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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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성화령에 남겨져 있던 기운을 통해 보게 된 훗날의 편린이었다.
올지도 모르고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수많은 갈래 길에서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수많은 갈래가 될 순간 중에 유일하게 그에게 있어서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준 광경이 있었다.
그 강렬함은 그로 하여금 불가능에 가까운 그것을 재현하게 만들었다.
-파파파파팍!
허공으로 수많은 검이 떠올랐다.
이 광경에 위를 쳐다보고 있는 회인들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이는 아군이라 할 수 있는 목경운 산하의 수하들도 마찬가지였다.
‘어, 어떻게 이렇게 많은 검을?’
‘정말 이 많은 검들을 통제할 수 있는 건가?’
단순히 허공섭물로 원하는 객체를 들어 올리는 것은 초절정의 고수만 되어도 가능하다.
그리고 화경의 고수가 되면 기(氣)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며 이를 더욱 세밀하게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절세고수들이 어렴풋이 짐작하는 검의 경지.
그것을 어검술(馭劒術) 혹은 이기어검술(以氣馭劒術)이라고 한다.
벽의 벽을 넘어서 기를 다룸에 있어서 지고의 경지라 불리는 현경(玄境)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말을 부리듯 진기로 검을 다룰 수 있게 된다.
경지가 올라갈수록 고수들은 깨달음을 통해 사고의 폭이 넓어진다.
그리고 그 사고의 폭에 따라서 기를 세밀하게 다루는 것도 달라지는데, 이기어검과 같이 검초마저 재현이 가능할 만큼의 정밀한 수법은 그 수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
방관자처럼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회주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허공에 떠있는 검의 숫자는 얼핏 보아도 백여 자루를 약간 넘어서고 있었다.
저 많은 검을 띄우는 건 그 역시도 가능은 하다.
하나 세밀하게 다루는 건 많아야 열두 자루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그 이상은 내공의 소모도 그렇고 정신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기선제압을 위한 보이기 위함이냐? 아니면 정말로 가능하다는 것이냐?’
무엇이 되었든 간에 굉장한 심력 소모가 일어날 것이다.
뒷감당을 할 자신이 있다는 건가?
아니면 100년의 세월을 견딘 망령(妄靈)의 의지이기에 가능한 걸까?
-차차차차차착!
회주조차 놀라워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검결지로 대치하고 있던 나율량을 따르는 회인들을 향해 가리켰다.
그러자,
-차차차차차차차착!
떠오른 수많은 검이 이내 그들을 겨냥했다.
한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목경운의 눈동자가 나율량이 요안을 개방했을 때처럼 동공이 금빛으로 물들더니 이내 검들이 흑색 검강으로 물들어갔다.
-우우우웅!
‘!!!!!!’
이를 바라보고 있는 나율량 산하의 회인들은 더욱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기어검강이라니?”
“괴······괴물이야. 이렇게나 많은 검으로 이게 정말 가능한 건가?”
“······말도 안 돼.”
“무, 무슨 내공이 무한정이라도 된단 말이야?”
그냥 이기어검 상태로도 그 기세에 눌릴 수밖에 없었는데, 흉악하기 그지없는 흑색 검강으로 물든 검들을 보는 순간 적대적인 것을 떠나서 전율과 공포심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칠천(七天) 천마(天魔)의 진정한 힘인가?
‘저게 대체?’
대공자 나율량은 이기어검도 아닌 이기어검강으로 뒤덮인 하늘을 보고도 놀랐지만 그 너머의 허공에서 금빛으로 물든 목경운의 눈동자 동공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저건 분명 자신이 요안을 개방했을 때와 거의 동일했다.
‘······그럴 리가.’
믿기 힘들었다.
자신의 눈을 놈이 먹어치웠다.
한데 눈을 먹어치운 것뿐이었는데 그 안에 담겨 있는 힘마저 흡수했다는 건가?
눈을 자신처럼 술법으로 이식받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나율량의 머릿속으로 장로전의 사자 율명이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후후후. 그런 것 따위가 비교하지 마시죠. 이것은 영수(靈獸)······. 그것도 한없이 신수(神獸)에 가까운 존재인 육마(六魔)의 하나인 사타왕(獅拕王)의 요안(妖眼)입니다] [사타왕? 이매망량을 말하는 것이냐?] [네.] [결론은 이 눈이 이매망량 중에서 제법 강한 축에 속하는 놈의 것이라는 게 아니더냐?] [굉장한 행운을 누리시는데 평이 참 아쉽군요.] [그래 봐야 눈일 뿐이다. 물론 이 눈 덕분에 사각은 사라지겠지. 그 점은 감사한다.] [사각뿐만이 아닙니다. 전의 눈으로도 많은 강점을 지니셨겠지만 지금 가지신 눈을 그 격 자체가 다릅니다.] [격이 다르다고?] [막 이식했기에 아직 제대로 다루기 힘들겠지만 공자께서 머지않아 이 눈이 가진 힘을 제대로 흡수하여 체화할 수 있게 된다면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무엇을 말이냐?] [병환 중이 아니라 전성기 시절의 회주님과도 자웅을 겨루실 수 있게 될 겁니다.]‘전성기 시절의 사부님과도 자웅을 겨룰 수 있게 될 거라고?’
사부님이 비록 병을 앓고 있다고는 하나 중원에서 여섯 정점 중 한 사람이다.
아무리 인간과는 다른 존재인 이매망량의 눈이라고 해도 그런 게 가능할까?
나율량은 이식받은 눈이 가진 힘이 전의 것보다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이를 장로전에서 빚을 만들기 위한 생색 정도로 여겼다.
한데 저게 요안의 힘이란 말인가?
‘이럴 수가······.’
멀리서 이를 지켜보고 있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는 대법사 명률이었다.
명률은 목경운의 눈이 사타왕의 요안과 흡사해지는 것을 보며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방술을 배웠다고는 하나 한낱 인간이 어떻게 이매망량의 눈을 먹어치워 그 힘을 체화할 수 있는 거지?
그나마 술법으로 이식을 하거나 정제하여 법구로 만들지 않는 이상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 텐데 말이다.
정말 저자는 인간이 맞긴 한 건가?
그러는데 허공에 떠있는 목경운이 입을 열었다.
“언젠가의 누군가는 이걸 천공섬광(天功閃光)이라 했던가. 아아. 물론 이건 그다지 밝지 않을 것 같지만 말이야.”
하늘을 메우고 있는 흑색으로 물든 검강들.
그것은 어둠 그 자체였다.
“······.”
“자비롭게 이야기로 끌어가는 건 이제 끝이다. 마지막이다. 꿇어라. 굴복하지 않는 자는 죽는다.”
사방으로 메아리가 치며 울려 퍼지는 위압적인 목소리.
목경운의 마지막 경고에 좌중이 정적으로 물들었다.
만약 저것이 자신들을 향해 날아드는 순간 지옥이 펼쳐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색이 된 그들은 절대적인 목경운의 힘에 전의를 상실했는지 여기저기서 주변을 쳐다보며 눈치를 보았다.
아무리 두렵다고는 하나 아무도 꿇지 않았는데 먼저 굴복하는 건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누군가 그런 용기를 냈다.
-쿵!
그것은 한 단주 급의 무인이었다.
“윤명 단주!”
“아니 어찌!”
이에 주변에 있던 다른 단주들이 작게 그를 다그쳤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회에서 사십여 년을 보낸 그는 수많은 전장을 경험했다.
그런 그조차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
심지어 육천(六天)의 일인인 천지회주마저 이런 전율적이고 압도적인 위용을 보인 적이 없는 것 같다.
“미안하오. 나는······. 나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소.”
“허어! 윤명 단주!”
그때였다.
-쿵! 쿵!
윤명 단주의 이런 행동은 말 그대로 시발점이 되었다.
여기저기서 눈치를 보던 나율량 측의 여러 회인이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게 되자 목경운 산하의 간부들과 수하들의 눈동자가 벅참으로 떨려왔다.
그들조차 목경운의 압도적인 위용에 그가 자신들의 주군이고 한 편임을 내심 다행이라 여길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눈에 띌 정도로 여기저기서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니 주군이 자랑스러운 것을 넘어서 자신들의 어깨마저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쿵! 쿵!
무릎을 꿇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소리도 많아졌다.
거의 대치 중인 전력의 3할 가까이가 무릎을 꿇었는데, 주변에 있는 이들이 여기저기서 다그치며 이를 만류했지만 소용이 없어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갈(喝)!”
사자후(獅子吼)로 퍼져나가는 외침은 고막을 울릴 만큼 강했기에 내공이 약한 이들이 귀를 틀어막고서 진원지를 바라보았다.
그것에 지맥의 가주 양정이 검강을 일으키고서 목경운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본 회의 회인들은 모두 이를 악물고 정신차려라! 우리는 대 천지회의 무인들이다! 설령 강한 적이라 해도 어찌 반역의 무리에게 이리 쉽게 굴복할 수 있단 말이더냐. 적이 강하든 약하든 전장에서는 누구든 죽는다. 이는 각오의 차이다. 모두 전의를 끌어올려라. 본좌가 가장 앞장서겠다!”
장수 혹은 우두머리의 역할은 단순히 강함에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역할은 만인을 이끌어가는 것이면서도 그들의 사기와 전의를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전의가 가득 차고 사기가 오른 군대는 적은 수로도 많은 대군을 이기는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근래에 까지도 전장의 경험이 많은 지맥의 가주 양정은 그것을 알기에 이들의 사기를 어떻게서든 끌어올려 굴복하는 것을 막게 하려 했다.
그리고 그가 이렇게 나선 것에는 회주를 비롯한 모두에게 차기 계승자로서 가장 적임자는 자신이라는 것을 보이기 위함도 있었다.
이런 그의 외침은 의외로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났다.
“양정 가주의 말씀이 옳다! 모두 정신 차려라!”
“양정 가주를 따라 천지회를 지키자!”
“와아아아아아아!!!!”
함성을 지르며 회인들이 전의를 불태웠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목경운이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야말로 불나방들이군.”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아는 법이다!”
그 말과 함께 지맥의 가주 양정이 목경운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가 이렇게 나서기 전 그의 귓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세 곡주 중 한 사람인 초음곡주 항여량이었다.
-가주.
‘응?’
-초음곡주 항여량입니다. 작은 잡기로 귓가에 가주만 들을 수 있게 말씀드리는 것이니 내색하진 마십시오.
‘······.’
-나율량 공자는 부상을 당해서 여기서 그나마 저놈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이 가주이기에 말씀드립니다.
‘······.’
-제가 알기로 아무리 높은 경지에 올라 사고의 폭이 넓어져도 인간의 심력에는 한계가 있어 저 많은 이기어검강을 정밀히 다루는 것은 불가능할 겁니다.
옳은 소리였다.
그러나 아무리 정밀하게 다룰 수 없다 해도 아군이 이렇게 집밀한 곳에 저것을 마구잡이로 난사만 해도 그 피해는 말로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초음곡주 항여량이 전음을 보냈다.
-그렇다 해도 저게 떨어지면 피해는 굉장하겠죠. 그 전에 막아야 합니다.
‘어떻게 말이오?’
무슨 수로 이를 막는단 말인가?
하는데 그녀가 말했다
-제게 음공의 비기가 있습니다. 현경의 경지에 이른 대종사급 고수에게 통할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잠시 동안은 정신이 흐트러지게 할 수 있을 겁니다.
‘아?’
-그 틈에 가주께서 저자를 공격해주십시오.
이런 그녀의 말에 지맥의 가주 양정이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분명 나율량 산하였다.
그런 자가 주군이 아닌 자신에게 이런 기회를 주다니.
만약 이것이 통하게 된다면 아마도 자신은 영웅으로서 많은 회인들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저는 솔직히 나율량 공자든 당신이든 누가 위가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정파인이나 명도왕과 관련된 자만 아니면 되니까요. 후후후.
그런 거였나.
하여간 저 여자는 도통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수작을 부리는 건가라고 의심하기에는 위기 그 자체였다.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회주가 아직까지 나서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는 누가 나서서라도 이를 반전시켜야 했다.
‘그게 바로 나다!’
-팟!
계속해서 기운을 모으고 있던 양정이 비기를 펼치려 했다.
그 순간에 맞춰서 초음곡주 항여량이 목경운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가운데 사이가 비게 한 후에 복부를 팽창시키며 이내,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음공의 비기를 펼쳤다.
‘!?’
갑작스러운 그녀의 외침에 주변에서 놀랐지만, 다행히 이 비기는 오직 특정 상대에게 진기가 실린 음파를 집중시켜 구공분혈(九孔噴血)과 함께 오장육부를 파열시키는 최악의 수법이었다.
내공의 거의 절반이 소요되는 수법이고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덕분에 싸우는 도중에 펼치기는 힘드나 지금은 충분히 가능했다.
이것은 고막을 막는다고 소리를 차단할 수 없다.
전신의 구멍을 진기로 차단한다 해도 소리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순간 독(毒)처럼 체내로 퍼져나가 고통을 준다.
그렇게 고통에 정신이 흐트러지면 틈이 생기고 자연스레 이기어검강을 유지할 수 없,
-푹!
그 순간이었다.
“컥!”
초음곡주 항여량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그녀의 부풀어 오른 복부를 관통하고 있는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은 육안으로 거의 구분하기 힘들 만큼 매우 투명했는데, 이건 분명 검(劍)이었다.
‘서······설마······. 무형······.’
-풋!
비기를 펼치기도 전에 복부가 뚫린 그녀는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날카로운 예기에 목구멍으로 치솟는 피를 뿜어대고 말았다.
그와 비슷한 찰나에 지맥의 검식에서의 비기를 펼치려 하는 양정은 무언가 이상했다.
항여량 그녀의 말대로라면 최소 잠시 간이라도 목경운은 음공으로 인해 흐트러져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
오히려,
-슥!
검결지를 밑으로 겨냥하자,
-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촤!
그와 동시에 검은 빛줄기가 나율량 산하의 회인들을 향해 폭우처럼 내려치기 시작했다.
‘!!!!!!’
그것은 목경운을 향해 신형을 날리던 양정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흉폭하기 그지없는 검은 빛줄기의 탄검강(彈劍罡)의 속도는 그야말로 신속에 가까웠기에 피하고 자실 틈이 없었다.
-채차차차창!
“크헙!”
지맥의 검식 비기 지룡창천(地龍升天)은 작은 산봉우리를 날려버릴 만큼의 위기를 가지고 있었으나, 탄검강들이 꽂히는 순간 그는 맥을 출 수가 없었다.
그대로 지상으로 내리꽂히고 말았다.
-콰콰콰쾅!
그만이 아니었다.
내려치는 검은 빛줄기가 사방으로 몰아치며 여기저기서 아비규환과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촤촤촤촤촤촤촤!
-콰콰콰콰콰쾅!
“끄악!”
“컥!”
일부 간부들은 위협하기 위한 허장성세 정도로 여겼지만 그것은 그들의 착각이었다.
‘괴, 괴물······.’
‘이건 인간이 아니야.’
무릎을 꿇고 있는 자들을 제외한 모든 회인에게 교묘하게 날아드는 탄검강들로 인해 그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우득! 우득!
목경운의 이마와 눈가로 자잘한 핏대가 잔뜩 서있고 금빛으로 물든 눈동자는 찰나에 굉장한 진동을 일으키며 수많은 이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무리 깨달음이 극에 이른 인간의 사고의 폭이라도 도저히 불가능한 수준에 가까운 연산과 공간 자각 능력이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