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97)
“쿨럭······쿨럭······. 빌어먹을······.”
고작 일권에 오장육부가 진탕이 된 목유천은 비틀거리며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운기를 하고 싶었지만 몰려드는 인파에 그럴 수가 없었다.
기감 상으로 느껴지는 수만 해도 수백에 가까웠는데, 이 많은 자를 동원해서 목경운 그놈을 잡으려는 건가?
목유천이 혀를 내둘렀다.
대체 얼마나 강해졌기에 이 많은 인원이 동원되는 거지?
“하······.”
기가 막힌다.
놈과 자신은 이곳에 잡혀온 지 고작해야 반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한데 목경운 이놈은 현 중원을 삼분하고 있는 삼대 세력 중 하나인 천지회에 돌풍을 일으키는 듯했다.
천지회의 숨겨진 전력이라 불리는 장로마저 나설 정도면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이놈이 정말 그놈이 맞는 건가?’
이젠 정말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쿨럭쿨럭.”
놈이 무슨 짓을 저질러서 이런 사달이 벌어졌는지는 일단 나중에 생각해야 할 듯했다.
-우르르르!
인파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서둘러 빠져나가지 않으면 자신조차 엮일 수도 있었다.
-팟!
목유천이 신형을 날렸다.
내상 때문에 기감을 느끼는 게 힘들었지만 최대한 인파를 피해서 이 장원을 나가야 했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누군가 그를 가로막았다.
양손에 갈고리 형태의 기형 병장기를 들고 있는 중년인이었다.
-파파파팍!
목유천과 중년인이 찰나의 순간에 네 합 가량을 부딪치고는 서로 간격을 벌렸다.
그와 손속을 겨룬 목유천이 안색이 어두워졌다.
누군지 모르겠으나 이 정도 무위라면 천지회에서도 단주 이상급의 실력자였다.
아니 대단주 급인가?
‘······초절정 초입.’
대공자 나율량이 중립을 지키고 있던 많은 고수를 산하로 영입했다고 하더니, 괜한 소문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쪽이다!”
중년인이 소리치자 후원 쪽으로 향하던 인파의 일부가 몰려오는 게 느껴졌다.
목유천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젠장.’
부상 입은 지금 상태로는 꽤 벅찼다.
역혈의 운기법을 펼쳐 단숨에 공력을 폭증시킨다면 10초식 이내로 제압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상 때문에 운기법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가늠이 안 간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목유천이 역혈의 운기법을 행하려 하던 때였다.
“멈춰라!”
누군가의 외침 소리에 대단주로 보이는 중년인과 목유천의 시선이 절로 돌아갔다.
그곳의 담장 위로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에 화사한 외모를 가진 사내가 부채질을 하면서 의기양양하게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중년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둘째 공자?”
담장 위로 나타난 자는 다름 아닌 천지회주의 둘째 제자 장능악이었다.
정확하게는 그에게 빙의한 고찬 호위였다.
어찌 되었거나 갑작스럽게 천지회주의 둘째 제자인 장능악이 등장하자 대단주로 보이는 중년인의 눈빛에 난처함이 서렸다.
‘장능악 저놈이 왜 여기에 온 거지?’
계승 경쟁자이기에 섣불리 대공자 나율량의 장원인 이곳에 나타날 위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
‘둘째 공자라고?’
명도왕 손윤의 제자가 된 덕분에 천지회에 내부 사정을 어느 정도 알게 된 목유천이었다.
그렇기에 이 상황이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데 장능악이 부채로 목유천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자는 내가 데려간다.”
‘뭐?’
둘째 공자 장능악이 어째서 자신을 도우려는 거지?
목유천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그는 그렇겠지만 장능악에게 빙의해 있는 고찬이 목유천을 도와주는 것은 순전히 주인인 목경운 때문이었다.
‘주인님이 목유천을 계속 살려두는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비록 모든 것이 뒤엎어졌기는 했지만 한때나마 살수를 은퇴하고 연목검장에 정착하려 했던 인연이 있기에 도와주려는 것이었다.
모르는 입장에서는 뜬금없겠지만 고찬은 순수한 의도였다.
그러나,
“송구하지만 공자······. 그자는 두고 가시지요. 이곳은 대공자의 영역입니다. 공자께서 어찌 이곳에 들어오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건 월권입니다.”
“월권? 지금 나더러 월권이라고 했나?”
-고오오오오!
장능악에게 빙의해있는 고찬이 일부러 기세를 드러냈다.
-움찔!
이에 대단주로 보이는 중년인의 눈빛에 경계심이 서렸다.
장능악의 육신이 초절정의 극에 이르렀기에 천지회 내에서도 적수가 그리 많진 않았다.
그러는데,
-우르르르!
-철컹! 철컹! 철컹!
마침 지원 병력이라 할 수 있는 무사들이 이곳으로 몰려왔다.
그들은 두꺼운 철갑을 갖춰 입은 이들로 거의 중무장한 상태로 밀려오고 있었다.
그 선두에 서있는 자를 보자마자 대단주로 보이는 중년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천지회 기동갑주대의 수장이자 상위 간부인 삼종주(三宗主) 중 한 사람인 공종주 종각이었다.
“공종주!”
뛰어난 실력을 갖춘 고수의 등장에 다시 기세가 산 대단주로 보이는 중년인이 장능악에게 빙의해 있는 고찬에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 물러나지 않는다면 후회할 건 공자가 될 것 같습니다!”
“후회?”
“아무리 공자라 해도 혈혈단신으로 우리를 상대할 순 없소.”
“수가 좀 많아졌다고 자신감이 붙었네? 흐흐. 그런데 누가 혈혈단신으로 왔다고 했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파파파팍!
고찬이 서있는 담벼락을 타고서 검은 복장을 하고 있는 무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슴에 암(暗)이라 적혀 있는 그들은 암종의 무사들이었다.
그리고 고찬의 옆으로 누군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뛰어올라 섰다.
그는,
“암종주?”
암종주 환야선이었다.
“오호호. 오랜만입니다. 공종주.”
그런 그의 등장에 기동갑주대를 이끌고 나타난 공종주 종각이 혀를 차며 말했다.
“제자를 도우러 온 것이냐?”
“당연한 소릴 하는군요. 하면 제자를 혼자 사지로 보내는 스승이 어디 있답니까?”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환야선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사실 불안해서 도우러 온 게 아니었다.
괴물 같은 목경운이 딱히 위기에 처할 것 같진 않지만, 이 기회에 확실히 대공자 나율량의 기세를 꺾어놓으려는 것뿐이었다.
공종주 종각이 두꺼운 중검을 뽑으며 말했다.
-스릉!
“그렇다면 오늘 제자와 함께 저세상으로 가겠군.”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지 않을까요? 오호호.”
-스릉!
마찬가지로 암종주 환야선도 자신의 보도를 뽑아 들었다.
그런 그를 종각이 비웃었다.
“혹 둘째 공자의 위세를 믿고서 그런 거라면 어리석은 판단이라 해주마. 어차피 대공자께서 즉위하기에 앞서 살생부에 올라갈 대상이었다. 그리고 고작 정보나 다루는 암종의 무사들만으로 상황을 뒤엎을 수 있을 거라······.”
-쾅!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기동갑주대의 한복판으로 누군가 급습하며 뛰어들더니 이내 다섯 명가량이 튕겨 나갔다.
-퍼퍼퍼퍼퍽!
“으헉!”
“뭐, 뭐야?”
무거운 갑주를 입고 있는 이들마저 튕겨낼 정도의 권격에 공종주 종각이 황급히 중검을 들어 그 기세를 막아냈다.
“어떤 놈이 감히!”
-채아아아앙!
“큭!”
질주하는 맷돼지 마냥 파죽지세로 치고 들어오니 공종주의 신형이 이내 다섯 보 가까이 밀려나 버리고 말았다.
-촤르르르르!
그렇게 밀려난 공종주 종각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 나타난 존재는 다름 아닌 파계승 복마권사 자금정이었다.
부서진 염주에 누더기 같은 가사를 보자마자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광승(狂僧)?”
아니 이 자는 삼광(三狂)의 일인이 아닌가.
천지회 소속도 아닌 떠돌이 미치광이 땡중이 어찌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거지?
당혹스러워하는데 자금정이 신이 나서 두 주먹을 맞부딪치며 말했다.
-쿵쿵!
“클클클. 아주 좋구만. 네놈 제법 한 가닥 하는 것 같은데 이 땡중과 한판 붙자꾸나.”
“하? 나름 비장의 수가 이거였나?”
종각이 혀를 내두르며 도초의 기수식을 취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등장이었지만 이자만으로 상황을 뒤엎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 그에게 암종주 환야선이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설마 이 정도일까요.”
“이 정도라니?”
이게 무슨 말이지?
-와아아아아아!!!
-챙강챙강!
의아해하는데 그들이 있는 반대편인 장원의 서쪽에서도 뭔가 전쟁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함성 소리와 함께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퍼져 나왔다.
‘뭐야? 이게 대체?’
설마 암종 말고도 다른 지원 병력이 있는 건가?
그 불길한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대공자 나율량의 장원 서쪽 편으로 진입하려 했던 장로전 측의 고수들과 대단주, 단주 급의 고수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파부왕 호태강과 파부종의 무사들로 인해 후원으로 가는 길이 막힌 상태였다.
-쾅! 쾅! 쾅!
“끄악!”
“컥!”
한쪽 팔이 부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 손으로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다가오는 자들을 족족 난도질을 하는 통에 누구 하나 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 괴물 같은······.”
그냥 간부도 아니고 무림 최고수라 할 수 있는 팔성(八星)의 칭호를 받은 자였다.
이런 괴물 같은 놈을 어찌 상대한단 말인가?
게다가,
-파파파파팍!
‘아니? 저놈은 대체 뭐야?’
‘무슨 경공이 이리도 빨라?’
마치 폭풍을 연상케 하듯 엄청난 경공술과 각법으로 적들을 누비는 가면의 마라현으로 인해 야수와도 같은 호태강을 피해서 담벼락을 월장하려 했던 장로전의 고수들이 그에게 막혀 진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 그들로서는 점점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였다.
-쾅! 쾅! 쾅!
모두의 시선이 이내 후원의 하늘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수많은 불꽃의 덩어리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장로전의 고수들조차 예상치 못한 이 기이한 현상에 일순간 눈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 * *
-쾅! 쾅! 쾅!
우박처럼 쏟아지는 불꽃의 덩어리들이 이내 후원을 태우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불꽃으로 인해 후원의 곳곳이 타오르며 주변이 열기로 뜨거워졌다.
마치 주변이 지옥도가 된 것 같았다.
-크와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한가운데 포효하는 하얀 거대한 존재가 보였다.
머리에는 뿔이 하나 있었고 마치 개와 말을 섞은 듯한 모습에 몸통은 줄무늬가 없는 새하얀 호랑이를 연상케 했고 긴 꼬리에는 기이하게도 하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이를 보자마자 청령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중생······. 영수(靈獸) 백화독곡(白火獨焀)이다.
-영수라고요?
-북효산 깊은 곳에 옥(玉)과 열기로 들끓는 화염굴이 있다고 하는데, 그곳에 사는 영수다.
그 말에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영수(靈獸).
이매망량 역시도 격에 따라 불리는 명칭이 있었다.
가장 요력이 낮은 이매망량을 흉수라 부르고 그 위로 괴수, 요수, 마수가 있다.
요수 이상만 되도 방사가 아니라 어지간한 무림인들조차 감당하기 어려운데, 영수는 존재하는 이매망량들 중에 가장 최상위 존재라 할 수 있었다.
-영수를 식신으로 삼다니. 저 방사 놈 정말 괴물이다.
-그런 것 같네요.
퍼져 나오는 주력(呪力)이 지금까지 봐왔던 방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괜히 방신(方神)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육방신······. 저자가 그 영수마저 식신으로 삼았다는 그 전설의 방신인가?’
스스로 자부심을 보일 만했다.
그때 목경운의 머릿속에 방사 조의공이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주언의 쇠사슬은 육방신 중 한 사람인 금원(金元) 대법사 명률이 만든 법구로 방원육십사각의 총회에 참석했던 스승님께 선물한 네 구 중 하나다.]‘아아.’
기억났다.
금원의 대법사 명률.
저자가 그 주언의 쇠사슬을 만든 자였던가.
그 정도로 엄청난 통제력을 지닌 법구를 만들 정도의 실력자이니, 영수마저도 굴복시킨 것일지도 몰랐다.
-스릉!
목경운은 반쯤 뽑아 들었던 요검 악즉을 완전히 발검했다.
상대가 육방신 중 하나이고 그 식신이 영수라면 무림에 있어서 육천(六天)과도 같은 존재라 할 만했다.
가볍게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게 제대로 싸우기 위해 앞으로 한 보 나서려던 찰나였다.
-킁? 킁?
그때 엄청난 요력과 함께 포효를 내지르던 영수 백화독곡(白火獨焀)이 코를 킁킁거리더니 이내 안면의 인상을 찡그리며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이를 모르는지 백화독곡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뜨거운 열기가 넘치는 공간을 방술로 만들어 낸 대법사 명률이 입을 열었다.
“백화독곡. 오랜만에 포식을 허락하마.”
-크르르르르르.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영수 백화독곡이 그의 명에도 움직일 생각을 하질 않았다.
이에 대법사 명률이 다시 명을 내렸다.
“······뭐하는 것이냐? 어서 놈을 죽이래도.”
그러자 영수 백화독곡이 입을 열었다.
-주인이여. 꼭 저자를 죽여야 하는가?
“뭐?”
아무리 영수라고 하지만 한낱 식신 따위가 지금 자신의 명에 토를 단 것인가?
어처구니가 없어 하는데 영수 백화독곡이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주인이여. 저 인간에게서 육마(六魔) 중 최악이라 불리는 백면왕(百面王)의 요기가 느껴진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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