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62)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묘리는 목경운에게 있어서도 스스로의 경지나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수법이었다.
그렇기에 역량을 한 점에 모은 상태로 이를 강제로 멈추게 되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스스로에게 미치게 되어 있었다.
-우득! 우드득!
전신의 근육이 찢겨나가고 뜯기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는 몇 보 앞에 있는 도객의 귀에도 들릴 정도였다.
검초를 멈춘 것에 일순간 적이지만 경이로워했던 도객이 이내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렸다.
이 일검을 멈춘 것은 분명 훌륭한 판단이었다.
‘하나 이 또한 미련한 선택이군.’
그 엄청난 여파를 감당해낸 덕분에 고통도 고통이지만 지금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서로 거의 호각에 가까운 무인들 간에 싸움에서 이것은 치명적인 무리수였다.
-팟!
도객이 움직였다.
전신의 근육이 어떠한 움직임도 극대화하기 위해 발달한 그였기에 기본적인 경신법만으로도 초고속 이동이 가능했다.
-스륵!
도객의 신형이 흩어지며 이내 목경운의 앞에 도달했다.
그가 목경운의 주요 요혈들로 도초를 펼쳤다.
‘제 2초식 도극제형(刀極制形)!
굳이 화기(火氣)를 쓸 필요도 없었다.
도초만으로도 마무리를 지을 수 있는 그런 상황······.
-팟!
그 순간이었다.
목경운이 뒤로 신형을 날렸다.
이런 그의 모습에 도객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움직였다고?’
대부분의 근육이 찢겨나갔을 텐데 그 고통을 버티고 강제로 움직인 건가?
혀를 내두를 만큼 대단한 인내심이었다.
분명 내상 역시 입어서 내공을 운용하는 것 역시도 힘들 텐데. 그 와중에 이런 움직임을 보인다는 게 대단했다.
하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
아무리 감탄할 만큼 인정할 만한 적이라 해도 그는 반드시 죽어야 했다
-촤촥! 팟!
도객이 변초를 일으켜 도초의 궤적을 바꾸며, 이내 뒤로 신형을 날리는 목경운을 따라잡으려 했다.
어차피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신과 같이 진원을 섭취하여 초재생력을 지닌 게 아니라면 잠시 피한다고 해서 몸이 회복될 수 없었다.
‘그만 포기해라.’
도객의 도초의 궤적들이 목경운의 양팔을 베어 내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슈우우우우우!
혈액의 흐름으로 인해 붉게 달아올라 수증기를 내뿜던 목경운의 머리 아래쪽 피부가 갑자기 검게 물들기 시작하며 핏줄이 울룩불룩 튀어나왔다.
그것은 바로 역혈사공(易穴邪功)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득! 우득!
역혈사공 상태에서 목경운의 관절 부근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찢겨나간 부위를 그대로 메워버렸다.
-채채채채챙!
그와 함께 목경운이 마검공의 검초식을 펼치며 도객의 변초를 막아냈다.
도객이 이내 어처구니가 없어 했다.
대체 이게 무슨 수법이지?
뭔가 기괴한 수법들을 펼치며 역량을 한 점으로 모았다가 멈춘 여파를 메워버렸다.
-파르르르르!
무슨 수법들인지 모르겠지만 힘이 다시 호각 수준이 되었다.
일시적인 것이라 여긴 도객이 다른 도초를 연달아 펼치며 목경운을 제압하려 들었다.
-채채채채채챙!
순식간에 두 사람은 10여 초식 가량을 부딪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경운은 조금도 밀리지 않고 그의 도초를 받아냈다.
도객이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넘어서는 초식을 펼치면 목경운은 양손으로 전혀 다른 검초를 펼쳐 이에 대응했다.
그렇기에 빈틈이 생겨나지 않았다.
-화르르르륵!
안 되겠다 싶었는지 도객은 도초에 화기를 실어 목경운을 강하게 밀어붙이려 했지만, 그에 맞춰 한기를 일으키며 아까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사방이 수증기로 뿌옇게 물들었다.
-채채채채채채챙!
시야가 점점 어두워져 소리와 기감만으로 움직임을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도객은 눈빛이 복잡해져 갔다.
대체 얼마나 많은 수법을 익혔기에 이렇게까지 버틸 수 있는 거지?
분명 시간이 흐를수록 기운이 쇠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것도 용했지만, 익히고 있는 기이한 수법들로 부족한 부분들을 메우고 있었다.
-으득!
검(劍)의 마(魔)라 불리는 걸출한 천재와 겨루며 도초의 모든 단점을 보완하여 극도의 진수를 완성했다고 자부했던 그였다.
심지어 두 개의 진원을 얻어 내공 역시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았던가.
한데 어째서 호각을 유지하는 거지?
‘······이게 시초인가?’
인정하기 싫었지만 정말 유래가 없을 만큼 천부적인 무재였다.
전설이라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채채채채채챙!
벌써 40여 초식이 넘어가고 있는데,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모습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어졌다.
하나 이렇게 감탄하며 겨루기만을 위해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었다.
그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순수하게 무(武)를 겨뤄서 꺾고 싶었으나 그건 본좌의 욕심이었던 것 같군.’
-푹!
그 순간 도객의 복부로 목경운의 요검 악즉이 꽂혔다.
‘이건?’
찰나에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수증기로 시야가 흐려지고 집중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방금 그 일검은 이 자가 당할 만한 그런 검식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였다.
-팍!
‘!?’
도객이 박혀있는 검을 붙잡았다.
그러더니,
-촥!
순간 목경운이 악즉의 검병을 놓고서 명현수월보(明顯水越步)를 펼치며 이를 피하려 했지만 어깨를 베이고 말았다.
‘이거였나?’
어깨를 베이며 목경운은 깨달았다.
호각이 이어지고 자신이 도초에 점점 익숙해져 가자 도객이 극단적인 수로 전략을 전환했다.
그것은 매초를 동귀어진(同歸於盡)의 수를 펼치는 것이었다.
같이 죽자는 식으로 공격을 하게 되면 당연히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결국 이렇게 나오네.’
어느 정도 이런 전략을 예상하고 있었던 목경운이었다.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자신이더라도 잘려나간 팔이 자랄 정도의 엄청난 초재생력을 지녔다면 호각이나 강적을 상대하기 위해 이런 전략도 취했을 것이다,
‘이제 거리를 둬야 한다.’
단거리로 싸우게 되면 계속해서 동귀어진의 수를 쓸 것이다.
초재생력을 갖추지 않은 자신으로서는 이런 방식으로 나오면 불리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목경운이 거리를 벌리려는 순간이었다.
-챙그랑!
복부에 박힌 요검 악즉을 뽑아 던진 도객이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수증기는 수분(水分). 수분에 상성이 좋은 게 무엇인지 아나?”
‘!?’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치치치치치치치칙!
그 순간 뿌연 수증기로 가득한 주변이 푸른 빛의 뇌전(雷電)으로 뒤덮였다.
그것은 도객이 내뿜는 뇌기(雷氣)였다.
수증기로 가득한 공간이 뇌전으로 물들자 그 공간 전체는 말 그대로 뇌운(雷雲)과도 같은 형태가 되었다.
-파칙! 파칙!
한순간에 뇌전으로 가득 차 버린 공간에 목경운은 그대로 감전이 되고 말았다.
그것은 피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다.
마기로 전신을 보호하여 뇌기를 막아 흩어지게 하려 했으나, 계속되는 뇌전으로 인해 근육이 경직되는 것만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움직임이 더뎌지는 순간,
“끝이다!”
-팟!
도객이 목경운의 목을 베기 위해 극쾌살도(極快殺刀)를 펼쳤다.
감전되어 경직된 목경운과 달리 뇌전 속에서 움직임이 자유롭다 못해 그 속도가 더 빨라진 도객의 도는 그야말로 극쾌(極快) 그 자체였다.
-촥!
그것은 너무도 치명적인 일도였다.
목을 노려오는 극쾌의 도에 목경운은 찰나에 죽음을 직감했다.
‘피할 수 없다.’
이건 아무리 발버둥을 친다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를 인지하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천천히 흘렀다.
참으로 기묘했다.
-스스스스!
죽는다고 생각하자 극쾌의 일도가 이렇게 느리게 보이다니 말이다.
인간은 죽기 전에 일생을 주마등처럼 본다고 했다.
그것은 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보는 과정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자신이 살아온 세월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목경운에게 있어 죽음은 그저 끝일 뿐이었다.
그저 끝이라 생각하였기에,
‘여기까지인가.’
하며 이에 순응하려고 하는데 문득,
-중생.
목경운의 머릿속에 단 하나의 존재가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청령이었다.
‘!?’
어째서일까?
왜 죽기 직전에 그녀가 떠오른 걸까?
할아버지도 아니고 완전히 복수를 마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도 아니고 어째서 그녀의 목소리와 얼굴이 생각난 걸까?
찰나에 목경운은 의문이 들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고 한 번만 더 보고 싶다는 묘한 감정마저 들었다.
이것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녀를 보고 싶다는 감정이 강해지자 목경운의 머릿속에는 순응이 아닌 다른 감정이 생겨났다.
‘아직이야.’
살아서 그녀를 봐야겠다는 감정이었다.
한데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아날 수 있지?
뇌전 속에서 몸은 경직되어 있고 극쾌의 도는 이미 자신의 목에 닿기 일보 직전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과연 존재할까?
의문으로 가득해지던 순간이었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다. 결국 하고자 하는 의지에 달려있으니.]문득 심상 속에서 그 존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순간 생(生)과 사(死)의 경계선에서 목경운의 눈빛이 살아나며 감각이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푹!
“컥!”
그때 도객의 입에서 단말마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도객의 두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목을 베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날카로운 무언가가 자신의 가슴 한가운데 심장을 관통해버린 것이었다.
‘대, 대체 이게······.’
마치 존재하지 않는데 존재할 것만 같은. 이것은 분명 검이었다.
도객이 고개를 밑으로 내렸다.
그곳에 날카로운 예기가 아무런 매개체도 없이 검이라는 하나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은······.
“무······. 무형검?”
틀림없었다.
스스로가 검이 되는 검아일체를 넘어서 기(氣)마저도 검을 이루는 단계.
바로 무형검(無形劍)의 경지였다.
도객이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비틀거렸다.
영물의 진원을 두 개나 취하고 벽의 벽을 넘어서 도아일체의 경지에 오른 자신조차 아직 오르지 못한 지고의 경지에 어찌······.
-오싹!
일순간 도객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것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목경운의 눈과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그 눈동자를 보는 순간 느낌 감정은 하나였다.
‘죽음.’
목경운의 두 눈은 오직 자신의 죽음을 그리고 있었다.
이를 직감한 도객의 머릿속은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 차 버렸다.
그때 뇌전에서 벗어난 목경운의 신형이 움직였다.
이에 무형검에 심장을 관통당해 비틀거리던 도객의 손이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주머니로 향했다.
‘버, 벗어나야······.’
-촥!
그 순간 검은 선이 생겨나며 그것이 도객을 스쳐 지나갔다.
-팍!
검은 선의 끝에서 목경운이 나타나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하아······하아······.”
-쿵!
그러는데 뒤에서 비틀거리던 도객이 이내 바닥에 두 무릎을 꿇었다.
그 소리에 목경운이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뒤통수에 주먹보다도 커다란 구멍이 뚫려서 그 반대편이 훤히 보이는 도객이 있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