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39)
사천당가의 장원에서 멀지 않은 한 산 봉우리.
“하!”
지팡이를 짚고 있는 꼬부랑 노파가 입이 벌어져서 다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엄청난 대결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자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이미 어지간한 무림인들의 수준을 넘어섰다.
말 그대로 초인들 간에 대결이었다.
-콰콰콰콰쾅!
저들이 검이나 주먹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사방이 부서지고 갈라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미 주변은 초토화되어서 멀쩡한 곳이 없었다.
이를 보며 입이 벌어져 있던 꼬부랑 노파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춘추 공……이미 저들은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것 같습니다.”
“…….그렇네.”
노파의 옆에는 팔짱을 끼고 있는 반은 흑발이고 반은 백발인 여인이 있었다.
가슴골이 드러날 만큼 야릇하면서도 유채꽃을 연상시키는 노랗고 화사한 옷을 입은 그녀는 신비로우면서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이런 그녀의 목소리가 다소 가라앉아 있자 심기가 불편한 건가 싶어 노파가 조심스레 옆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저들의 대결을 바라보는 춘추 공의 두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나며 흥미가 가득했다.
‘…….관심이 생기신 건가?’
그녀는 제 일계(一界)의 간부들 중에 가장 감정적이었다.
그렇다 보니 변덕도 심하고 감정 기복도 꽤 있었는데, 지금 어째서 그녀가 흥미를 보이는지 알기 어려웠다.
그간 쓸 만한 패라고 여겨 그리 투자했던 녹림투왕 석패웅이 고작 주먹질 한 방에 전의를 상실하는 모습을 보고서 실망을 금치 못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지금의 반응은 완전히 정반대였다.
‘당가의 숨겨진 힘과 싸우는 저 괴물 같은 인간 때문인가?’
노파가 짐작하는 것은 바로 저 인간이었다.
당가의 숨겨진 힘 역시도 놀라웠는데, 저 갑자기 나타난 인간도 만만치 않았다.
저 괴물 같은 당가의 숨겨진 힘이 본격적으로 힘을 개방하자 춘추공이 놀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강하네. 이 정도면 팔성이 아니라 육천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겠어.] [유, 육천 말입니까?]육천(六天)이라면 무림인들 중에 정점이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한데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저들이 그런 대단한 자들과 나란히 할 정도의 강함을 가졌단 말인가?
어떻게 저런 자들이 자신들의 정보망에 한 번도 걸려들지 않은 거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어째서 그분께서 여전히 그곳에 앉아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중원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아!”
노파가 대결을 보며 탄성을 흘렸다.
저들의 싸움이 극에 달해간다.
과연 누가 이길까?
워낙 호각인지라 누가 승리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윽고 승자가 정해졌다.
승자는 바로,
‘이럴 수가……’
예상을 깨고서 당가의 숨겨진 힘이 아닌 저 흉폭한 기운을 다루는 자가 이겼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할 일은 하나였다.
“춘추 공! 말씀대로 지금이 기회입니다!”
어부지리(漁父之利).
두루미와 조개가 싸운 덕분에 어부가 이득을 본다는 말로 제 삼자가 득을 본다는 의미였다.
그들이 노리던 것이 바로 이 어부지리였다.
처음에는 그저 숨겨진 힘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서로 호각인 자들끼리의 싸움이었기에 승부가 나게 되면 누가 이기든 간에 진기의 소진이 심할 터이니 충분히 그 틈을 노려볼 만 했다.
그런데,
“아니.”
“네?”
“생각이 바뀌었어.”
노파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니 이런 좋은 기회를 왜 놓치려는 거지?
지금이라면 손쉽게 저들을 처리하거나 사로잡아서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분께서도 섣불리 건들지 못하고 있다는 당가의 숨겨진 힘을 처리하고 저 알려지지 않은 절세고수만 확보한다면 조직에 엄청난 공을 세울 수 있었다.
“춘추 공!”
“안 한다고 했지.”
“이, 이 좋은 기회를 어찌?”
“좋은 기회니까.”
“네?”
“저놈……갖고 싶어졌어.”
“저놈이라니 설마 당가의 숨겨진….”
“아니 저놈.”
그녀의 회색에 가까운 동공에 비치고 있는 모습은 다름 아닌 목경운이었다.
“굳이 다른 것들에 투자할 필요도 없겠어. 전부 쳐내고 저놈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겠어?”
이런 그녀의 말에 노파가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하필 이 중요한 순간에 변덕을 부릴 거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탐욕이 일어나면 자제가 되지 않는 건가?
이에 그녀가 타이르듯이 조심스레 말했다.
“춘추 공. 정말로 가지고 싶은 거라면 오히려 기회를 잡으셔야지요. 쉽게 얻을 수 있는데 굳이 다음으로 미룰 필요가……”
“약해진 상태가 아니면 내가 저 자를 손에 넣지 못할 것 같아?”
“그, 그건…..”
노파는 아차 싶었다.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려버렸다.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춘추 공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내가 말했지? 남자란 것들은 단순하다고.”
“……그렇지요.”
“지켜봐. 적당한 계기만 주어지면 얼마든지 노예로 만들 수 있으니까.‘
이미 그녀는 마음에 결정을 내렸다.
더 이야기해봐야 의미가 없음을 깨달은 노파가 입을 다물었다.
차라리 저 두 사람에 대해 회(會)에 은밀히 보고를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그때 춘추가 경고조로 말했다.
“미리 말하는데 이번에도 허락 없이 몰래 또 회에 보고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꿀꺽!
이에 노파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마른 침을 삼켰다.
* * *
“저를 키워주신 분은 당가의 분파 중 하나로 그 피가 이어졌죠. 한데 그런 분을 당가의 가주라는 자가 무형독으로 죽였거든요.”
‘!?’
유무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자라고 이야기하기에 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려나 싶었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키워준 분이 당가의 분파라면 종가(宗家)와 분가(分家)의 관계일 텐데, 그런 자를 당가의 가주가 독으로 죽였단 말인가?
“지금…..그게…..”
“들은 그대로에요. 당가의 가주가 절 키워준 분을 죽였어요.”
“어째서 그런 건지……”
“저도 몰라요. 그 자가 왜 할아버지를 죽인 건지는요.”
“오해가 있던 게 아닌가요?”
“당가만이 완성했다고 알려진 무형독을 썼는데 오해이고 자시고 할 게 있나요?”
그 말에 유무진이 황급히 말했다.
“잠깐 그게 무형독인지 아닌지 당신이 무슨 수로 구분할 수 있는 거죠?”
“배운 게 독인데 모를까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경운이 왼손으로 독기(毒氣)를 일으켰다.
‘!?’
왼손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보랏빛 독기에 유무진의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독공까지 익혔었나?
물론 자신의 일족은 독에 대한 내성이 강해서 독공을 쓴다 하여도 통하지 않지만, 검술 실력만으로도 극에 달했는데, 독마저 이 정도 수준이라니 놀랍다.
-스르르륵!
목경운이 독기를 가라앉히며 말을 이어갔다.
“당신의 논지대로라면 멀기는 하나 가족들 간의 분쟁과도 같은데 계속 끼어들 건가요?”
“……..”
이 물음에 유무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당가 내부에서야 종가 분가의 위아래를 구분할지 모르겠으나, 선조의 유훈으로 인해 당가를 지키는 자신의 입장에서는 그들 모두가 당가였다.
유훈은 당가를 위협하는 적이 있다면 그들로부터 보호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가 내부에서의 다툼이 벌어지는 경우에 대해서는 어떠한 유훈도 없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어떻게 해야 하지?’
유무진은 난처함을 금치 못했다.
그의 적대감이 당가 내부 간의 일이라면 자신이 끼어드는 것도 맞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싸운 게 괜한 짓거리가 된 기분이다.
그런데 확실하게 할 게 있었다.
‘정말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해.’
이 자의 말이 거짓일 확률도 배제할 수 없었다.
말로야 무슨 말이든 못하겠는가.
만약 지금 말한 것들이 모두 거짓이라면 자신은 속게 되는 것이고 당가에는 걷잡을 수 없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이에 유무진이 말했다.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당가 내부의 일이기에 제가 함부로 끼어들 일이 아니게 되는군요.”
“호오. 순순히 받아들였군요.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대화를 해볼 걸 그랬군요.”
“…….한데 그 사실을 어떻게 증명하죠?”
“증명?”
목경운이 반문하며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무진은 자신이 하던 말을 계속 이어갔다.
“당신을 키워줬다는 분이 정말로 당가의 분가인지 아닌지 제가 어떻게 알 수 있죠?”
이게 가장 중요했다.
정말로 분가라면 이를 증명할 어떠한 방법이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물음에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최고의 증명을 하고 있잖아요.”
“최고의 증명?”
“당장에라도 죽일 수 있는데 굳이 이런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최고의 증명이 아닌가요?”
‘!?’
목경운의 그 말에 유무진이 미간을 찡그렸다.
참으로 묘했다.
다른 자들이 이렇게 이야기 했다면 다소 억지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이 말이 더욱 크게 와 닿았다.
“증명이니 뭐니 이런 소리를 듣고 있자니 쓸데없는 짓을 한 것 같군요. 그냥 이대로 죽이는 편이…..”
-슥!
말을 하다 말고 목경운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당가의 장원이 있는 방향이었다.
목경운이 갑자기 장원 쪽을 쳐다보자, 숨을 죽이고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던 당가의 간부들과 무사들이 잔뜩 긴장을 했다.
그러나 목경운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 너머였다.
목경운이 그곳을 응시하다 이내 다시 유무진에게로 고개를 돌리더니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흐음. 잘됐군요. 증명이 필요하다 했죠?”
* * *
-퍼퍽!
“큭!”
“으윽!”
한 치도 밀리지 않으며 삼십여 초의 공방을 펼치던 두 사람이 각각 서로의 가슴과 안면에 일격을 가하며 서로 반탄력에 의해 뒤로 튕겨나갔다.
-쿠당탕!
-쾅! 뿌드득!
뒤로 튕겨져 나간 팔독사장 구양소의 몸이 나무에 부딪치자, 그 기둥이 부러지며 이내 강렬한 독기에 의해 녹아내렸다.
-파스스스!
“하아…하아…..”
-슥!
구양소가 입가에 흘러내리는 핏물을 닦아 내렸다.
그리고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십여 보 가까이 튕겨나가 자세를 바로 잡고 있는 사천당가의 가주 당인해를 노려보았다.
‘역시 만만치 않군.’
머리카락마저 독기로 녹색으로 변하는 팔독(八毒)의 경지를 끌어올렸는데도 조금도 우위를 점할 수가 없었다.
수련을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동수라는 것은 놈 역시도 그간에 꾸준히 무공이 증진했음을 의미했다.
‘쉽지 않겠어. 결국 관건은 비기인가.’
이런 식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으리라 깨달은 구양소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여겼다.
이것은 그의 오랜 호적수라 할 수 있는 당가주 당인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퉷.”
-팍!
부러진 어금니를 뱉은 당인해가 속으로 혀를 찼다.
다 늙은 노친네가 어떻게 노쇠하는 게 아니라 갈수록 강해지는 거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여태까지의 비무와 달리 이번에는 정말 목숨을 걸기라도 한 것처럼 득달같이 달려드는데, 한 수 한 수가 치명적이기 그지없었다.
독공의 고수들 간에 대결은 보통 고수들과 달리 이 한 수가 치명적이었다.
한 수가 전부 독수였기에 당하는 즉시 해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기운의 소진이 훨씬 더 많았다.
그렇기에 구양소와의 대결만큼은 피하고 싶었던 그였다.
‘이대론 안 되겠어. 얼마 남지 않아서 아끼려 했지만 빠르게 승부를 내려면 무형독공을 펼쳐야 해.’
무형독공(無形毒功).
조부에서 부친까지 삼대에 걸쳐서 만들어낸 당가 최고의 비전이다.
결심을 한 당인해가 무형독공의 기수식을 취했다.
그러자 전신에서 흘러나오던 남색 빛의 독기가 사라지며 어느새 그의 주변이 흔들거리며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꾸룩! 꾸룩!
반면 구양소는 목이 마치 두꺼비처럼 부풀고 언제든지 튀어나갈 것처럼 납작 엎드려 있었는데 그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전신이 녹색 독기로 뒤덮이고 있는데, 주변이 전부 녹아내릴 만큼 독기가 점차 응집되고 있었다.
-파스스스스스!
이들의 이런 기세에 목경운의 심복들이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다.
무림 최고수라 할 수 있는 팔성(八星)의 일인, 그리고 그에 밀리지 않는 서역 최고의 독공의 고수가 승부를 내려하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두 초고수들이 서로를 노려보며 기회를 엿보고 있던 차였다.
바로 그때였다.
-슉!
-쿵!
누군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들이 있는 곳에 착지했다.
“주군!”
그는 다름 아닌 목경운이었다.
이 소리에 당가주 당인해가 순간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힐끔거리며 그곳을 바라보았다.
‘!!!!!!’
그런데 시선을 돌린 당인해가 눈이 커져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목경운뿐만이 아니라 그 곁에 당가의 수호자라 할 수 있는 유가 일족 유무진이 와있는 것이 아닌가.
‘이, 이게 대체?’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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