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93)
“주인님!”
‘!!!!!!’
한쪽 무릎을 꿇고서 예를 갖춘 회주의 둘째 제자 장능악의 모습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른 자도 아니고 장능악은 천지회를 이끌어갈 계승 후보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목경운에게 왜 주인님이라 부른단 말인가?
“이게 대체?”
“장 공자께서 어째서?”
목경운은 아무런 계승 자격조차 없는 암종주의 제자일 뿐이었다.
차라리 대공자 나율량에게 저런 모습을 보였다면 계승을 포기한 건가하고 볼 수 있겠지만 이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장능악이 고개를 들고서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감히 주인님께 무례를 범한 놈이 누구냐? 누구든 간에 그런 자는 천지회주의 둘째 제자이신 이 장능악 님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렇게 경고하듯이 으름장을 놓은 장능악이 목경운을 슬며시 쳐다보며 ‘잘했지요?’하며 입을 벙긋거렸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하면서도 여전히 눈치를 보는 그였다.
-고찬 놈. 아주 적절한 시점에 왔구나.
청령의 말에 목경운도 동의하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의도하고 부른 것은 아니었지만 둘째 공자 장능악에게 빙의해 있는 호위 고찬이 절묘한 시점에 도착한 덕분에 상황을 이해시키기 수월해졌다.
이에 목경운이 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할 말을 잃고 있던 파부왕 호태강에게 말했다.
“이게 답이 되었을까요? 파부왕.”
‘파부왕?’
목경운의 그 말에 둘째 공자 장능악에게 빙의해있던 고찬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육신의 기억에 남아있는 익숙한 얼굴이다 싶었는데, 이제야 팔성(八星)의 칭호를 받은 오왕의 일인임을 알아본 그였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놀란 고찬의 눈이 자연스레 호태강의 부러진 팔목과 상처들로 향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슥!
목경운의 몸에 상처 자국 하나 없는 걸 보면 그와 싸운 것 같지는 않은데 누가 파부왕 호태강을 저리 만든 거지?
의아해하는데 고찬이 자신도 모르게 호태강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흠칫!
팔성의 칭호를 받은 최고수답게 그 눈빛이 워낙 강렬해서 순간 시선을 피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러나 회주의 둘째 제자의 몸에 빙의한 체면이 있기에 겨우 참았다.
“······.”
이런 그를 보며 파부왕 호태강의 눈빛에 묘해졌다.
이 광경과 목경운의 말로 이들 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회주의 둘째 제자인 장능악이 역으로 목경운을 주군으로 모시기로 한 것 같다.
“하.”
참으로 기가 찼다.
천지회가 세워진 이래 이런 일이 있었나?
천맥이 아닌 한 종파의 제자, 그것도 정파의 볼모 출신이 회의 정점을 노리는 사태가 말이다.
이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천지회의 대부분의 이들은 강자존을 따른다고 여기면서도 머릿속에 한 가지만큼은 선을 긋고 있었다.
그것은 회주의 상좌는 오직 삼맥(三脈)만이 잇는 것이라 말이다.
물론 그 삼맥 중에서도 천맥만이 최고의 혈통이면서 가장 정통성을 가졌다고 여기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삼맥이 아닌 자가 이런 야심을 품다니.’
대공자 나율량에게 전달하려 하는 전언은 말 그대로 전쟁 선포였다.
결국 이 괴물 같은 놈의 목적은 하나였다.
그것은 회주의 자리이다.
‘선택권을 내게 준다며 한참을 돌아가는 길과 다소 거칠지만 짧은 길이 있다고 한 건······.’
역시 고육지책이 아닌 자신의 산하로 들어오라는 말인가?
그렇게 되면 굳이 대공자의 산하로 들어가 고군분투할 필요 없이 그와 근시일 내로 부딪칠 거라 알려준 것이었다.
그때 목경운이 살아남은 단 한 명의 복면의 감시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선택권을 드린다고 했지요? 이제 어쩌시겠나요?”
“······.”
이런 목경운의 말에 파부왕 호태강은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본래라면 이런 말을 들었으면 고민할 것도 없이 정파 볼모 출신이 역심을 품었다며 다그치거나 공격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명분과 정통성이 없다고는 하나 이런 괴물은 처음이다.
현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는 육천(六天)의 일인인 천지회주 조차 이 나이에 과연 이런 경지와 이런 포부를 가졌을까?
그 역시도 무인인지라 압도적인 재능에 내심 끌릴 수밖에 없었다.
하나 문제는 역시 출신이었다.
결국 파부왕 호태강이 마음에 결정을 내렸는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독문병기인 커다란 도끼로 손을 내밀었다.
-팍!
도끼의 손잡이를 잡은 호태강이 복면인 감시자에게로 다가가며 입을 열었다.
“자네의 무위는 강하네. 솔직히 말하면 회주가 아니고는 자네의 상대가 과연 있을까 의문이 들 지경이네.”
“그런 회주조차 지금 상세가 좋지 않으시다죠?”
“······해서 이 순간을 노려보겠다는 건가?”
그 물음에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글쎄요. 회주께서 몸이 멀쩡하셨어도 같은 목표일 테니 딱히 상세는 아무 의미가 없답니다.”
“······.”
이 대답에 호태강이 내심 탄성을 흘렸다.
젊은 패기인가 아니면 스스로의 무위에 그만큼 절대적인 자신인가?
명분과 삼맥의 후인이라는 정통성이 없기에 천지회에 있는 대부분의 종파가 반발하고 대립할 확률이 높은데 그 정점을 노리는 건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런 식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꽤 마음에 들었을 녀석이다.
그러나,
-슥!
파부왕 호태강이 감시자를 향해 도끼의 날을 겨냥하며 입을 열었다.
“안타깝군.”
“무엇이 말이죠?”
“그 무위도 그렇고 둘째인 장 공자마저 굴복시킬 정도라면 그 그릇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짐작은 가네. 하나 자네는 아닐세.”
“······.”
“자네가 회주의 제자가 아니라 적어도 지맥(地脈)의 후인만이라도 되었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자네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걸세.”
“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네요?”
“아무리 본 회가 강자를 존중하고 숭상한다고 해도 최소한의 정해진 선은 있네. 그저 강하다고 해서 무조건 그자를 따르는 구조라면 그 단체가 과연 제대로 돌아갈 거라 보나?”
“그게 두려워서 거절하겠다는 건가요?”
“자네의 강함은 인정하나 자네에게는 결정적인 명분이 없네. 그게 없는 이상 자네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은 절대로······.”
-슥!
그때 목경운이 검결지를 쥐고서 기수식을 취했다.
이를 본 파부왕 호태강이 도끼를 휘두르려던 것을 멈칫하고는 기수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목경운이 취한 기수식은 천(天)의 검식을 닮아 있었다.
그러나 묘하게 분위기가 다르다.
바로 그때였다.
-촥!
목경운의 검결지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궤로를 그려냈다.
수려하게 이어지는 검의 궤로는 마치 달을 연상케 했는데, 이를 바라보는 파부왕 호태강의 두 눈이 커져갔다.
‘설마?’
고작 한 초식만을 보았을 뿐이었지만 호태강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월(月)의 검식?’
오왕(五王)의 일인인 그는 가문 대대로 천지회를 지탱해온 최상위 종파였다.
그렇기에 천맥과 지맥의 검식을 당연히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들의 기수식만 봐도 초식이 머릿속에 떠오를 만큼 이를 숙지하고 있었는데, 지금 목경운이 펼치는 검식은 천과 지의 검식과는 확연히 달랐다.
‘틀림없다.’
이건 구전으로만 들어왔던 월의 검식이 분명했다.
이를 알아본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암종주 환야선 또한 이를 알아보았다.
‘······이거였어! 명도왕 손윤이 굳이 볼모를 데려왔던 진짜 이유.’
환야선은 회주의 명을 받고서 연목검장을 다녀온 명도왕 손윤이 어찌하여 볼모를 둘이나 데려왔는지 이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 짐작했었다.
그런데 이제야 모든 아귀가 들어맞고 있었다.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한들 느닷없이 외부 출신들인 볼모들을 시혈곡으로 보내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겼었다.
단순히 죽이기 위함이었다면 그냥 죽이면 됐지 굳이 시혈곡까지 보낼 이유가 없었었다.
그런데 이제보니 이 모든 게 본 회와 관련이 있었기에 그런 것이었나?
근 백 년 가까이 그 맥이 끊긴 월맥과 그 검식.
누구도 비급 안의 글을 읽을 수가 없기에 그 맥을 잇는 자는 영원히 나타나지 않는 건가 했다.
그런데 그 월의 검식을 경운, 아니 성화의 주인이자 화신이 익혔던 것인가?
참으로 공교롭기 그지없었다.
회주가 네 번째 제자를 거론했던 것도 재능 이전에 이런 이유에서였나?
이 모든 게 마치 정해진 수순인 것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다만 하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왜 이걸 아직까지 함구한 거지?’
월의 검식을 익혀 월맥을 이은 자가 나타났다.
비록 정파의 볼모라고 해도 이건 천지회에 있어서도 사라진 삼맥을 채우는 경사스러운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걸 계속 숨겼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뭔가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걸까?
내심 의아해하고 있는 바로 그때였다,
“하하하하하하핫!”
목경운이 펼치는 월의 검식을 바라보던 파부왕 호태강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갑작스러운 그의 태도에 수하들이 의문을 금치 못했다.
“어르신?”
“어찌?”
그러는데 호태강이 이내 웃음을 그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건 나였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촥! 데구르르르!
호태강이 전광석화와 같은 도끼질로 살아남은 유일한 복면인 감시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런······.’
이 광경에 환야선의 표정이 굳어졌다.
월의 검식까지 보여줬는데 결국 제안을 거절한 건가.
그러는데,
-팍!
그 순간 파부왕 호태강이 목경운을 향해 한 쪽 무릎을 꿇더니 이내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말했다.
“파부종의 가주 호태강이 월맥의 후인인 목경운 공자와 함께하고자 하오. 이 호 모의 충성을 받아주시고 부디 대공자 나율량의 목을 치는 선봉으로 세워주시오.”
‘!?’
뭐지?
감시자의 목을 베기에 제안을 거부하고 결국 함께하지 않으려나 했다.
그런데 충성 맹세를 하니 모두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목경운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의외군요. 먼 길을 돌아가는 걸 택한 줄 알았는데요.”
-팍!
그 말에 호태강이 사죄를 하듯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일언반구(一言半句)도 없이 감시자의 목을 베어 송구하오. 하나 공자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나면 이것이 설령 충심에서 비롯되었다 할지라도 공자께서 전언의 전달을 고집하신다면 본인의 행동이 불충이 되기에 먼저 손을 쓰게 되었소.”
“충성 전에 먼저 손을 썼다는 말인가요?”
“그렇소. 공자께서 회를 복속시키기 위해 나율량 대공자와 부딪치는 건 필요한 수순이기에 그런 전언을 보내는 것은 십분 이해하는 바이오.”
“이해하신다면서 왜 목을 베었죠?”
“확실히 하고자 함이오.”
“확실히 하고자 함?”
“공자의 무위라면 나율량 대공자를 상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거요. 하나 범은 먹잇감에 불과한 토끼를 사냥함에도 최선을 다하는 법이고 방심하지 않소.”
“······.”
“전언으로 보낼 감시자는 너무 많은 것을 들었소. 이미 먼저 놓아준 감시자만으로도 공자의 무위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드러냈소이다. 그런 와중에 굳이 계승 권한을 가진 월맥의 후인이라는 것이나 속하를 산하로 거둔 것을 당장에 알게 할 필요는 없소. 너무 많은 정보는 상대로 하여금 괜한 경각심만 높일 뿐이오.”
‘옳은 말이다.’
이런 그의 말에 암종주 환야선이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틀린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대보다 강하다 하여 자신감을 보여 경계심을 높이는 것보다 끝까지 방심을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변수를 줄일 수 있었다.
“혹 공자께서 따로 의도하신 바가 있었다면 속하의 그릇된 판단을 꾸짖어주시오.”
그 말에 목경운은 피식하고 웃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 틀린 말을 한 게 없는데 굳이 꾸짖을 게 무엇이 있겠는가?
그저 호전적이기만 할 줄 알았던 파부왕 호태강은 생각보다 인내심과 통찰력을 갖추고 있었다.
자식의 복수라면 물불을 안 가릴 줄 알았는데 말이다.
목경운이 여전히 예를 갖추고 있는 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그런 의도였다고 하니 딱히 꾸짖을 건 없군요.”
“충성 전에 저지른 무례를 충언으로 받아줘서 감사하오.”
“한데 사실 나율량 공자가 뭘 알아도 몰라도 크게 상관없어요.”
“······그게 무슨 말이오?”
“전언을 보내는 것과 상관없이 어차피 곧장 그에게 갈 예정이었거든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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