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61)
-중생? 너 설마 또?
균열이 간 보주를 달라며 손을 내밀고 있던 청령이 어처구니가 없어하며 혀를 찼다.
보주에 손을 대는 순간 눈이 풀려버렸다.
분명 심상에 빠졌다.
대체 보주에 어떤 신비한 힘이 있기에 정신력도 약하지 않은 녀석이 계속해서 몰아 상태로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평소라면 모를까 지금은 이럴 시간이 없었다.
청령이 목경운을 깨우기 위해 현신한 김에 손을 갖다 대려다…..
‘……이런 표정은 또 새롭네.’
이 녀석에게서 보기 힘든 얼굴이었다.
멍한 눈의 목경운을 빤히 쳐다 보던 청령이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서둘러 그를 깨우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화르르륵!
갑자기 보주를 잡고 있던 목경운의 손에서 불꽃이 일렁이며 타올랐다.
이를 본 청령의 두 눈이 커졌다.
그것은 일반적인 불꽃이 아니었다.
불꽃은 마치 심연을 연상케 할 만큼 너무도 검었다.
이를 보자 그녀는 충격에 휩싸인 얼굴이 되었다.
‘흑화(黑火)? 이게…..대체?’
-화르르르륵!
그때 보주를 쥐고 있는 손을 기점으로 타오른 검은 불꽃이 전신으로 번져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번져가려던 검은 불꽃이 갑자기 수그러들었다.
그러더니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버렸다.
불꽃이 드러났던 것은 아주 잠시에 불과했다.
‘뭐야?’
지금 이건 뭐지?
* * *
-나는 핵(核)의 파편. 그저 너의 한 조각일 뿐이다.
‘핵의 파편?’
이게 무슨 소리지?
의아해하는데 검은 불꽃에 휩싸인 자신과 닮은 존재의 두 손을 타고서 불꽃이 그대로 몸에 옮겨붙기 시작했다.
너무도 기이한 현상에 목경운은 몸을 움직여보려 했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은 불꽃이 닿는 순간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마치 끝없는 나락과 어둠, 그리고 불꽃임에도 뜨거운 게 아니라 지독히도 싸늘하게 느껴졌다.
한데 더 기이한 것은 이 감각이 처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불꽃이 몸을 타고 넘어오는 순간 뭔가 모르게 익숙하면서도 아련한 느낌마저 들었다.
-화르르륵!
그렇게 몸 전체로 검은 불꽃이 번져나가자 속에서부터 고양감과 함께 무언가가 솟구쳤다.
이 검은 불꽃을 제대로 만끽하려는 순간이었다.
-슥!
누군가 어깨로 손을 얹었다.
-이건 잠시 내가 맡아두도록 하지.
‘!?’
-화르르륵!
그러자 몸 전체로 퍼져나가던 검은 불꽃이 이내 어깨 쪽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검은 불꽃은 그대로 전소(全燒)되듯이 사라져버렸다.
이에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목경운의 손을 얹고 있던 같은 모습의 존재가 미간을 찡그리며 입을 열었다.
-너? 존재했던 건가?
-존재했지.
익숙한 목소리.
아니 익숙이라기보다 같은 목소리였다.
자신과 닮은 존재와 전혀 차이가 없는 목소리에 목경운이 고개를 어떻게든 돌리려 했다.
그러나 몸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는데,
-미안하지만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
‘뭐?’
-아니. 이런 게 없어도 네 가능성은 나 이상이다.
‘지금 무슨 소리를…..’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다. 결국 하고자 하는 의지에 달려있으니.
‘당신 대체 뭐죠?’
-글쎄……머지않아 모든 것을 알게 될 거다.
-슥!
그 말과 함께 목소리의 존재가 목경운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목경운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스르르르르!
정신을 잃은 목경운의 모습이 흩어지듯이 사라졌다.
그렇게 목경운이 사라지자 옆에 있던 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는데, 그 모습은 목경운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그 자체였다.
이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핵의 파편이라 칭했던 존재가 말했다.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군. 인격마저 분리한 건가?
-그렇다고 해두지.
-불필요한 선택이지 않나?
-필요한 선택이었다.
-그걸 견딜 수 없었기에 한 선택이었나?
-………
-그렇군. 한데 왜 파편에 남아있는 기운을 취하게 하는 것까지 막은 거지? 애초에 이를 위한 만약의 대비책이었지 않나?
존재의 물음에 목경운의 모습을 한 그 자체가 고개를 저었다.
-때가 되지 않았어. 아직 이걸 다루기에는 이르다.
-이르다고 하기에는 불완전한 존재이면서도 굉장히 강해졌다.
-부족하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파편의 기운을 취해서 그것을 드러낸다면 저 너머에서조차 알아차릴 거다.
-!!!!!
그 말에 핵의 파편이라 칭한 존재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러더니 이제야 납득이 간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그랬군. 그래서 막은 거였어.
-그래.
-한데 이제 알겠군.
-무엇이 말이지?
-왜 이런 불필요한 짓을 하나했는데, 그저 견딜 수 없었기에 한 선택만이 아니군.
-………
-전부 필요에 의해서였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핵의 파편이라 칭한 존재의 몸이 흩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 그 자체인 자가 두 손을 모아 공손히 포권 지례를 했다.
-그게 뭐지?
-이곳에서는 이렇게 경의를 표한다.
-경의……좋은 말이군. 할 일을 마쳤기에 홀가분해졌는데 기분마저 좋아졌다. 존재의 의의라는 것이 이런 건가.
그 말과 함께 흩어져가는 존재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미소는 흩어짐 속으로 사라져갔다.
* * *
-파스스스스!
그때 균열이 가있던 보주가 부서지며 그대로 모래처럼 무너져 내렸다.
“아?”
정신을 차린 목경운이 이를 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보주가 완전히 부서져 내릴 줄은 몰랐다.
이를 바라보는 목경운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심상에서 겪은 일들은 앞에서 보았던 것들보다 더 정의를 내리기가 힘들었다.
핵의 파편은 대체 뭐고 갑자기 나타난 그 존재는 뭐지?
[당신 대체 뭐죠?] [글쎄……머지않아 모든 것을 알게 될 거다.]그 말투.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기억난다.
분명 자신의 몸을 차지했었던 그 존재가 틀림없었다.
그때의 감각부터 시작해 그 말투를 정확히 기억하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대체 내 안에 있는 그 존재는 뭐지?
분명 존재하는 것은 확실한데 심상 속에서 잠시 만나고 나니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다.
그러는데,
-중생 너…..방금 그거 뭐냐?
청령이 대뜸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이에 목경운이 의아해하며 반문했다.
“그게 뭐냐뇨?”
-흑화(黑火)말이다.
“흑화요?”
-그래. 그건 분명 그…….
“그?”
-그……으으으! 아냐. 아냐. 도저히 그건 아냐. 넌 대체 뭐냐? 중생.
“그렇게 물으시면 제가 뭐라고 답변해드려야 할지 모르겠군요.”
-방금 전 네 몸이 검은 불꽃에 뒤덮였었다. 물론 붙자마자 순식간에 꺼져버렸지만.
“순식간에 꺼졌다고요?”
-그래. 대체 어찌 된 일이냐?
“……..검은 불꽃 때문에 뭔가를 묻는 거라면 저도 모르겠어요. 아까보다도 심상 속에 벌어진 일들을 더 설명하기 힘들어졌거든요.”
이런 목경운의 말에 청령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러다 이내 길게 탄식을 내뱉었다.
그런 그녀에게 목경운이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말했다.
“일단 검은 불꽃에 대해서는 나중에 대화를 나누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이 말에 청령이 목경운이 쳐다보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전신이 지토룡들의 녹색 피로 뒤덮인 도객이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목경운은 그녀에게 보주가 부서진 가루를 넘겼다.
형태를 잃었지만 일단 챙겨는 둬야 할 듯 했다.
-혼자 감당할 수 있겠느냐?
“감당해봐야죠.”
-진원을 둘 이상 섭취한 시점에서 저놈은 더 이상 인간이라보기도 힘들다. 그래. 말 그대로 불멸에 가까운 존재다.
“글쎄요. 한 번 시험해보죠.”
-시험?
“어떻게 하면 죽을지 말이죠.”
-팟!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경운 역시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도객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괴수 지토룡들을 몰살시킨 도객의 사기와 전의는 극에 이르러 있었다.
그 기세가 크게 올라 있었는데,
-화르르르륵!
그의 보도가 불꽃으로 넘실거리며 금방이라도 이를 토해낼 것 같았다.
“여기서 끝을 내자꾸나! 천마!”
-촤촤촤촤촤촤!
‘제 3초식 도극망순(刀極網淳)!’
도객의 불꽃에 뒤덮인 보도가 일반적인 도초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기이한 궤적을 그리며 목경운을 향해 쇄도해왔다.
이를 목경운이 침착하게 살펴보는데,
-촤촤촤촤촤촻!
도초가 이내 퍼져나가며 커다란 그물망처럼 커지더니 촘촘하게 사방을 메웠다.
그 범위가 팔 장에 이를 만큼 광범위하기 그지없었다.
불꽃의 도망(刀網) 그 자체라 벗어날 곳이 없었다.
-스릉!
엄청난 도초의 기세에 조금이라도 억눌릴 만도 했지만, 목경운은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요검 악즉을 뽑아들었다.
그렇게 검을 뽑아든 목경운이 이내 왼손 검결지로 검신을 밑에서부터 위로 그었다.
그러자,
-솨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검이 극음(極陰)의 한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그렇게 흘러나온 한기는 마기(魔氣)와 어우러져 검은 한파로 변해갔다.
‘한기를 다뤄?’
도객이 그 모습에 내심 혀를 내둘렀다.
불기린의 진원을 취해서 얻은 화기(火氣)는 영물들 중에 가장 크나큰 살상력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화기를 실어 단숨에 승세를 잡으려 했는데, 설마 진원을 섭취하지도 않은 저 자가 상극이라 할 수 있는 한기(寒氣)를 다룰 줄은 몰랐다.
‘하나 그 기운은 진원으로 얻은 게 아닐 테니 일시적인 힘에 불과할 터.’
-화르르르르륵!
결국 붙게 되면 유리한 건 자신이었다.
그렇게 불꽃의 도초와 한기를 머금음 검초가 부딪치게 되었다.
-채채채채채채채챙!
목경운이 펼친 검초는 마검공(魔劍功)의 1초식이었다.
넓은 범위로 막을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도로 만들어낸 망 전체가 자신을 공격하는 게 아니었기에 스스로를 보호할 정도이면 충분했다.
-채채채채채챙!
격렬하게 부딪치는 화기와 한기는 이윽고 상극의 기운답게 뿌연 수증기를 만들어냈다.
수증기가 피어오르자 어느새 주변의 시야가 뿌옇게 가려졌다.
초식을 부딪치고 있는 도객의 표정이 묘해졌다.
‘뭐지?’
분명 진원의 힘까지 끌어올려 압도적인 공세로 밀어붙이고 있는데,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기운이 아까보다 강해진 것 같다.
이게 대체 뭐지?
‘공력이 증강한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이 짧은 사이에 공력이 어떻게 이만큼 증강할 수 있겠는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채채채채챙!
도를 부딪치던 도객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수증기 때문에 자신이 착각한 건가 싶었는데, 목경운의 전신에서도 뭔가 수증기 같은 것이 올라오고 있었다.
심지어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슈우우우우!
설마 이것 때문에 초식에 더욱 기세가 오른 건가?
저게 무슨 수법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식으로 일시적으로 기운을 올리는 건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지는 길이었다.
그리고,
-채채채챙! 채앙!
도초를 펼치던 도객이 이내 변초를 일으키며 허리를 틀며 도를 회전시켰다.
그 순간 그를 중심으로 불꽃의 회오리가 일어났다.
‘제 6초식 회룡승천(回龍昇天)!’
도세로 회오리를 만들어내 좁혀나가 상대를 압박하는 절초였다.
그런데 그 찰나에,
-타탁!
목경운의 신형이 둘로 흩어졌다.
풍신보(風神步)로 신형을 나눈 것이었다.
그렇게 신형이 나누어진 목경운 중 하나가,
-쿵!
진각을 밟으며 도객이 만들어낸 불꽃의 회오리를 향해 검을 잡아당겼다가 이내 앞으로 내뻗었다.
그러자,
-촤촤촤촤촤촤촤촤!
이내 검 끝에서부터 차가운 흑한(黑寒)의 회오리가 일어나 도객의 만들어낸 회오리를 향해 몰아쳤다.
이것은 다름 아닌 축아회검(逐亞回劍)이었다.
-채채채채채챙!
두 절세고수들이 만들어낸 불꽃과 검고 차가운 회오리가 격렬하게 부딪쳤다.
그 위력은 역시나 호각이었다.
그런데 그 회오리의 중심부로 날아드는 하나의 인영이 있었다.
그것은 풍신보의 경신법인 풍영이류(風影二類)의 수법으로 둘로 나뉘어진 목경운의 분신이었다.
-흠칫!
도객은 본능적으로 목경운이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분명 그것이었다.
역량을 한 점으로 모으는 그 일검이었다.
이에 도객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그게 네놈 최고의 일검이겠지. 하나 그 검이라고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역량을 한 점으로 모으게 되면 그 위력이 워낙 강해서 도중에 멈춰설 수 없을 것이다.
이를 한 번이라도 겪어보거나 당해본 자라면 유일한 이 단점을 찾아낼 것이다.
이 수법으로 도중에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면 그 약점을 보완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봐도 이것은 한계를 뛰어넘은 일검이다.
도저히 멈출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꽉!
도객이 회룡승천을 펼치는 와중에 도병을 꽉 잡았다.
-촥!
그 순간 회오리의 중심에서 검은 선이 생겨났다.
바로 그 찰나였다.
회오리 덕분에 과녁이 단 하나로 모여있기에 도객은 이 역량의 한 점이 오직 단 한 곳만을 노릴 거라 확신하고서 딱 반보를 움직였다.
-팍!
그리고 그렇게 반보를 옆으로 옮긴 상태에서,
-촥!
제 5초식 극쾌살도(極快殺刀)를 펼쳤다.
절대로 피할 수 없다.
네놈은 그 역량을 한 점으로 모은 그 위력과 함께 자신의 일도까지 고스란히 받아내야……
-파가가가각!
‘!?’
그 순간 도객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것은,
‘…….멈췄다고?’
목경운이 역량을 모은 일검을 펼치던 도중에 멈춰 섰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바닥이 갈라지며 파편이 위로 솟구친 것이었다.
하나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역량을 모으면서 위력이 워낙 강해져 오직 찌르기만 가능한 이 일검을 이렇게 강제로 멈추게 되면,
-우득우드득!
그 여파를 견뎌야 하는 건 오직 자신의 육체였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