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69)
“그럼 장주와 영검산장이 제게 충성을 맹세하시죠.”
‘!!!!!’
예상치 못한 목경운의 요구에 장주 구천무의 표정이 이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무섭게 일그러졌다.
여태껏 아무리 놀랐다고 해도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던 그였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이를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자신의 입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준다고 하기는 했으나, 설마 충성을 맹세하라는 요구를 할 줄은 몰랐다.
“이자가 정녕!”
“장주!”
“안 됩니다!”
이런 목경운의 요구에 영검산장의 검수들과 객들이 들고 일어났다.
아무리 장주의 굽히는 모습에 실망했다고 하나 이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다.
정확한 정체는 모른다고 해도 모두가 저 자가 배화교인이라 알고 있었다.
배화교는 혹세무민의 죄로 나라에서 탄압하는 단체였다.
한데 영검산장더러 그런 단체로 들어오라는 것은 마찬가지로 나라와 중원인들과 척을 지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장주 이건 아닙니다. 배화교에 들어간다는 것은 결국······.”
-팟!
장주를 향해 소리치던 한 객이 순간 자신의 미간의 한 치 앞에서 멈춘 검 자루에 놀라서 하던 말을 멈춰야만 했다.
멈춰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이마를 꿰뚫을 기세가 담겨 있는 이기어검에 객은 눈을 굴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런 그의 귀로 목경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부터 착각하고 있는데 누가 배화교인이라는 거죠?”
“뭐?”
“이들과 연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저는 배화교인이 아니에요.”
“그게 무슨?”
“저는 그저 저일 뿐이에요. 그리고······.”
-슥!
목경운이 손을 들어 올리자 허공에 떠 있던 남은 일곱 자루의 검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사방으로 날아다니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경계심을 느낀 검수들과 객들이 방어를 위해 기수식을 취했다.
-슉! 슉!
검이 날아다니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그들의 눈동자가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일곱 자루의 검이 제각각 날아다니는데 내심 괴물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검 한두 자루만 움직여도 정신이 크게 분산될 터인데 이 많은 검 자루들을 동시에 이기어검의 묘리로 움직인다는 시점에서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계속 장주께 이러면 안 된다 저러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러지 말고 직접들 나서는 게 어떤가요?”
“······.”
목경운의 도발이 담긴 말에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했다.
심지어 섣불리 나서는 자들도 없었다.
겉보기에는 단순하게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여도 일곱 자루의 검들은 진법을 이루듯이 정교하게 맞물리며 그들을 가두고 있었다.
잘못 나섰다간 가장 먼저 당할지도 몰랐다.
이런 그들의 모습에 목경운이 비웃음을 흘렸다.
“장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분들이 맞나요? 장주가 먼저 나서지 않으면 싸울 용기들은 없으신가요?”
이런 도발이 넘어가기라도 할 걸까?
객 중 한 중년의 검객이 노기를 참지 못하고 소리치며 목경운을 향해 신형을 날리려 했다.
“누가 용기가 없다는 것이냐! 나 비용검 우숭이 상······.”
-푹!
“컥!”
그런 그의 우측 어깨를 꿰뚫고서 이기어검 한 자루가 튀어나왔다.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우숭이라 밝힌 검객이 앞으로 넘어지며 어깨를 붙들었다.
“우 형!”
그와 친한 다른 검객이 나서려 했다.
그러자 그자의 얼굴 쪽으로 검이 스치고 지나갔다.
“헉!”
-탁!
스치고 지나간 자리로 그의 잘려나간 왼쪽 귓불이 바닥에 떨어졌다.
잘린 귀를 붙든 검객이 얼어붙은 것마냥 굳어져 그 자리에서 움직이질 못했다.
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섣불리 움직였다가 같은 꼴이 될지도 모른다 여겨서였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동시에 움직여야 합니다!”
“맞소. 아무리 이기어검이라 해도 고작 일곱 자루에 불과하오. 우리가 한 번에 움직이면 무슨 수로 막겠소이까?”
바로 그 순간이었다.
목경운이 손을 가볍게 휘젓자,
-슈슈슈슈슈슈슉!
‘아닛?’
‘더, 더 빨라졌어?’
일곱 자루의 검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날아다니는 것도 모자라, 그들의 사이사이를 스치고 지나가며 조금만 움직여도 베어버릴 것처럼 위협을 가했다.
방금 전만 하더라도 해법을 찾았다고 여겼던 이들이었지만 엄청난 속도로 날아다니는 검들의 기세에 억눌려 어쩔 줄 몰라했다.
당혹스러워하는 그들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제가 여러분들을 전부 죽이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시험해볼까요?”
-흠칫!
이 말에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장주 구천무가 마음만 먹어도 일각 내로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을 전부 몰살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장주가 싸우는 것을 포기한 저 괴물이 작정하고 자신들을 죽이려 한다면 과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일각? 아니 반 각?
“지, 지금 우릴 협박하는 거요?”
“협박이 아니라 지금부터 벌어질 일을 말씀드린 건데요.”
“뭐, 뭣?”
당황해하는데 목경운이 장주 구천무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충성이 부담된다면 조건을 바꾸도록 하죠. 장주.”
“그게 무슨?”
“앞으로 벌어지는 일들에 관여치 마세요. 그럼 장주와 아드님들의 목숨을 보장토록 하죠.”
‘!?’
목경운의 이 말에 날아다니는 이기어검들의 사이에 갇혀버린 검수들과 객들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건은 장주 일가와의 갈등이었다.
그런데 그 불똥이 어느새 자신들에게 튀더니 어느 순간 자신들의 턱밑으로 칼이 파고든 격이었다.
참으로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기 그지없었다.
목숨을 위협하는 불똥이 자신들에게로 튀자 이들의 시선이 누구 할 것 없이 장주에게로 향했다.
“······.”
이런 그들의 시선에 장주 구천무가 탄식을 흘렸다.
그들의 시선은 그가 자신들을 돕지 않는다면 원망이라도 할 기색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구천무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자는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아가는데 도가 텄다.
무슨 요구든지 들어준다는 조건 때문에 이들의 죽음을 마냥 지켜보게 된다면 결국 이 모든 원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자신과 영검산장이 될 것이다.
‘아아아.’
어쩌다 이런 마귀와 같은 자와 척을 지게 되었는가.
참으로 한탄스럽기 그지없었다.
-슉슉슉!
“어엇?”
“검이?”
날아다니는 이기어검의 궤적이 점점 좁혀가기 시작했다.
정말로 이들을 전부 죽일 작정으로 보였다.
이에 구천무가 소리쳤다.
“정말 이들을 죽일 작정이오?”
목경운이 여전히 이기어검을 멈추지 않은 채 답했다.
“말씀드렸잖아요.”
“과하오. 이들은 그저 노부를 도우려고 했을 뿐이오.”
“도우려고 했으니 이 정도 각오는 당연한 게 아닌가요?”
“그건······.”
“스스로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는데 간섭하는 걸 오지랖이라고 하죠. 이들은 그저 오지랖에 대한 대가를 치를 뿐인걸요.”
목경운의 단호한 말에 장주 구천무는 결국 선택해야만 했다.
그가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
“귀공께 충성을 맹세하겠소!”
그의 외침이 절벽으로 이루어진 사방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아아······. 아버님.’
기어이 충성을 맹세하고만 구천무의 선택에 그의 장자인 소장주 구웅황이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비록 선택권이 없었다고는 하나, 자식된 자로서 부친이 누군가에게 강제로 굴복하는 것이 달가울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찌 되돌릴 수 있겠는가.
받아들여야만 했다.
-슥!
그때 목경운이 손을 내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챙그랑! 챙그랑!
이내 허공을 날아다니던 검들이 힘을 잃고서 바닥에 떨어졌다.
이기어검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된 영검산장의 검수들과 객들이 안도하면서도 장주를 바라보며 송구한 나머지 어쩔 줄 몰라했다.
자신들을 살리고자 기어이 장주 구천무가 충성을 맹세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미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슥!
목경운이 저들을 위협하는 걸 멈췄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올린 장주 구천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아까 전만 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여겼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반대가 되었다.
‘······설마 이마저도 의도했단 말인가?’
구천무가 목경운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며 피식하고 웃는 모습에 구천무는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이자는 대체 뭐지?
단순히 상황을 극한으로 몰아가서 결국 원하는 것을 얻은 것뿐이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명분을 만들어줬단 말인가?’
검수들과 객들은 자신이 충성을 맹세하면서 목숨을 구제받았다고 여겨서인지 누구 하나 이 선택을 실망스러워하거나 불만스러워하는 자들이 없었다.
마치 이 선택이 당연했고 어쩔 수 없었다고 여기고 있었다.
‘하······.’
이자의 진짜 무서움은 이런 걸지도 몰랐다.
타인의 마음마저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건 두려운 힘이었다.
이렇게 충성을 맹세하고도 마음속 깊이 목경운을 두려워하고 있는 장주 구천무와 마찬가지로 이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또 다른 한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바로 정의맹의 수사관으로 파견된 항산파의 정명 사태였다.
‘구 장주가 누군가에게 충성을 맹세하다니?’
이것은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었다.
구천무 장주는 현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는 육천(六天)의 일인이었다.
그가 실전 경험이 부족해 비록 전의를 상실해 패배를 인정했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벽의 벽을 넘어선 대종사급의 절세고수였다.
게다가 구천무 장주는 중원의 모든 검객에게 존경받는 장인이자 검수인만큼 굉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큰일이구나.’
저자는 능히 새로이 일곱 번째 하늘(七天)이라 칭해질 만한 무위를 지녔다.
그런 자가 구천무 장주를 산하로 거둔다는 것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던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어서 맹의 본단에 알려야 해.’
이것은 정의맹 전체 장로회를 소집해야 할 만큼의 안건이었다.
스스로 배화교인이 아니라고 선언했으나, 저자의 거침없는 행동을 봐서는 절대로 정도인은 아니었다.
만약 저자가 사파인이라면 이번 사태는 남궁세가의 가주와 그 정예가 몰살당한 것 이상으로 최악의 결과라 할 수 있었다.
‘한데 자가 누군지 알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괜히 나섰다가 저자와 척이라도 진다면 곤란해진다.
이를 고민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장주 구천무가 목경운에게 물었다.
“충성을 맹세했으나 아직까지 귀공의 존성대명을 알지 못합니다. 속하가 귀공을 어찌 불러야 합니까?”
그 물음에 목경운이 짧게 답했다.
“천마. 천마(天魔)라고 부르세요.”
‘!!!!!’
이 말에 정명 사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곳으로 파견되어 오는 과정에서 그녀는 한 가지 기이한 소문을 들었다.
그것은 정종 무학의 발상지라 불리는 소림의 백팔나한진이 단 한 사람의 진각 일보(一步)에 의해 무너졌다는 이야기였다.
워낙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 그녀는 이를 단순한 괴소문이라 치부했었다.
하나 이를 두고서 뭐라고 했는지 정확히 기억했다.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분명 그리 말했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