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67)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
아직 감각이 살아있는지 꿈틀거리며 피를 뿜어대고 있는 장주 구천무의 오른팔.
-쩌저저저적!
오른팔이 떨어진 곳의 바닥은 예리한 검과 부딪친 것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오랫동안 단련하여 검아일체(劍我一體)와 검도검극(劍道劍極)의 경지에 오른 그의 오른팔은 하나의 검과도 같았다.
이것만 봐도 그가 검에 있어서 얼마나 높은 경지에 올랐는지를 알 수 있었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자, 장주?’
‘어찌하여 스스로?’
그 스스로 장인이자 검수의 보물이라 할 수 있는 오른팔을 베어낸 것이었다.
이 광경에 모두가 잠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대체 왜 이런 선택을 한 거지?
검의 성지라 불리는 이곳 검곡, 그리고 영검산장의 주인이자, 현 무림의 정점인 육천의 일인인 그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었다.
설령 저 괴물 같은 자의 검도가 상상 이상이라 할지언정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장주 구천무가 저 자에게 밀릴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 아흐지······.”
목경운의 진기에 의해 혓바닥이 붙잡혀 있는 둘째 구웅성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 역시도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부친인 구천무가 당연히 명예와 자존심을 위해 싸울 거라 여겼다.
설령 자식이기는 하나 소장주인 형님에 비해 무공이 낮고 막내 연우에 비해 장인으로서의 실력이 부족해 아낌을 받던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부친에게 큰 기대가 없었다.
그저 자신이 죽게 내버려 두지만 않는다면 다행일 거라 생각했다.
한데,
‘어······째서?’
그렇게나 아끼던 팔을 스스로 자른 거지?
아픈 손가락도 손가락이라는 건가?
무자로서의 자존심과 장인으로서의 생명마저 던질 만큼?
형과 동생에 비해 편협하고 엇나갔던 그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울컥하는 마음에 복잡한 심경이 될 수밖에 없었다.
“으으으.”
눈물을 흘리는 구웅성의 모습에 사람들은 장주 구천무 역시도 한 사람의 아버지라 여겼다.
아들을 위해서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는 그런 아버지라 말이다.
그러나,
“하!”
‘착각들 하고 있군.’
멀리 떨어져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지외가 코웃음을 쳤다.
지금 저들은 장주 구천무가 아들을 살리기 위해 망설임 없이 자신의 소중한 팔을 희생했다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볼 때는 전혀 아니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아는 것만큼 보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장주 구천무를 제외하고 검에 있어서도 무위에서도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자는 벽을 넘어선 오직 자신뿐이었다.
그나마 항산파 정명 사태 정도가 벽을 앞두고 있어서 어렴풋이 짐작할 테지만, 벽에 새겨진 저 검은 그야말로 유아독존(唯我獨尊)의 무리였다.
그 역시도 저 절벽에 새겨진 흔적을 보고서 순간 패배감에 사로잡혔었다.
이는 검도검극을 보았을 때의 충격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아득한 높이.
‘저건 진짜 괴물이다.’
장주 구천무조차 이르지 못한 경지에 이른 괴물.
솔직한 심경으로 만약 구천무와 저자가 싸우게 된다면 그 결과는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장주 구천무의 승리는 어려웠다.
그 자신도 이걸 알기에 스스로 팔을 자른 것이다.
‘영악한 노친네.’
지외는 이곳에 오래 있었기에 구천무라는 세간에 존경받는 존재가 얼마나 영악한 자인지를 잘 알았다.
검도검극으로 후인들을 이끈다는 명목하에 수많은 검객을 이곳에 붙잡아두고서 그 깨달음을 함께 나눠 스스로를 더욱 발전시킨 위인이다.
그는 절대 손해 보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검을 제작해줄 때조차 그자의 독문 검법을 받는 것이었다.
어느 누가 그런 대범한 요구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붙게 되면 모든 것을 잃는다.’
그렇기에 구천무는 스스로의 팔을 자르는 극단적인 선택마저 했다.
사실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여전히 구천무를 믿었기에 모르겠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이 정도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상대가 어찌 나올지 모를 일이었다.
‘명분은 챙겼군.’
이렇게 된 이상 저 괴물 같은 자라도 더 이상 고집을 피우기 어려울 것이다.
아들을 위해서 오른팔마저 베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선을 넘어서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최소한의 도리가 있다면 여기서 멈출 거다.
비록 구천무는 팔을 잃었지만 아들을 위해서 희생했다는 세간의 평 덕분에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잃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괜한 짓을 했군요.”
‘!?’
“본인의 잘못은 그저 본인의 잘못이죠.”
“지금 무슨······.”
“분명 말했을 텐데요. 괜한 짓을 했다고요.”
-슥!
목경운이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둘째 구웅성의 혀가 뒤틀리다 못해 결국 일부가 뜯기며 피가 터져 나왔다.
-풋!
“아아악!”
뜯겨나가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었다.
그 광경에 구천무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어찌 이런!”
“어찌 이런이 아니죠. 저는 장주더러 부모로서 책임지라고 한 적이 없는걸요. 그리고 본인의 잘못은 어디까지나 본인이 책임지는 게 맞죠.”
“뭐요?”
단호한 목경운의 말에 장주 구천무는 화가 나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지외의 예상대로 그는 절벽의 흔적을 통해 목경운과 겨룬다 해도 이길 수 있는 가망이 낮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기에 아들을 위해 희생한다는 명분을 얻기 위해 피눈물을 머금어가며 자신의 오른팔을 베어냈다.
‘피해야 하는 싸움이다.’
잃을 것이 너무 많았기에 이런 식으로라도 싸움을 피해야 했다.
오른손을 베어내는 것은 누가 봐도 큰 희생이었다.
그러나 그는 더 높은 검도를 추구하기 위해 왼손 역시도 어느 정도 단련하였기에 이를 잃는다고 해서 최악에까지 이르진 않는다.
이 모든 게 어느 정도 계산이 되어 있었다.
한데,
‘이자가 정녕?’
이렇게 스스로 오른팔마저 베어가며 숙이는 모습마저 보였는데, 기어이 저 아이의 혀를 앗아가겠다는 건가?
참으로 당혹스러웠다.
더 이상 참을 명분이 없었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 나서지 않는다면 명예가 아니라 체면이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
-꽉!
찰나에 구천무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체면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면 결국 패배는 자명했다.
하지만 여기서 나서지 않는다면 아들이 처참하게 당하는데도 손 한 번 쓰지 않는 비겁한 인간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이었다.
‘어리석었다······.’
묘수라 여겼던 것이 패착이었다.
보통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도리상 멈췄을 터인데, 이자의 행동은 예측과 정반대였다.
차라리 팔을 베지 말고 목숨을 걸고 싸우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그때였다.
-슥!
그때 목경운이 손으로 돌리는 시늉을 하다말고 말했다.
“참 저도 마음이 많이 약해졌나 보군요.”
“······.”
구천무의 눈에 의아함이 비춰졌다.
결국 싸워야 하나 싶었는데, 갑자기 이를 멈추다니 무슨 의도지?
강경하게 나가려다 변덕이라도 생긴 걸까?
하는데,
“장주께서 그리도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갸륵한데, 여기서 아드님의 혀마저 뜯어버린다면 모양새가 그리 좋진 않겠죠.”
“······하면 귀하 역시 물러나시는 거요?”
“그래야죠. 다만 저는 후환을 두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요.”
“후환?”
복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이라도 바라는 건가?
그런 거라면 충분히 해줄 수 있었다.
애초에 복수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자신은 오랜 세월에 걸쳐서야 벽의 벽을 넘어섰고 검도검극에 이르렀다.
한데 이자는 아무리 봐도 자신보다 훨씬 젊다.
이런 자를 어느 세월에 따라잡아 복수를 꿈꾼단 말인가?
‘······잃을 게 많아.’
손에 쥔 것이 많을수록 후환보다는 내실을 생각하는 법이었다.
이에 구천무가 신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식을 살리고자 한 행동인데 어찌 이를 탓한단 말이오. 귀하께서 이걸로 감정이 풀렸다면 노부 역시도 여기서 확실히 맺음을 지으려고 하오.”
“호연해서 좋군요. 하지만 제가 워낙 신중한 편이라서요.”
구천무가 내심 혀를 찼다.
참으로 까다로운 자다.
이 정도로 높은 경지에 오른 강자가 이리도 신중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치밀한 건가?
이에 구천무가 옅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면 뭘 원하시오? 약조를 원한다면 서면으로라도 남겨드릴 수 있소.”
“서면. 나쁘지 않네요. 하지만 글로 남긴 종이라는 건 언제든 찢어버리면 그만이죠.”
“······그럼 대체 뭘 원하는 거요?”
“저도 염치라는 게 있는지라 단전을 폐하라는 요구까진 과한 것 같고······.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남은 한쪽 팔도 받으면 어떨까요?”
‘!!!!!!’
그 순간 구천무의 인상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대체 뭘 요구하려나 했는데, 설마 자신의 남은 한쪽 팔도 요구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웅성웅성!
주변에서도 술렁였다.
이자가 정녕 미치기라도 한 것인가?
구 장주가 육천으로서의 자존심까지 접고서 아들을 위해서 이리 양보를 했건만 남은 한 팔마저 자르라니?
정말 제대로 선을 넘었다.
이에,
“장주! 이건 아닙니다!”
“저희도 장주를 돕겠습니다!”
“둘째 공자께서도 장주님의 마음을 이해하실 겁니다. 굴복해선 안 됩니다!”
“더 이상 참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기저기서 분노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들끓는 그들의 외침에 왼손에 검을 쥐고 있던 장주 구천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들의 두 팔을 자른 것도 모자라 자신의 남은 한 팔을 달라니.
확실히 선을 제대로 넘어섰다.
더는······.
“많이들 화가 나셨나 보네요. 그런데 하던 이야기는 끝까지 들으셔야죠.”
“끝까지? 지금 그걸······.”
“만약 장주께서 크나큰 희생정신으로 남은 왼팔을 스스로 자른다면 아드님의 한쪽 팔을 붙여드리죠.”
“뭐?”
이런 목경운의 말에 모두가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이미 자른 팔을 무슨 수로 붙인단 말인가?
신의가 온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을 내뱉다니 지금 장주와 자신들을 바보로 아는 것인가?
“믿지 못하겠나요?”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그들이 소리쳤다.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요! 장주! 저자가 장주를 능욕하는 겁니다.”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당장······.”
그러는데,
-촥!
그때 소리를 지르던 영검산장의 검수 중 한 사람의 팔을 이기어검으로 떠올라 있던 검 한 자루가 날아와 베어버렸다.
“아악!”
-챙!
갑작스러운 일검에 주변에 있던 모두가 검을 뽑아 들었다.
기어코 해보자는 것인가?
그 순간이었다.
-팟!
“흐헉!”
목경운이 손을 펴서 잡아당기자, 팔이 잘려나간 검수가 방대한 진기에 의해 강제로 목경운의 앞까지 부웅하고 날아왔다.
일류 고수였으나 목경운의 경지에 비하면 바닥의 벌레만도 못한 수준에 불과했기에 진기를 버텨낼 수가 없었다.
-슥!
“정녕 끝을 보겠다는 거요?”
장주 구천무가 왼손으로 쥔 검으로 목경운을 겨냥했다.
그러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믿지 못하겠다니 보여드리려는 것뿐인걸요.”
“그게 무슨······.”
그때였다.
-둥둥!
잘려나간 팔이 그대로 떠올라서는 진기로 붙잡혀 있는 검수에게로 날아왔다.
그 상태에서 목경운이 잘려나간 부위를 가볍게 타혈했다.
그러자 지혈되었는지 피가 어느 정도 그쳤다.
“조금 아플 거예요.”
“뭐, 뭘 하는······.”
-팍!
그때 떠올라 있던 잘려나간 팔이 검수의 잘려나간 팔의 부위에 붙었다.
그 상태로 목경운이 오른손으로 검결지를 쥐고서 잘린 부위로 갖다 댔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착! 착! 착! 착! 착! 착!
‘임(臨)! 투(鬪)! 전(前)! 재(在)! 진(陳)! 개(皆)!’
구자활법의 약식 수인을 맺었다.
그렇게 수인을 맺자 목경운의 오른손 검결지 끝에서 붉은 열기가 흘러나왔다.
“엇?”
검수가 화들짝 놀라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나 진기에 의해 몸이 강제로 묶여 있어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하는데 목경운이 잘린 부위를 따라 검결지를 움직였다.
그 상태에서,
‘동방청제장지신 내조아 중앙황제대장지신 내조아 서방백제대장지신 내조아 북방흑제대장지신 내조아 중앙황제대장지신 내조아.’
속으로 주술을 외웠다.
-치이이이이익!
이와 함께 검결지가 지나가는 잘린 부위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타는 듯한 고통에 검수가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아악!”
이런 검수의 괴로워하는 모습에 결국 장주 구천무가 나섰다.
이 자를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오직 자신뿐이었다.
“당장 멈추시오!”
-팟!
바닥을 박찬 구천무가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목경운의 양미간을 노렸다.
그러자 목경운은 방패막이라도 삼으려는 건지 검수를 그 궤로에 앞세웠다.
‘이런!’
덕분에 구천무는 검의 궤로를 틀어야만 했다.
-촥!
절묘하게 변초로 방향을 튼 구천무가 십여 갈래로 검영(劍影)을 만들어내 만개한 꽃봉오리가 역으로 지는 것처럼 오므리는 형태를 만들었다.
그의 화려한 검초에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른손도 아니고 왼손으로 펼치는 검초조차 이리 훌륭한데 어찌 한발 물러섰던 걸까 의아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팍!
목경운이 꽃봉오리가 지는 궤적의 한 가운데로 검수의 머리를 들이밀었다.
구천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왼손 역시 부단히 수련했기에 그의 실력으로는 정교하게 이를 피해서 목경운을 노릴 수 있었으나, 아주 조금만 궤로가 틀어지는 순간 검수는 죽는다.
-팟!
결국 구천무가 초식을 펼치던 것을 포기하고서 거리를 벌린 후에 소리쳤다.
“어찌 이리도 비겁······.”
소리를 치던 구천무의 눈이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까지 괴로워하던 검수가 자신도 모르게 잘렸던 팔을 움직인 것이었다.
“어?”
무의식적으로 이를 움직였던 검수가 이제야 이를 알았는지 놀라서 자신의 잘렸던 팔을 쳐다보았다.
통증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고 팔과 손가락 전부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검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이······이게 대체?”
주변에 있던 다른 검수들과 객들 역시도 마찬가지의 반응이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지 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잘려나간 검수의 팔이 이어졌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모두가 놀라워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말했다.
“말씀드렸을 텐데요. 잘린 팔을 붙여줄 수 있다고.”
“······.”
“빈말로 들리셨나요?”
이것은 삼묘법(三妙法)이라는 치료의 법술이었다.
몇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있지만 이것이 성립된다면 잘린 팔도 붙일 수 있을 만큼 신묘한 술법이었다.
이런 조건 중에 가장 큰 제약은 피술자의 원기(元氣)가 소요된다.
쉽게 말해 수명의 일부를 희생하는 것이었다.
강한 술법일수록 당연히 제약은 클 수밖에 없었지만, 어차피 자신의 원기를 소모하는 게 아니기에 유용하게 쓰이는 수법이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하시겠나요? 남은 팔을 준다면 아드님의 팔을 다시 붙여드리죠. 선택은 전적으로 장주께 달렸어요.”
“······.”
목경운의 제안에 장주 구천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중원 최고의 장인이자 육천의 일인이었기에 어떤 자들이 오더라도 거래에 있어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아니었다.
이렇게나 영악한 자는 처음 겪는다.
자신의 남은 한 팔을 내어준다면 아들의 잘린 팔을 붙여주겠다니?
“어서 선택하시죠. 아들의 팔일지 아니면 본인의 팔일지?”
-꽉!
구천무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렇게나 악독한 자는 처음이다.
애초에 이 제안에는 선택권은 없었다.
무엇을 선택해도 모든 것을 잃는다.
팔을 잘라낸다면 무인이나 장인으로서 완전히 생을 마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팔을 자르지 않는다면 아들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데다가 결국 이 자와 싸워야 한다.
그리된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걸 잃게 될 거다.
-주르륵!
그 무엇도 선택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장주의 이마가 어느새 땀으로 젖어 들고 머리마저 깨질 것처럼 지끈거렸다.
-웅성웅성!
주변에서 그에게 뭐라고 아우성을 치는데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멍해져 있던 구천무의 시선이 이내 목경운에게로 향했다.
-오싹!
목경운의 얼굴을 본 구천무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마치 이 모든 게 즐겁다는 듯이 웃고 있는데 그 웃음은 악의(惡意)로 가득했다.
놈은 자신을 시험, 아니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악귀······. 이자는 정녕 악귀와 같은 자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처음부터 놈은 자신이 아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싸움을 피하려 한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을 유도한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최악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이다.
-파르르르!
이를 깨닫게 되자 구천무는 난생처음으로 한 인간에게서 지독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그가 자신을 능가하는 절세검호라서가 아니었다.
이 악귀와도 같은 자는 타인의 마음마저도 철저하게 농락하고 굴복하게 만들었다.
결국 어떠한 것도 선택할 수 없었던 구천무는,
-털썩!
그 자리에서 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장주!”
“아버지!”
이 모습에 모두가 놀라서 외쳤다.
그러나 구천무는 더 이상 다른 누군가의 시선이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최악만으로 가득한 두 기로 속에서 머리가 터질 만큼 괴로워하던 그는 결국 해탈한 것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쿵!
구천무는 이내 목경운에게 머리까지 조아리며 말했다.
“노부가 이리 용서를 구하겠소. 귀하께서 원하는 모든 것을 할 테니 부디 자비를 베풀어주시오.”
‘!!!!!!!!!’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