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40)
사천당가의 가주 당인해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로가 철저히 대립되는 입장이었기에 목숨을 걸고 싸워 둘 중 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거라 여겼던 그였다.
그런데 어째서 당가의 수호자라 불리는 저 자가 성화령의 예언에서 말하는 그 자와 함께 나타난 거지?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당인해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그렇게 의아해하고 있던 찰나였다.
“노부를 앞두고 한눈을 팔다니 어리석구나!”
-흠칫!
들려오는 일갈에 화들짝 놀란 당인해가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먹이를 노리는 두꺼비가 때를 기다렸다는 것처럼 팔독사장 구양소가 엄청난 기세가 담긴 독기가 담긴 양장(兩掌)을 날려오고 있었다.
‘합마독공(蛤蟆毒功) 비기 팔독패성(八毒覇成)!’
-파아아아아악!
‘이런!’
한 눈을 판 사이에 선수를 빼앗기고 만 당인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여기서 신중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예언의 그 자가 아니라 이 노친네의 손에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
-팟!
당황할 만도 했지만 당인해가 그 상황에서 신중함을 잃지 않고서 뒤로 신형을 날려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려 했다.
물론 구양소는 그를 놓칠 생각이 없었기에 곧바로 따라붙었다.
‘대단하다.’
빈틈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독장과 그 기세에 찰나에 불과했지만 당인해가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당연히 전과 비교해서 역량이 상승했고, 그만큼 더욱 초식도 정교해지고 공력이 오른 것 역시도 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초식은 철저히 자신을 노리고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대결을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이 순간만을 위해 벼르고 벼른 초식임을 깨닫게 되자 이것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직 나 하나만을 철저히 굴복시키기 위해 창안했구나.’
만약 불과 몇 달 전의 자신이었다면 이 초식을 막을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하나 몇 번의 실전 끝에 그것을 거의 완성시켰다.
‘무형독공(無形毒功). 구상명원(九喪瞑寃)!’
-우우우웅!
전신이 아지랑이로 일렁이는 것만 같은 모습이 된 당인해가 거리를 벌리던 것을 멈추고서 당당히 앞으로 신형을 날렸다.
독공의 기본은 체내에 독(毒)을 체화하여 그것을 기(氣)와 함께 발산하게 된다.
그렇기에 독공은 얼마나 강하고 많은 독을 체화했느냐에 따라서 그 위력이나 기세가 달라진다.
‘구양 늙은이. 이 승부는 내가 이길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당가의 어떤 누구도 무형독을 독공으로 체화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삼대에 걸쳐 무형독을 체화할 수 있는 방도를 체계화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무형독공을 완성한 그였다.
무형독의 양이 많이 남지 않은 것이 아쉬웠지만, 이 무형독공만큼은 무적이라 자부했다.
‘늙은이 이걸로 끝이다!’
승리를 확신하는 당인해의 눈빛을 보며 구양소가 결의를 다졌다.
독기의 색이 무색으로 변하는 순간부터 어쩌면 당인해가 무형독을 다룰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여긴 그였기에 이미 목숨을 던질 각오를 했다.
‘상관없다. 어차피 이것 역시 상정한 바. 무형독에 당할지언정 대결에서만큼은 노부가 이긴다.’
양육취골(讓肉取骨).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는 말이 있다.
구양소는 스스로의 목숨을 내주고 마지막 이 대결의 승리를 쟁취할 작정이었다.
시대에 있어서 독공의 일인자로 남는 것.
그것이 마지막 염원이었다.
-파아아아악!
그렇게 두 독공의 대가들이 부딪치기 일보직전이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팍!
부딪치려는 그 찰나에 누군가 그들의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는 바로 목경운이었다.
‘아닛?’
‘목 공자?’
합마독공의 양장을 펼치는 구양소의 팔목을 잡아챈 목경운이 그대로 그를 휘둘러 위로 날려버렸다.
-파악!
“흐헉!”
아무리 비기라고는 하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끼어든 대다 공력에서 애초에 미치지 못했기에 구양소의 몸은 그대로 다섯 장 높이까지 솟구쳐버렸다.
-팍!
그와 동시에 목경운과 당가주 당인해의 손바닥이 서로 부딪쳤다.
그렇게 부딪친 당인해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며 그대로 뒤로 튕겨져 나가버렸다.
구양소와 마찬가지로 공력에서 밀렸기에 일장을 부딪치는 순간, 속에서부터 부하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촤르르르르르르!
튕겨나간 당인해는 십여 보가 넘게 밀려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부딪침에 불과했지만 오장육부가 들끓어 올라 금방이라도 핏물이 올라올 것만 같았다.
‘괴물 같은 놈.’
당인해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방금 전까지 당가의 수호자라 할 수 있는 유가 일족과 겨뤘던 걸로 안다.
진기의 소진이 굉장했을 텐데 아직 이 정도로 기운이 남아있을 줄이야.
그러나,
‘하!’
속을 겨우 가라앉히는 와중에 당인해의 입 꼬리가 실룩거렸다.
의도치 않았는데 행운이 일어났다.
원래라면 구양소 저 늙은이에게 적중되었어야 할 일 장(掌)을 놈이 받아냈다.
내심 환호라도 치고 싶을 심정이었다.
‘하하하핫. 어리석은 놈.’
도중에 왜 끼어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맨몸으로 무형독을 받아낸 이상 끝이다.
조부이신 화천독수(花千毒手) 당연종이 이르길 설령 내공의 화후가 최고조에 이른 내가고수라고 할지언정 무형독에 중독된다면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 말씀하셨다.
그만큼 무형독은 독의 완성 그 자체였다.
아무리 높은 경지에 이른 절세고수라 해도 이 독에 제대로 노출된다면 해독은 불가능하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벽의 벽을 넘어 대종사의 영역에 이른 자가 무형독에 당한 것은 처음이라 얼마큼 버틸지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탁!
그러는데 이윽고 허공으로 솟구쳤던 구양소가 바닥에 착지를 했다.
착지를 한 구양소가 난감하다는 듯한 얼굴로 목경운에게 항의조로 말했다.
“목 공자. 약조와 다르지 않습니까?”
그가 목경운에게 받은 약조는 하나였다.
당가의 가주 당인해와 마지막으로 누구의 방해도 없이 겨루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약조를 한 목경운이 도중에 끼어드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였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글쎄요. 제가 무슨 약조를 어겼다는 거죠?”
“아니. 비무 도중에 끼어든…..”
“끼어들지 않았다면 필시 목숨을 잃었을 텐데요.”
“비무입니다. 공자!”
“저와 맺은 대가를 벌써 잊으셨나보군요. 그때 대가가 뭐라고 했죠?”
“그건……”
구양소가 차마 뒷말을 잊지 못했다.
그는 목경운 덕분에 얼굴 가죽을 잃을 대신 죽은 사람이 되어 조직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 자신이 죽은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가솔들이 목숨을 위협당할 일도 없어졌다.
이로 인해 구양소는 단 한 가지 염원만 이룬다면 목경운을 위해서 남은 생을 바치겠다고 맹세를 했다.
“대가를 치르기도 전에 목숨을 던지는 건 위반이죠.”
“…….”
이런 목경운의 말에 구양소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하긴 목경운 정도 되는 대종사의 경지에 이른 절세고수가 자신의 양육취골의 수를 읽어내지 못할 리가 만무했다.
그러니 중간에 끼어들었을 거다.
이에 구양소의 시선이 자연스레 목경운의 손으로 향했다.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자신의 비기를 파훼하는 것과 동시에 분명 당인해와도 부딪쳤던 것 같았다.
‘…….설마 직접적으로 부딪치진 않았겠지?’
자신을 살리기 위해 나섰다는 자가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독이든 해독제가 있기 마련이나 그 예외에 속하는 것이 바로 무형독이었다.
목 공자도 독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니 당인해가 무형독을 독공으로 다룰 수 있도록 체화했다는 것 정도는 눈치 챘으리라 여긴다.
그러던 차였다.
“유 공자라 불러도 되겠소?”
당가주 당인해가 팔짱을 끼고서 관조하듯이 바라보고 있는 유무진을 불렀다.
이에 유무진이 입을 열었다.
“유무진입니다. 편한 대로 부르세요.”
“반갑소. 무진 공자. 보시다시피 상황이 상황인지라 제대로 인사하지 못했던 것을 사죄드리겠소.”
“그런 건 개의치 않아도 됩니다.”
“양해해주니 고맙소이다. 일단 사정이 급해 본론으로 들어가겠소. 본 가주가 잘못 아는 게 아니라면 유 가(家) 일족은 대대로 본 가를 그림자처럼 지켜주었던 걸로 알고 있소. 아니오?”
“…….그렇다고 해두죠.”
뭔가 탐탁지 않은 듯 한 말투에 당인해는 내심 의아해졌다.
대체 왜 저런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거지?
자신이 어떠한 일을 하든 간에 상관없이 유 가 일족은 그들 선조의 유훈대로 자신과 당가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걸로 안다.
이를 의아하게 여기던 당인해가 이내 하던 말을 이어갔다.
“한데 어찌 본 가를 위협하려하는 저 흉수와 함께 하고 있는 것이오? 혹시 해서 묻는데 설마 유 가 일족의 선조들이 지켜오던 의무를 저버린 것은 아니겠지요?”
이 말에 유무진이 코웃음을 쳤다.
“의무라……”
“공자?”
“가주께서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군요.”
“착각이라니 그게 무슨?”
“저희 유 가가 마치 당가의 하수인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게 좀 불쾌하군요. 선조 부인과의 연과 그 분의 유훈 때문에 지켜주는 걸 뭔가 주종 관계처럼 여기는 것 같군요.”
-흠칫!
뼈가 담긴 유무진의 말에 당인해가 순간 앗차 싶었는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오해요. 오해. 절대 그런 의미가 아니었소. 그저 본가를 노리는 흉수와 싸우다 말고 함께 하기에 당혹스러워 혹시나 하여 물은 것이오. 만약 기분이 언짢았다면 본 가주가 이렇게 사과드리겠소.”
-착!
당인해가 두 손을 모아 포권 지례까지 하며 유무진의 기분을 맞췄다.
저 자가 무형독에 노출되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는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기에 반드시 그를 자신의 편으로 돌려놔야만 했다.
그러는데 유무진이 입을 열었다.
“함께 해서 당혹스러웠다라……해서 말인데, 당가의 가주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묻다니 무엇을 말이오?”
“당가의 내부 싸움에 굳이 제가 참견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
이런 유무진의 말에 당인해의 미간을 찡그렸다.
이제야 그들이 함께 이곳으로 온 의문이 풀렸다.
저 괴물 같은 놈이 아무래도 유무진과 겨루다 승부가 쉽게 나지 않자, 감언이설로 속여 넘긴 모양이었다.
이에 당인해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당가 내부의 싸움이라니 오해요. 저 자는 본가의 사람이 아닌데 어찌 내부의 싸움으로 치부할 수 있단 말이오?”
“당가의 사람이 아니라고요? 흐음. 제가 듣기로 저분을 키워준 분이 당가의 분가 출신이라…..”
“그 자는 더는 분가라 할 수 없소. 혹세무민을 조장하는 사교도(邪敎導) 집단에 들어간 자를 어찌 본가의 사람이라 할 수 있겠소?”
“혹세무민을 조장하는 사교도 집단?”
“공자도 배화교라는 종교 집단을 들어본 적이 있을 거요. 그들은 순진무구한 민생들에게 괴이한 교리를 가르쳐 잘못된 길로 꾀어내고 있소.”
“배화교? 아아.”
“보시오. 공자도 알고 있지 않소? 그리고 엄밀히 저 자는 그자가 배화교라는 사교에 빠져서 예언이니 뭐니 하는 것 때문에 본가와 관련 없는 자를 납치하다시피 해서 키운 자요.”
“납치…..했다고요?”
“그렇소. 당가의 피를 조금도 물려받지 않은 사교 집단에 속하는 자가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으나 악의적으로 본가를 노린 것인데 어찌 이게 내부 싸움이 될 수 있겠소?”
이 정도면 유무진을 다시 자신의 쪽으로 돌릴 수 있을까?
적어도 사교도 집단이라 탄압받고 있는 배화교와 관련되었단 것을 알았으니 중원인이라면 반감이 좀 생길 것이다.
하는데 유무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가주.”
“이제 오해가 좀 풀렸소이까?”
“이상하군요. 그 배화교라는 집단에 들어가서 더는 당가의 사람이 아니라고 한 것치고 저분의 대해서 왜 이렇게 자세히 아시죠?”
‘!?’
“심지어 저분을 키워준 분이 누군지 아직 말하지도 않았는데 특정 누구라 확신해서 짚으시네요?”
“…….”
순간 당인해의 말문이 막혔다.
뭐지?
자신의 의도는 저 자와 해영약선 장문노 그놈이 배화교와 관련되어 있는 것을 알려, 유무진에게 반감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유무진은 배화교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공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오. 이건 배화교….”
“배화교고 뭐고 간에 앞뒤가 맞지 않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잖아요.”
‘아니 이놈 대체?’
의구심으로 가득 한 유무진의 말투와 눈빛에 당인해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의도한 것과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배화교로 하나로 반감과 함께 그가 자신의 쪽으로 돌아오리라 여겼던 기대와 다르게 오히려 자신에 대한 의심이 더 커져버렸다.
왜 배화교가 아닌 다른 부분들에 초점을 두는 거지?
‘진정해야 한다.’
여기서 무너지면 더욱 사태를 수습할 수 없을 거라 여긴 당인해가 차분하게 상황을 풀어나가려 했다.
“무진 공자. 공자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알고 있소. 본인이 했던 말중에 일부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거요. 하나 전부 해명할 수 있으니 일단…..”
“아아. 그래요? 그럼 이건 어떻게 해명할 거죠?”
“무엇을 말이오? 얼마든지 해명할 테니 말씀하시구려.”
이에 유무진이 그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당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동안, 당가의 가주라는 작자는 왜 혼자서 몰래 도망치려 했던 걸까요?”
‘!!!!!!
그 물음에 당인해의 인상이 돌처럼 그대로 굳어지고 말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은 절대로 해명할 수 없었다.
사면초가(四面楚歌)로 몰린 그는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빌어먹을.’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남아있는 모든 무형독을 소진해서라도 최후의…..
-쾅!
바로 그 순간이었다.
당인해의 뒤통수를 잡고서 누군가 그의 안면을 바닥으로 내려찍었다.
어찌나 강하게 내려 찍었는지 그대로 안면뿐만이 아니라 머리통이 전부 바닥을 파고들었다.
꿈틀거리는 그의 뒤통수를 짓누르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목경운이었다.
“지금부터는 제가 하도록 하죠.”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