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41)
“지금부터는 제가 하도록 하죠.”
바닥에 안면이 처박혀 꿈틀거리는 당가주 당인해의 뒤통수를 짓누르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목경운이었다.
이런 그의 말에 유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
어차피 당가주 당인해에 대해 신뢰가 떨어졌기에 더는 대화를 하고 싶은 생각 없었던 차였다.
그리고,
‘안정시켜야 해.’
목경운이 마기(魔氣)를 제어해주었지만 심장에 남아있는 이 기이한 요성이 계속 회복을 방해하여 아직 심장에 상처가 낫지 않았는지 숨을 쉴 때마다 따끔거렸다.
요성을 서둘러 체외로 배출시켜야 할 듯 했다.
그렇게 유무진이 물러나자 그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던 목경운이 누군가에게 눈짓을 했다.
그는 섭춘이었다.
눈치가 빠른 섭춘은 목경운의 눈짓만으로 의사를 파악했다.
-끼이익!
당인해가 타고 있던 마차로 다가가 그 문을 연 섭춘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마차 안에는 여러 병장기, 암기, 독재를 담은 목함들과 함께 단발의 단아한 외모의 한 여인이 잠들어 있었다.
-슥!
‘잠든 게 아닌가?’
혈을 눌러 살핀 섭춘은 그녀가 혈도가 제압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곧바로 풀까 하다 일단 안고서 밖으로 나왔다.
“주군. 병장기나 독재, 그리고 이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 점혈을 해서 기절시켜놓은 걸 보면 그리 우호적인 관계가 아닌 모양입니다.”
“점혈이라……”
-팍!
이내 목경운이 짓누르던 머리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꿈틀거리며 아등바등하던 당가주 당인해가 머리를 들어올렸다.
안면에 모래 파편들이 수없이 박혀 피투성이가 된 그가 이를 뿌득 갈며 신형을 틀려고 했다.
그러나,
-팍!
“큭!”
목경운이 그의 어깨를 걷어차는 것과 함께 짓누르며 실패하고 말았다.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아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가 누군지 대충 아는 듯 하니 서로 소개는 생략해도 되겠군요.”
“……..”
담담한 목소리에 당가주 당인해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오랫동안 숙고했었기에 계획에 허점은 없었다.
방해되는 요소도 없었는데 어째서 이놈이 살아 있는 거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그에게 물었다.
“누구죠?”
“……..”
“혈도까지 점해서 데려가려 한 저 여자.”
“……..”
“입을 다무는 게 그리 좋은 선택이 되지 못할 텐데요. 더 이상 당신을 보호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보호?’
-뿌득!
이런 목경운의 말에 당가주 당인해가 이를 갈았다.
자신이 어쩌다 보호라는 말을 듣게 된 걸까?
무림 최고수라 불리는 팔성(八星)의 일인이자 한 무가의 수장인 자신이 이런 모욕을 당한다는 게 너무도 수치스러웠다.
마음 같아선 자신의 자존심을 짓밟은 이 놈의 사지를 찢어 죽이고 싶었다.
하나 그는 더욱 이를 악물고서 화를 분출하는 걸 참았다.
여기서 화를 낸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
최대한 냉정을 유지해야만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그게 있다.’
사천당가를 상징이자 가장 완벽한 독이라 불리는 무형독(無形毒).
그리 많은 양이 남아 있지 않지만 비기를 쓸 수 있을 정도는 충분히 남아 있었다.
게다가 이놈은 자신과 일장을 부딪치며 무형독에 노출되었다.
심후한 내공과 직접적으로 하독한 게 아니라 아직 버티고 있는 모양인데, 곧 무형독의 진짜 무서움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다.
‘네놈을 키워준 장문노 그놈도 고통에 죽어갔다.’
네놈이라고 다를 것 같으냐.
곧 바닥을 기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게 될 거다.
물론 살려줄 방법은 없었다.
무형독은 해독제가 존재하지 않는 치명적인 독이기에 한 번 중독되면 끝이었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말했다.
“그렇죠. 너무 쉽게 굴복하면 꽤 아쉬웠을 거예요.”
“……..”
“그 입에서 온갖 소리가 나오는 걸 봐야 할아버지에게 면목이 있을 것 같거든요.”
-슥!
목경운이 고개를 돌려 자신들이 타고 왔던 마차의 마부석에 앉아 있는 파계승 자금정을 바라보며 눈짓을 했다.
“클클.”
자금정이 호리병을 한 모금 들이키고는 이내 마차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안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늙은 노파였는데, 그녀는 바로 성화령주였다.
‘!?’
성화령주의 등장에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당인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 여자가 대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성화령주는 분명 황궁의 금옥에 잡혀 투옥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들과 함께 있단 말인가?
의아해하던 찰나였다.
“송, 송아야!”
성화령주가 섭춘이 안고 있는 예송아를 발견하고는 글썽이는 눈으로 소리쳤다.
이곳으로 오는 내내 오직 손녀 하나만을 생각하고 있던 그녀였다.
그런데 손녀가 정신을 잃고 있는 모습을 보자 설마 하는 마음에 그곳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늙은 보살님은 가만히 있으시지.”
파계승 자금정이 그녀가 가려는 것을 가로막았다.
이는 목경운이 고개를 저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성화령주가 언성을 높이며 소리쳤다.
“모, 목 공자! 손녀, 손녀가 왜 저리 된 겁니까? 설마…..”
“혈도가 점해진 거니 진정하십시오.”
“혈도?”
“기절시켰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섭춘이 그녀에게 손녀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 말에 성화령주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당가의 가주 당인해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가주.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이런 그녀의 물음에 당가주 당인해가 대답 없이 이를 악물었다.
배화교의 핵심 인물이기에 죽을 때까지 황궁 금옥에서 석방될 일이 없다고 들었는데, 저 여자까지 빼내다니 이놈 정말 작정을 한 것 같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설마 했는데 정말 성화령주의 손녀 분이었네요.”
“……..”
“참 특이하신 분이네요. 제가 나타나자마자 가솔들도 버리고 도주를 시도하신 분이 굳이 성화령주의 손녀를 데리고 갈 생각을 하다니.”
“…….”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테니 손녀 분을 데려가려 했겠죠? 그 이유가 뭘까요?”
“…….”
“뭐. 당연히 얘기하지 않겠죠. 그리고…..”
성화령주를 바라보자 그녀도 떨리는 눈으로 목경운과 눈이 마주치는 걸 피했다.
이런 그들의 태도에 목경운이 입 꼬리가 실룩거렸다.
단순한 태도였지만 이걸 통해 목경운은 한 가지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성화령주께서 제게 숨기고 있는 게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거든요. 그게 뭘까 고민했는데 답이 나왔네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성화령주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설마 그걸 눈치챈 게 아닐까 불안해졌다.
그러는데 목경운이 말했다.
“혈통인지 아니면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쪽이 잃은 예지 능력……손녀가 물려받았나보군요.”
‘!!!!!’
이 말에 성화령주가 놀란 나머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큼은 필사적으로 숨겨왔던 그녀였다.
실제로 자신이 능력을 잃었고 그 능력이 손녀에게로 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자는 배화교인들 중에서도 없었다.
능력이 전이된 사실이 알려진다면 손녀가 목표로 될 것을 알기에 끝까지 숨긴 것이었다.
한데 이 남자 정말 무섭다.
일부 정황만 가지고 사실을 유추해가는 통찰력이 너무 뛰어났다.
“목 공자. 그런 게……”
“쉿. 조용히 하고 계시죠.”
-꽉!
“우읍!”
목경운이 당가주 당인해의 등을 더욱 세게 밟으며 말했다.
“가솔들은 전부 버려도 예지 능력을 지닌 자는 어떻게든 데려가야 할 만큼 소중히 여겼나보군요?”
“…….”
“훌륭하네요.”
‘뭐?’
“산을 나와 진범을 찾는 과정에서 꽤 많은 분들을 뵈었지만 당신처럼 탐욕이 남다른 분은 처음이네요.”
“…….”
“원래는 성화령주나 당신이 보는 앞에서 당가의 식솔들을 한 사람 한 사람씩 차례로 전신의 피부 벗기고 살점을 예쁘게 바른 다음에 뼈를 한 조각씩 뽑아서 갈아버릴까 했는데……”
-오싹!
“네, 네놈 지금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냐!”
끝까지 입을 다물려고 했던 당인해가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열고 말았다.
어떻게 인간의 입으로 이런 섬뜩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나온단 말인가?
아무리 자신이 키워준 할아버지를 죽인 원수라고 해도 견디기 어려웠다.
“아아……꽤 탐욕이 이기적이신 분이라 생각해서 그건 시간 낭비일까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닌가 보네요. 충분히 그쪽에게 괴로움을 줄 수 있겠군요.”
“네놈 정녕 미친 것이냐? 어찌 인간의 입으로 짐승들도 하지 않을 그런 소리를…..”
-뿌드드득!
“끄어억!”
말을 미처 끝나기도 전에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당인해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목경운이 밟고 있는 오른쪽 등뼈가 부러진 듯 했다.
괴로워하는데 그때 목경운이 그의 등에서 발을 뗐다.
이에 당인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뭐지?’
어째서 자신의 등 뒤에서 발을 뗀 거지?
주요 혈 자리 중 한 곳인데다 압도적인 공력 때문에 짓눌린 것도 있었지만, 일부러 이를 참고 있던 것은 무형독이 퍼지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다.
-팍!
“큽!”
그 순간 목경운이 그를 걷어차면서 본의 아니게 몸이 일으켜 세워졌다.
부러진 등뼈 부근을 쥐며 자세를 바로 세운 당인해가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하?’
목경운은 아주 오만하게도 뒷짐을 지고 서있었다.
마치 하수, 아니 바닥을 기어 다니는 벌레를 쳐다보는 듯한 그런 눈빛으로 말이다.
너무도 불쾌해지려고 하는데 목경운이 입을 열었다.
“해보시죠.”
“뭐?”
“그리 세게 밟고 있던 것도 아닌데, 억지로 참아가면서 계속 기회를 엿보기에 드리는 마지막 자비라 해두죠.”
“자비?”
-으득!
자비를 베푼다는 말에 당인해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너무도 화가 난다.
아무리 육천(六天)에 버금가는 무위를 지녔다고는 하나,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굴욕을 주려고 하다니……
심지어 호적수라 할 수 있는 팔독사장 구양수 저 노친네가 보는 앞에서 말이다.
-착! 고오오오오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당인해가 기수식을 취하며 무형독공(無形毒功)의 독기(毒氣)를 끌어올렸다.
곧 무형독으로 죽을 놈이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그 시간을 더욱 빠르게 오도록 해주마.
그때 인피면구를 하고 있는 구양수가 목경운을 향해 소리쳤다.
“목 공자! 놈과 절대 부딪치면 안 되오! 무형독은 해독할 방법이 없으니 거리를 벌려서…..”
“늦었다!”
-팟!
당가주 당인해가 신형을 날렸다.
무형독공이 단순히 거리를 벌리는 것이 해답이라 여기는 듯 한데, 당연히 원거리에 있는 적을 상대하기 위한 비기 역시도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원무독진(圓茂毒陣)……
-촥!
‘!?’
그때였다.
당인해의 신형이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신형을 바로 잡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게,
-푸슉!
그의 허벅지가 갈라지며 두 다리가 몸에서 분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다리가 잘려서 앞으로 엎어지고 만 당인해가 고통스러운 와중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마지막으로 싸울 수 있는 자비를 주니 뭐니 해가며 자존심까지 건드려 놓고서 이게 대체 무슨 짓이란 말인가?
그러는데 당인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의 눈동자로 목경운이 섬뜩한 얼굴로 웃고 있는 게 보였다.
“네, 네놈?”
“아. 미안하네요. 그쪽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걸 보니 웃음이 나와서요.”
“분명 기회를 준다고……”
“기회요?”
“그래. 한데 어찌 이런 식으로…..”
“갑자기 다리를 잘랐냐고요? 설마 몰라서 묻는 건가요?”
“뭐?”
목경운이 웃던 것을 멈추고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그쪽 가지고 노는 거예요.”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