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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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주인이 될 자다.]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사내의 오만한 말에 류소월은 어처구니가 없어 했다.
[제대로 미치셨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고오오오!
바로 등 뒤에서 느껴지는 흉악하기 그지없는 기운에 그녀는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최고의 고수 중 한 사람인 부친이자 월맥의 가주 류강조차도 그 기세를 드러내도 이만큼의 위압감을 준 적은 없었다.
한데 뒤에서 느껴지는 이 기운은 마치 흉폭한 짐승을 앞에 두고 있는 기분이었다.
‘무슨 기운이?’
[건방진 암컷이 죽지 못해 안달이 났······.]-슥!
그때 온통 흑색인 사내가 손을 내밀며 나서지 말라는 시늉을 했다.
사내의 손짓만으로도 순식간에 그 엄청난 기운이 사라졌다.
이에 류소월은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도저히 그 경지조차 짐작 가지 않는 이런 괴물 같은 자를 부리다니 이자의 정체는 대체 뭐지?
의아해하던 찰나였다.
-챙강!
사내의 두 손가락 사이에 잡혀 있던 그녀의 검이 두 동강이 나버렸다.
[앗?]뭔가 진기를 쓴 것도 아니었다.
단순히 손힘만 가지고 검날을 쥔 것도 모자라 부숴버렸다.
놀라고 있는데,
-팍!
어느새 앞으로 다가온 사내가 그녀의 가슴옷자락을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촥!
그녀의 옷을 그대로 뜯어버렸다.
순식간에 상의가 뜯겨 나가며 그대로 그녀의 봉긋한 가슴이 드러나고 말았다.
당황한 류소월은 본능적으로 양팔로 가슴을 가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사내가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여느 암컷들과 다를 바가 없구나.] [당신!]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임에도 고작 가슴을 드러낸 게 부끄러운 거냐?]이런 사내의 말에 수치심에 사로잡혀 있던 류소월의 표정이 일순간 굳어졌다.
설마 자신을 능욕하려는 건가 했는데 사내의 표정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이런 자신의 반응을 비웃는 듯했다.
‘······.’
보통 여자들이라면 아무리 무림인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상황이 된다면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오라버니가 죽은 후로 사내처럼 커왔다.
그렇기에 그 여느 여자들과는 달랐다.
류소월은 오기가 생겼으나 이를 숨기며 오히려 더욱 가슴을 감싸며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였다.
[다, 다가오지 마.]그런 그녀의 모습에 사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관심이 떨어졌다는 듯이 이내 찢은 옷자락을 놓으려고 하는데,
-팟!
그 순간 류소월이 기습적으로 사내의 목 한가운데로 부서진 검날을 찔러넣었다.
그런데,
‘젠장.’
그녀의 검날은 사내의 목 한가운데 닿지 못했다.
이는 그녀의 몸 전체를 섬뜩하면서도 방대한 기운이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기를 다루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완전히 달랐다.
기운이 너무도 사악했기 때문이었다.
-움찔! 움찔!
전신에 소름이 돋을 만큼 공포심에 사로잡힌 그녀가 몸을 파르르 떨었다.
기운만으로 무섭고 두려운 상대는 난생처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사내가 다가와 턱을 슬며시 들어 올리며 말했다.
[부끄러워하는 줄 알았더니 기회를 엿본 것이었나? 재밌군. 그렇지 않나? ] [한낱 벌레에 불과합니다.] [고분고분하기 그지없는 일족의 계집들보단 재밌지 않느냐.] [그건 와······] [됐다.] [······.]뒤에 있는 자의 말을 자른 사내가 빙그레 웃으며 류소월에게 말했다.
[왜, 새삼 두려워진 것이냐?] [죽일 거냐?] [주인이 될 자의 목숨을 함부로 노렸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가는 치러야겠지.] [······.] [하나 네 본분을 깨닫고 살려주기를 애원한다면 한 번 고려는 해보마.] [뭐?] [나는 자비가 없는 자가······.] [죽여.]순간 그녀의 말에 사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죽이라고?] [무인으로 태어난 이상 언제든지 죽을 각오가 되어 있거든. 아무리 두렵다고 해도 누군가에게 애원해가며 목숨을 구걸하진 않는다. 하니 죽여.] [호오.]사내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저 하찮은 존재를 가지고 잠깐의 유흥을 즐기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 암컷, 아니 이 계집. 나름의 명예와 고고함을 지니고 있는 존재였던가.
흥미를 보이던 사내가 이내 입을 열었다.
[재밌군. 한낱 계집이 투사의 명예를 지니고 있다니 말이야.] [투사?] [그래. 투사(鬪士). 나는 그런 자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투사의 명예 또한 존중하지.] [······.] [좋아. 투사라면 이를 모욕한 것을 사과하마. 그런 의미에서 깨끗하게 죽여주마.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다면 하라.]사내가 류소월의 턱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이에 이미 목숨에 애착을 버린 그녀는 힘이 빠진 목소리로 답했다.
[없어. 죽는 마당에 남길 말이 뭐가 있어. 그런 걸 남겨봐야 괜히 살고 싶어질 뿐이지.]그런 그녀의 답에 사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보통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없냐고 하면 예상할 수 있는 말들을 남기곤 한다.
대부분이 아쉬움이나 남겨진 자들에 대한 인사나, 처우를 부탁하는 말들이었다.
그런데 스스로 삶의 미련을 잘라내다니.
‘진정으로 고고한 자로군.’
그저 유흥이었고 방금 전에는 존중이었었으나 지금은 확실히 관심이 갔다.
일족에 내로라하는 여인 중에서도 자신의 앞에서 이런 진정한 고고함을 드러낸 자는 누구도 없었다.
이에 사내가 물었다.
[나쁘지 않군.] [뭐?] [물음을 바꾸마. 남길 말이 아니라 바라는 것을 말하라.] [그게 무슨 차이라는 거야?] [마지막으로 네가 바라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거다.]사내의 이 말에는 의도가 명확했다.
류소월을 마음에 들어한 그는 그녀를 살려주기 위해 물음을 바꾼 것이었다.
남길 말과 바라는 것은 차이가 있었다.
목숨을 부지하길 원한다고 한다면 살려줄 것이다.
아니 아마도 당연히 그 말을 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의 예상과 전혀 다른 답변이 흘러나왔다.
[강해지고 싶어.] [······강해지고 싶다고?]순간 류소월은 자신이 이 말을 하고도 내심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상대가 무슨 변덕에 의해서인지 모르겠으나 느낌상 뭔가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했다.
그런데 순간 자신이 정말 바라는 게 뭘까라고 여기던 찰나에 무의식적으로 그 말을 내뱉고 말았다.
이를 번복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싶을 때였다.
[하하하하하하하핫!]사내가 갑자기 뭐가 그리 즐거운지 호통하게 웃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에 그녀는 영문 모를 얼굴이 되었다.
* * *
늦은 밤.
월맥의 가주 류강은 소주 류소월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얼굴에는 피멍부터 상처가 가득했고, 절뚝거리는 모습이 크게 다친 것처럼 보였다.
낮에 있었던 자신의 언행이 미안했으나 소주로서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기에 그녀를 다그치려 했던 그였다.
그러나 이 모습을 보며 도저히 이에 대해서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보단,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왜 그런 꼴이 된 게야?]아무리 강하게 키웠다고 해도 이렇게 처참한 몰골이 된 것에 어떤 아버지가 걱정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겠는가.
그런 그의 물음에 류소월은 차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강함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투사란 싸우면서 강해지는 거지.
그 사내가 했던 말이다.
그 후부터는 사내의 아랫사람이라는 자와 미친 듯이 싸웠다.
거의 몇 시진을 쉬지 않고서 말이다.
처음이었다.
너무 괴로워서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한 것은.
[본 가주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게야?] [······.]가주 류강의 다그침에 그녀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겪었던 것을 전부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자와의 약조한 것이 있었다.
-딱 두 가지만 말하지. 나와 만난 것을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마라. 그리고 매해 이 비슷한 시기에 이곳에 온다면 네가 바라는 그 강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나름의 고집이 있었다.
한 번 약조한 것은 무조건 지킨다는 고집이었다.
그렇기에 부친의 계속되는 다그침에도 결국 입을 다물었다.
결국 포기하고 마는 가주 류강이었다.
[고얀 것.]그녀의 고집에 혀를 내두른 가주 류강이 그녀에게 통보하듯이 말했다.
[천맥에서 혼사를 청해왔다.] [네?]혼사(婚事)라니 이게 무슨 소리지?
당혹스러워하는 그녀에게 가주 류강이 짙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천맥의 소주가 너를 원하는가 보더구나.] [저는 아니에요!]류소월이 발끈해서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가주 류강이 코웃음을 쳤다.
[흥. 그렇게 제 녀석의 안위를 묻는 말에는 답하지도 않다가 혼사를 논하니, 이제야 입을 여는 게냐?] [그, 그건······.] [일단은 거절했다.] [아아아.]그 말에 그녀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은 절대로 안도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다.
[하나 그쪽의 제안은 받아들였다.] [네? 제안이라뇨?] [합종식 때 천맥의 소주가 회주가 된다면 혼사를 허락한다 하였다.] [가주, 아니 아버지!]무릎을 꿇고 있던 류소월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러자 가주 류강도 다그쳤다.
[조용히 하거라! 전부 가문을 위한 일이다.] [가문을 위하다뇨? 저는 월맥의 소주이기에 더 이상 여인이 아니라면서요? 그런데 어째서 제가 천맥의 소주와 혼인을 해야 한다는 거죠?] [말하지 않았느냐? 전부 월맥을 위해서다.] [그건 답이 되지······.] [네가 회주가 될 사람과 혼인하게 된다면 천맥과 월맥은 견고한 사이가 된다. 그리고 천맥에서 네가 낳게 될 첫째 남아를 월맥에 넘기겠다고 하였다.] [······.]이런 가주 류강의 말에 류소월의 표정은 싸늘해졌다.
이미 부친은 천맥의 가주와 모든 합의를 보았다.
이 합의를 통해서 그녀는 알았다.
이런 제안을 받아들인 시점에서 부친은 소주로서의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꽉!
주먹을 쥔 류소월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부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주 류강은 과거 부상으로 씨를 생성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그렇기에 월맥의 대를 이을 존재를 간절히 원했고 그에 자신은 부합하지 못했다.
하지만,
-······네가 이제 소주다.
오라버니가 병으로 숨을 거뒀을 때 자신의 손을 꼭 붙잡고 했던 그 말은 그저 빈말에 불과했던가.
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던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었던가.
참으로 서글퍼진다.
그러나 이런 서글픔 말고도 오기가 생긴다.
-으득!
류소월이 이를 악물었다.
그래. 반대로 생각하면 답이 나와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는 해답.
그것은 바로,
* * *
-콰직!
부러진 목검을 보며 천맥의 소주 비용헌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해마다 달라지는 월맥의 소주 류소월의 실력에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불과 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전히 실력을 숨겨야 했던 그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상황이 달라졌다.
3년 전부터 그녀의 실력이 월등히 강해지기 시작하더니 2년 전에는 힘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작년에는 기어이 반 초식 차이까지 따라잡혔다.
천맥의 비기로 무승부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있었으나 더는 방심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일 년 동안 부단히 무공을 연마하여 다시 격차를 벌리려 했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럴 수가.’
불과 이십여 초식 만에 자신의 목검을 부러뜨렸다.
초절정의 극에 이르렀기에 벌어진 것을 메웠고 다시 격차를 벌렸다고 여겼던 그였다.
한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거지?
-으득!
분함에 비용헌은 이를 갈았다.
어떻게든 그 차이를 유지하고 이기려 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유약하게 굴지 말고 회주가 되어라. 그럼 그 아이를 네 아내로 맞이하게 될 거다.
부친과의 약조 때문이었다.
한데 8년 만에 따라잡힌 걸 넘어서 류소월의 무위가 기어이 자신을 능가했다.
목검이 부서진 시점에서 이미 격차가 확연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여기서 무너진다면 그녀를 영영 놓칠 것만 같았다.
이에,
-팟!
비용헌은 적수공권으로 상대하는 한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우우우웅!
‘!!!!!!’
그녀의 맨손에 서리는 푸른빛의 검강(劍罡)을 보는 순간, 그는 싸울 의사를 그대로 잃고 말았다.
‘······말도 안 돼.’
고작 스물여덟의 나이에 벽을 넘어서다니.
저것은 그녀가 화경(化境)에 이르렀음을 의미했다.
-웅성웅성!
이 놀라운 광경에 여기저기서 술렁이고 난리가 났다.
심지어 월맥의 가주 류강은 어찌나 경악했는지, 체통마저 잊고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있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