔)란 말인가?
괴로워하던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악?’
이광의 떨리는 눈동자에 비친 마기를 풀풀 풍기고 있는 목경운의 모습은 마귀 그 자체였다.
그 모습에 이광은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성화령주 저 늙은이가 했던 그 예언.
그 예언의 원문이 떠올랐다.
[성스러운 불꽃을 검은 악(惡)으로 물들일 아흐리만의 화신이 현세에 나타날지어니 경계할지어다.]그분께서는 예언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외의 존재일 거라 하셨다.
그것은 영물이나 이매망량과도 다른 존재이기에 반드시 없애야 할 악(惡)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를 비롯해 모두가 당연히 그것을 인외의 존재라 여겼다.
그런데 아무래도 착각했던 것 같다.
‘…….이럴 수가.’
이렇게 가까이에 두고도 미처 알아보지 못하다니.
무공조차 익히지 못했고 이를 익히기에는 너무도 늦은 열일곱에 반 년도 되지 못해서 대종사의 경지로 오를 정도의 이 괴물 같은 오성.
이것은 평범한 인간이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
이광이 고개를 들어 목경운을 빤히 쳐다보았다.
배화교의 장 호법……해영약선 문노 그 늙은이가 기를 쓰고도 숨기려 했던 존재……그것은 바로,
“네, 네놈이었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죠?”
“네놈이 예언 속 아흐리만의 화신이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