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
1화 기회 (3)
목이 꺾이며 절명한 목경운.
아주 잠깐 동안 멍해졌던 괴한.
하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이 새끼가!”
-팟!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괴한이 단번에 소년에게로 뻗어가 목을 움켜쥐고서 벽으로 밀어붙였다.
-쿵!
어처구니가 없었다.
목경운이 비록 무공에 범재라 삼류에 불과하다고 해도 놈은 평범한 민간인이다.
사형수라고 할지라도 무공을 익힌 자와의 차이는 극명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습적이라고 해도 목경운이 찰나에 목이 꺾여버린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
황당해하는데 소년이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수면향을 피웠다고 해도 소란을 피우면 안 될 텐데요?”
“뭐? 네놈이 지금 그딴…..!?”
괴한이 눈살을 찌푸렸다.
목을 움켜쥐었는데 전혀 괴로워하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멀쩡히 말을 한다.
‘이놈 그러고 보니까 목이 왜 이렇게….’
마치 외공을 단련한 사람처럼 목의 근육이 상당히 발달해있다.
이 정도면 제대로 내공을 가해야 꺾을 수 있을 듯 하다.
‘설마 외공을 연마한 건가? 아니야. 그랬다면 조금이라도 내공이 있어야 한다.’
외공 역시도 내가 운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녀석은 정말 내공이 없다.
아무래도 단순한 놈이 아닌 것 같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는 괴한이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미친 놈. 도련님께서 기회를 주셨는데 네놈이 정녕 돌았구나. 한낱 사형수 따위에게 기회를 주신 분을 도리어……”
“제가 대역의 목적을 잘못 알고 있습니까?”
“뭐야?”
“애초에 대역이라는 건 진짜를 대신하여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죠. 물론 저한테는 사흘 정도 목숨을 더 연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는 합니다만, 굳이 사형수를 탈옥시키면서까지 대역을 맡겼다면 언제든지 토사구팽(兎死狗烹)을 할수 있다는 이야기도 되지 않나요?”
“………”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소년.
그런 소년의 말에 괴한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 녀석 생각보다 영리하다.
평범한 민간인에 일반적인 사형수라면 지금 이 순간의 위기를 넘기는데 급급했을 거다.
‘아니 애초에 이런 짓을 벌일 수가 있나?’
그런데 찰나에 상황을 통찰한 것도 모자라 모험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당장에 죽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뭐 이런 놈이…..’
어처구니없어 하는데 소년이 입을 열었다.
“하나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이놈이 지금 상황 파악이….”
“호위라고 하셨는데, 주인이 죽은 것 치고는 상당히 냉정하시군요.”
“이 새끼가…..”
“죽이고 싶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정도 이성이 남아있다면 딱히 주인에 대한 애정이 크게 없어 보이는데요?”
“하!”
소년의 그 말에 괴한은 기가 찼다.
기분 나쁠 정도로 자신의 심경을 파악하고 있었다.
녀석의 말대로 괴한은 망나니나 다름없는 이 도련님에게 크나큰 애정은 없었다.
단지 이런 우발적인 상황에 당혹스럽고 화가 날뿐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당장 이놈을 죽여버리고 관청 금옥을 빠져나갈 만큼 판단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가관도 아니군.’
자신이 고작 사형수 소년 따위에게 휘둘리는 게 말이다.
녀석의 말대로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면 이놈을 죽이는 게 맞다.
그러나 도련님이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이 녀석마저 잃게 된다면 연목검장에서 자신에게 목숨으로 그 책임을 물으려 들 것이다.
‘빌어먹을 제대로 꼬였군.’
어떻게든 삼공자를 가주로 만들고 연목검장의 총관이 되어 유유자적하게 노년을 보낼 계획이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이 망할 사형수 애새끼 때문에 그 동안의 투자가 무산된 셈이었다.
허탈해하는 그에게 소년이 말했다.
“딱히 애정이 없다면 마차를 갈아타는 건 어떻습니까?”
“마차를 갈아타?”
“지금 바닥에 누워있는 녀석은 모레면 사형될 죄수라고 생각하시면 편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소년.
그를 보며 괴한은 기가 차면서도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이 망할 사형수 놈이 지금 자신이 목경운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는가.
-꽉!
괴한이 목을 움켜쥐는 손에 힘을 더 가했다.
“큭…..”
이제야 소년의 조금 고통스러운지 신음성을 흘렸다.
괴한이 놈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망할 사형수 따위가 그걸 노리고 도련님을 죽인 것이냐?”
그런 그의 말에 소년이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다른….이유가….있나요?”
‘!?’
소년의 그 말에 괴한은 침을 꿀꺽 삼켰다.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이냐?
생각하는 사고 자체가 보통 사람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것 같다.
영악함이 보통이 아니다.
아니 처음부터 그랬기에 사형수로 이 자리에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놈 위험해.’
연목검장에서 책임을 묻고 안 묻고 간에 지금 죽이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감이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무공이나 나이와 별개로 이놈과 엮여서 좋을 게 없다고 말이다.
-꽈악!
“컥!”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내공을 실어서 버티기 힘들 것이다.
“웃기지마라. 네놈은 그냥 여기서 죽는 게 나아.”
죽이자.
차라리 새로 시작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순간 소년이 갑자기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팍!
“소용없다. 천운으로 도련님을 죽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다르다.”
내공을 실은 반대손으로 가볍게 쳐내려고 하는데,
-팍!
‘이 녀석?’
버텼다.
무슨 고목나무 기둥을 친 느낌이다.
팔목에서 탄력이 느껴졌는데 근육이 굉장히 단단했다.
내공이 실린 힘을 버틸 만큼 말이다.
순간 괴한이 빠른 손놀림으로 소년의 팔목 수의 소매를 찢어냈다.
‘!?’
괴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촘촘한 근육의 형태가 눈에 확연하게 들어왔다.
흡사 십여 년을 외공만 단련한 것처럼 발달한 근육에 탄성을 흘릴 뻔했다.
이제야 비밀이 풀렸다.
‘…….도련님이 당할 만도 하구나.’
그저 기습에 의한 운이 아니었다.
이 녀석의 근육 밀도를 보면 어지간한 공력이 아니고는 타격을 입히기 힘들어보였다.
육체만으로는 삼류 무인이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이런 놈이 제대로 무공을 익혔다면…..’
상당한 수준의 고수가 됐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내공을 제대로 익히려면 적어도 5세에서 10세에 시작해야 한다.
너무 늦어지면 전신의 경맥에 불순물이 쌓여 내공의 순환이 더뎌지기 때문이었다.
-꽈아아악!
그때 목을 움켜잡고 있는 손목이 아파왔다.
녀석이 힘을 주어서 자신의 손을 떼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이 새끼 무슨 힘이?’
7성 공력을 쓰고 있는데 그걸 힘으로 뿌리치려했다.
힘만으로는 장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방심하면 정말 풀어버릴 것 같다.
‘안되겠다.’
이에 괴한이 금나수의 수법을 펼쳤다.
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서 녀석의 손목을 잡고서 그대로 관절을 꺾어 등허리 쪽으로 가도록 만들었다.
‘엇?’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소년은 속수무책으로 팔목이 꺾였다.
‘어떻게 한 거지?’
이것도 무공이라는 건가?
그런 거라면 신묘한 것 같다.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 팔목을 꺾어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덕분에 목을 움켜쥐던 손이 풀려나서 숨을 쉬기 편해졌고 말을 할 수 있었다.
-스릉!
괴한이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빼드는 게 보였다.
단검이었다.
그걸로 자신을 찌르려는 모양이었다.
이에 소년이 말했다.
“굳이 저를 죽일 필요가 있을까요?”
“뭐?”
“해독제가 없으면 죽게 될 몸이니, 당신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지 않나요?”
그 말에 괴한이 단검을 찌르려던 것을 잠시 멈췄다.
이 상황이 워낙 어처구니가 없어서 깜빡했었는데, 녀석은 자신이 가지고 온 독단을 먹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걸 떠올리니 더욱 황당하다.
‘하!’
독단까지 먹은 놈이 이런 미친 짓을 하다니 말이다.
자신이 해독제를 주지 않으면 어차피 살 수도 없는 놈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도련님이 죽으면 자신밖에 대체제가 없다 이것이냐?’
영악함이 도를 지나쳤다.
그때 소년이 말했다.
“저는 연목검장이고 삼공자고 관심이 없습니다.”
“관심이 없다고? 그런데 지금 이딴 짓을….”
“좀 더 오래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 뿐입니다.”
“오래 살아?”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소년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해독제를 가진 건 당신이니 원하는 대로 꼭두각시처럼 저를 부릴 수 있습니다.”
그런 소년의 말에 괴한이 멈칫했다.
그저 자신의 노후 계획이 망했다고만 여겼던 그였다.
과거와 달리 평안한 삶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또 어딘가로 가서 시간을 투자하여 그러기에는 지긋지긋한 감이 없지 않았다.
가장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장소를 찾기 위해 얼마나 조사하고 시간을 소요했던가.
‘원하는 대로 다룬다라…..’
순간 고민에 빠졌다.
구미가 당기는 말이기는 했지만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짧게 경험했지만 이 녀석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영악해서 통제하기 힘든 녀석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목숨에 집착하는 녀석이라면 당분간은 독단 때문이라도 자신을 거역하진 못할 것이다.
‘…….줄을 갈아탈 기회로 삼아야 하나?’
애초에 대역을 구하려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도련님의 목숨을 구제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미 도련님은 죽었다.
그렇다면 이 녀석을 이용해서 줄을 갈아타는 것도 좋은 방도였다.
실세가 되어서 이 녀석을 뒤에서 움직여봐야 오히려 갈수록 골머리만 썩을 테니 말이다.
‘그래. 써먹고 버리자.’
잠시 고민하던 괴한이 결정을 내렸다.
줄을 갈아탈 때까지만 녀석을 이용하기로 말이다.
괴한이 경고했다.
“조금이라도 허튼 기미를 보이면 죽인다. 내 명을 어겨도 죽는다.”
“알겠습니다.”
소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열두 시진 내로 독단의 중화제를 먹지 않으면 독이 오장육부로 퍼져나가니 단단히 기억해둬야 할 거다.”
-팍!
이윽고 괴한이 꺾고 있던 팔을 놓았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세우는 소년에게 말했다.
“이 시간부로 네놈이…….목경운이다.”
“알겠습니다. 저는 감 호위라고 부르면 됩니까?”
“그래.”
“다른 이들 앞에서는 말을 놓아도 되겠죠?”
“…….그래.”
녀석에게 하대 받고 싶지는 않지만 확실히 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그때 소년, 아니 목경운이 쓰러져 있는 ‘진짜 목경운’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흠.’
그 모습을 감 호위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진짜와 옷을 바꿔 입으려는 모습을 보니 정말 영악하기 짝이 없다.
죽은 ‘진짜 목경운’ 만 안타까울 뿐이었다.
-슥슥!
수의의 상의를 탈의하는 목경운.
‘…….이놈 봐라.’
그의 상체 안에는 상당히 발달한 밀도 높은 근육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슴과 복부 쪽에 붉게 물든 붕대가 감겨 있는데도 근육의 형상이 뚜렷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외공을 단련하지 않은 몸이라니.’
아까도 그랬지만 지금 보니 더욱 놀라웠다.
그렇게 목경운의 상체를 뚫어지게 보고 있던 감 호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한데 붕대가 저렇게 될 만큼 중상을 입었던 것 같은데, 왜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
그게 의문이었다.
오래 된 상처라면 모를까 최근의 것이었다.
그런데 목경운은 혈색이나 움직임은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대체 뭐지?’
이 녀석이 대체 뭘 하다가 사형수로 잡혀 들어온 건지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다시 관의 지인을 만나봐야 할 것 같았다.
그때 옷을 바꿔 입은 목경운이 그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단검을 빌려도 될까요?”
“단검…..그건 왜?”
목경운이 죽어있는 ‘진짜 목경운’의 머리 쪽을 가리키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도련님의 몸이 저보다 빈약해서 머리만 남겨놓고 몸통은 가져가야 할 것 같네요.”
“……..”
분명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한데, 역시 이 녀석은 께름칙하다.
빨리 줄을 갈아타는 게 상책인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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