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34)
목경운은 평범한 이들에 비해 남다른 기억력과 체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한 번 본 것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고,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이런 목경운의 능력은 귀안을 개방하고 삼안의 요력을 얻게 되면서 더욱 극대화되었기에 평범한 움직임 이외에도 기와 구결로 이루어진 식(式) 또한 체화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완전무결하게 훔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구결이 기로서만 이루지지 않고 심상에까지 이른 절세무공이라든지 특수한 심공이 받쳐주지 않으면 행할 수 없는 것들은 아무리 그라 해도 체화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런 류의 무공 중 하나가 바로 육천호 소예린의 검법 초식 중 하나인 축아회검(逐亞回劍)이었다.
‘선천진기로만 구현이 가능한 건가?’
이 초식으로 인해 낭패를 본 적이 있었기에 이를 흥미롭게 여겨서 유심히 살폈던 그였다.
하지만 유독 이 검법을 구현해내는 것이 어려웠다.
아무래도 선천진기라는 특유의 기운이 있어야만 초식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이것은 계속 그럴 것 같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벽의 벽을 넘어서게 되면서 기에 대한 이해도가 완전히 달라진 그는 완전무결하게는 힘들더라도 선천진기의 운기요결마저 모방하여 구현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여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쾅!
목경운이 바닥을 향해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그리고는 검신을 잡아당기며 이내 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그와 함께 검 끝에서 예기의 회오리가 몰아치며 폭풍과도 같은 기세로 유무진의 복부를 향해 쇄도했다,
[진(眞) 축아회검(逐亞回劍)]목경운의 손에서 구현된 진 축아회검은 넓게 퍼져나가는 형태의 회오리가 아닌 일정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것은 정확하게 유무진의 복부를 강타했다.
-촤촤촤촤촤촤촤!
예기의 회오리가 복부를 뚫은 기세로 강렬하게 몰아쳤다.
범위가 줄었다고 해도 오히려 위력은 늘어났다.
그런데,
-차차차차차차창!
검초를 펼치고 있는 목경운의 한쪽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마치 단단한 철벽에 대고서 검초를 펼친 것처럼 복부에서 푸른 불꽃이 튀며 쇳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설마?’
“단단하죠?”
‘!?’
목경운은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유무진은 붉게 달아오른 복부 근육의 강도는 금강불괴(金剛不壞)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검초에 조금도 상처를 입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탁!
발걸음을 앞으로 옮겨내며 검초의 위력을 상쇄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모자라,
-팟!
유무진이 회오리치고 있는 축아회검의 한가운데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내지른 주먹에서 엄청난 풍압이 일어나며 예기의 회오리를 일으키던 검초가 그대로 파훼되고 말았다.
그 찰나에 유무진이 요검 악즉의 검날을 왼손으로 잡아냈다.
-채앙!
‘검날을 부러뜨린다면 적수공권 상태가 될 테니 약해지겠지?’
유무진의 손아귀에 힘을 쥐며 악즉의 검날을 부러뜨리려 했다.
보검이든 무엇이든 간에 상관없었다.
악력만으로 금강석마저도 부숴버릴 자신이 있는 그였다.
그런데 그 순간,
-촤르르륵!
‘엇?’
검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이 미끄러지듯이 그것을 놓치고 말았다.
유무진이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분명 검을 꽉 쥐고 있었는데, 뭔가 강하게 밀어내는 힘에 의해서 검이 강제로 미끄러져서 손에서 벗어났다.
이는 파사팔식의 일식인 배(排)의 식(式)이었다.
-촥!
그렇게 검을 빼내는 순간에 맞춰서 목경운이 유무진의 가슴을 향해 일장을 날렸다.
근육의 강함을 믿고 있었기에 유무진은 이를 전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순간에 맞춰서 동시에 목경운의 가슴을 향해 이두와 전완근이 부풀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뻐어어억! 파아아앙!
주먹을 맞은 목경운의 신형이 포탄처럼 그대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거의 이십 여장 가까이 튕겨 나갔다.
힘의 대결에서 유무진에게 밀린 것인가?
그런데,
“흡! 쿨럭쿨럭!”
유무진이 자신의 복부를 움켜쥐더니 이내 뒷걸음을 치며 비틀거리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쿵!
‘뭐야?’
유무진의 눈에 휘둥그레졌다.
목경운의 일장은 체외에 타격을 주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체내에 내기를 전달시켜 오장육부에 타격을 주는 발경(發勁)이었다.
물론 그냥 발경이 아니었다.
삼안의 요력을 개방한 목경운은 근육의 강도뿐만이 아니라 체내 역시도 보통 사람들과는 항력 자체가 다르다고 판단했다.
그렇기에 발경에 천음절맥의 극음의 한기(寒氣)를 실었다.
덕분에 파고든 한기가 오장육부를 경직되게 만들고 그와 동시에 발경이 타격을 입히면서 내상을 입게 만들었다.
“쿨럭쿨럭······.”
기침을 하고 있는 유무진의 입에서 서리처럼 변한 피의 결정 조각이 튀어나왔다.
이를 보며 유무진의 입꼬리가 실룩거리며 올라갔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살면서 피를 흘려본 일은 말이다.
-우득!
유무진이 전신의 근육에 힘을 주며 피를 더욱 빠르게 순환시켰다.
그러자 수증기가 더욱 짙어지며 입에서 흘러나오던 한기가 점차 증기로 변하며 몸이 다시 뜨거워졌다.
“후우······.”
한편 포탄처럼 튕겨나간 목경운 역시도 사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서 뚫고 들어오는 엄청난 타격에 일순간 심장이 멈추고 말았다.
그 덕분에 몸이 경직되며 피를 한 움큼 쏟아냈다.
놈에게 타격을 입히지 않았다면, 곧바로 공격이 들어왔다면 낭패를 보았을 것이다.
‘······강하네.’
뭔가 지금까지 만났던 수많은 적수와는 다른 형태의 강자였다.
아니 이런 형태의 강함은 완전히 새롭다고 해야 할까.
내공이 없는데 극도로 발달시킨 근육과 자연지기가 깃든 몸 자체가 무쌍(無雙) 그 자체였다.
타고난 강함이 이 정도라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데 유무진이 목경운을 향해 핏물이 묻은 이를 드러내며 씨익하고 웃으며 말했다.
“처음이네요. 아버지도 아니고 집 밖에서 제게 상처를 입힌 분은 아무도 없었거든요.”
“편하게 지내셨었나 보네요.”
“편하게요? 글쎄요. 저희 집안이 뭘 하는지 안다면 그런 소리도 나오지 않을걸요. 거의 만인을 위해 봉사하는 수준이라 말이죠.”
“봉사?”
“그것까지 외인에게 말씀드릴 건 없고 그쪽을 제압하려면 사 단계로는 턱도 없겠네요. 이제 전력으로 할게요.”
그렇게 말한 유무진이 이내 오른팔에 차고 있는 금빛 환으로 손을 가져가려 했다.
금빛환의 이름은 경력환.
그것은 그의 근육과 힘을 압박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기물이었다.
이 경력환에는 돌림쇠가 있는데, 총 10단계로 이루어져 있었고 숫자가 줄어들수록 힘의 제한이 풀리게 된다.
‘삼 단계로 바로 가야겠네.’
경력환 3단계는 유무진이 풀 수 있는 마지막 단계였다.
먼 옛날 시초라 불리는 선조는 이것을 1단계까지 풀 수 있었다고 들었는데, 후대로 내려오면서 선조를 제외한 누구도 1단계에 이른 자가 없었다.
심지어 수세대에 걸쳐서 최고의 육체와 근질을 지녔다고 불리는 부친조차도 2단계를 푸는 데 그쳤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수세대에 걸쳐서 오랜만의 일이라 했다.
어쨌거나 목경운을 상대로 인정한 유무진은 경력환으로 억누른 힘의 제한을 최대로 풀려 했다.
‘설마 삼 단계까지 풀 줄은 몰랐는데.’
선조나 부친만큼은 아니라 해도 삼 단계만으로도 최고라 자부하는 그였다.
[무림에서 손에 꼽히는 최고수들이 아니고는 삼 단계까지 풀 일은 없을 거다.]부친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었다.
과연 그가 삼 단계를 해제했을 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스륵!
‘!?’
그 순간 그의 바로 앞에 목경운이 나타났다.
-흠칫!
경력환을 돌리기도 전에 갑자기 눈앞에서 나타난 목경운의 모습에 설마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금까지와 다르게 오감을 자극할 정도로 불길함이 피어올랐다.
이에 유무진은 발을 박차며 목경운의 반경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촥!
그 순간 검은 선이 허공을 가르며 유무진의 몸이 위로 솟구쳤다.
-파아아아아앙!
‘!!!!!!’
위로 떠오른 유무진의 눈이 커졌다.
그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순간 목경운의 역량이 한 점으로 모이며 한 번도 뚫리지 않은 금강불괴나 다름없는 복부를 관통했다.
무언가가 몸을 관통하는 고통은 처음 느껴보기에 유무진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팍!
그때 유무진의 몸을 스쳐 지나갔던 목경운이 바닥을 박차며 방향을 틀었다.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돌릴 틈을 주면 안 돼.’
삼안의 요력을 개방하며 저 금빛 환이 힘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던 목경운이었다.
분명 저 환을 통해 억누르던 힘을 어떤 방식으로 풀 거라 여겼기에 그 순간을 기다려왔던 목경운이었다.
‘한번 더!’
지금이라면 역량을 일원화시킨 이 일검을 몇 번 더 할 수 있었다.
비기라고 해서 굳이 아낄 필요가 없었다.
가장 합리적으로 적을 상대하는 방법은 적이 일말의 틈을 보였을 때 확실하고 철저하게 짓밟는 것이었다.
-촥!
방향을 튼 목경운의 신형이 사리지며 허공에 검은 선이 생겨났다.
공중에 몸이 솟구쳤던 유무진이 있는 곳으로 선이 이어지며 그의 몸이 충격을 받고서, 허공에서 그대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쿨럭쿨럭.”
유무진이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처음 역량이 일원화되었을 때는 너무 빨라 볼 수 없었으나, 두 번째 노리는 것은 무엇인지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심장이었다.
두 손을 교차시켜 이 일원화된 역량을 어떻게든 줄였다.
물론 덕분에 두 손에 구멍이 나버렸다.
‘삼 단계를······.’
몸이 회전하며 튕겨 나가는 와중이었지만 유무진은 어떻게든 정신을 집중하며 오른 손목에 있는 경력환의 돌림쇠로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파앙!
허공을 박찬 목경운이 방향을 틀어 유무진을 향해 역량이 일원화된 일검을 펼쳤다.
그 속도는 초고속이동의 범주마저 넘어서는 수준이었기에 유무진의 눈으로도 다가온다는 것만 겨우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유무진은 이 일검이 이번에 노리는 것이 자신의 미간임을 알 수 있었다.
-으득!
‘세 번은 안 돼.’
유무진이 이를 악물고서 일순간 고개를 뒤로 틀었다.
-촥!
검은 선이 아슬아슬하게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와 함께 두 번이나 역량이 일원화된 일검에 당한 충격파가 줄어들며 그의 몸이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그렇게 떨어지는 와중에 유무진은 긴장한 눈으로 목경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여기서 한 번 더 검이 이어지면 더 이상 막기 힘들었다.
그러나,
-탁!
바닥으로 착지한 목경운의 오른손이 격렬히 떨리고 있었다.
‘연달아서는 무린가.’
벽의 벽을 넘어섰다고 하나 역량이 일원화된 검은 한 번 펼치는 것만으로 전신에 굉장한 무리가 왔다.
그런데 이를 연이어 세 번을 펼치자 전신이 근육이 찢겨나갈 것처럼 아파왔다.
네 번을 연달아 펼치려고 하니 심장마저 격렬히 통증을 일으키는 바람에 이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아······하아······.”
복부를 관통시켰고 두 손이 관통되었다고 해도 끝이 아니었다.
-꽉!
심장이 통증이 조금이나마 멎자 목경운이 검병을 꽉 움켜쥐며 호흡을 가다듬고서 마지막으로 역량을 모으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흠칫!
공기가 일순간 뒤틀리는 느낌과 함께 주변의 기운마저 팽배해졌다.
주변에마저 영향을 주는 기이한 감각에 목경운이 날카로워진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득! 우드드득!
붉게 달아올라 부풀어 올랐던 유무진의 전신 근육이 압축되듯이 줄어들며, 피부가 붉다 못해 검어지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저 기물의 제한을 푸는 것을 결국 막지 못한 듯했다.
‘······더 성가셔졌네.’
주변이 떨릴 정도로 자연지기가 영향을 받고 있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유무진이 완전히 변하기 전에 손을 써야겠다고 여겼는지, 그를 향해 신형을 날리려 하는데,
-파아아아앙!
그 순간 유무진이 목경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매우 단순한 주먹질처럼 보였으나,
-콰콰콰콰콰콰쾅!
주먹을 내지른 방향으로 엄청난 풍압과 함께 긴 파공음이 이어지며 부채꼴 형태로 이십 여장 가까이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대로 초토화되고 말았다.
“후우······후우······.”
유무진이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혀를 내둘렀다.
경력환의 돌림쇠를 돌려 해제하는 것부터 애먹인 상대는 정말로 처음인 듯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전력으로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렇게 다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주르르륵!
구멍이 난 주먹과 복부에서 조금씩 피가 흘러내렸다.
평소라면 경력환을 해제하면 빠르게 몸이 회복되는데, 이상하리만큼 그것이 더뎌졌다.
저자의 기묘한 기운이 그것을 방해하는 느낌이다.
그래도 삼 단계를 해제한 전력에 가까운 일권으로 마무리를 지었으니 더는,
‘!?’
유무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직 일권의 여파로 먼지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는데, 그 사이로 무언가가 보이고 있었다.
‘하?’
-촤르르르르르르!
두 자루의 흑색 이기어검강이 교차하며 빠르게 회전을 하여 목경운의 주변에 두터운 검강의 막(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