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25)
“······그분의 손에 혼(魂)과 백(魄)이 하나가 되는 금술마저 들어가는 순간 그대는 백 년의 한을 풀기도 전에 영원히 그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오.”
‘!?’
천지회주의 의미심장한 말에 청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지?
혼(魂)과 백(魄)이 하나가 되는 금술이라니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머리가 복잡해져서 말문이 막혔던 그녀가 천지회주를 빤히 쳐다보다 이내 두 눈이 커져서 입을 열었다.
-······그 계집 뭐야?
그 계집.
천지회주의 막내 제자 위소연을 의미했다.
이상하리만큼 자신을 쏙 빼닮은 것이 이상하다고 여겼던 그녀였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게 이 하나만이 아니었다.
청령은 그녀에게 빙의를 시도했다가 자신의 영체가 그 몸에 강제로 갇힐 뻔했던 것을 떠올렸다.
이에 그녀의 언성이 높아졌다.
-뭐야? 어째서 그 계집이 날 닮은 거지?
“······본좌도 그 이치를 정확히 알지 못하나, 기록이 확실하다면 위소연은 그대의 혼(魂)으로 탄생했소.”
‘!!!!!’
그 말에 청령이 혼란스러워했다.
위소연이 자신의 혼(魂)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지?
그녀가 알기로 혼백(魂魄)은 하나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제가 설명드리지요.”
청령과 천지회주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얼굴이 끔찍한 화상을 입어 두 눈이 없는 한 사내가 서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있는 사내를 보자 천지회주가 경계심이 서린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그대는······.”
분명 장로전의 사람인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목경운과 함께 다녔던 청령은 그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대법사 명률.
“대법사 명률?”
-저 중생 놈의 진짜 정체다. 육방신 중의 하나이자 삼안, 아니 비용헌을 따르던 자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육방신?’
육방신(六方神).
그것은 방사들의 정점이라 불리는 여섯 방신들이었다.
대법사 명률은 육방신의 일인이면서 삼안(三眼)을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목경운에게 패배하고 나서 알고 있는 정보를 발설하다 삼안이 남겨놓은 금제에 죽을 뻔했지만, 이것에서 살아남기 위해 목경운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대법사 명률이 지팡이를 짚으며 걸어오며 말했다.
“혼백은 둘 다 영(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
“이를 둘로 나눈 기준은 영(靈)은 두 가지 넋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넋?
“혼(魂)은 윤회를 위해 하늘로 올라갔다가 내려오게 됩니다. 반면 백(魄)은 넋이면서 생을 통해 쌓은 사념이자 육신의 잔재입니다.”
-······.
“백(魄)은 반대로 땅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 생(生)에 생겨난 넋이기에 죽어서도 육신이 썩는 동안 남게 되고 그 기간에 있어 혹 강한 원념을 가지게 되면 귀(鬼)가 됩니다. 그것을 두고서 원혼 혹은 귀신이라 하지요.”
-그걸 모르는 게 아니다. 본좌는 그저······.
이런 청령의 말에 대법사 명률이 그녀를 진정시키듯 가볍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렇겠지요. 하나 여기서부터가 중요합니다.”
-뭐가 말이더냐?
“백(魄)이 비록 육신을 통해 쌓은 넋이라고 해도 이 또한 영을 이루는 한 요소입니다. 혼(魂)은 하늘로 올라갈 양(陽)이고 백(魄)은 땅으로 돌아가는 음(陰)이지요. 이렇게 하늘로 갔다가 땅으로 간 혼백은 때가 되면 다시 만나게 되어 새로이 태어나게 됩니다. 그것을 두고서 도가(道家)나 불가(佛家)에서는······.”
-윤회(輪廻)······.
태어나면 죽게 되고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이를 윤회(輪廻)라고 한다.
그것은 세상을 지탱하는 섭리이자 순리라고 할 수 있었다.
대법사 명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맞습니다. 윤회입니다. 한데 이 윤회라는 것은 방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혼과 백이 전부 있어야만 이루어집니다. 가령 혼(魂)이 순리를 깨달아 열반을 하거나 백(魄)이 원념에 사로잡혀 땅으로 돌아가지 않고서 귀(鬼)가 된다면 다시 모일 수가 없기에 윤회를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위소연은 대체 뭐란 말이냐?
“그건 회주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말한 그대로라고? 네놈 입으로 혼과 백이 모여야 윤회가 가능하다고······.
“네. 그래야 하지요. 하나 목간은 그 법칙을 깨뜨렸습니다.”
-법칙을 깼다고?
“원래라면 하늘로 올라가 천문을 통과하는 과정을 통해 혼탁해졌던 혼이 정화가 됩니다. 하나 목간은 당신의 혼과 백을 분리하여 붙잡아뒀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이야?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는 오랜 세월 수많은 육신을 갈아타면서 존재해왔기에 그 지식은 선인에 가까울 정도이지요.”
대법사 명률이 그를 따르는 이유였다.
명률은 그의 방대한 지식을 얻어 저주로 인해 고칠 수 없는 자신의 화상과 눈을 치료하고 싶었고, 방사로서 새로이 한계를 넘어서고 싶었다.
-······하면 위소연이라는 그 중생 계집은 비용헌이 본좌의 혼(魂)을 붙잡아두고서 태어나게 한 육신이라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한데 혼을 붙잡아뒀다고 해도 백이 없으면······.
“반쪽짜리이기에 육신이 유지되기 힘들지요. 제가 전해 들은 것만 해도 여러 태(胎)를 통해 태어난 당신의 혼(魂)을 담은 육신은 몇 해도 버티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으득!
청령이 대법사 명률의 그 말에 이를 악물었다.
치가 떨릴 만큼 분노가 치솟는다.
원혼이 된 자신을 거의 백 년 가까이 가둬둔 것도 모자라 하늘로 올라가야 할 혼(魂)을 붙들고서 그런 짓거리를 했단 말인가?
아무리 자신에 대한 집착이라고 해도 이건 과하기 그지없었다.
-······하면 그 위소연이란 계집은 백(魄)이 없이도 육신을 이루는 데 성공한 것이냐?
“완전한 성공은 불가능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애초에 혼백과 윤회는 말 그대로 세상을 이루는 섭리 그 자체입니다. 그런 순리를 아무리 방대한 지식을 가진 존재라 해도 어찌 함부로 이룰 수 있겠습니까?”
-그 말은?
“위소연이라는 육신 역시도 불완전합니다. 그렇기에 혼만이 존재하는 육신이 계속 버티지 못하고 허물어지려 한 겁니다.”
그런 그의 말에 천지회주가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천음절맥.”
“······맞습니다. 그 또한 육신이 버티지 못해서 벌어진 현상이라 할 수 있지요.”
천지회주는 천음절맥(天陰絶脈)이 그저 그녀의 타고난 천형이라 여겼었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나서는 그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최고의 태(胎)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위소연의 육신은 백(魄)이 없는 불완전한 상태였기에 부족한 음기(陰氣)를 채우기 위해 신체 자체적으로 이를 끝없이 생성해내면서 폭주한 것이었다.
-미친 놈······.
청령의 입에서 거친 욕이 튀어나왔다.
놈을 증오하지만 그 광기만은 진심으로 혐오스러울 지경이었다.
혼과 백이 분리되었다고 하나 혼(魂) 역시도 자신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런 자신의 혼을 붙잡아두고서 제멋대로 강제로 태어나게 해서 계속해서 죽게 만들었다니 그 집착은 최악 그 자체였다.
-혼만으로 육체를 되살린 건 본좌를 향한 집착이냐?
“······그건 저보다 당신께서 더 잘 아시겠지요.”
-집착······집착······. 하아······.
문득 청령은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에게 집착해 혼으로 육체를 새로이 만들 정도라면 어찌하여 백을 따로 봉해둔 거지?
-이해가 가지 않는구나. 그 정도로 대단한 능력이 있다면 처음부터 혼백을 나누지 않고서 본좌를 윤회시켰다면 제 놈이 원하는 대로 되었던 것이 아니더냐?
이런 그녀의 물음에 대법사 명률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물론 그렇겠지요. 하나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백(魄)은 육신의 잔재 사념으로 이루어졌기에 원념이 가득하면 귀(鬼)가 됩니다. 그리되면 양(陽)이라 할 수 있는 혼(魂)과 하나가 되지 못합니다.”
-흥! 그럼 제 놈을 희생해서라도 본좌의 원념을 풀었으면 될 것이 아니더냐?
“그런 식으로 간단히 접근할 문제는 아니지요.”
스스로를 희생한다는 건 말 그대로 자결이나 다름없었다.
그리된다면 뜻대로 윤회하게 한다하여도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한다.
그리고,
‘······한 가지 의아하긴 하다.’
대법사 명률도 여기서 한 가지 의구심이 들기는 했다.
그 당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백여 년 전에 목간이 원념이 된 백과 혼이 하나가 되지 못한다는 이 이치를 정말 몰랐을까?
만약에 이 이치를 알고 있었다면 굳이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가 원념으로 가득 차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어쩌면 이건 목간이 비용헌을······.’
그때 청령이 천지회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방금 전에 원념이 가득해져 귀가 된 백(魄)은 혼(魂)과 하나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혼과 백이 하나가 되는 금술이란 건 대체 뭐지?
“말 그대로요. 그분은 오래전부터 혼과 백을 강제로 하나가 되게 하는 금술을 찾고 있었소.”
-설마 그 이유가······.
“맞소. 원념 가득한 백(魄)인 그대와 육신을 이룬 혼(魂)인 위소연이 하나가 되게 만들기 위함이오.”
-하!
청령이 코웃음을 쳤다.
자신을 원귀(冤鬼)로 만든 장본인이 제 집착을 채우기 위해 강제로 자신의 혼백을 하나로 합쳐서 되살리겠다는 것인가?
-어리석은 놈. 그렇게 살린다고 본좌가 제 놈이 원하는 대로 해줄 것 같으냐?
“혼백을 다룰 수 있는 금술을 익히게 된다면 그 안에 담겨 있는 잔류 사념 역시도 자유로이 다룰 수 있습니다.”
대법사 명률의 그 말에 천지회주가 동의하며 말했다.
“기록에서도 그렇게 적혀 있었소.”
-뭐?
“류소월 그대의 백(魄)에 남아있는 잔류 사념 중에 원한 가득한 곳과 불필요한 기억이 잠재된 부분을 날려버리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말이오.”
-······.
이런 그의 말에 청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껏 원한을 불태우면서도 놈이 어째서 자신을 심장으로 된 비급에 가둬둔 건지 의문이었었다.
그런데 그 의문이 모두 풀리게 되었다.
놈은 백여 년이 지나서도 자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지 않았던 것이다.
고작 자신을 가지기 위한 지독한 집착과 광기 때문에 내 모든 일족과 사랑하는 모든 것을 앗아갔단 말인가.
-비······용······헌!
-고오오오오오!
그녀가 살기가 유형화되며 더욱 짙은 보랏빛으로 사방이 일렁였다.
그것은 보랏빛을 넘어서 점차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흠칫!
‘이럴 수가.’
원혼의 영력은 얼마큼 오랫동안 존재해왔는지 혹은 그 원념이 얼마나 강한지에 달려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의 영력이 무서울 정도로 치솟자 대법사 명률이 내심 놀라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모든 진실을 알고 난 그녀의 증오심은 나락에 가까울 만큼 더욱 깊은 곳까지 파고든 듯했다.
한데 기이한 것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파르르르르르!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나 감각이 극도로 발달하고 주력으로 이를 대체하는 그였기에 청령의 영체에 이어져 있는 연(緣)이 강하게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처음 보는 광경에 대법사 명률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각!
그때 그녀에게 이어져 있던 붉은 실처럼 보이던 연이 끊어져버렸다.
연이라는 것은 식신과 방술사를 잇는 섭리에 가깝다.
그런데 그것이 끊기다니?
‘어찌?’
-파악!
그때 눈 깜짝할 사이에 주변이 피로 뒤덮였다.
너무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대법사 명률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귀의영역이 어떻게 이 정도로 빠르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인가?
매우 놀라워하고 있는데,
-팍! 쾅!
그의 몸이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치며 누군가 붙들기라도 한 것처럼 그 자리에 고정되고 말았다.
“큭!”
그렇게 날아간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쾅!
“쿨럭쿨럭!”
비록 금제로 인한 내상이 심하다고는 하나 벽의 벽을 넘어서 현경(玄境)에 이른 천지회주 역시도 그녀의 엄청난 영력에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진기를 끌어올리는데 불구하고 겨우겨우 밀려나지 않는 게 다였다.
청령의 귀기가 넘치는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해. 놈이 어디 있는지?
“쿨럭쿨럭······. 모르오.”
-말하지 않으면 네놈의 제자들을 시작으로 천지회에 남아있는 모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죽여버릴 테다.
-촤르르르르!
핏물이 올라와 그의 몸 전체를 감싸며 강하게 조여왔다.
고통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회주는 이를 참아가며 입을 열었다.
“하아······하아······. 정말 모르오. 하나 그분을 끌어낼 방법은······. 류소월 그대 역시도 알고 있지 않소?”
-······말해.
“혼백을 강제로 합칠 수 있는 금술의 흔적을······. 귀검(鬼劍)이 찾아냈소.”
‘!!!!’
이런 회주의 말에 대법사 명률의 귀가 떨려왔다.
그가 겨우 찾아낸 금술(禁術)인 이혼(移魂)의 술법 역시도 과거 구무림의 시절 재앙이라 불리던 한 악인(惡人)이 남긴 지보에서 파생되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악심파파(惡心婆婆)의 지보를 찾은 것인가?’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