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35)
-웅성웅성!
당가의 담벼락에서 바깥 상황을 지켜보던 당가의 간부들과 무사들이 술렁였다.
그것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청난 대결 때문이었다.
“가주……이게 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외당주 당철용의 입이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대결은 이미 일반적인 무인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났다.
초절정의 고수들 간의 대결만 보더라도 그 수준이 높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것은 뭐라고 평가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다.
‘이게 절세고수들 간의 대결인가.’
초절정의 극에 이른 당철용의 눈에는 저들의 움직임이 보이지도 않았거니와 뭔가 부딪치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런데 그 부딪칠 때마다 천지가 개벽되기라도 하듯 사방이 초토화가 되었다.
바닥이 갈라지고 부서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다 중간중간에 눈에 보일 수 있는 움직임이 보였는데, 그때는 초상승의 절기가 난무하는데, 할 말을 잃을 지경이었다.
“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겁니까?”
“녹림은 그렇다 치고 저런 괴물들이 왜 여기서?”
“그걸 낸들 어찌 알겠소”
당가의 간부들에서는 황당할 지경이었다.
물론 수준 높은 대결이기에 그들 역시도 무인들이었기에 눈을 뗄 수 없었으나, 점차 걱정이 되고 있었다.
이들이 왜 여기서 저러고 있는지 말이다.
‘…….하아.’
이는 당가의 가주인 당인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저 근육질의 사내는 누군지 안다.
금빛 환을 차고 있었기에 저 자가 오래전부터 당가를 수호하고 있던 존재임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지금 나타난 자는 누군지 모르겠다.
녹림과는 관계가 없는 듯 했는데, 당가의 수호자나 다름없는 저 일족과 싸우는 것을 보면 당가의 적일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
‘이를 어찌 한단 말인가?’
차라리 녹림이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을 때가 낫게 느껴질 정도였다.
막 벽을 넘어선 화경 초입의 고수가 벽의 벽을 바라보고 있는 무림 최고수 팔성(八星)의 아성을 넘볼 수 없듯이 저 두 사람은 아무리 봐도 벽의 벽을 넘어섰다.
‘……무리다.’
겨룬다면 10여초를 겨우 버틸 수 있을까 말까 할 차이다.
녹림투왕 석패웅과 같이 외공이 극에 달한 자가 낭패를 본 것만 봐도 실력 차가 극명했다.
대체 저들은 뭐지?
둘 다 겉모습만 본다면 약관에 약관도 되지 못했다.
저 정도 경지에 이르면 환골탈태(換骨奪胎)와 반로환동(返老還童)을 겪어서 늙지 않기라도 한단 말인가?
연신 혀를 내두르던 당인해가 고민에 빠졌다.
저들 중에 확실한 것은 당가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저 일족의 괴물이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저 흉폭하고 패도적인 무위를 가진 자가 이기기라도 한다면 당가는 역사상 가장 최악의 적을 맞이하는 상황이 초래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양패구상이라도 바라야 하는 건가?’
지금 보면 용호상박이라고 할 만큼 대결은 비등해보였다.
한쪽이 압도적인 무위를 가지거나 천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비등한 고수들 간에 대결은 절대 상처없이 끝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기회를 엿보고 있어야 할지도 몰랐다.
수호자가 아닌 저 흉폭한 기운의 괴물 놈이 이긴다면 그 순간을 노려야 할 수도 있었다.
-콰콰콰콰쾅!
‘엇?’
그때 그의 눈에 유무진이 바닥을 뒹구르는 것이 보였다.
이를 본 당가주 당인해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유무진이 이기길 바랐으나 복부와 등에서 흘리는 피를 보아하니 관통상을 입었다.
그렇다는 건 이 대결의 승패가 극명해졌음을 의미했다.
‘하면 그 괴물 놈은?’
당인해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목경운이 떨리는 손으로 겨우 자세를 지탱하는 것이 보였다.
수호자만큼은 아니었으나 저놈도 내력의 소진도 컸고 부상도 심한 것처럼 보였다.
당인해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어쩌면 기회를 노려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이제 한두 수 내로 승부를 볼 것이다, 이때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던 차였다.
“가주? 대체 무슨 일인 거죠?”
‘아!’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당인해가 난처한 기색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를 부른 것은 다름 아닌 성화령주의 손녀인 예송아였다.
말을 하다 말고 가주가 간 후로 밖에서 들리는 굉음 소리와 계속해서 술렁이는 당가 무인들의 반응에 의아해서 나온 그녀였다.
이에 당인해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별장 쪽으로 가 있어라. 괜히 이곳에 있으면 위험해질 수도….”
-꿀꺽!
당인해가 말을 하다 말고 마른 침을 삼켰다.
뭐지?
지금 숨을 쉬는 게 답답할 정도로 공기가 무거워지고 있었다.
뒤에서 기감이 아닌 오감 전체를 자극할 만큼 엄청난 기운이 풍겨지고 있었는데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분명 대결이 거의 끝에 이르렀다고 여겼는데 어째서 기운이 더 커진 거지?
의아해던 찰나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엄청난 굉음이 터져나오며 당가의 모든 건물들이 흔들거리고 땅이 떨려왔다.
이에 놀란 당인해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는데 수많은 파편들과 함께 뿌연 먼지가 당가 쪽까지 밀려들고 있었다.
-팟!
이에 당가주 당인해가 손을 들어올려 심후한 공력으로 장력을 내뿜어 날아오는 파편들을 막아냈다.
-파파파파파파팍!
그래도 명색이 팔성의 일인이었기에 이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파편들을 막아내는 사이에 먼지의 일부가 가셨는데, 그곳에 전신의 피부가 검게 달아오르고 근육이 압축된 것처럼 뭉쳐진 유무진이 보였다.
그런 유무진이 주먹을 내뻗고 있었는데, 그곳에 부채꼴 형태로 거의 이십 장(丈) 가까이 초토화되어 있었는데 입이 벌어질 지경이었다.
‘기운이 전부 소진된 게 아니었단 말인가?’
당인해가 내심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수호자가 거의 패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이런 숨겨진 여력이 있을 줄 몰랐다.
아니 이걸 여력이라 표현해야 맞는 걸까?
이 정도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봐야 무방했다.
‘말도 안 되는 권이다.’
당인해가 질린다는 얼굴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작 일권 만에 이십여 장이 초토화될 정도라면 정면으로 저것에 대항했다가는 전신이 찢겨나가는 것도 모자라 남아나질 않을 듯 했다.
‘…….정말 괴물이군.’
대체 저런 괴물 같은 자가 왜 무림에 출도하지 않은 건가?
지금이라도 나선다면 무림의 판도가 뒤바뀌고 육천(六天)이 아니라 칠천(七天)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하늘이라는 칭호를 받아 무림에서 정점에 이른 그들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괴물들이었다.
저 자는 그것에 부합할 무(武)를 지녔다.
그런데,
“저, 저걸 봐!”
“…..말도 안 돼!”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왜 그런가 했는데 먼지가 가신 곳에서 두 자루의 이기어검강이 교차하며 회전을 하여 막(幕)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
이를 본 당가주 당인해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제 대결이 거의 마무리 되나 싶었는데, 저들이 드러낸 힘을 보자니 전력을 다 한 게 아니었다.
정말 이건 괴물들의 대결 그 자체였다.
그러던 차였다.
“아!”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당가주 당인해가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 괴물 같은 자들에게 시선을 빼앗겨 있는데, 어느새 담장 너머가 보이도록 세워놓은 받침대 위로 성화령주의 손녀 예송아가 올라와 있었다.
이에,
“어서 가라고 하지 않았느냐? 지금 네가 있을 곳이 아니…..”
그때였다.
-털썩!
예송아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더니 두 손을 양어깨에 교차하며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당가주 당인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대체 왜 그러는 것이냐?”
“그분입니다. 그분이 오셨어요.”
“그분이라니 대체 무슨 말을…..”
“감사합니다. 가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뜸 감사를 표하자 당가주 당인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 아이가 왜 이러는 거지?
그러는데 그녀가 당인해를 바라보며 울먹이며 말했다.
“가주님께서 부디 옳으신 선택을 하길 바랐는데, 제 기도와 바람이 통했나 봅니다.”
“송아 너 지금 무슨…..!?”
그 순간 당인해의 표정이 굳어졌다.
설마 그것을 말하는 건가?
하는데 그녀가 말을 이어갔다.
“혹여나 욕망에 사로잡혀 크나큰 실수를 저지를까봐 걱정했는데, 저분이 이리 오셔서 당가를 지켜주시는 걸 보니 옳은 선택을 하셨습니다. 일말이라 하나 가주님의 말을 의심했던 것을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뭐?”
“저 분이 저 괴인과 싸우는 것은 당가를 보호하기 위함이 아닙니까?”
‘!!!!!’
당인해는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그녀는 지금 상황을 반대로 이해하고 있었다.
지켜주는 쪽과 위협을 가하려는 쪽을 말이다.
그런데 이 덕분에 당인해는 이제야 저 괴물 같은 존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저 자가 예송아가 성화령의 예지를 통해 보았다고 말한 그 예언 속의 존재인 건가?
‘하……’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거지?
당인해는 그녀와 대화를 나눴던 그때를 떠올렸다.
분명 그녀가 말했다.
[문노 할아버지께서 조모님으로부터마저도 떠나가며 그분을 숨긴 것은 아마도 그분을 지키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그분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네. 펼쳐야 할 날개가 뜯겨나갔기에 아무리 그분이라 해도 아직 미약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 그분이 자칫 적들과 조우라도 한다면…..]뒷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
그녀는 그런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가주님……말씀대로 저는 제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밝혔어요. 하니 부디 문노 할아버지를 도와주세요. 그분께 위기가 다가오고 있어요.]이를 통해 당인해는 한 가지 사실을 추측해낼 수 있었다.
예언이 무조건적으로 들어맞게 된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이렇게 걱정이고 자시고 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결과가 정해져 있다면 그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그런데 그녀가 이리 걱정한다는 것은 결국 예언이라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변수가 생길 수 있고 그에 따라 바뀔 수도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다는 건 이 예언이라는 것은 어떠한 위험이나 고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도 있었다.
‘탐이 나는구나.’
앞으로 벌어질 일을 미리 대응할 수 있는 힘.
이것은 누구라도 탐이 날 수밖에 없는 크나큰 능력이었다.
* * *
[하아….하아……기어이….탐내서 안 될…..것을 탐을….내는 구나.] [탐을 내선 안 된다? 하! 그런 위험한 힘이 혹세무민을 조장하는 그런 단체에 있는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나? 오히려 그런 위험한 힘은 자네 같은 족속들이 아니라 협과 정의를 지킬 수 있는 곳에서 다루는 것이 옳다.] […….허울 좋은 명분을 갖다 붙이는군. 결국 스스로 탐욕에 사로잡혔음을 시인하는 꼴일세. 쿨럭…쿨럭…..]-으득!
역시 문노 이놈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니 예전부터도 그랬다.
조부인 만독주 화천독수(花千毒手) 당연종은 혈족의 피도 옅은 분파에 불과한 이놈에게 본가의 비전마저 전수하려 했었다.
부친과 자신이 만류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이 정말로 벌어졌을 것이다.
그때부터 이놈과 자신의 악연이 이어진 걸지도 몰랐다.
[마음껏 지껄여라. 어차피 무형독에 중독되어 곧 황천으로 건너 갈 네놈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쿨럭쿨럭…..하아……]하얗게 질려서 약해져가는 놈의 모습을 보니 이제 좀 개운해진다.
조부마저 인정할 정도로 독공에 능했기에 혹시나 하여 무형독을 준비한 것이 신의 한수가 되었다.
아무리 놈이라고 해도 이에 중독되고 나니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럼 마무리를 해보실까?
-촥! 촥!
당인해가 준비해둔 검으로 꼼짝도 못하는 문노의 몸에 두 이(二)의 한 가운데를 선 하나가 종(縱-세로)으로 관통하는 표식을 그렸다.
이게 그 밀회인가 뭔가 하는 것들의 표식이라 했던가?
당인해의 입 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밀회 놈들이 정말로 원하는 건 예언의 능력이 아니라, 그 예언 속의 존재를 처리하는 것이라 했다.
놈들은 자신에게 감사해야 할 거다.
제 발로 원하는 것이 가도록 만들어줬으니 말이다.
‘일거양득이로구나.’
이것으로 됐다.
모든 것을 잃게 된다면 결국 송아 그 아이도 자신을 더욱 의지하게 될 것이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