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16)
-파파파파팍!
-채채채채채챙!
칠천(七天)의 일인이자 영검산장의 장주인 구천무가 내심 혀를 내둘렀다.
흘러나오는 기세가 범상치 않아 겨루기 전부터 경계하기는 했으나, 이런 수법은 평생 처음 겪어 본다.
제 일계 춘추는 쾌속한 장법(掌法)과 조법(爪法)을 적절히 섞어서 사용하는데, 그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그녀는 기이한 수법을 사용했는데, 그것은,
-쾅!
장력이 강기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폭발을 일으켰다.
기운이 허공에서 압축되었다가 폭사되는데, 그 응축된 기운이 어찌나 강한지 이를 파악하기 전에 왼팔 어깨를 당해 하마터면 팔을 잃을 뻔했다.
-촥!
이에 구천무는 기운이 응집되는 전조가 보이면 그곳을 예기로 갈라버렸다.
그렇게 되면 장력이 응축되기 전에 잘려나가 폭발력이 현저히 줄어든다.
-파파파팍! 채채챙!
춘추가 구천무의 검을 가볍게 막아내며 입을 열었다.
“제법이네. 늙은 영감. 은영폭장(隱影爆掌)에 벌써 적응하다니 말이야.”
“은영폭장? 어울리는 이름이구려.”
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 지고라 불리는 현경(玄境)의 경지에 이르렀길 망정이지 깨달음이 조금만 얕았어도 대응하기 힘든 기괴한 수법이었다.
그녀의 수법은 무차별적인 학살을 벌이기에 적합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칠천 중에 가장 실전 경험이 없고 타인의 검술만 취해 이론만 강하지 실력을 떨어진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부정하지 않겠네.”
도발을 하기 위해 한 말이었는데 구천무는 담담히 받아들였다.
‘안 통하네.’
춘추가 입맛을 다셨다.
그녀는 모르겠지만 목경운을 주군으로 모시기로 한 구천무는 이곳까지 오며 실전에 방불케 하는 대련을 꽤나 했다.
이는 목경운이 단기간에 급격히 늘어난 무위에 적응하기 위함이었지만 구천무 역시도 생사경의 고수와 겨루며 대결의 경험이 현격히 높아질 수 있었다.
-채채채채챙!
‘은영폭장에도 당황하지 않다니 역시 현 무림의 정점은 정점인가.’
속으로 혀를 내두르던 춘추가 이내 피식하고 웃더니 비기를 펼쳤다.
그녀가 장초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자세를 취하자,
‘은영중첩격(隱影重疊擊)!’
-고오오오오!
‘위?’
구천무가 검강으로 위에서 모이는 기운을 베어내려 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기운의 위로 또 다른 기운이 모이는 것이 느껴졌는데, 그게 하나둘이 아니었다.
느껴지는 기운만 하더라도 셋, 아니 넷, 아니 그 이상이다.
그렇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기운을 중첩시키는 건가?’
한 번 응축시키는 것 역시도 상당한 집중력을 요할 듯한데, 이를 연거푸 중첩시킨다는 것은 아마도 비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검강을 휘두르는 것과 함께 구천무가 왼손의 검결지를 잡아당기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바닥에서 네 자루의 검이 날아와 강기를 일으켰다.
이기어검강(以氣馭劍罡)이었다.
-우우우우웅!
구천무가 그 상태로 검결지를 든 왼손을 크게 회전시켰다.
그러자 네 자루의 이기어검강들이 풍차처럼 회전하며 강기로 된 방패를 만들어냈다.
그와 동시에,
-쾅! 쾅! 쾅!
방패 위로 응축된 기운들이 폭발을 일으켰다.
‘크읍.’
엄청난 위력의 폭발이 연달아 일어나자 구천무가 속으로 혀를 찼다.
겉으로 보면 이십 대 초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절세미녀였다.
하나 그녀가 가진 힘은 가히 현 무림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칠천(七天)에 버금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괴물이 무림에 조금도 알려지지 않다니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쾅! 쾅! 쾅!
-쩌저저적! 파창창창!
이어지는 폭발은 중첩되며 그 위력이 올라갔다.
덕분에 한순간에 풍차처럼 회전하며 이기어검강을 펼쳐 폭발을 막아내던 네 자루 중 세 자루의 검이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지고 말았다.
-흠칫!
‘아직인가?’
기운이 한 번 더 중첩되고 있었다.
일곱 번째였는데, 지금까지의 모든 게 응축되면서 그 폭발력이 얼마나 강할지조차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구천무는 침착하게,
-촤륵!
부서진 검 자루의 조각들에 기운을 실어 남은 한 자루의 이기어검강의 회전에 더했다.
강기가 실린 쇳조각들이 더 해진 이기어검강의 회전은 더욱 첨밀하기 그지없었다.
-콰아앙!
그렇게 폭발이 터지며 남은 이기어검강이 폭발의 위력을 막아내다 이내 그 열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부서지다 못해 연기로 산화해버리고 말았다.
‘허를 찌르려면 지금이다.’
그 찰나에 구천무가 수그러드는 폭발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렇게 극검(極劍)의 묘리로 스스로가 검이 된 구천무가 폭발을 가르며 이를 뚫었다.
-촥!
중첩된 폭발을 뚫고서 튀어나온 구천무의 모습에 제 일계 춘추가 장강(掌罡)을 날리며 황급히 몸을 뒤로 날렸다.
-파파파파파팍!
그러나 한 번 기세를 탄 구천무의 신형은 가히 파죽지세나 다름없었다.
장강들을 단숨에 갈라버린 구천무의 검결지가 그녀의 가슴 한가운데를 노렸다.
이에 그녀가 손을 내밀어 구천무의 검결지를 막았다.
-푹!
날카로운 구천무의 검결지가 춘추의 손을 꿰뚫었으나, 그녀 역시도 바닥에 두 발을 박고서 전력을 다했기에,
-파아아아아앙!
구천무의 절묘한 일검은 그녀의 가슴까지는 닿지 못했다.
그러나 두 절세고수가 부딪친 여파로 인해 주변이 기의 풍압으로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이 여자, 정말 강하다.’
목경운과 겨루며 그간에 막혔던 많은 깨달음을 얻은 구천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인 틈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감탄할 수밖에 없는 강함이었다.
이는 제 일계 춘추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을 얕보지 마라.]그녀는 같은 제 일계인 강염(强炎)이 했던 경고를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비록 무인의 정점에 이른 자라고 해도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신들에 비하면 결국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렇게 겨뤄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존재들이 이렇게나 강해지는 걸 보면 인간의 잠재능력은 이매망량의 존재들 이상이었다.
-파르르르르!
공력 대결에 들어간 둘은 그 상태를 유지한 채 서로를 향해 힘을 가했다.
여기서 밀리는 자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러는데 구천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에 의아해진 춘추가 물었다.
“왜 웃는 거지?”
“서로가 모시는 주군들은 이제 슬슬 판가름이 날 모양이오.”
“판가름?”
이에 그녀가 위를 쳐다보았다.
허공에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대치한 채 삼안(三眼)의 목을 물어뜯고 있는 목경운의 모습이 보였다.
‘목을 물어뜯어?’
그 모습에 춘추가 어처구니가 없어 했다.
어떻게 저기서 상대를 물어뜯어 버릴 생각을 한 거지?
오랫동안 지켜본 인간을 아직은 다 알지 못하지만, 저들은 이매망량이나 짐승들과 달리 손을 주로 쓰고 나름 품격을 갖춘 존재들이었다.
그렇기에 생사의 대결이라 해도 저런 식으로 짐승처럼 싸우지는 않는데, 세 번째 목간의 목을 물어뜯는 모습은 흡사 흉폭한 야수와도 같았다.
울대를 물어뜯어 낸 후에 씹어먹는 모습에 그녀는 흥분된 것 마냥 상기가 되었다.
그 모습에 구천무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대의 주인이 당하고 있는데 이해할 수 없구려.”
“당해?”
“승부가 났소.”
목의 울대가 뜯긴 이상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승부가 났다는 구천무의 말에 오히려 제 일계 춘추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렇겠지.”
그녀의 의미심장한 말에 구천무가 묘한 불길함을 느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목의 울대가 뜯겨나간 나율량의 육신을 차지한 삼안이 그 상태로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 웃는 얼굴로 자신을 붙잡은 목경운의 손목을 꺾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우득!
꺾여버린 목경운의 손목뼈가 이내 살점을 뚫고서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니?’
그 모습에 구천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의 울대가 뜯겨나갔기에 회생 가능성이 없을 터인데, 저 상황에서 웃으면서 저런 행동을 하다니.
목경운의 흉폭함 못지않은 광기(狂氣)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손목이 꺾인 목경운이 그 상태에서 머리로 삼안의 이마에 박치기를 박아 버렸다.
세 번째 눈이 당하는 것만큼은 피하려 하는 삼안이 있는 힘을 다해 고개를 젖혔지만, 서로 몸이 고착된 상황이었기에 왼쪽 안구 쪽이 찍혀버렸다.
-쾅!
왼쪽 안구 뼈가 부서지고 눈알이 으깨진 삼안이 이번엔 통증을 버티지 못했는지 목경운과 맞대고 있던 검을 떼어내며 신형을 벌리려 했다.
그러나 목경운이 그를 놓아줄 리가 만무했다.
손목뼈가 튀어나와 제대로 쥐어지지도 않을 것 같은 왼팔로 삼안의 손목을 움켜쥐고는 요검 악즉을 손에서 놓고 그의 이마의 세 번째 눈을 노렸다.
-슉!
목경운의 검결지가 노려오자 삼안의 세 번째 눈동자에서 갑자기 환한 빛이 쏟아졌다.
일순간 쏟아진 엄청난 빛은 광채 그 자체였기에 어찌나 밝던지 목경운은 타들어 가는 고통에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치이이익!
-파파파파팍!
그 찰나에 삼안이 연거푸 목경운을 걷어차며 기어이 거리를 벌렸다.
광채를 발한 이마의 눈이 어느새 멍해지며 동공 색이 죽은 사람의 눈동자 마냥 그 빛을 잃었다.
-촤르르륵!
그러나 거리를 벌린 덕분에 요기를 순환시킬 수 있었던 삼안은 빠른 속도로 뜯겨진 울대와 부서진 안구 쪽의 뼈와 왼쪽 눈알을 회복시켜갔다.
열을 세기도 전에 이를 충분히 회복시킬 수 있는 그였······.
-촥!
그때 그의 어깨로 목경운의 악즉이 날아들어 와 그대로 파고들었다.
검은 강기로 물든 이기어검강이었다.
유일하게 시야가 열려 있는 오른쪽 금빛 눈동자로 목경운이 자신을 향해 눈을 감은 채 검결지를 내뻗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
세 번째 눈의 모든 요력을 일제히 발한 막대한 광량(光量)에 의해 각막이 타들어 가 손상을 일으켰을 것이다.
오감 중 하나가 일순간 사라지게 되면 다른 감각도 영향을 받아 흔들리게 되어 있다.
그런데 찰나에 그 다른 감각들을 되살렸다고?
이놈 정말 인간 같지 않은 녀석이다.
‘빌어먹을.’
류소월과 이어진 식신의 연(緣) 때문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지 않기 위한 것도 있고 아직 이 새로운 몸이 자신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것도 있다고는 하지만, 상대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인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그러는데 그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렸다.
-연을 끊는 것보다 나은 방법있다.
-나은 방법?
-그래. 놈의 몸을 차지하자.
-놈의 몸?
그 의사에 삼안의 이마의 눈을 제외한 다른 눈동자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생각해보니 굳이 연을 끊을 필요가 없었다.
이놈은 나율량을 훨씬 능가하는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대계를 방해하고 자신과 이어지는 것을 놈이 막았다고 여겨서 화가 났지만 이를 냉철히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 된 감이 있었다.
‘그 원한이 자령에 이를 정도로 강한 소월이 놈의 식신이 되었다는 것은 놈을 상당히 신뢰해서겠지.’
그런 놈의 몸을 차지한다면······.
이내 삼안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빠르게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스르르르륵!
그때 목경운이 허공을 연달아 박차는 순간 그의 신형이 이내 바람과 함께 셋으로 나누어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삼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설마?’
그에게는 수많은 기억이 존재했다.
그중에는 스스로 절대적이게 되었다고 여겼던 그를 곤욕스럽게 만들었던 몇몇 기억들도 있었다.
목경운이 펼치는 저 경신법이 바로 그러했다.
완벽한 것 같진 않지만 분명 저 경신법은 사라진 무쌍성(無雙城)의 비기였다.
한데 끝이 아니었다.
-우득! 우득!
셋으로 나뉜 목경운이 호흡을 가다듬자 주변의 기운들이 모여들며 전신으로 순환하더니, 이내 전신의 근육이 더욱 탄탄하게 부풀어 오르며 몸이 붉어져 수증기가 흘러나왔다.
-슈우우우우우!
이를 보자 삼안은 당가와 금지(禁地)를 지키는 그 괴물 일족이 떠올랐다.
이놈 대체 뭐지?
오랜 세월 중에 자신을 곤란하게 했던 몇 안 되는 존재들의 비술들을 어떻게 동시에 익히고 있는 거지?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