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21)
“네놈이 예언 속 아흐리만의 화신이었어.”
‘아흐리만의 화신?’
제 이계 이광의 말을 듣는 순간 목경운은 암종주 환야선이 경문과 함께 가지고 있던 파사국의 글귀를 떠올렸다.
분명 그것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흐리만의 화신이 현세에 나타날지니 경계할지어다……지금 이걸 말하는 건가요?”
“네놈?”
목경운의 말에 이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놈이 그 예언을 어떻게 아는 거지?
이것을 아는 자들은 조직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했고, 자신이 알기로 배화교에서도 성화령주를 비롯해 교부 급 이상의 존재들만 아는 걸로 안다.
한데 이놈은 배화교의 인물이 아니었다.
대체 이게 어찌 된 영문이지?
“네놈 그걸 어디서 들은 거지?”
그런 그의 물음에 목경운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뭔가 착각을 하고 있군요.”
“뭐?”
“질문은 오직 저만 할 수 있어요.”
-슥!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왼손 주먹을 움켜쥐며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이광의 왼쪽 다리의 허벅지가 잡아당겨져 금방이라도 뜯겨질 것처럼 살점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끄으읍.”
-으드득!
이광이 이를 악물고서 버텨보려고 했다.
그러나 양팔이 뜯겨지는 고통을 겪었다고 해도 여전히 이 고통은 조금도 참을 수가 없었다.
-뿌드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악!”
이광의 입에서 괴성에 가까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기어이 왼쪽 다리가 뜯겨져나가고 말았다.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오른쪽 다리와 몸통, 그리고 머리 뿐이었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몸이 되어버린 이광이 피가 섞인 침을 질질 흘리며 괴로워했다.
그런 그의 턱을 들어올리며 목경운이 말했다.
“다시 얘기를 이어나가볼까요? 왜 저한테 아흐리만의 화신이라고 한 거죠? 그건 배화교의 예언이자 지시사항으로 알고 있는 데요.”
“끄으으으…..”
“대답이 늦군요. 그럼 좀 더 의욕을 가지게…..”
“…….성스러운….불꽃을…..검은….악으로 물들일….아흐리만의….화신이 현세에 나타날지니…경계할지어다.”
“성스러운 불꽃을 검은 악으로 물들일?”
목경운의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보았던 것과는 예언이 달랐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자신이 보았던 글귀에는 뒷부분만 적혀있을 뿐이었다.
이에 의아해하던 목경운이 물었다.
“방금 그 말은 누구에게 들은 거죠?”
그 물음에 이광이 힘겹게 눈동자를 돌려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그 누군가는 기절해 있는지 바닥에 엎어져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성화령주였다.
이를 본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역시 성화령주는 이 조직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었다.
지금은 적대적인 관계에 가깝다고는 하나 과거에는 우호적인 관계였을 수도 있었다.
“하아…..하아…..”
아무리 요력에 의해 생명력이 인간을 넘어섰다고는 하나, 단전에 있는 기운도 상당수가 흩어지고 출혈도 심해서인지 이광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낯빛이 연한 보랏빛으로 변색되어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보였다.
이에 목경운이 복부를 관통하고 있는 손을 단전 쪽으로 갖다 댔다.
-스스스스!
“허억!”
이광의 반쯤 감겼던 눈동자가 번뜩하고 뜨였다.
목경운의 손을 타고 들어가는 기운 덕분에 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건 대체?’
이광이 영문을 알 수 없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목경운의 손을 타고 들어온 기운은 내공이 아니라, 자신과 거의 일체가 된 흑색 검에서 흘러들어온 기운과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이 기운은 요력(妖力)이었다.
금모구미호로부터 받은 정제되지 않은 요력의 일부를 아직 가지고 있었기에 이를 아주 조금 불어넣은 것이었다.
‘빌어먹을.’
반쯤 정신이 나갔던 이광은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자연스레 숨이 끊어졌을지도 몰랐는데, 놈이 기운을 불어넣은 덕분에 출혈도 멎어갔고 정신이 돌아왔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다니.’
참으로 공교롭기 그지없었다.
살고 싶다는 욕망보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게 정신이 든 것을 괴로워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이제 좀 살만한 가보군요. 그럼 얘기를 계속해보죠. 그 아흐리만의 화신이라는 게 뭐죠?”
“…….모른다.”
“알게 해드릴 까요?”
“정말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그저 아흐리만의 화신은 인외의 존재이자 악(惡) 그 자체라는 것뿐이다.”
“인외의 존재?”
“그래……네놈의….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를 보면 그 예언이 틀린 것도 아니구나.”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고 보니 그들은 할아버지가 감춘 무언가를 찾는다고 했다.
이에 자신은 그것이 단순히 귀한 물건이라고만 여겼다.
‘물건이 아니었나?’
이들이 찾고 있는 것이 예언에서 말한 무언가였고, 그 예언이라는 게 암종주 환야선이 가지고 있던 그 글귀에서 말하는 아흐리만의 화신이었던 건가?
한데 이것도 뭔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자는 마치 확신에 찬 것처럼 자신을 아흐리만의 화신이라 여기고 있었다.
“왜 제가 아흐리만의 화신이라 생각하는 건가요?”
“…….네놈이 아니면 누가 아흐리만의 화신일 수 있겠느냐?”
“흥미로운 발상이군요.”
“가슴 한 가운데 구멍이 뚫리고도 멀쩡히 살아남았고, 뒤늦은 약관에 가까워진 나이에 무공을 익혀서 고작 반 년 만에 벽의 벽을 넘어섰다. 네놈은 평범한 인간이 그런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런 이유라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뭐?”
“왜 안 된다고 여기는 거죠?”
“그게 무슨…..”
“해보지도 안하고서 스스로 한계를 긋고서 안 된다고 여기면 될 일도 안 되는 법이죠.”
“하!”
이런 목경운의 말에 이광이 기가 막혀 했다.
지금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한계나 의지에 관한 문제가 아니었다.
체질적으로 남들과 다르다 해도, 천부적인 무재를 지녔다고 해도 이건 평범한, 아니 인간으로서 하기 힘든 일들이었다.
놈은 인간의 규격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분께서 인외의 존재라 부른 것에도 전부 이유가 있었다.
“네놈은…..네놈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군.”
“위험이라……”
-꽉!
목경운이 이광의 잡고 있던 턱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딴 건 전부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당신들이 누굴 죽였느냐이니까요.”
“네놈……”
“듣자하니 표식을 남기는 건 조직에 있어서 경고라고 들었는데 왜 죽였죠? 귀검은 할아버지에게 경고를 하고서 떠난 것 같은데 당신은 왜 그걸 어기고 할아버지를 죽인거죠?”
-움찔! 움찔!
말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옥죄여오는 살기에 이광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어떻게 살기만으로 이렇게 위압감을 넘어서 위협까지 느끼게 하는 거지?
자신이 아니라 평범한 자들이었다면 살기 자체만으로도 견디지 못해서 숨이 끊어졌을지도 모른다.
“대답이 없군요. 저는 당신이 종일 입을 다물고 있어도 상관없답니다. 하루, 아니 한 달, 일 년 동안 입을 다문다면 그만큼 당신을 괴롭게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거니까요.”
그 말과 함께 섬뜩하게 올라가는 입 꼬리.
이런 목경운의 얼굴을 보자 이광은 차마 견딜 수가 없었다.
이놈의 악의(惡意)라면 정말로 그렇게 할 것 같다.
이에 마음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이광이 말했다.
“제발…..제발 죽여다오.”
“죽고 싶나요?”
“제발…….”
“애원까지 하시다니 참 마음 약하게 하시는군요.”
“……..”
빌어먹을 자식.
말과는 달리 살기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렇게나 강하게 살기를 내뿜으면서도 자신을 어떻게든 더 괴롭게 만들려는 모습이 질릴 지경이었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죽고 싶나요? 그럼 전부 얘기하세요. 당신을 빨리 죽여야 할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세요.”
‘아아아.’
차라리 다른 자들처럼 머릿속에 금제가 심어져 있었다면 좋았을 뻔 했다.
제 이계(二界)의 간부들이라 해도 대부분은 금제가 되어 있다.
그러나 그는 선대의 공로 덕분에 유일하게 금제가 없기에 스스로 자결을 유도 할 수도 없었다.
머뭇거리는 그에게 목경운이 속삭였다.
“아직까지 견딜만한가 보군요. 그럼 몸속에 장기를 하나씩 가른다면 어떤 느낌일지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파슥!
목경운이 복부에 파고들어있는 손에 미약하게 예기를 일으켰다.
-촤촤촤촤촥!
“끄읍.”
날카로운 기운이 오장육부로 퍼져나가자 이광의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내장을 움켜쥐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끄에엑.”
수백 개의 부서진 칼날이 장기 하나하나를 베고 찌르는 것 같았는데, 너무 고통스러워 토악질과 눈물이 나왔다.
“좋은 얼굴이네요. 잘 견디시니까 더 가보도록 하죠.”
목경운이 예기의 강도를 더욱 올리려 했다.
이광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분을 향한 충성심 때문에 어떻게든 이를 꿋꿋히 버텨내려 했던 그였지만 이내 그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이광이 황급히 소리쳤다.
“문노를 진짜로 죽게 만든 건 내가 아니다!”
‘!?’
그 외침에 예기의 강도를 올리려던 목경운이 멈칫하며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고통으로 피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이광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목경운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분명 당신이……”
“나는 그저 문노의 최후에 일조했을 뿐이다.”
“……일조했을 뿐이라고요?”
이런 목경운의 반문에 이광이 회상에 젖어든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 *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말 그대로다. 만약 제 일계 귀검이 해영약선에게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그냥 물러난다면 이광 그대가 은밀히 임무를 이어받아라.] [어찌 그런?] [귀검은 그분의 명보다 천지회주와 밀약을 우선시 한다.] [그런 거라면 귀검이 아닌…..] [아니. 임무는 귀검이 진행할 거다.] [하면 천지회주…..아닙니다.]이내 이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천지회주는 그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분조차 그저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은가.
괜한 호승심을 부리기보다 주어진 명대로 천지회주의 안위만 지키면 될 뿐이었다.
* * *
‘연기?’
산중 한 가운데 피어오르는 연기에 의아함을 느낀 이광이 서둘러 그곳으로 향했다.
귀검이 완전히 물러나기만을 멀리서 지켜보며 기다렸던 그였다.
-파파팟!
귀검이 경공을 펼치며 어딘가로 급하게 향하는 것을 발견했다.
도망보다는 뭔가를 쫓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뭐지?’
의아했지만 어쨌거나 기회가 왔다.
과연 귀검이 뭔가를 알아내거나 그를 붙잡았을까?
아니면 우려대로 행동을 했을까?
그렇게 도착한 이광은 불타고 있는 집 한 채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텃밭에 비틀거리며 겨우 서있는 한 늙은이를 발견했다.
바로 해영약선 문노였다.
‘우려대로인가.’
역시 귀검은 문노를 잡지도 죽이지도 않았다.
대체 무슨 속셈인 거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이광이 미간을 찡그렸다.
‘음?’
문노의 주변에 여러 대결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걸로 보아 귀검과 겨룬 건가 했는데, 뭔가 이상했다.
검의 고수인 귀검(鬼劍)과 겨뤘다면 분명 주변에 검흔(劍痕)이 남아 있었야 했는데, 그런 흔적들은 없고 온통 장법이나 독공의 흔적만이 일부 남아있었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이광이 이내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는 문노에게 다가갔다.
문노는 부상이 심한지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았다.
[장 호법, 아니 문노.] [……..이광?]그를 발견한 문노가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귀검 말고도 후발대를 보낼 거라는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에 이광이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귀검과 겨룬 줄 알았는데, 주변을 보면 꼭 다른 사람과 겨룬 것 같습니다. 그려.]주변에 아무리 봐도 검흔이 없다.
귀검이 아니면 대체 누구와 이곳에서 싸웠던 거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이내 문노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무형독(無形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