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88)
천지회 내성 본단 부회주 집무실.
부회주 몽서천이 무서운 얼굴로 한참 동안 누군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바로 몽서천의 아들이자 회주 직속관의 부관주이자 정보부를 통솔하고 있는 몽무약이었다.
몽무약을 바라보고 있는 부회주 몽서천의 눈빛이 묘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에는 분노에 차서 다그치기 위해 불렀는데, 막상 얼굴을 대면하고 나니 달라진 분위기에 냉정을 되찾은 것이었다.
‘······이 녀석?’
변했다.
원래 자신을 대할 때 항상 일말의 두려움을 가졌었다.
한데 눈을 똑바로 마주하는데 조금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는다.
반항심이라기보다 명백한 자신감이었다.
설마 무위가 상승한 건가?
이곳을 떠나기 전만 하더라도 기감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수준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상대로부터 기를 갈무리하여 숨길 수 있는 수준이려면 적어도 그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어야만 가능하다.
‘그럴 리가?’
이번 임무는 기밀임을 떠나서 워낙 어렵기에 큰 경험이 될 거고 발전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었다.
그런데 그 예상을 훨씬 넘어선 것 같다.
설마 이 아이 자신과 거의 동급이거나 벽을 넘보는 수준에 이른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후계자가 될 아들이었기에 기뻐해야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다.
한참을 아들을 바라보며 뜸 들이던 부회주 몽서천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게 세 가지 변명을 들어야겠구나.”
“하문하십시오.”
대답을 한 자는 바로 그의 아들이자 회주 직속관의 부관주이자 정보부를 통솔하고 있는 몽무약이었다.
막 회에 복귀하자마자 부친인 부회주 몽서천과 대면 중인 그였다.
“복귀 도중에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은 계속되는 추적 때문에 그렇다 쳐도 이것이 기밀 임무인 것을 알 텐데 어찌하여 비밀 통로가 아닌 정문으로 들어온 게야?”
그들의 임무는 말 그대로 기밀 임무다.
그런데 이들이 예상을 깨버린 행동을 해버렸다.
덕분에 지금쯤이면 여러 종파에서 성화령주의 존재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설령 마차로 그 실체를 숨겼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었다.
대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그 의도가 궁금하다.
“말하거라.”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솔직?”
“네.”
“······지금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게냐?”
“저희가 돌아왔음을 보이기 위함입니다.”
“뭐?”
이런 아들 몽무약의 말에 부회주 몽서천이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아이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이미 이 대답으로 인해 이 아이는 회주와 자신의 명을 어긴 셈이었다.
회의 근방에서 방해가 있었다거나 뭔가 특별한 사유가 있기를 바랐는데 가장 최악의 대답이 나와버렸다.
“기밀임무가 무엇인지를 설마 잊기라도 한 게냐?”
“알고 있습니다. 하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버님께서는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는 목경운 공자를 죽이려 하셨을 테죠.”
“너!”
몽서천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렇지 않아도 이것이 그의 두 번째 물음과 관련이 있었다.
그가 내린 명령은 목경운이 정파인들과 접촉을 하거나 조금이라도 수상한 기색을 보인다면 죽이라는 것이었다.
이미 기밀 임무에 투입된 모든 자는 여차할 경우 목경운을 희생시키는 것이 기조가 되어 있을 만큼 그는 버리는 패나 다름없었다.
해서 돌아오기 전에 처리되기 바랐던 놈이 무사히 돌아온 것에 부회주 몽서천의 심기는 상당히 불편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너 놈을 목경운 공자라고 했느냐?”
“네.”
“너 설마 놈과 무슨······.”
“무슨이 아니라 목경운은 임무를 성공시켰으니 그 시점에서 회주의 네 번째 제자입니다. 하면 당연히 공자라 불러야 하지 않겠습니다.”
“······.”
이런 아들의 대답에 몽서천이 기가 차서 말문이 막혔다.
설마 했는데 이 아이 정말 목경운이라는 녀석을 회주가 제자로 받을 거라 확신하는 건가?
자신도 회주가 왜 그런 변덕을 보인 건지 모르겠지만, 회주는 지금 누구를 제자로 받고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해서 그를 공자라 부르고 밀명을 어긴 것이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토사구팽이라도 당할까 봐 명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싶은 게냐?”
“주장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이 애비를 처음으로 실망시키는 구나.”
“······저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쾅!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몽서천이 앞에 있던 원형 탁자를 내려쳤다.
탁자가 부서지며 힘없이 쓰러지자 몽서천이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를 거다. 마지막 질문은 애초에 의미가 없을 듯하니 명으로 대체하마.”
“명이요?”
“당장 목경운······.”
아니지. 그놈은 지금 필요 없다.
어차피 놈은 가만히 내버려 둬도 적이 많을 테니 상관없었다.
“목경운 그놈은 일단 됐고 당장 성화령주를 데려와라.”
일단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우선이었다.
성화령주를 데리고 오라고 했더니 비밀통로로 오지 않은 것도 모자라, 정면으로 위풍당당하게 나타났고 심지어 마차를 끌고 암종으로 가버렸다.
이것은 명백히 명을 어긴 것이었다.
그러나 밀명이었고 상황이 여의치 않기에 대놓고 회주 직속대를 움직일 수 없어 몽무약에게 이런 명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럴 수 없습니다.”
몽무약의 입에서 나온 것은 명백한 거절 의사였다.
이에 크게 노한 부회주 몽서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언성을 높였다.
“정녕 명을 어기겠다는 것이냐?”
“명을 어긴 것은 그저 복귀의 방식 문제일 뿐입니다. 그보다 공자께서는 회주께서 약조를 이행해주시고 독대하기를 청하십니다.”
“하?”
약조를 이행하고 독대를 원한다고?
지금 직속 상관이자 애비인 자신에게 목경운 그놈의 의사를 전달한 건가?
이 애송이들이 제대로 선을 넘고 있었다.
이에 몽서천의 손이 움직였다.
-팟!
탁자가 부서졌고 자신은 일어선 상태로 고작 한 보 하고도 반보 거리 차였기에 곧바로 손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단번에 금나수의 수법으로 제압하려 하는데,
-파파팍!
그런 그의 수법을 몽무약이 가볍게 막은 것도 모자라 부회주 몽서천을 밀쳐냈다.
세 보가량 밀려난 몽서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감 때문에 설마 했는데 이 아이 정말로 무위가 벽에 가까워졌다.
아무리 죽을 위기를 넘겨서 무사히 생환했다고 해도 고작 몇 달 만에 이렇게까지 어떻게 역량이 상승한 거지?
의아해하는데 몽무약이 입을 열었다.
“부회주, 아니 아버님.”
“너······.”
“아버님께서 회주를 모시기로 선택했듯이 저 또한 목경운 공자를 선택한 겁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지금은 아버님께서 저를 나무라겠지만 곧 그 생각은 달라질 겁니다.”
‘!?’
* * *
비슷한 시각.
내성 암종의 장원.
전갈을 받고 급하게 암종으로 돌아온 천지회의 상위 간부인 삼종주(三宗主) 중 암종의 수장인 환야선의 눈빛에 당혹감이 서렸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에게 전갈을 가져온 암종의 무사의 말에 의하면 목경운이 회의 비밀통로로 복귀한 것이 아니라 정문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그런데 성문을 지키는 무사들에 의하면 마차 안에 노파 한 명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성화령주!’
암종주 환야선은 이를 듣자마자 그 노파가 성화령주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한데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인 거지?
배화교에 있어서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그녀가 살아서 황궁 지하금옥을 탈옥한 것은 기쁜 소식이라 할 수 있지만 이곳으로 데려오다니 이게 무슨 짓이지?
‘분명 명을 내렸건만.’
그가 목경운에게 내린 명은 천지회로 복귀하기 전에 성화령주를 빼돌리는 것이었다.
녀석의 기지와 실력이면 이 위험한 임무라도 성공할 거라 여긴 그였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 것이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게냐?’
자신과 같은 배화교인이고 제자였기에 목경운을 신뢰했던 그였다.
그러나 성화령주를 이곳에 데려온 시점에서 녀석이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졌다.
차라리 회주에게 성화령주를 바쳤다면 네 번째 제자가 되기 위한 탐욕에 배신한 걸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그녀를 암종으로 데려왔다.
이로 인해 그는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처해져버렸다.
‘어째서냐?’
성화령주를 암종으로 데려오게 되면서 회주 직속관과 정보부의 모든 시선이 이곳에 쏠려버렸다.
아니 이건 충분히 의심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회주의 명을 어기고서 데려오라고 한 자를 암종으로 데려온 셈이니 말이다.
암종주 환야선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를 어찌해야 하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회주와 회주 직속관에서 어찌어찌 정보를 틀어막고서 숨기려 했지만, 회주의 상태가 경각에 이른 듯했다.
그렇다면,
‘······이곳의 기반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성화령주를 데리고 탈출을 시도해야 하나.’
교에 있어서 그녀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교부의 위치에 있는 자로서 그런 그녀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회주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그녀의 안위가 위험해진다.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그렇게 마차가 도착했다는 장원의 후원으로 암종주 환야선이 도착했다.
‘!?’
도착한 환야선이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환야선은 일단 목경운과 마차가 도착하게 되면 그들을 붙잡아두라 했다.
회주 직속 정보부의 시선이 있기에 의심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후원에 있는 모든 암종의 무사들이 전부 쓰러져 있었고, 담벼락 쪽에도 복면을 쓴 몇몇 이들이 기절해 있는 게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인 거지?
어째서 이들이 전부 이런 꼴이 되어 있는 거지?
의아해 하던 환야선의 시선이 이내 마차로 향했다.
‘저건?’
마차 앞에 보통 말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체구의 말이 보였다.
타오를 것만 같은 거친 갈기만 봐도 굉장한 명마(名馬)다.
그 앞에 누군가 뒷짐을 지고 서 있었는데,
“경운?”
그의 부름에 뒷짐을 지고 서 있던 자가 팔을 풀고서 몸을 돌렸다.
바로 목경운이었다.
목경운이 빙그레 웃더니 사부에 대한 예를 갖추듯이 두 손을 모아 포권 지례를 하며 인사를 올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사부님.”
이런 그의 인사에 암종주 환야선이 경계심이 가득해진 눈빛으로 이내 허리춤에 있는 도병으로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환야선이 주변에 쓰러진 암종의 무사들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이런 그의 물음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죽진 않았습니다.”
“지금 그걸 물은 것이 아니지 않느냐.”
그의 물음의 진의는 그게 아니었다.
성화령주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도 모자라 외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포위를 하라고 한 암종의 무사들을 전부 쓰러뜨렸다.
이것은 어떤 식으로든 의도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도병에 손이 닿고 있는 그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감시하는 이들도 같이 처리했으니 편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목경운이 손으로 어딘가 두 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서쪽과 남동쪽 담벼락으로 그곳에 쓰러진 복면인들은 암종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를 암종주 환야선이 모를 리가 없었다.
“내가 지금 그걸 묻는 게 아니라는 건 너도 잘······.”
-슥!
그때 환야선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도병을 쥐고 있는 그의 등 뒤로 누군가가 날카로운 검 끝을 갖다 댔기 때문이었다.
“도병에서 손을 떼시지요. 종주 어른.”
‘아니?’
설마 하는데 그는 다름 아닌 자신의 호위이자 심복인 벽이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