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26)
산서성(山西省) 서쪽 흥현(興縣) 남단.
그곳에 한 거대한 장원을 둘러싸고 기묘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는 사람과 사람, 즉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 아니었다.
한쪽은 무림인들이었고 다른 한쪽은 짐승도 아닌 기괴한 형태를 하고 있는 존재들이었는데, 그것들은 괴이(怪異) 혹은 이매망량(魑魅魍魎)이라 불리는 것들이었다.
-크와아아아아!
입에서 독(獨)으로 된 운무를 뿌려대고 경공을 펼치듯이 날렵한 몸놀림으로 움직이며 긴 발톱으로 신체를 찢어버리는 이매망량 등, 각양각색의 괴이들이 있었다.
보기만 해도 겁에 질릴 듯한 존재들이었지만 인간 측, 즉 무림인들은 이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압도적인 전력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들의 숫자만 해도 가히 이천(二千)은 되어 보인다.
무림인 측의 곳곳에 깃발이 올라와 있었는데, 그것을 보면 이들이 어떤 집단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邪連盟] [二盟主] [五盟主] [六盟主]사련맹.
현 무림을 삼분하고 있는 세력 중의 하나이자 구무림의 잔존 세력과 현 무림의 사파들이 모여 만들어진 집단이었다.
그런 사련맹의 맹주 중 세 사람이 이 전쟁에 참여했다.
이맹주 금체무적(金體無敵) 해역원, 오맹주 수라섬도(修羅殲刀) 유경, 육맹주 사밀검(邪謐劍) 귀사만이었다.
이 중 이맹주 해역원은 현 무림의 최고수라 불리는 팔성(八星)의 일인이기도 했다.
사련맹의 이런 쟁쟁한 초고수들이 어쩌다 이런 이매망량들과 싸우게 되었을까?
그것은 단 한 사람을 위해서였다.
-슈우우우우우!
“와아아아아아!”
“진혈금체다!”
전신의 근육이 갈색빛으로 부풀어 오르고 수증기가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구의 중년인의 모습에 사련맹의 무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흥!”
-쾅!
중년인이 바닥을 박차고 신형을 날려 호랑이와 멧돼지를 뒤섞은 듯한 기괴한 형태의 거대한 이매망량의 머리통을 두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러자 이매망량의 머리통이 그대로 부서지며 바닥을 턱으로 찍곤 쓰러졌다.
“크흐흐흐. 덩치만 컸지. 별 것 아니구만.”
수염을 지저분하게 기른 이 근육질 중년인의 이름은 해역원이었다.
그는 팔성의 칭호를 받을 만큼 사련맹의 주축 중 한 사람이었다.
그때 웃고 있는 해역원의 뒤로 민첩한 몸놀림을 가진 이매망량 하나가 달려들었다.
그 순간,
-촤촤촤촤촤촥!
누군가 날아들어 양손으로 섬광과도 같은 도초를 펼치며 또 다른 이매망량의 몸을 수십 조각으로 갈라놓았다.
-투투투툭!
“방심하지 마시오. 해 맹주.”
“자네가 구해줄 줄 알고 있었네. 유경.”
“말은 잘하시는구려.”
피식하고 웃는 양손에 도를 쥐고 있는 긴 머리의 사내.
그는 사련맹의 오맹주 수라섬도 유경이었다.
이들 두 사람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들은 구무림에서 최고의 세력을 구가하던 구혈교(舊血敎) 출신들이었다.
-츄르르르르! 파파파팍!
“헉!”
“이, 이게 뭐야?”
그때 그들의 근방에 있던 나무뿌리가 저절로 길어지며 사련맹의 무사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몸을 묶었다.
무사들이 당혹스러워하면서 이를 끊어내려 했는데, 나무뿌리가 계속 올라오며 그들을 더욱 감쌌다.
이 모습에 유경이 혀를 찼다.
“허어. 이것도 술법인가 보오.”
-팟! 촤촥!
오맹주 유경이 신형을 날려 나무뿌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나무를 베어버렸다.
커다란 고목 나무가 힘을 잃고 쓰러지자, 유경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삼매진화(三昧眞火 )의 수법으로 나무를 불태웠다.
-화르르륵!
살아있는 것처럼 뿌리를 움직이던 나무가 괴로운 것처럼 마구 떨어대며 타들어 갔다.
“기괴하구만.”
“빌어먹을!”
장원 방향 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유경이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수인을 맺고서 부적을 들고 있는 방사들이 보였다.
‘쉬운 싸움이 될 줄 알았는데 은근히 성가시군.’
그저 방사 집단과 싸우는데 왜 자신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는지 의아해했던 그였다.
그러나 막상 이들을 상대해보니 확실히 평범한 방사들과 달랐다.
방원육십사각(方原六十四閣) 중에 여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최고의 방사가 이끄는 집단이라고 하더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어지간한 무림인들보다도 강한 이매망량들을 식신으로 부리고 기괴한 술법으로 무사들을 곤욕스럽게 만들었다.
물론 이런 이매망량이나 방사들조차 꼼짝 못 하는 괴물도 이쪽에 더러 있었다.
“크하하하하!”
-우적!
해역원이 돌진해오는 붉은 소 형태의 이매망량의 두 뿔을 부러뜨렸다.
아니 그것도 모자라 들어 올려 뒤로 내쳐버렸다.
-쾅!
이맹주 해역원이 바로 이런 유형이었다.
그가 독문 운기법인 진혈금체를 펼치기만 하면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기에 무림인들은 그를 금체무적(金體無敵)이라 불렀다.
대재앙의 날 이후 구무림 시절은 모두에게 잊혀졌지만 해역원의 해가는 과거 천하제일인을 배출했다는 소문이 있었을 만큼 명문무가라 할 수 있었다.
-촤촤촤촥!
물론 그 역시도 만만치 않은 고수였다.
이매망량 중 하나를 고기 조각으로 만든 오맹주 유경이 해역원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께서 잠입한 지 거의 반 시진 가량이 되어 가는데, 아직까지 아무 소식이 없는 게 걸리는구려.”
이런 그의 우려에 이맹주 해역이 웃으며 답했다.
“크흐흐. 걱정 말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구혈교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그분과 육맹주 사밀검이 함께 가지 않았나.”
“그렇긴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자신들이 방사 집단의 전력을 반 시진이 넘게 붙들고 있는데도 아무 소식이 없으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소수 정예로 들어갔다지만 초고수 셋이 들어갔다.
그런 그들이 아직까지 제압하지 못할 정도면 그 육방신(六方神)의 칭호를 받은 방사란 존재가 보통이 아닌 모양이다.
오맹주 유경이 장원의 전각을 바라보았다.
[言靈眞原閣]언영진원각.
* * *
“쿨럭······쿨럭······.”
복부에 검이 꽂혀 있는 금색 방사복을 입은 중년인이 피 기침을 해댔다.
중년인의 정체는 바로 이곳 언영진원각의 각주이자 육방신(六方神)의 칭호를 받은 방사 기진문이었다.
최고의 여섯 방사 중 하나라 불리는 그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한참을 피를 쏟아낼 만큼 기침을 하던 각주 기진문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리며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누군가는 붉은 비어복에 금색 혁대를 차고 있는 금의위 여인이었다.
옷 곳곳이 피로 물들어 있는 이 아름다운 금의위 여인의 정체는 바로 육천호 소예린이었다.
-슥!
각주 기진문이 중지 손가락을 슬며시 움직이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촥!
“끄아아아악!‘
기진문의 중지 손가락이 잘려나갔다.
그것을 자른 자는 긴 손톱을 가진 고혹적인 외모의 여인이었는데, 그녀는 구혈교의 혈성 담백하였다.
담백하가 살기 어린 목소리로 각주 기진문에게 경고했다.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이면 아가씨의 명이고 뭐고 간에 죽여버릴 테다.”
“끄으으으. 이 지독한 것!”
“알았다면 가만히 있어.”
혈성 담백하가 그를 이렇게 경계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에 잠입하여 그를 은밀히 제압하려 했던 그들이었지만 난항을 겪고 만다.
아무리 신(神)급이라 불리는 방사라고 해도 방술이나 술법을 쓸 틈조차 주지 않는다면 쉽게 제압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과연 육방신의 칭호는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기습해서 한 팔을 잘랐는데 겨우 제압하다니.’
혀를 내두를 만큼 강했다.
술법이라는 것이 주술을 외우거나 부적술을 써야 가능하리라 여겼는데, 이자는 거의 틈이 없을 만큼 빠르게 술법을 펼쳐 자신들을 곤욕스럽게 만들었다.
미리 술법을 언제든지 일으킬 수 있게 준비를 해뒀다고 하지만 과연 명성에 걸맞은 실력이라 할 수 있었다.
“흥.”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간자 덕분에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다.
그것은 자신들과 함께 잠입했던 이자 때문이었다.
바닥에 전신이 뇌기(雷氣)에 타들어 간 것도 모자라 몸이 반 토막이 나서 죽어 있는 시신 한 구가 있었다.
이 시신은 사련맹의 육맹주 사밀검 귀사만이었다.
이를 바라보며 담백하가 혀를 찼다.
‘만약 내가 뒤쪽에 있지 않았다면······.’
아가씨가 당했을 거다.
소예린이 쾌속한 찌르기로 각주 기진문의 복부에 검을 꿰뚫어 놓는 찰나 사밀검 귀사만이 느닷없이 그녀의 목을 베려 들었다.
이에 뇌기를 일으켜 그를 막았다.
[네놈 이게 무슨 짓이냐?] [큭!]그러자 그녀를 죽이는 데 실패한 귀사만은 뇌기에 타들어 가면서도 이번엔 제압되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각주 기진문을 죽이려 했다.
마치 입막음을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찰나에 검결지에 검강(劍罡)을 일으킨 소예린이 몸을 숙여 파고들며 그의 허리를 베면서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대체 뭐지?’
비록 수많은 사파 집단이 모여서 만들어졌다고는 하나 사련맹의 간부 중에 어떻게 간자(間者)가 숨어 있었던 거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아무래도 여기에서의 일이 마무리되면 이맹주 해역원에게 대대적인 간자 색출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각주 기진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혈성 담백하가 힐끔하며 소예린을 바라보았다.
숨겨진 금고에 있는 문서를 살피고 있는 그녀였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묘하다.
“아가씨?”
왜 저렇게 숨을 죽이고서 저것에 집중하고 있는 거지?
의아해하는데 각주 기진문이 입을 열었다.
“쿨럭쿨럭······. 분명 말했을 텐데······. 그걸 본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고.”
그러는데 몰두하듯이 문서를 바라보고 있던 소예린이 몸을 돌리더니 이내 그것을 들고서 각주 기진문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신, 아니 밀회는 대체 이걸로 뭘 하려는 거죠?”
이런 그녀의 물음에 기진문이 피 기침을 하며 웃어댔다.
“쿨럭쿨럭······크흐흐흐흐. 글쎄. 그걸 안다고 해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푹! 쿠득!
“끄읍!”
그때 소예린이 그의 복부에 꽂혀있는 검을 비틀었다.
체내 장기가 검날에 비틀려 찢어지는 고통은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소예린이 매섭게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놈들 뜻대로 되게 내버려둘 것 같아.”
“끄으으······하아······하아······내버려두고······자시고의······문제가 아니다······. 네년의 옛 선조가 되살아난다고 해도······. 절대······. 막을······.”
-콰직!
그 순간 각주 기진문의 머리가 터져버렸다.
사방으로 튄 뇌수와 핏물에 소예린이 소매로 얼굴을 닦아냈다.
그리고는 찰나에 등 뒤로 가져가 핏물에 젖을 뻔한 문서를 바라보았다.
낡은 문서 종이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그곳에는 몇 곳이 붉게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중 그녀의 눈에 띈 곳이 하나 있었다.
그곳은 바로 섬서성의 북쪽이었다.
‘······.’
이를 빤히 바라보던 그녀가 이내 혈성 담백하에게 말했다.
“송구한데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어찌 부탁이라 하십니까? 명을 내리십시오.”
“······고마워요. 혈성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혼자서는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 말씀 마시지요. 이건 아가씨만의 일이 아닙니다. 속하 또한 놈들에게 피의 앙갚음을 해줄 날만을 기다려왔습니다.”
담백하가 살기 넘치는 전의를 보였다.
그만큼 그녀 또한 이 일에 고양되어 있었다.
이에 육천호 소예린이 가지고 있던 문서를 넘기며 말했다.
“이걸 천지회에 있는 목경운 공자에게 갖다주세요.”
“이걸 말입니까? 하나 이건······.”
“머릿속에 기억해뒀으니 이젠 필요 없어요.”
“······알겠습니다. 하면 아가씨께서는 다시 개봉의 황궁으로 돌아가시는······.”
“아뇨. 저는 아무래도 섬서성 북쪽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섬서성 북쪽이라면 설마······.”
담백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예린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그리운 고향이죠.”
* * *
비슷한 시각 천지회.
청령의 영력에 의해 강제로 붙잡혀 있는 회주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하아······하아······. 정말 모르오. 하나 그분을 끌어낼 방법은······. 류소월 그대 역시도 알고 있지 않소?”
-······말해.
“혼백을 강제로 합칠 수 있는 금술의 흔적을······. 귀검(鬼劍)이 찾아냈소.”
-귀검?
“쿨럭쿨럭. 그렇소.”
그 말에 분노로 이성을 통제하지 못했던 청령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렇게나 중생과 함께 놈을 찾으려 하지 않았던가.
하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귀검은 어디에 있지?
이런 그녀의 물음에 회주가 말했다.
“섬서성 북단. 무너진 성터가 있는 곳이오.”
끝
ⓒ 한중월야