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81)
천지회 본단에 있는 회주의 거처.
“쿨럭쿨럭······.”
발 너머로 들려오는 기침 소리에 부회주 몽서천이 혀를 내둘렀다.
갈수록 기침이 심해지고 있는데, 마음 같아서는 회타명의(懷他鳴醫)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회주는 이상하리만큼 치료받을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는 치료보다는 계속해서 배화교의 성화령주에 집착하고 있는데, 왜 저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를 데려온다고 해서 정말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걸까?
‘어떻게든 회복시켜야 해.’
회주에게는 자식조차 없었고 오직 세 제자뿐이었다.
차라리 자식이라도 있다면 후계 구도를 견고히 할 명분이라도 있을 텐데, 어느새 파벌이 삼분되어 한참 신경전이 커져가고 있었다.
특히,
‘대공자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대공자 나율량이 폐관에서 나온 후로 거침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중립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는 종파들을 찾아가 전부 복속시키고 있는데, 머지않아 둘째 장능악, 막내 위소연 연합과 제대로 부딪칠 듯했다.
아니 이미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싸우고 있을 수도 있었다.
뭐 여기까지야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는 선이었다.
‘어차피 후계자가 정해지긴 해야 해.’
그렇지 않다면 계속해서 내분이 길어질 테고, 그것은 회에 있어 장차 독이 될 거다.
다만,
“회주······. 장로전에서 나율량 대공자와 접촉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타의 종파들이야 그렇다 쳐도 그분들은······.”
“쿨럭쿨럭. 결국 때가 무르익었나 보군.”
“네?”
때가 무르익었다니 무슨 소리지?
의아해하는데 발 너머에서 회주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더 이상 본좌를 거치지 않겠다는 뜻이겠지.”
“아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은퇴한 장로분들께서 어찌 회 내부의 일에 관여를 한단 말입니까?”
“내버려 둬라. 어차피 그들은 그분의 명에만 움직이니.”
“회주······. 그분이라면 설마?”
“누구이겠느냐?”
회주의 물음에 부회주 몽서천이 미간을 찡그렸다.
회주가 말하는 그분이 누구인지는 알 것 같다.
그러나 그분은 돌아가신 지 오래이지 않은가.
그런데 장로전이 어찌······.
“그보다 그들은 아직인가?”
그때 회주가 물었다.
“그들이라면······.”
“개봉을 무사히 탈출했다면 지금쯤이면 한참 본단에 가까워지고 있어야 할 텐데.”
‘아아!’
그제야 부회주 몽서천은 회주가 말하는 그들이 누군지 알아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약에게서 전서구가 도착했습니다.”
“어찌 되어가고 있지?”
“무사히 탈출은 성공했지만 황도에서의 추적 때문에 그들을 따돌리기 위해 원래의 경로를 벗어나 귀주성을 경유해서 올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귀주······. 서쪽으로 오는 건가? 쿨럭쿨럭.”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것 외에도 긴급으로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긴급?”
“네, 이로 인해 지금 정의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부회주 몽서천이 침상을 두르고 있는 발 쪽으로 준비해둔 보고서를 넘겼다.
이를 받아들어 천천히 살피던 회주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일곱 번째 하늘?”
* * *
영검산장의 비어있는 객당 중 한 곳으로 목경운의 수하들을 직접 안내한 소장주 구웅황은 그들에게 공손히 인사를 한 후에 밖으로 나왔다.
“그럼 푹 쉬고 계십시오.”
객당에서 한참 떨어진 후에서야 그를 보좌하는 영검산장의 한 검수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조심스레 입을 뗐다.
“저······. 소장주. 굳이 직접 안내하실 필요가 있었겠습니까? 그냥 저희에게 맡기지 그러셨습니까?”
이런 그의 말에 소장주 구웅황이 피식하고 웃으며 답했다.
“자네들에게 맡길 일이었으면 그렇게 했겠지. 하나 결과가 어찌 되었든 간에 주공의 산하로 들어갔으니 밑에 자들이 어떤 자들인지는 확인해둬야 하지 않겠느냐.”
“아아. 그런 의도이셨습니까? 제가 소장주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의중이랄 것이 있겠느냐. 괜찮으니 개의치 말거라.”
“한데 어떠하셨습니까?”
“무엇이 말이냐?”
“천마 주공의 수하분들 말입니다. 속하는······. 조금 많이 놀랐습니다. 그 파계승 분명 삼광(三狂)의 일인인 자금정이 아닙니까?”
“그래. 그런 듯하더구나.”
소장주 구웅황 역시도 파계승 자금정을 보고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더욱 그를 놀라게 한 것은 자금정이 아니었다.
그 특이한 문양의 가면을 쓴 자와 사장(蛇杖)을 짚고 있는 자의 무위가 아무리 살펴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이로 인해 그는 그들이 자신보다 윗선의 고수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나 같이 보통 자들이 아니야.’
그들도 그랬지만 파계승 자금정도 그렇고 가장 젊어 보이는 둘도 마찬가지였다.
둘 모두 초절정의 영역에 이르렀다.
어떻게 수하들이 하나 같이 범상치 않은 거지?
이미 이들만으로도 하룻밤 만에 중소문파 하나둘 정도는 쓸어버릴 수 있는 전력이다.
산하에 이런 대단한 자들을 데리고 있는데, 어떻게 여태 이름과 명성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번에 육천(六天)의 일인인 부친 구천무와 영검산장이 산하로 들어갔으니, 사실상 그 전력이 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체 이 대단한 전력으로 주군이 하려는 일은 무엇인 거지?
갈수록 궁금해졌다.
* * *
객당 안.
자신들을 안내해준 영검산장의 소장주가 물러나 그 기척이 사라지자 섭춘이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겐가?”
그런 그의 물음에 몽무약 또한 다소 멍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놀라기는 그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영검산장의 소장주가 천마 주공이라고 했을 때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런데 그가 하는 말에 모두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저희 영검산장은 천마를 주공으로 모시기로 맹세했습니다.]‘!!!!!!’
이는 평소에는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가면의 마라현과 인피면구를 쓰고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팔독사장(八毒蛇杖) 구양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도 소장주 구웅황의 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검산장이 평범한 문파였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그들은 장인이면서도 중원 무림의 검도(劍道)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그들의 수장인 구천무 장주는 현 무림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육천(六天)의 일인이 아닌가.
그런 엄청난 존재가 자신들의 주군인 목경운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니.
사실 듣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이거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분을 모시고 있는 듯하네. 모두 그렇지 않습니까?”
“······.”
이런 섭춘의 말에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이번 일은 그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일으켜주었다.
소림사와 사천당가에서 있었던 일들조차 굉장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이번 일이 무림으로 퍼져나가면 그 여파는 굉장할 거다.
영검산장과 같이 현 무림에 영향이 큰 곳이 주군의 산하로 들어왔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우린 주군을 과소평가 한 것 같다.”
그때 섭춘의 말을 그냥 듣고만 있던 몽무약이 입술을 뗐다.
“과소평가?”
“그래.”
“그렇게나 지켜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나오지. 당연히 지금까지는 그저 주군이 가지는 목표가 단순히 회주의 네 번째 제자가 되는 거라고 여겼으니까.”
“······.”
이 말에 섭춘의 눈빛도 묘해졌다.
그 역시도 몽무약이 무슨 의미로 이런 말을 하는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목경운을 따르기로 한 것은 그의 무위와 그릇이 큰 것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차기 회주 감이라 여겨서였다.
그런데 몽무약의 말대로 되었다.
정말 과소평가였다.
주군의 그릇은 자신들이 함부로 평가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다.
회주와 같은 선상에 놓여 있는 육천(六天)의 일인을 굴복시키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미 주군은 회주가 품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었다.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대종사였다.
그때 호리병의 술을 홀짝거리던 파계승 자금정이 끼어들었다.
“크으. 네 녀석들 지금까지 주인을 따르던 게 고작 그런 이유에서였더냐? 푸하하하핫. 누가 누구의 제자가 된다고?”
재밌다는 듯이 광소를 터뜨리는 그였다.
그런 그의 태도에 섭춘이 다소 억울하다는 투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자넨 몰라서 하는 소리야. 주군이 얼마나 빠르게 강해졌는지를 안다면 그런 소리도 안 나올걸.”
회를 나올 때만 하더라도 물론 괴물이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벽의 벽을 넘어서 현경(玄境)의 고수가 된 것도 모자라, 육천의 일인마저 산하에 복속시키다니.
‘괴물······. 그래. 이게 진짜 괴물이군.’
말없이 팔짱을 끼고서 벽에 기대있는 마라현도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목경운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빠르게 역량이 급성장할 줄은 몰랐다.
황궁을 벗어날 때만 하더라도 또 다른 육천의 일인인 남진무사 북파도왕(北派刀王) 구성백조차 육천호 소예린, 구혈교의 혈성과 합공을 하고도 버거워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젠 정점인 육천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니.
“하.”
무림 사상 이렇게 빠르게 강해진 자가 있었나?
차라리 몇 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면 이해라도 되겠지만, 불과 두어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는 게 더 믿기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러는데 섭춘이 말했다.
“한데 좀 아쉬운데.”
“뭐가 말이지?”
“황궁의 추격 때문에 천마(天魔)라는 가명을 쓰기는 했지만 주군께서 본명으로 명성을 떨쳤다고 생각해봐.”
“본명?”
“그래. 주군이 목경운이라는 이름으로 소림백팔나한진을 무너뜨리고, 사천당가를 자그마치 육십 년을 봉문시키고 영검산장을 복속시켰다면 이미 그 명성만으로도 회주 자리는 확정이라고 볼 수 있지. 하나 그분께선 왜 이걸 회에마저 알리지 않으려 하는지 모르겠군.”
이런 섭춘의 말에 몽무약이 코웃음을 쳤다.
“너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냐?”
“뭐?”
“후우······. 정말 모르는군. 하긴 그저 도나 휘두를 줄 알지. 달린 머릴 굴릴 줄도 모르는 네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칠 리가 없지.”
“······그럼 그리 똑똑한 네가 주군의 의중을 말해보겠나.”
“의중이 아니더라도 주군께서는 자신이 천마라는 사실을 밝힐 필요가 없다.”
“밝힐 필요가 없다고?”
“그래. 주군이 그걸 밝히면 대공자를 비롯해 둘째, 셋째 공자들만 견제할 것 같나? 아니다. 주군은 외부에서 영입된 신진 세력이다. 더군다나 정파 출신이지.”
“아······.”
“오직 재능 하나로 인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 재능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임을 알게 된다면 과연 회에서 어떻게 나올 것 같나?”
이 말에 섭춘이 냉정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견제를 넘어서 다시 회에 입성하는 것조차 막을 수 있겠군.”
“이제 좀 알아듣는군.”
이미 목경운은 회주와 직접 겨룰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 그가 들어오려 한다면 모든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을 테고 최악에는 입성은커녕 배척당할 수도 있었다.
“그 정도로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한데 네가 이렇게 냉정히 분석하니 재밌네.”
“······.”
“주군께 마지못해 충성했다고는 해도 네 정체성은 회주의 오른팔인 몽서천 부회주의 후계자에서 비롯되잖아.”
이런 섭춘의 말에 몽무약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단순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목경운, 아니 주군을 위해서 계속 자신을 감시해왔던 모양이다.
언제든지 배신할 수 있다고 여겼던 건가.
물론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라도 해도 이런 식으로 산하에 들어왔다면 꾸준히 의심했을 테니 말이다.
하나 지금은 아니다.
“그랬지. 그러나 지금은 달라.”
“다르다고?”
“······그래. 지금은 주군이 어디까지 가는지 지켜보고 싶은 한 사람이다.”
그런 그의 말에 섭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처음이네. 서로의 생각이 일치한 건 말이야.”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