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55)
한편,
-우득!
“끄으으읍.”
두개골을 파고드는 다섯 손가락에 영검산장의 소장주 구웅황은 고통으로 눈이 뒤집히려 했다.
정말로 머리통을 부숴서 죽일 기세에 예송아는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는데 누군가 목경운의 앞으로 다가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쿵!
그는 다름 아닌 영검산장의 셋째 아들 구연우였다.
그의 돌발 행동에 예송아 역시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그러는데 구연우가 황급히 말했다.
“부디 형님을 살려주십시오!”
‘!?’
고통으로 괴로워하던 소장주 구웅황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녀석 지금 자신을 살려달라고 했나?
그러는데 이런 구연우의 애원에 목경운이 무미건조한 얼굴로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배다른 형제이고 별로 좋은 사이가 아닌 걸로 아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형제입니다.”
“아우의 물건을 빼앗고 가둬두는 형제도 있던가요?”
“…….물론 그렇기는 하나 큰형님은 제가 장인으로서 아버님의 뒤를 잇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겁니다.”
“좋은 의도였다?”
“그렇습니다. 하니 제가 형님을 설득해서 보주를 받아낼 테니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너…….’
구연우의 간절한 목소리에 구웅황의 신음성이 사라졌다.
목경운의 손가락 힘이 빠진 것도 있었지만 처음으로 막내 녀석의 진심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둘째 녀석의 괴롭힘도 있었기에 녀석이 자신들을 싫어해서 어긋났을 거라 여겼던 그였다.
그런데 위급한 상황에 드러낸 진심에 마음이 짠해왔다.
그러는데,
“참 애틋하기는 하다만 이것저것 감안할 시간이 없군요. 죽기 싫다면 별 수 없이 이야기하게 되겠죠.”
“제, 제발 한 번만 설득할 기회를 주십시오.”
구연우가 바닥을 기어 목경운에게 다가와 애원을 하려 했다.
“적당히 하시죠.”
목경운이 손을 휘저었다.
그 순간 강대한 진기에 의해 구연우의 몸이 뒤로 젖혀지며 밀려나려했다.
그러던 차였다.
“하아…하아….주겠소.”
그때 소장주 구웅황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형님?”
이런 그의 말에 구연우의 눈이 커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장주 구웅황이 마치 그때문이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보주는 둘째 아우에게 있소. 둘째에게 받아서 드릴 테니 부디 우리 영검산장만 건드리지 말아주시오.”
그 말에 목경운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진즉 이렇게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약조만 부디 지켜주시오.”
-팍!
이에 목경운이 움켜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흘러내리는 피로 얼굴이 젖은 소장주 구웅황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호흡을 골랐다.
그렇게 호흡을 고르던 구웅황이 구연우를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너도 이들과 함께 떠나라.”
“형님?”
“본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니 괜한 오해는 하지마라.”
“……..”
이런 그의 말에 구연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비록 상황으로 인한 것이었지만 결국 고집을 접고서 자신을 보내주는 큰형이었다.
그렇기에 미안하면서도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소장주 구웅황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세우며 말했다.
“내가 가지 않으면 둘째 아우가 곱게 물건을 넘기지 않을 테니 같이 가겠소.”
“그러시죠.”
그러는데 구연우가 황급히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왜 그러시죠?”
“형님이 이 얼굴로 나가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잠시 응급처치라도 하게 해주십시오.”
이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구웅황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얼굴이 피범벅이가 되어 있는 그였다.
이에 목경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두르세요.”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구웅황의 방에서 나갔다.
그렇게 목경운이 나가자 서로를 쳐다보는 구웅황과 구연우의 눈빛이 묘해졌다.
* * *
-배려해준 것이더냐? 중생.
귓가를 울리는 청령의 목소리에 목경운이 의아해하는 눈빛으로 답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자리를 비운 거 말이다.
-그건……
-두 형제 간에 잠시 감정의 앙금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준 게 아니더냐.
-글쎄요.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은 딱히 그런 게 아니라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했다.
이에 청령은 말없이 그를 관조했다.
본인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었지만 조금씩이지만 계속 인간적으로 변해하고 있는 목경운이었다.
물론 여전히 철저히 이성적이고 잔혹한 면이 강했지만, 예전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이는 타인의 감정을 점점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의 이런 변화에 청령은 이상하리만큼 기분이 좋았다.
왜 그런지는 여전히 부정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냥 이런 변화가 싫지 않을……
-흠칫!
그때 목경운이 고개를 어딘가로 돌렸다.
이에 청령이 물었다.
-왜 그러느냐?
-…….도기…..아주 강대한 도기(刀氣)가 느껴져요.
-도기라고? 여기서 말이더냐?
-네.
-그럴 리가. 송아인가 하는 그 중생 계집의 말대로라면 검을 제외한 다른 병장기를 연마한 자들은 산장으로의 출입조차 금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네. 그런데 느껴지네요. 그것도 아주 강해요.
-강하다면 어느 정도 수준인 것이냐?
-…….적어도 벽의 벽을 넘어섰어요.
-뭐?
그 말에 청령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벽의 벽을 넘어섰다고 한다면 대종사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현경(玄境)의 경지가 아닌가.
한데 도기라 한다면,
-설마 남진무사 놈이 여기까지 추적해온 것이냐?
육천(六天)의 일인 북파도왕(北派刀王) 구성백.
현 무림에서 도로서 일인자에 가까운 자다.
-남진무사? 그럴 수도 있겠네요.
-만약 그 자가 맞다면 정말 집요하기 그지없구나.
-그렇네요. 차라리 지금 죽여두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어요.
-뭐?
-그때는 못했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할지도요.
-설마 놈과 붙겠다는 거냐? 그것도 여기서?
청령이 놀라서 물었다.
이에 목경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도기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냥 내버려두면 계속 성가시게 굴 거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방향을 튼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뭐지?’
도기의 느낌이 달랐다.
아직 거리가 있어서 확실하지 않지만 그때의 구성백과는 차이가 있었다.
하면 대체 뭐지?
바로 그때였다.
“아직 때가 아니니, 지금은 피하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가까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스륵!
목경운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목소리 주인의 뒤를 점했다.
-슥!
목경운이 정체 모를 자의 머리로 검결지를 겨냥했다.
당장에라도 머리를 검기로 뚫을 수 있는 기세만을 흘리며 목경운이 그에게 말했다.
“누구시죠?”
목경운이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것은 눈앞의 이 자의 기운이 영검산장의 무인들과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전신을 감싸고 있는 기운이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정상적인 흐름을 역행하고 있었다.
대체 정체가 뭐지?
의아해하던 차였다.
우측 이마를 검결지로 겨냥 당하고 있는 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자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뭔가 기분이 들떠있었다.
처음 만난 자인데 어째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이에 목경운이 물었다.
“저를 아시나요?”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푹!
“헛?”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경운의 검결지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일어나 사내의 이마를 파고들었다.
사내가 움찔하며 당혹스러워하자 목경운이 말했다.
“황궁의 추적자인가요?”
“아닙니다.”
“그럼 천지회 쪽인가요?”
“아닙니다. 저는 그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한데 어째서 저를 안다는 듯이 말하는 거죠? 설마…..”
밀회인건가?
하는데 사내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당신을 뵙기 위해 먼 길을 왔습니다. 천마(天魔)이시여.”
‘!!!!!’
그 말에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밀회와 관련이 있는 자라고 여겼는데 자신이 새롭게 쓰게 된 가명이 거론될 줄은 몰랐다.
뭐지? 설마 천마라는 이름이 예상보다 빨리 퍼져나간 것인가?
의아해하는데 사내가 말했다.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그저 당신께 중요한 말씀을 드리기 위해 왔을 뿐입니다.”
“중요한 말? 대체 무슨 말씀을 지껄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일종의 선지자입니다.”
‘!?’
선지자(先知者)?
그런 그의 말에 목경운이 미간을 찡그렸다.
선지자라 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일이나 미래를 예견하는 자를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 이 자는 스스로를 선지자라 소개했다.
“하? 선지자?”
“그렇습니다.”
“참 세상에 이런 비슷한 부류들이 많나보군요.”
“네?”
목경운의 반응에 스스로를 선지자라 밝혔던 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훗날에 벌어질 일을 논하는 것이기에 자신의 말을 쉽게 신뢰하지 않을 거라고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그래서 선지자라고 한 것이었는데 더 믿지 않는 반응이다.
난처해하던 자칭 선지자가 황급히 말했다.
“지금 제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저를 믿든 믿지 않든 간에 이건 당신과 아니 당신의 후손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후손?”
“네. 한 불멸(不滅)의 존재로 인해 당신이 만들 거대한 조직과 후손들, 아니 전 무림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겁니다.”
“……불멸의 존재?”
불멸이면 죽지 않는다는 건가?
문득 목경운의 머릿속에 한 존재가 스쳐지나갔다.
꽤나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걸로 짐작되는 그 존재가 말이다.
“네. 쉽게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혹시 그 자가 세 번째 눈을 가지고 있나요?”
“세 번째 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후우.”
반문하는 그의 말에 목경운이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이 자의 어깨를 움켜쥐고서 강제로 무릎을 꿇렸다.
-쿵!
“큭.”
그를 꿇린 목경운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천마라는 칭호를 어디서 듣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누가 보냈는지 말하지 않으면…..”
“천마이시여. 이건 당신의 후대와 관련 있는 일입니다.”
“그놈의 후대…….참 재미있는 분이네요.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제가 후손을 가질 일은 거의 없을 거랍니다. 그리고 후대의 일을 후대가 처리해야지. 왜 제게 말씀하시는 거죠?”
“네?”
목경운의 그 말에 선지자의 등이 떨려왔다.
‘후대의 일은 후대가 처리하라니?’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나왔다.
이에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자칭 선지자라 밝혔던 자는 아무래도 일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이뤄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여겼다.
‘……그건 무리일지도. 하면 경고만이라도 해야 할까?’
이에 선지자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말했다.
“천마……제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그 자는 도(刀)의 극(極)을 추구하는 절세강자로 지금 나타났다는 건 당신을 죽여서 그 후대를 끊으려 하는 겁니다.”
그 말에 목경운이 코웃음을 쳤다.
“선지자가 아니라 이야기꾼을 하면 어울리겠군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자가 뜬금없이 저를 죽여 후대를 끊으려한다라…..”
“정말입니다. 그 자의 목적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그 자가 불멸이 되는 것을 막아야만 후대의 비극을 끊을 수……”
-팍!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목경운이 그의 몸을 돌렸다.
얼토당토 한 이야기를 계속 하는데 지칠 지경이었다.
천마라는 칭호를 대체 어디서 듣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이 자를 누가 보냈는지 확실히 알아 내야 할 듯 했다.
한데,
‘!?’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자의 복색이 너무도 기묘했기 때문이었다.
황궁에서도 본 적이 없는 특이한 복장이었다.
잠시 의아해하며 쳐다보는데, 스스로를 선지자라 밝힌 이 기묘한 자의 허리춤에서 뭔가 빛이 일렁였다.
그러더니 공간이 울렁거리며 흔들렸다.
‘이게 대체?’
기이한 현상에 목경운이 황급히 손을 뻗어 선지자라 밝힌 자를 붙잡으려 했다.
그러자 선지자도 마찬가지로 황급히 말했다.
“천마이시여. 부디 그 자가 영물들의 진원을 얻게 해선 안 됩……”
-우우웅!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이내 자칭 선지자라 했던 자의 몸이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고 말았다.
경신법의 일종인가 해서 기감을 열어 주변 반경을 살폈는데,
‘없어?’
기운이 전혀 감지가 되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오른쪽 눈의 삼안(三眼)의 요력을 개방했는데, 기의 잔재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완전히 사라졌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중생…..방금 그놈 대체 뭐냐?
-…….글쎄요.
정말 선지자(先知者)라도 된단 말인가?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