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56)
같은 시각.
영검산장의 검곡劍谷).
“오직 도(刀)만이 극(極)을 논할 수 있다.”
오만함으로 가득한 사내의 말에 검이 잘린 곡오의 표정이 굳어져갔다.
이곳 검의 성지라 불리는 검곡에 모여있는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그 역시도 검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런데 방금 전 이 자의 발도술은 그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만큼 쾌(快)의 정수였다.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일도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
이는 갈라진 검도검극의 비석 앞에 모여 있는 대부분의 검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도 이 정체 모를 자의 일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는데 누군가가 소리쳤다.
“그대가 남궁세가의 가주님과 남궁세가의 정예들을 몰살시킨 자이구려!”
‘!!!!!’
그 외침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목소리의 주인에게로 향했다.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항산파의 장로이자 정의맹의 수사관으로 파견된 정명 사태였다.
그녀는 사내의 엄청난 일도를 보는 순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다!’
죽은 남궁세가의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도흔들 중에 쾌도의 흔적도 있었다.
그녀 역시도 뛰어난 고수였기에 상처를 살피며 일부 도초를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었는데,
‘······실제로 가능한 것이었나?’
상처에 남아있는 도흔들의 상당수는 인간의 몸으로 체화하는 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기이하기 짝이 없는 도초들로 가득했다.
근육과 관절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초들.
이를 구현하려면 기로서 도를 다루는 이기어도법 외에는 불가능하다 판단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 그중 하나를 구현해낸 자가 나타났다.
그렇다는 건 남궁세가 참사의 진범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셈이었다.
“저자가 남궁세가의······가주를 죽였다고?”
“혼자서 그런 짓을?”
좌중이 술렁였다.
검곡에 있는 객들은 적어도 몇 달 이상은 이곳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영검산장 밖에서 어떤 사고가 벌어졌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고 구체적으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정명 사태의 외침 때문에 이를 알게 되자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남궁세가의 가주라면 팔성(八星)의 칭호를 받은 무림의 최고수였다.
한데 이자가 그를 비롯해 혼자서 남궁세가의 정예들을 몰살시켰다고?
‘······괴물이군.’
참으로 사람의 마음은 간사했다.
검의 성지인 검곡에 들어와 구 장주의 비석을 벤 것 때문에 분노했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이자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를 알고 나자 그 분노가 가라앉고 일순간 긴장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그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정적을 깬 누군가가 있었다.
“야이 빌어먹을 놈아아아아!!!!”
-촥!
외침과 함께 검광이 반짝이며 날카로운 예기가 오만한 도객의 목을 베려 들었다.
굉장한 기세의 일검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남궁세가의 가주와 그 정예를 혼자서 몰살시킨 괴물이었다.
-채앙!
너무도 쉽게 검을 튕겨내고 말았다.
-촤르르르르!
일검을 날린 자가 도리어 여섯 보가량 밀려났다.
그자는 바로 지외였다.
-주르륵! 슥!
지외가 입가로 흘러내리는 핏물을 소매로 훔쳤다.
모두가 상대의 강함에 위압감을 느껴 어찌할 바를 몰라했지만 지외는 노기가 치솟았는지 두 눈에서 열기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런 그의 모습에 도객이 흥미를 보였다.
“전의를 살렸나? 제법이군.”
“제법? 웃기는 소리 하지 말거라. 백일도(百日刀)에 천일창(千日槍), 만일검(萬日劍)이라 했다. 검의 깊이도 모르는 자가 감히 도 따위로 극을 논해.”
“도 따위?”
이내 도객의 짙은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그 모습에 곡오가 난처함을 금치 못했다.
‘도에 대한 자부심이 극에 이른 저 괴물 같은 놈을 그런 식으로 도발해서 어찌하자는 거요?’
-슥!
그러는데 곡외의 눈에 도객이 도병을 쥐는 파지법이 바뀌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파지법을 바꾼 순간 도객이 움직이려 했다.
목표는 당연히 지외였다,
‘지금이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서 곡오가 부러진 검으로 강기를 일으켜 도객의 뒤를 노렸다.
-우우웅! 촥!
빈틈을 노리자 지외를 향해 신형을 날리려던 도객이 시선을 돌리지도 않았는데, 몸을 가볍게 틀어 곡오의 검강을 실은 일검을 피해냈다.
-팍!
‘아!’
너무도 쉽게 검을 피해낸 것에 이를 지켜보던 이들이 내심 아쉬워했지만 곡오는 팔성에 견줄 수 있는 검의 고수였기에 침착하게 변초를 펼쳤다.
-촤촤촥!
곡오의 검의 궤적이 변초로 꺾어서 들어오자 도객이 고개를 뒤로 젖혀서 첫 번째 궤적을 피해냈다.
그러나 이어서 들어오는 변초는 절묘하기 그지없게도 뒤로 고개를 젖힌 도객의 쇄골 한가운데의 요혈을 노려왔다.
상대의 허점을 노린 절묘한 한 수에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촥!
‘!?’
그 순간 모두의 눈이 커졌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허리와 고개가 동시에 뒤로 젖혀져서 도저히 저 변초를 피할 수 없으리라 여겼던 검수들이었다.
그런데 저 자세 그대로 도를 휘둘러 곡오의 손목을 베어버렸다.
-챙그랑!
“끄읍!”
손목을 잃은 곡오가 이를 악물며 황급히 뒤로 신형을 날렸다.
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할 말을 잃을 만큼 엄청난 괴물이다.
허리 근육이 얼마나 강하다면 그런 자세로 어떻게 그런 각도로 도의 궤적을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내가고수라도 저 자세로 저리했다면 허리 근육이 파열되었을 거다.
‘어떻게 이런 괴물 같은 놈이 알려지지 않은 거지?’
도무지 무위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어쩌면 영검산장의 장주이자 육천(六天)의 일인인 구천무 장주와도 비견될지도 모를 대종사급의 영역에 이른 자일지도 몰랐다.
-오싹!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어느새 따라붙은 도객의 도가 자신의 목을 베려 들었다.
도가 너무 쾌속해 어떻게 피해 볼 틈이 없었다.
그러나,
-채아앙!
그런 놈의 도가 위로 솟구쳤다.
이를 쳐낸 것은 지외였다.
절묘한 순간에 막아준 덕분에 목이 달아나는 것만은 넘어갈 수 있었······.
-촥! 푸슉!
그 순간 곡오의 머리가 몸과 분리가 되었다.
스스로 죽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곡오의 표정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곡오!’
이런 곡오의 죽음에 지외가 피가 흘러내릴 만큼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절묘하게 도를 막아내 다행이라 여겼는데, 놈이 그 찰나에 번개처럼 몸을 회전시키며 곡오의 목을 향해 돌려차기를 했다.
그런데 발끝에서 생겨난 예기로 인해 목이 잘려나갔다.
‘이놈 전신이 도(刀) 그 자체다.’
도아일체(刀我一體).
스스로가 도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경지였다,
지외는 어째서 놈이 도의 극(極)을 논했는지 이해가 갔다.
이놈은 정말로 도의 극에 이른 듯했다.
티격태격하기는 했지만 검곡에서 유일하게 호적수라 할 수 있는 곡오가 허무하리만큼 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자 지외는 일순간 전의가 흔들렸다.
“너도 따라 보내주지.”
놈이 이번엔 자신에게 따라붙으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차차차차차차창!
누군가가 끼어들면서 지외는 금방 정신 차릴 수 있었다.
그것은 항산파의 정명 사태였다.
“지외 선배, 합공하시지요!”
그런 그녀의 외침에 정신 차린 지외가 뒤로 몸을 날리다가 용천혈로 기운을 보내, 앞으로 방향을 틀었다.
‘팔검(八劍)!’
그의 검이 그물과 같은 망(網)을 만들어내며 도객을 묶으려 들었다.
그러나 도객은 정명 사태의 검초와 지외의 검초를 너무도 쉽게 막아냈다.
-채채채채챙!
심지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서 오직 허리와 오른팔만을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움직임에는 거의 한계가 없을 정도였다.
순식간에 세 초식 가량을 나눴는데 찰나에 정명 사태와 지외의 곳곳이 도로 베여나가며 상처가 늘어갔다.
-촤촤촥!
‘도의 궤적을 짐작하기가 힘들다.’
‘젠장. 대체 어찌 생겨 처먹은 근골인 거지? 어떻게 이런 각도로?’
합공을 하는 것마저도 벅찰 지경이었다.
그때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를 지켜만 보고 있던 검수들도 검을 빼 들며 나섰다.
-스릉! 스릉!
지금 이 자리에서 최고수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죽임을 당하기라도 한다면 자신들마저도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외 선배!”
“우리도 돕겠소!”
-파파팟!
검수들이 도객의 빈틈을 노리기 위해 뒤와 측면들을 노렸다.
정도인으로서 합공을 하는 것에 비겁을 논하기에는 너무도 강대한 적이었기에 누구 하나 망설임은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팔선도경(八僊刀競)”
‘!?“
-푹!
도객이 도를 두 손으로 쥐고서 지면을 향해 내리찍었다.
-쾅!
-촤촤촤촤촤촥!
그 순간 바닥에서 패도적인 도세가 일어나, 도를 박아놓은 곳을 중심으로 여덟 갈래로 갈라지면서 사방으로 솟구쳤다.
‘이런!’
‘무슨!’
폭발적인 역량의 도세에 지외와 정명 사태가 동시에 반탄강기를 일으키며 각자가 펼칠 수 있는 최고의 방어 초식을 펼쳤다.
‘사검(四劍)!’
‘여원지순(餘願止順)!’
정명 사태는 항산파 벽원칠식검(壁源七式劍)의 제 4초식인 여원지순(餘願止順)을 펼쳤다.
검도검극의 글씨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그녀의 여원지순은 전보다 훨씬 견고했다.
그러나,
-채아아아아앙!
여덟 갈래로 뻗어 나오는 검세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너무도 폭발적인 역량에 이를 막아내려 하던 그녀의 신형이 뒤로 튕겨 나갈 정도였다.
-파앙!“
“악!”
이는 지외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었다.
검강을 회전시키며 최대한 틈을 메워보려 했으나 도세의 강함에 뒤로 계속해서 밀려났다.
-촤르르르르르!
‘크윽! 무슨 도세가 이리······.’
계속해서 밀려 나가던 지외는 도세의 기세가 한풀 꺾여서야 이를 위로 튕겨낼 수 있었다.
-채아아앙! 촤촤촤촤!
튕겨 나간 도세는 공기마저 수차례 찢어놓을 정도의 위력을 지녔다.
귀가 먹먹해질 지경이었다.
눈앞이 놈의 도세의 여파로 먼지가 앞을 메워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코끝을 자극하는 향이 있었다.
지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설마하고 있는데,
-솨아아아아아!
바람에 먼지가 가시며 사방에 찢겨나간 검수들의 시신이 보였다.
절벽 앞이 그들의 피로 물들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단 한 번의 절초로 인해 여덟 명이나 되는 검수들이 이를 버티지 못하고 일순간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어먹을.’
검곡에 들어온 검수들은 하나하나가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고작 한 초식에 휩쓸려 이리되다니.
-주르륵!
지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부정할 것도 없었다.
이놈은 견줄 수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무림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육천(六天)의 경지에 이른 대종사급의 절세고수가 틀림없었다.
영검산장에서 이 괴물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는 오직 구천무 장주 뿐이었다.
이 정도 기운이라면 구 장주가 느꼈을지도 모를 텐데, 좀 더 시간을 끌어야 하는 건가.
-고오오오오오!
‘······그 전에 전부 죽을지도.’
지외가 어두워진 낯빛으로 누군가를 찾았다.
그는 구장주의 둘째 아들 구웅성이었다.
그가 알기로 지금 구 장주는 검을 만드는 마지막 과정인 검심(劍心)을 다듬는 중이라 들었다.
검심을 가다듬을 때는 누구도 방해해선 안 될 만큼 크게 집중하는 걸로 아는데, 혹여나 그것 때문에 위기를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에 지외는 구웅성에게 눈빛을 보내 부친인 구 장주를 데려오라고 하려 했다.
한데,
‘아니.’
신호를 보내려는데 구웅성이 뭔가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녀석이 무언가를 들고서 넋이 나가 있었는데, 그 무언가가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저치가 지금 저럴 때가······.’
그때였다.
“본좌가 느꼈던 기묘한 기운이 바로 그것이었군. 오라.”
도객이 구웅성을 향해 손을 뻗어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파악!
“헉!”
손에 빛나는 무언가를 들고서 넋을 놓고 있던 구웅성의 몸이 떠오르며 도객을 향해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허공섭물(虛空攝物)의 수법이었다.
‘이런!’
지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공교롭기 그지없었다.
녀석을 보내서 구 장주를 불러내게 하려 했는데, 이게 무슨 변수란 말인가.
-팟!
지외가 신형을 날려 도객을 향해 발검과 함께 검초를 펼쳤다.
‘아낄 게 아니구나.’
그가 펼치는 검은 검도검극을 깨기 위해 창안한 자신만의 검도검극인 십사검(十四劍)이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검이지만 그 묘리는 검극을 목적으로 두고 만들었기에 가장 신묘한 검초라 할 수 있었다.
-촤촤촤촤촤촤!
이런 지외의 검초에 허공섭물을 펼치던 도객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도객이 이내 허공섭물을 하던 것을 풀고서 신형을 돌려 지외의 검초를 받아냈다.
-채채채채채챙!
파란 불꽃이 사방으로 튈 만큼 검과 도의 부딪침이 격렬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그가 고작 여섯 번째 검식을 펼칠 무렵이었다.
-슉!
‘아닛?’
검초를 창안한 지외 본인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빈틈으로 도가 들어왔다.
-채아아앙!
그 일도는 순식간에 지외가 펼치던 십사검을 전반부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하게 파훼시켜버리고 말았다.
-촤르르르르!
검초가 파훼되며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은 지외의 신형이 다섯 보가량 밀려났다.
-쿵!
심한 내상을 입고만 지외가 이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끄웩!”
지외가 바닥에 피를 토해냈다.
‘안 돼.’
구 장주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회심의 절초마저 너무 쉽게 파훼되자 지외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자는 정녕 괴물이란 말인가?
처음 보는 초식을 고작 전반부가 펼쳐지기도 전에 약점을 아는 것마냥 파훼해버리다니.
절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는데 도객이 그를 향해 다가오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랬군. 검초가 어쩐지 익숙하다 했더니 놈의 시초인가?”
“뭐?”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의아해하는데 도객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검종(劍宗)이더냐?”
‘!?’
그 말에 지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사문은 숨겨진 일인 계승의 무가로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 보는 이자의 입에서 사문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네놈······. 대체?”
“운이 좋군. 이를 두고 일거양득이라고 해야 하나.”
“무슨 소리를······.”
반문을 마치기도 전이었다.
-스륵!
다가오던 도객의 신형이 이내 흐릿해지며 사라졌다.
그와 함께 입으로 바람을 부는 것처럼 아주 희미한 바람과 함께 찰나에 목에서 서슬 퍼런 예기가 느껴졌다.
-오싹!
‘제······. 제에에엔······..’
무언가가 목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것은 안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다.
-스스스스!
차가운 도날이 그의 목을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죽는 것인가?
죽음이란 이렇게 허무하게 다가오는 것인가.
주마등처럼 많은 것이 찰나에 떠오르며 지외가 두 눈을 감았다.
그 순간이었다.
-채아아아아아앙!
귓가를 울리는 강렬한 쇳소리.
그와 함께 짧은 신음성과 함께 뭔가가 밀려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큽.”
-촤르르르르르르르!
뭐지?
당연히 죽을 거라 생각하고 찰나에 이를 받아들였던 지외가 화들짝 놀라서 눈을 떴다.
그런데 그런 그의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그것은 자신을 비롯해 수많은 검수가 합공을 할 때조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던 그 괴물 같은 도객이 뒤로 십여 보 가까이 밀려나 있는 게 보였다.
-파르르르르르!
심지어 도객은 처음으로 도병을 두 손으로 쥐고 있었는데, 단단해 보이던 도신이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
‘구 장주가 온 건······엇?’
지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연히 구 장주가 온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그의 앞에 전혀 처음 보는 얼굴의 누군가가 서있었다.
너무도 미형의 얼굴을 가진 자였는데, 청년, 아니 심지어 약관도 되어 보이지 않는다.
‘대체 이자는?’
의문으로 가득해 있는데 도객이 떨리는 도신을 천천히 밑으로 내리며 얼굴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무표정에 가까울 만큼 여유롭기 그지없던 도객의 얼굴이 어느새 긴장감과 함께 흥분으로 물들어있었다.
도객이 잔뜩 고양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천마(天魔)!”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