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27)
“목(目)과 간(艮)은 따로가 아니라 결국 하나였군요. 눈 안(眼)······. 세 번째 목간이 뜻하는 건 결국 삼안(三眼)이네요.”
‘아!’
이런 목경운의 말에 성화령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 역시도 밀회의 수장인 밀주를 그 산하의 수하들이 목간이라 부르는 것을 들었다.
이를 단순히 특이한 이름으로만 치부했었는데, 목경운의 말을 들어보니 소름이 돋았다.
‘세 번째 눈······.’
그녀는 너무도 가까이에서 그자의 이마에 나 있는 세 번째 눈을 보았다.
그것은 기억 속에 강하게 각인되었을 만큼 너무도 공포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입을 열었다.
“또 다른 삼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그 다른 삼안이 이렇게 밀접한 관계일 줄은 몰랐군요.”
“또 다른 삼안이라니 그게 무슨······.”
“그쪽이 알바는 아니지만 삼안이라는 게 하나만 있는 게 아닌 듯······!?”
그때 목경운이 미간을 찡그렸다.
그것은 문득 보고에 두루마리에 봉인되어 있던 시해왕 괴물 너구리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처음 삼안의 존재를 언급한 것이 바로 그 괴물 너구리였다.
놈은 자신을 두루마리에 봉인한 것이 삼안(三眼)이라고 했다.
‘설마 이 삼안이······. 그 삼안인가?’
미간을 찡그리던 목경운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만약에 정말로 이 삼안의 존재가 시해왕을 봉인한 그 삼안이라면 꽤나 성가셔진다.
육마(六魔) 중 하나이자 신수(神獸)에 한없이 가까운 존재마저 봉인시킬 수 있을 정도라면 그 이상의 힘을 지녔음을 의미했다.
‘······.’
급격히 강해진 지금도 아직 시해왕 괴물 너구리도 그렇고, 개봉의 황궁에서 마주쳤던 백면왕 금모구미호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세 번째 목간. 즉, 삼안이 육마 이상의 강함을 지녔다면 여전히 복수의 길이 요원할지도 몰랐다.
“흐음.”
하지만 아직까지 단정 짓기는 어려웠다.
삼안이 하나가 아니라 했다는 건 둘이 될 수도 있고 셋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시해왕을 봉인한 삼안과 조직의 그분인 세 번째 목간이 동일한 존재인지 아닌지는 아직까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한데 의외네.’
삼안(三眼)의 존재는 인간이라 보기 힘들었다.
그것은 인간의 몸에 기생해 있는 격이 높은 이매망량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존재가 할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조직의 수장이라니 갈수록 모든 것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대체 목적이 뭐지?’
거짓 예언을 만들어낸 장본인이자 할아버지의 죽음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을지 모를 존재.
이 존재의 진짜 목적이 궁금해졌다.
목경운이 고개를 돌려 성화령주를 쳐다보았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숨소리가 점점 약해져가는 그녀의 상태는 상당히 나빠 보였다.
이에 목경운이 말했다.
“조금 쉬고······.”
-털썩!
그 순간 성화령주가 눈이 뒤집혀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 * *
-슈우우우우!
두 눈을 감고서 운기에 집중하고 있는 섭춘의 전신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검은 아지랑이는 기존의 내공과는 그 궤를 달리했다.
내공에 변화가 생겨난 섭춘의 등 뒤로 목경운이 손바닥을 얹고서 운기를 돕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그러다 이내 목경운이 손바닥을 뗐다.
-탁!
이윽고 운기에 집중하고 있던 섭춘이 눈을 뜨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체내를 돌고 있는 내공에 이 흉폭하면서 어두운 기운이 더해지면서 그 성질에 변화가 생겨났다.
‘기이한 기운이다. 정순함과는 완전히 상반된 파괴적인 기운임에도 불구하고 순도가 높다. 마치 원기와도 같다.’
원래라면 이 기운은 내공과는 섞일 수 있는 류가 아니었다.
그러나 목경운이 마치 덧칠을 하듯이 이 기운을 뒤덮으며 내공이 완전히 변질되게 되었다.
‘기운이 달라진 것뿐만 아니라 더 강해졌어.’
무인이 타인에게 완전히 자신의 몸을 맡기는 것은 아무리 주종관계라고 해도 힘들었다.
하지만 섭춘을 비롯한 몽무약은 이것이 일종의 충성 시험이라 여겼기에 자신들의 몸을 맡겼다.
그런데 결과는 매우 뜻밖이었다.
이에 섭춘이 목경운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서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하며 말했다.
-팍!
“주군께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릴 필요까진 없어요. 마기(魔氣)를 최대한 체화하도록 하세요.”
“마기······마기로군요. 명심하겠습니다.”
뭔가 기운을 받은 이후로는 선택받았다는 느낌에 사로잡혀서 그런지 목경운의 목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들뜨는 섭춘이었다.
“그럼 가보세요.”
“네, 주군.”
그렇게 섭춘이 가자 목경운의 귓가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참으로 기묘하구나. 그게 정말로 되다니.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청령이었다.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렇네요. 죽은 자들의 기운인 사기(死氣)와 다르게 마기(魔氣)는 잠식이 가능하네요.
잠식(蠶食).
말 그대로 누에가 뽕잎을 먹듯이 침식되어가는 것이다.
마라현이 마기를 체화하고 나서 충성심이 높아지고 급격히 역량이 상승한 것을 눈여겨보았던 목경운은 섭춘과 몽무약에게 마기를 불어넣었다.
애초에 내공은 운기법의 차이에 따라 그 성질이 조금씩 달라지기에 배척 현상이 벌어질 수 있었지만 상대가 완전히 몸을 맡긴다는 전제하에서는 놀라운 결과가 일어났다.
-중생 네놈의 아류들을 만들어냈구나.
-쓸모 있는 아류죠.
이런 목경운의 말에 청령이 부정하지 않았다.
완전한 마기의 경우 상대의 몸을 잠식하는 걸 넘어서 내공을 전부 파괴시키기에 목경운은 이 기운의 순도를 낮춰서 주입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목경운과 흡사한 기운을 지닌 존재들이 탄생한 것이었다.
-저 땡중 같은 특이 운기 체질이 아니라면 마기를 이용해 중생 네 녀석만의 심복들을 만들어낼 수 있겠구나.
청령이 말한 땡중은 파계승 자금정이었다.
자금정의 경우는 마기를 불어넣으려 했지만 그것이 체외로 빠져나왔기에 침식시키는 것이 불가능했다.
아마도 무상대능력(無上大能力)의 운기법 때문이라 짐작했다.
소림의 운기법 자체에는 불도의 깨달음이 담겨 있어서 철저하게 배척하는 현상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뭐 이런 경우만 아니면 문제될 건 없겠죠.
-무슨 심경의 바람이 분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 녀석만의 심복들을 늘려나가는 걸 보니 제대로 세력을 갖추려는 것이냐?
-글쎄요. 어중이떠중이보다는 제대로 된 자들이 쓸모 있을 테니까요.
-제대로 된 자들이라······. 네놈의 아류들이 늘어나는 게 과연 좋은 일이 될지 아닐지 모르겠구나.
-패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죠.
패라······.
이 녀석 점점 변해가는 게 체감 된다.
전에 말했을 때의 패는 정말로 패였다.
말 그대로 언제든지 써먹다가 버릴 수 있는 패였으나, 지금은 정말로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려 하고 있었다.
이런 변화가 싫지는 않았지만 녀석의 안에 잠재되어 있는 그 존재가 계속 마음에 걸리는 청령이었다.
‘······검은 눈.’
왜 계속 그때의 기억이 맴도는 것일까?
* * *
마기를 받아낸 섭춘이 숙영지 옆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는 몽무약의 곁으로 다가갔다.
운기에 매진하고 있다고 여겼는데, 몽무약이 도중에 눈을 떴다.
그런 그에게 섭춘이 말했다.
“주군께 받은 기운은 전부 체화했나?”
“······너보다 고작 반 시진 전에 받았다.”
짧은 시간 안에 체화할 수 있는 기운이 아니었다.
하지만 서로가 같은 기운인 마기(魔氣)를 지니게 되자, 마치 기감을 통해 상대를 읽는 것처럼 기운의 상승폭이 확실히 느껴졌다.
‘기운이 강해졌군.’
섭춘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소림의 소환단을 흡수하고 마기를 체화하기 시작한 몽무약의 기운은 거의 초절정의 극(極)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섭춘만이 아니었다.
몽무약 역시도 섭춘이 주군에게 마기를 받은 후로 기운이 한층 강해진 것이 체감되었다.
그러나 정말로 괴물은 따로 있었다.
몽무약이 모닥불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마라현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벽을 확실히 넘어섰다.’
깨달음을 얻었지만 그것이 갈무리 되지 않았었던 마라현이었다.
그런데 최근 소환단을 흡수하고 나서 그 깨달음을 완전히 체화했는지 기운이 제대로 안정화되었다.
이 정도라면 화경의 초입은 확실히 넘어섰다.
대체 어느 정도의 깨달음을 얻었기에 이 정도로 급격하게 역량이 상승한 것일까?
혀를 내두르던 몽무약이 이내 모닥불 앞에 앉아서 호리병의 술을 들이키고 있는 파계승 자금정을 힐끔 쳐다보았다.
‘가면 녀석도 그렇지만 저 땡중도 만만치 않아.’
특유의 운기법 때문에 그런지 그 역량이 도저히 읽히지 않았다.
분명 벽을 넘어선 것 같진 않았는데, 어째서 녀석의 기운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없을까?
딱히 수련을 하지도 않는데 어째서 계속 강해지는 것 같지?
가면 녀석보다도 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방심할 게 아니군.’
지금 자신이 볼 때 이 자리에 있는 네 사람은 장차 주군의 가장 최측근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인지 주군도 자신들의 역량을 더 높여주려 하고 있었다.
이럴 때 뒤쳐진다면 최측근 중에 가장 낮은 서열이 부여될지도 몰랐다.
‘더 강해져야 해.’
전의가 부쩍 샘솟는 몽무약이었다.
물론 그것은 섭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더 이상의 대화 없이 운기를 하며 주군에게 하사받은 마기를 체화하는 데 열중했다.
* * *
‘아?’
정신을 차린 성화령주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대체 여긴 어디지?
그분의 화신일지도 모를 목경운과의 대화 도중에 팔이 잘린 출혈이 심해서인지 정신을 잃었던 그녀였다.
내공을 익힌 것도 아니었고 노구인 그녀의 체력으로는 견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녀가 문득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밤이었는지 어두워서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잘린 팔의 감각이 느껴졌다.
해서 설마하는 마음에 양팔을 감싸며 매만졌는데, 잘렸던 팔이 붙어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거지?
자신이 꿈이라도 꾼 것일까?
분명 팔이 잘려나갔었는데 어째서 멀쩡한 걸까?
의아해하던 그녀가 혹시 하는 마음에 귀를 만져보았다.
그런데,
‘······.’
잘려나간 귀가 없었다.
팔은 붙어 있었지만 귀는 잘려나간 그대로였다.
대체 이게 무슨 영문인 거지?
당혹스러워하는데 앞에서 끼익 소리와 함께 어두웠던 공간이 갈라지며 문이 열렸다.
‘헉!’
희미하게 들어오는 모닥불의 불빛.
그것을 등지고 있는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내.
그는 다름 아닌 목경운이었다.
목경운을 보는 순간 두려움에 사로잡힌 성화령주가 자신도 모르게 흠칫하며 몸을 뒤로 움직였다.
-팍!
그러나 뒤가 막혀서 더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불빛 덕분에 주변이 보였는데 자신이 있는 이곳은,
‘마차?’
분명 마차가 틀림없었다.
정신을 잃은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안으로 들어와 마차의 문을 닫으며 말했다.
“숨소리가 달라진 것 같아서 문을 열었는데 역시 깨어났군요. 이제 좀 정신이 드나요?”
“노, 노부가 정신을 얼마나 잃었던 건가?”
“나름 내공까지 불어넣었는데 출혈이 심해서 그런지 거의 아흐레 동안 깨지 못하더군요. 죽으면 별수 없나 싶었는데 다행히 깨어났군요.”
아흐레?
그렇게나 오랫동안 정신을 잃었던 건가?
어쩐지 몸 전체에 힘이 풀리는 게 이상하다 했다.
그런데 지금 다행이라고 했나?
“아직 물어볼 것도 더 있고 써먹을 데도 있는데 벌써 죽으면 곤란하거든요.”
“······.”
그래.
그러면 그렇지.
이 악귀 같은 자가 자신을 선의로 살려둘 리가 만무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성화령주는 갑자기 모든 것이 허탈해지며 서글퍼졌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침체 된 그녀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이곳이 어딜까요?”
그 물음에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흐레나 정신을 잃어 있었으니 이곳이 어딘지 알 수 있을 리가 있나?
그러는데 목경운이 웃으며 말했다.
“광원이랍니다.”
‘과, 광원?’
성화령주의 두 눈이 커졌다.
광원(廣元)은 사천성(四川省) 북부의 초입에 있는 작은 현(縣)이었다.
사천당가(四川唐家)는 사천성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성도(成都)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차를 타고 부지런히 이동한다면 열흘 안에 도착할 거리였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