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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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족속이 남의 것을 탐하는 건 여전하구나.”
‘!?’
목경운에게서 흘러나오는 달라진 분위기의 목소리.
이를 듣는 순간 삼안의 이마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려왔다.
찰나의 순간 검붉게 물들어가는 세 번째 눈동자가 당혹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그의 머릿속으로 말했다.
-······이럴 리가.
-이게 어찌 된 영문이지? 분명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길게 말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삼안은 이 특유의 분위기를 잊어본 적이 없다.
그것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심연과도 같은 어둠 그 자체이며 파멸을 떠올리게 하는 혼돈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모든 존재 자체를 압도하는 절대적 위압감은 그로 하여금 육마(六魔)에게서조차 느껴본 적이 없는 공포심을 심어주었다.
-놈이다. 놈이 틀림없다.
-아니다. 아니야. 이상하다. 분명 핵(核)이 없는데.
-핵이고 뭐고 간에······.
-핵은 그들의 근간이다. 핵이 없다는 건 그들에게 있어 죽음을 의미하며 존재의 소멸을 뜻한다.
-그럼 눈앞에 이놈은 뭐란 말이냐? 망령이라도 된다는 것이냐?
-망령, 그런 것으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츠츠츠!
“흐읍!”
목경운의 손에 잡혀 있던 삼안의 목의 핏줄들이 검게 물들며 무언가 침식이 일어났다.
파고드는 침식에 삼안이 이를 밀어내기 위해 요력을 일으켰으나, 한 번 밀고 들어온 기운은 파죽지세와도 같았다.
‘이 기운······. 확실해.’
흡사한 게 아니라 그때의 그 기운이었다.
그러는데 삼안의 머릿속으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나?
-너?
-네놈?
삼안의 세 눈동자가 동시에 흔들렸다.
뭔가가 침식하고 있다는 건 알아차렸지만 자신들의 연결된 의식에까지 침범해올 줄은 몰랐다.
-분명 죽였는데 죽이지 않은 것 같은 묘한 이질감이 이 때문이었군.
들려오는 목경운의 목소리에 삼안이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네놈이었나?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물음이었다.
그 물음에 목경운의 분위기가 달라진 목소리는 이를 전혀 개의치 않는지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어리석군. 스스로의 탐욕이 이용당하는 줄 모르다니.
-탐욕? 지금 탐욕이라고 했느냐? 하하하하하핫.
삼안이 미친 듯이 광소를 터뜨렸다.
그러더니 이내 그것을 멈추고서 흥분을 가라앉히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감정 또한 탐욕이라고 할 순 있지. 하나 본좌의 것을 제멋대로 빼앗아간 주제에 네놈이 어찌 본좌에게 탐욕을 논하느냐?
-참신하군.
-뭐?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어리석은 집착이 얼마나 스스로를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구나. 물론 그러니 눈과 의식이 이어질 수 있었겠지.
-네놈, 감히!
-감히?
-컥!
삼안의 세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침식해오는 흉흉한 기운이 육신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었는데, 몸이 경직되어가면서 신경 하나하나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말을 섞어 준다고 해서 같은 선상이라 착각해선 곤란하지.
-끄으으.
방심했다.
시해왕(弑海王)마저도 봉인시켰던 태고의 비술인 태공봉천식(太空封舛式)의 술법에 걸려들었기에 꼼짝하지 못할 거라 여겼던 것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삼안의 머릿속으로 또 다른 의식이 다그쳤다.
-놈에게 휘둘리지 마라. 침식이 더 진행되지 못하게 놈을 어떻게든 떼어내어야 한다. 신경의 통증을 차단할 테니······.
-파팍! 파팍!
그 순간 삼안 이마의 눈동자에서 검은 실핏줄들이 돋아나며 이것이 터져나갔다.
세 번째 눈의 의식이 고통에 괴로워하며 소리쳤다.
-끄으······. 네놈······. 어떻게······.
-인간의 의식을 여전히 유지시킨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처럼 숙주(宿主)만 처리하고 그냥 넘어갈 것 같으냐?
-······네놈 대체 무엇이냐? 으으······핵이 없는데 어떻게······.
-나는 그저 잔재일 뿐이다.
-잔재?
-알 거 없다. 네놈들은 그저 사라지면 될······.
그때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러더니 이윽고 한 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 이유는 나율량의 육신을 차지하고서 기생하는 이 두 의식을 제거하려다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진짜 의식이 아니군.
-씨익!
그런 그를 괴로워하는 얼굴을 하며 고통을 호소하던 삼안이 이내 입꼬리를 비릿하게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삼안이 고통의 신음을 흘리던 것을 멈추고서 광소를 터뜨렸다.
“크큭······. 크흐흐흐······. 크하하하하하하하핫!”
이는 마치 회심의 웃음을 터뜨리는 것처럼 보였다.
침식으로 인해 괴로워하던 모습은 거짓이기라도 했던 것인가.
이런 삼안의 이마를 빤히 바라보던 목경운이 의식에서가 아닌 육성으로 말했다.
“분리된 의식을 그대로 옮겨온 건가? ······아니 의식을 이을 수 있게 거의 동일한 형태의 눈을 구현해낸 건가?”
“빠르군. 과연 대단해. 아무리 침식했다고는 하나 이걸 벌써 알아차릴 줄이야.”
“하?”
목경운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군상을 보았지만 이런 존재는 처음이다.
진짜처럼 보였지만 이건 진짜가 아니었다.
삼안(三眼)이라는 존재들은 누군가에게 기생을 하기에 그 본체는 요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눈이다.
그런데 이 눈은 본체가 아닌 요력과 의식, 기억을 동일한 형태로 구현. 즉, 복제(複製)한 것이었다.
한데 목경운이 실소를 터뜨린 것은 본체인 것마냥 복제한 의식을 보낸 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분리된 의식마저 구현한 것은 본체가 아님을 확실히 속이기 위함이었나?”
“후후후. 그런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여러모로 쓸모가 있거든.”
“쓸모?”
“인간은 이 감정이라는 것에 영향을 크게 받지. 특히 그 감정이 극단적일수록 말이야. 가령 탐욕과 분노, 슬픔 이런 류는 본좌에게 있어서도 굉장한 원동력이 되지.”
-쿠득! 쿠득!
침식되고 있던 삼안의 눈동자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밀어내?’
-고오오오오!
상체 전체로 퍼져나갔던 기운들도 원래대로 돌아가는데, 삼안의 요력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었다.
요력이 정순환이 아닌 역순환을 이루며 배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역혈(逆穴)의 운기법이었다.
삼안이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놈의 기운을 느낀 순간부터 머지않아 만날 거라 여겼다. 그 순간을 위해 본좌가 얼마나 준비했을 것 같으냐?”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했다는 것이군.”
“칭찬이라 받아들이마. 날개를 잃은 왕이여. 어떻게 한낱 인간 따위의 몸에 깃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 잔재라 하였으니 그 잔류된 힘은 전부 본좌가 받아가마.”
“그게 목적이었군.”
“우리의 목적이었지. 함께하는 동반자의 오랜 소망도 이뤄주고 놈의 간섭 또한 덜해질 테니 말이야.”
“놈······.”
역시 놈이었나?
소멸이나 다름없는 선택이었는데 쉽게 믿지 않았군.
목경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더니,
“나를 어떻게 한다고 해서 간섭으로 끝날 것 같으냐?”
“그럴 리가. 본좌의 손으로 끌어내려 주마.”
“끌어내려?”
“크흐흐흐. 언제까지 신 놀음을 하며 군림하려 하는 너희 같은 족속들에게 끌려다닐 거라 여겼느냐? 이 세상은 본좌의 것이다.”
절대적 탐욕(貪慾).
오래전부터 삼안(三眼)은 모든 것을 원했다.
그러나 때가 아님을 알기에 벽에 막힐 때마다 그것을 손쉽게 깨부술 힘을 갖출 때까지 은인자중(隱忍自重)했을 뿐이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더 이상의 은인자중은 없을 것이다.
“대계가 이뤄지는 순간 대재앙의 날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을 모두가 깨닫게 될 것이다.”
“대계라 붙일 정도로 준비했다니 기대되는군.”
“기대할 만하지. 다만 안타깝구나. 곧 바뀌게 될 세상을 네놈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스스스스!
침식이 거의 다 풀려나가자,
-팍!
삼안이 목경운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러자 손목을 타고서 붉은빛으로 이루어진 실이 흘러나와 손목부터 시작해 몸을 순식간에 묶어버렸다.
-휘리리릭! 꽉!
“그래도 네놈의 그 몸은 본좌가 유용하게 활용해주지.”
-슥!
삼안이 자신의 이마로 손을 가져갔다.
그러더니 이마에 있는 세 번째 눈동자를 아무렇지 않게 빼냈다.
-쑤걱!
그렇게 눈을 빼낸 후에 그것을 목경운의 이마로 가져가려고 했다.
그러는데,
“본체가 있는 곳까지 알아내려 했는데, 의식을 여러 곳으로 나눠놓아서 그건 힘들겠군.”
‘!?’
그 말에 삼안이 들고 있던 눈동자의 초점이 흔들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앙!
목경운의 전신을 묶고 있던 붉은 빛으로 이루어진 실이 허망할 정도로 쉽게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이에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린 삼안이 뒤로 몸을 빼려 했는데,
-팍!
목경운이 손이 다시 한번 그의 안면을 움켜쥐었다.
그렇게 움켜쥔 손에서 다시 흉흉하기 그지없는 검은 기운이 흘러나와 그의 안면 전체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삼안이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놈 설마?”
“진짜도 아닌 복제된 의식과 쥐어 짜낸 힘 정도로 어찌해볼 수 있으리라 여겼나?”
-츠츠츠츠!
기운의 침식이 방금 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속도로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역혈의 운기법으로 폭증시킨 요력으로도 어찌 막지를 못했다.
삼안이 싸늘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본좌를 속였군.”
“내 방식은 아니다. 또 다른 나의 방식이지.”
“뭐?”
“한껏 거만해진 모습이 거슬렸으나 덕분에 네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분산되었다고는 하나 진짜 의식이 있을 만한 곳들을 알게 되었으니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
-츠츠츠츠!
벌써 육신의 7할 가량이 침식이 이루어졌다.
곧 전신이 침식되고 나면 육신을 지배한 의식이 소멸되고 남아있는 기운을 빼앗기는 것은 자신이 되리라.
분신이나 다름없는 의식으로 그때의 원한을 되갚아 줄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힘을 전부 잃었다고 해도 한때 그 괴물 같은 놈들의 정점에 서 있던 존재다웠다.
-피식!
삼안이 이내 코웃음과 함께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래. 쉽게 끝났다면 꽤나 아쉬웠을 거다.”
“곧 그 아쉬움마저 사라질 거다.”
“우쭐거리지 말 거라. 이걸로 끝인 것 같으냐? 고작해야 이건 본좌의 의식을 옮겨 담은 육신일 뿐이다.”
“혓바닥이 길군.”
-스스스스!
육신의 9할 가까이가 침식되었다.
삼안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본······좌를······. 간절히 찾게 될······.”
-파르르르르!
말을 미처 마치기도 전에 삼안이 들고 있던 세 번째 눈동자의 핏대가 징그러울 만큼 불룩불룩 튀어나왔다.
삼안이 무얼 하려는지 알아차린 목경운이 눈동자를 움켜쥐었다.
눈알에서 강한 열기가 느껴졌다.
의식을 복제한 눈이라고 해도 더 치욕을 당할 바에는 동귀어진(同歸於盡)하여 소멸하겠다는 것인가.
그대로 뜨거워진 눈알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팍!
이미 손을 모든 기운을 집중하여 보호하고 있었기에 큰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목경운이 쥐고 있던 손을 펴며 검은 재를 흩뿌렸다.
마지막에 눈알에 담겨 있던 기운까진 자폭하면서 흡수하지 못했지만, 육신은 전부 침식했기에 그 안에 남아있던 힘은 흡수했고 분리된 의식은 소멸시켰다.
“하아······하아······.”
한데 육신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운이 좋군.’
육신을 빼앗겼었는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나율량이었다.
다만 육신을 너무 한계를 넘어서 몰아붙이고 체내의 모든 기운을 잃었기에 이제는 무공을 펼칠 수 없는 몸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숨을 겨우 쉬고 있는 나율량을 빤히 쳐다보던 목경운이 이내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그러자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던 운무가 사라졌다.
목경운이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네게 맡기마.”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경운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눈빛과 분위기가 달라졌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