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20)
“쿨럭쿨럭······. 기어이 위소연 그 아이에게 손을 댄 건가?”
천지회주가 능공허도(凌空虛道)를 펼치며 날아가는 목경운을 따라가기 위해 신형을 날리려다 비틀거리며 벽을 붙들었다.
금제 도중에 목경운이 신묘한 방술로 막아줬지만 체내의 내상이 심했다.
-주르륵!
입가로 죽은 피가 흘러내렸다.
이를 닦아내며 천지회주가 벽에 기대며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 준비했건만.”
결국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야 하는 처지인 건가.
천지회주는 점점 멀어져가는 목경운을 바라보았다.
그저 월맥(月脈)의 망령이라 여겼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대체 정체가 뭐지?
아무리 월맥의 류소월이 붙어 있다고 해도 그 장본인도 아닌 놈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건가?
[사부님께 제자 인사 올립니다. 영창위가(英槍潿家)의 위소연입니다.]천지회주는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를 떠올렸다.
아직 어렸지만 사당에 있던 그 초상화와 빼닮은 아이.
커갈수록 점점 초상화와 같아졌다.
[이걸 영약들과 함께 계속 복용시키게 된다면 십 년 내로 천음절맥의 극한의 한기가 더 이상 폭주하는 일은 더 이상 없게 될 겁니다.] [천음절맥이 폭주하지 않게 될 거라고?] [네.] [······하면 처음부터 천음절맥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더냐?] [그건 회주께서 관여할 부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대체 그분께서 정말 원하는 게 뭐지?] [그분께서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하나만 지시하셨습니다.] [뭐라고 전하셨지?] [제자로 받은 그 아이들이 서로 유대를 쌓아갈 수 있도록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 [유대를 쌓게 잘 가르치라고?]-으득!
천지회주가 이를 악물었다.
그분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았기에 그게 무슨 의미인지 단번에 알아차렸었다.
그렇기에 이제라도 막아야 한다고 여겼다.
당장에 대놓고 이런 자신의 의지를 드러낸다면 분명 놈이 그분의 의사를 무시해서라도 자신을 배제하려 들 거다.
‘조금씩······. 조금씩이지만 틀어지게 하면 된다.’
절대로 원하는 대로 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분이 정말로 자신의 의지로 원했다고 한들 이미 그것은 지나버린 먼 옛날.
과거는 그대로 묻어둬야 할 일이었다.
모든 섭리를 거스르면서까지 이뤄야 할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가 원치 않았다.
[미안하구나.]천지회주는 위소연이 복용할 모든 약을 대체시키고 은밀히 태워버렸다.
어차피 그분의 뜻대로 된다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닐 처지였다.
그럴 바에는 정해진 운명대로 가는 게 맞았다.
그러나 살아있는 동안 만큼은 그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
설령 그것이 헛된 발버둥이 된다고 하여도 말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계획마저 저자가 비틀어놓고 말았다.
[아무래도 위소연 아가씨께서 천음절맥이 호전된 걸 넘어서 완치가 된 것 같습니다.] [뭐?] [혈색도 돌아왔고 기운이 안정화 되었습니다.]이 소식을 접했을 때 천지회주는 많은 생각에 잠겼었다.
아무리 바꾸려 해도 결국 놈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인가?
이것이 운명이란 말인가?
천지회주는 목경운의 뒷모습을 보며 손끝을 뻗으며 중얼거렸다.
“······그대가 정말 류소월이 선택한 자라면 절대로 그 아이를 빼앗기지 말아라.”
* * *
위소연의 거처 장원에서 꽤 떨어진 동북쪽 방향.
그곳의 건물들은 멀쩡한 걸 찾아보기 힘들 만큼 거의 다 부서져 있었고 사방이 초토화되어 있었다.
그렇게 초토화된 곳에는 수많은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들은 위소연을 따르는 산하 회인들이었다.
각 파벌 중에서 가장 적은 세력을 갖고 있다고는 하나 그들 사이에서이지, 그녀를 따르는 이들도 2천에 이를 정도였다.
물론 회주의 긴급 소집으로 인해 이곳에 있는 이들은 그 절반의 절반에 불과했다.
그래도 거의 오백여 명에 이를 정도였는데,
“하아······하아······.”
명도왕 손윤이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주변을 살폈다.
서 있는 자들이라고는 고작해야 대단주 한 사람과 단주로 보이는 무인 세 명이 다였다.
반면 복면을 쓴 적들은 아직 이십여 명이나 더 있었다.
‘절대 외부에 있던 자들이 아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천지회에 침투되어 있던 간자들이 틀림없었다.
자신들의 전술이나 진법에 익숙했고, 그 약점을 파고들 만큼 회의 무인들을 너무도 잘 아는 자들이었다.
게다가,
‘다섯 배의 전력으로 이런 결과라니.’
하나하나가 굉장한 전력들이었다.
놈들의 숫자는 대략 백여 명 정도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하나하나가 절정의 고수 이상이었고 심지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아 결국 결과가 이렇게 나오고 말았다.
-채채채채챙!
그때 격렬하게 부딪치는 쇳소리가 울려 퍼지며 사방으로 풍압이 몰아쳤다.
그것은 검마(劍魔) 지외와 회에서 손에 꼽히는 거구인 자신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큰 저 거구의 사내가 부딪치는 소리였다.
-쾅!
전력으로 검초를 펼치던 지외가 튕겨 나와 담벼락을 부수며 바닥을 뒹굴었다.
“끄으으으.”
바닥을 뒹구는 지외의 얼굴은 피멍투성이었다.
너무 아팠는지 그렇게 뒹굴던 그가 허리를 튕기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퉷. 후우······. 후우······. 무슨 놈이 지친 기색 하나 없구나.”
지외가 피를 뱉으며 혀를 내둘렀다.
그런 그를 보며 명도왕 손윤이 다시 자신의 독문병기 중 하나인 거도 막현(嗼炫)을 움켜쥐었다.
검곡의 광검객(狂劍客) 지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자신을 비롯한 모두가 벌써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검술 실력만으로는 정사를 통틀어 거의 열 손가락에 꼽힐 만큼 강하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가 합류한 덕분에 가까스로 합공을 하며 놈을 붙들었다.
그러나 이제 거의 한계가 온 것 같다.
저 짧은 주홍빛 머리의 거구의 사내는 전혀 지쳐 있지 않았지만 자신들은 호흡이 거칠어질 정도로 체력이 거의 바닥났다.
“후우······후우······. 언제까지 쉬고 있을 참이더냐?”
지외의 외침에 손윤이 답했다.
“충분히 쉬었으니 함께하려던 참이었소.”
이에 손윤이 거도 막현으로 명일도법의 제 칠 초식 기수식을 취했다.
마찬가지로 검마 지외 역시도 검강을 일으키며 놈을 향해 신형을 날릴 준비를 했다.
반면 주홍빛 머리의 거구의 사내, 아니 스스로를 강염이라고 밝힌 저 괴물 같은 자는 아무런 기수식도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쥐고 있는 그을린 투박한 도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이상하다.’
이런 그를 바라보며 명도왕 손윤은 아까부터 들었지만 점점 의구심이 강해져 갔다.
이 정도로 강한 자가 이름 하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신기했지만, 합공을 상대하는데 전혀 전력을 다하지 않는 느낌이다.
솔직히 이야기한다면 딱 한 수 정도 앞서는 정도로만 실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대체 무슨 속셈이지?
손윤의 시선이 멀찌감치 떨어져 기절해 있는 위소연과 그녀를 둘러싸고서 지키고 있는 복면인 두 명이 보였다.
‘이쪽이 퇴로를 막고서 죽을힘을 다해서 저지하고 있다고 해도 이쪽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는데 어째서 도주하지 않는 거지? 위소연 아가씨가 최종 목적이라면 충분히 도주할 수 있을 텐데.’
그래서인지 묘하게 저들이 시간을 끌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천지회를 벗어나기 위해 저 강염이라는 우두머리를 기다린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저들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지원 세력이 온다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
그전까지는 어떻게든 이들을 묶어둬야 한다.
명도왕 손윤이 이내 모든 진기를 모아 명일도법의 제 칠 초식 종파망경(終破亡聯)을 펼쳤다.
-촤촤촤촤촤촥!
그가 도를 휘두르자 푸른빛 도강이 거친 파도처럼 일어나며 강염에게 몰아쳤다.
단순해 보이는 도초였지만 패도적인 기세였다.
마찬가지로 지외 역시도 공중으로 신형을 날리며 강염이라는 자가 피할 수 없도록,
‘팔검(八劍)!’
그물과 같은 검강으로 이루어진 검망(劍網)을 만들어내며 그의 움직임을 묶으려 들었다.
앞뒤로 절세도초와 검초가 동시에 휘몰아치는데, 강염은 조금도 미동이 없었다.
오히려 투박한 도를 위로 들어 올리더니,
-촤아아아아악!
이를 휘둘러 자신의 뒤로 날아오는 검강의 검망을 그대로 낚아채서는 이화접목의 수로 흘려 손윤이 펼치는 종파망경 쪽으로 날려 보냈다.
‘이런?’
‘강기로 이루어진 검초를 흘려보낸다고?’
지외가 어처구니가 없어 하며 펼치던 초식을 멈추고 이를 회수하려 들었다.
그러나 이미 출수된 검망의 일부가,
-채차차차차차창!
종파망경의 도세와 부딪치며 서로를 상쇄시켜버렸다.
위력에서는 종파망경이 패도적이라 강해 보였으나, 그보다 경지나 공력에서 앞서는 지외의 검이었기에 그 여파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파차차차창!
“큭.”
도를 휘두르며 여파를 막아냈으나 손윤의 신형이 뒤로 쭉 밀려나고 말았다.
그렇게 밀려난 손윤이 멈춰 서자마자 피를 한 움큼 토해내고 말았다.
“우욱.”
피를 토한 손윤의 혈색이 창백해졌다.
‘······역시다.’
손윤이 강염을 노려보았다.
자신에게 틈이 생겼음에도 강염은 우두커니 서서 쳐다만 보고 있었다.
더 많은 이들이 합공을 할 때야 사방으로 날아드는 공격의 사각을 주의하기 위함이라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역시 놈은 힘을 아끼며 시간을 끌고 있었다.
이에 손윤이 도를 바닥에 박고서 몸을 겨우 지탱하며 소리쳤다.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이냐?”
강염이 무표정한 얼굴로 투박한 도를 쥔 채 뒷짐을 지며 답했다.
“수작?”
“그럼 이게 수작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거냐? 이곳은 대 천지회다. 네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대체 무슨 속셈을······.”
“훗.”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염이 코웃음을 쳤다.
저 웃음은 무슨 의미지?
의아해하는데 강염이 이내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며 말했다.
“많이 티가 났나 보군.”
“뭐?”
“이제 하나 정도는 더 죽여도 되겠군.”
“네놈······.”
-쾅!
강염이 바닥을 박차자 부서진 잔해가 위로 솟구치며 그의 신형이 어느새 명도왕 손윤의 다섯 보 앞까지 도달했다.
바닥에 도를 꽂고서 몸을 지탱하던 손윤이 황급히 도를 뽑아내며 이를 막아내려 했는데,
-챙강!
강염의 투박한 도가 그가 아끼는 보도 막현을 반 토막 내고서 그마저도 베어내려 했다.
그러나 그 찰나에 그의 등 뒤로 날아든 지외가 강염의 등과 목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
이에 강염이 순식간에 몸을 회전시키며 틀어,
-퍽!
지외의 우측 갈비를 각법으로 걷어찼다.
-우득!
“컥!”
갈비를 걷어차인 검마 지외의 몸이 그대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그러나 지외 덕분에 목숨을 건진 것도 모자라 빈틈이 생겨나자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손윤이 부러진 도로 강염의 등을 찔렀다.
-채앙!
‘아니?’
손윤의 두 눈이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부러진 도신이라 하지만, 등을 뚫기는커녕 뭔가 단단한 것에 막힌 것처럼 부러진 도의 끝부분이 완전히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슥!
강염이 고개를 슬며시 돌리더니 중얼거렸다.
“제법이긴 하다만 우리는 너희들과는 다르다.”
“뭐?”
그 순간 강염의 투박한 도가 명도왕 손윤의 복부를 그대로 꿰뚫었다.
-푹!
“컥!”
“그만하면 됐다. 이제 쉬어라. 인간.”
-팍!
그때 손윤이 비틀거리며 자신의 몸을 관통한 놈의 도신과 손목을 꽉 붙잡았다.
이런 그의 모습에 강염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런다고 바뀌는 건 없다. 내가 도신을 비틀어 위로 올리기만 해도······.”
“마음대로 해라. 쿨럭쿨럭······. 어떻게 죽든 상관없다.”
“뭐?”
-씨익!
명도왕 손윤이 피로 물든 이를 환하게 드러내며 말했다.
“그저 발버둥일 뿐이다.”
그 순간이었다.
강염의 발차기를 맞고서 날아갔던 지외가 어느새 그를 향해 신형을 날려오고 있었다.
이에 강염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멋지군. 하나······.”
-콰득!
“끄읍!”
강염이 자신의 도신과 손목을 붙들고 있는 손윤의 안간힘을 무시하고서 손목을 도신이 향한 방향으로 비틀었다.
그대로 위로 도신을 들어 올려 그의 상반신과 머리를 반 토막 내려는 것이었다.
죽음을 직감했는지 손윤이 쓰라린 미소를 지었다.
‘아쉽군.’
아무리 괴물이더라도 팔짝 정도는 가져가고 싶었는데 이제 끝인가 보다.
그런데,
-흠칫!
도를 위로 들어 올리려던 강염이 고개를 위로 들더니,
-팟!
쥐고 있던 도신마저 놓고서 있는 힘을 다해서 뒤로 신형을 날렸다.
-푹!
그 순간 그가 몸을 비켜선 곳으로 검 한 자루가 바닥을 뚫고서 박혀버렸다.
검 자루를 보는 순간 명도왕 손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검은 다름 아닌 요검 악즉이었다.
“악······즉? 쿨럭쿨럭······.”
악즉의 주인은 틀림없이······.
-탁!
그때 그의 앞으로 누군가 가벼운 신형으로 착지했다.
허리에 한 여인을 차고서 말이다.
-쿵!
“윽!”
손을 놓자 여인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여인은 아까 전 도움을 청하라고 보냈던 양암곡주 기해의 여식인 기옥련이었다.
그러고 보니 광검객 지외가 뜬금없는 이름의 누군가를 언급하여 그때는 싸우고 있는 도중이라 자신이 이를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런데 정말로 이 녀석이라고?
“너······.”
“엉망이군.”
“너가 어찌······.”
-탁!
그때 신형을 날려오던 지외가 목경운의 앞에 멈춰서며 몸을 비틀거리더니, 이내 한쪽 무릎을 꿇고서 예를 갖추며 말했다.
“하아······. 하아······. 송구합니다. 주군. 속하의 실력이 저자에게 미치지 못하는군요.”
‘주군?’
지금 화경에 이른 절세고수 광검객 지외가 이 녀석더러 주군이라고 한 건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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